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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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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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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9.20 19:17
조회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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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4쪽

옥상에서의 휴식.

DUMMY

공항까지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공항부터는 모든 게 일사천리였고 시간 또한 맞아 그는 공항에 도착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가 독일에 도착한 건 아직 세상이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었다. 한서준은 바로 ESP가 수배한 호텔로 들어가 짐을 풀었고 골아떨어진 담서은을 침대에 눕힌 뒤 방에서 나왔다.

한서준은 호텔의 옥상으로 올라가 벤치에 앉았다. 하늘이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은 시간이었기에 옥상에는 난간에 붙어 있는 두 명을 제외하면 한서준밖에 없었다. 난간 너머로 지그재그 형태의 야경이 빛을 발했다. 한서준은 눈을 돌리고 담배를 한 대 꺼내들었다.

"있나?"

그가 입을 열었다.


《응.》


권지아가 대답했다.

"···그래."

한서준은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그는 건빵 주머니를 열고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려는 원피스를 벗은 채 알몸으로 자고 있었다.


《불편한가 봐. ···하긴, 숫가락질도 처음 배울 땐 어려운 법이지.》


한서준은 원피스를 려에게 덮어주고 주머니의 입구를 닫았다. 그는 난간에 붙어 있는 두 명의 사람을 보았다. 외투며 목도리에 모자, 장갑을 끼고 입김을 불어가며 베를린의 야경을 구경하는 두 사람은 모두 젊은 여성이었다.


《한국인이네. 친구끼리 여행 온 거야. 다섯 명이서.》


한서준은 벤치 앞에 놓인 나뭇잎을 사탕으로 바꿔 입에 넣었다. 한서준은 사탕을 깨물어 부쉈고 전부 씹어먹은 뒤 나직이 입을 열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인간은 안 바뀌는 것 같군."


《맞아. 큰 시스템은 안 바껴. 몬스터라는 이형의 존재가 튀어나와 봤자··· 어차피 즐길 사람은 즐기고 여행 갈 사람은 여행을 가거든. 이럴 때 보면 참··· 인간의 정신은 엄청 단단한 것 같아. ···상대적으로 말이야.》


권지아가 말했다.


《그나저나 아쉽게 됐네. 나 때문에 담배도 못 피고···.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이 없잖아.》


"상관없다. 그보다··· 피곤하면 자라. 목소리가 지쳐 있군."

한서준이 말했다. 그는 나뭇잎 하나를 다시 사탕으로 바꾸고 입에 넣었다.


《와. 지금 걱정해 주는 거야? ···기쁘네. 근데 괜찮아. 난 방금 일어난 거니까. 그리고 나보다는··· 당신이 걱정인걸.》


권지아가 말했다. 권지아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당신. 건물에서 탈출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잔 적이 없잖아. 당신이야말로 괜찮은 거야?》


"별로 졸리다는 느낌은 없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잠을 자려는 노력은 해 봐. 뇌도 조금은 쉬어야 될 거 아니야. 지금은 그냥 안 졸리고 그럴지 몰라도···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몰라. 피로가 누적되는 게···, 뭐 게임처럼 수치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군."

한서준은 사탕을 다시 잘게 부숴 먹고 벤치에서 일어나 방으로 갔다. 담서은이 대자로 뻗어 있는 침대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한서준은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방의 불은 꺼져 있었지만 한서준의 걸음은 멈춤이 없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의족을 분리했다. 그는 소파에 몸을 뉘였다. 발이 소파 밖으로 튀어 나갔다. 한서준은 코를 한 번 찡그리며 몸을 뒤척였고, 눈을 감았다.


《···어때?》


"···모르겠군."

한서준이 대답했다.


《음···, 좀만 더 그러고 있어 봐. 정말 말을 해야겠다면 무조건 머릿속으로만 하고. 입을 열면 잠이 깰 수도 있잖아.》


권지아가 말했다. 권지아는 옅은 침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난 지켜보고 있을게. 방금도 말했지만, 당신이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그냥 조용히. 긴장을 풀어. ···영 잠이 안 오면 양이라도 세고.》


'···알겠다.'

한서준이 생각했다.


《···대답할 필요 없다니까.》


권지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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