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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칼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팔의 늑대 : 분출되는 속성의 잔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늑대칼바람
작품등록일 :
2019.02.22 11:55
최근연재일 :
2019.04.22 23:37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8
추천수 :
43
글자수 :
177,291

작성
19.02.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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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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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프롤로그2편 <습격>

DUMMY

떨어지는 빗소리가 숲속을 흔든다. 물줄기가 나뭇잎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맺힌 물방울에 풀숲은 고개를 숙인다.


젖어버린 숲은 어둠에 담겨 희미한 달빛만이 호숫가 근방임을 알렸다. 옅은 광채를 품은 호수에 잔물결이 일었다.


빗물 먹은 물 위에 신속히 움직이는 실루엣이 있었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검은 덩어리를 향해 달려들더니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웅웅



칼 울림이 빗소리를 뚫고 들렸다. 어둠 한 켠에 약한 섬광을 품은 칼바람이 주변에서 일었다. 바람을 가르는 호선에서 그어질 때마다 맹렬한 금속음이 퍼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섬뜩한 칼바람은 빛을 잃고 사라졌다. 자리 잡은 어둠에 달빛이 드리워지자, 사라진 실루엣의 모습이 드러났다. 붉은 생머리를 지닌 소녀였다. 그녀는 검은 덩어리에 목 아귀를 잡혔다.



"크르르르르르......."



살벌한 늑대울음이 흘렀다. 금속 팔이 약해 보이는 목을 조여 들어갔다. 극심한 고통이 뒤를 잇자 작은 손으로 팔을 잡았다.


한층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소녀는 발버둥을 쳤다. 소녀의 눈망울에는 격노한 늑대의 얼굴이 담겼다. 금방이라도 살점을 찢을 듯 늑대인간은 송곳니를 드러내 보였다. 눈가에 비친 얼굴은 다름 아닌 칼자르트였다.


강한 힘이 목 아귀에 얽매이면서 소녀의 몸은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두 손이 힘없이 축 늘어지고, 손에 쥐고 있던 롱소드는 바닥에 맥없이 떨어진다.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도 점차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펴졌다.


칼자르트는 소녀를 노려보더니 호숫가에 냅다 던졌다. 그러자 물가로 힘없이 날아가는 그녀를,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낚아챘다. 빠르게 움직이던 그림자는 호숫가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칼자르트가 그림자의 동선을 파악하더니 등에 멘 무구, 흑마철극을 꼬나 잡는다. 범상치 않은 느낌이 호숫가에 전율을 자아낸다.


젖은 바닥에서 빗물로 인한 냉기가 서서히 올라왔다. 주변 공기는 빗소리를 누르고 적막에 빠져들었다.


푸른 오오라가 이는 구체, 수십 개가 나무 주위를 돌면서 나타났다. 이리저리 춤을 추던 푸른 구체는 일제히 그에게 날아들었다.


궤도 긋는 검은 칼날이 구체가 다가오는 족족 베었다. 조각난 구체가 섬광을 발하며 강한 폭발이 일었다.


허리띠에 달린 앞 가리개가 폭압에 나부꼈다. 확산하는 빛은 칼자르트를 일시적으로 삼켰다.


급작스러운 강한 빛에 그는 팔로 눈을 가렸다. 얼굴에는 당황함이 스며들어 주름이 새겨졌다.


폭발 이후 냉기가 빠르게 확산했다. 푸른 빛이 삼킨 근방 일대가 모조리 얼어붙으면서 서리가 잡혔다. 바닥은 빙판이 되어 발까지 얼려버렸고, 빗물은 얼음알갱이가 되었다.



"염병할."



칼자르트는 자신의 상태를 보더니 욕 거지를 뱉었다. 직접적으로 폭발의 영향을 받은 부위는 전부 얼어버린 상태였다.


오른팔을 움직이려 애써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쥐고 있던 흑마철극역시 얼음덩어리가 되어있었다.


그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왼손을 들더니 손톱을 치켜세웠다. 날을 세우고, 강하게 찍어 강철팔을 긁었다. 손끝으로 냉기가 엄습하면서 저림이 느껴졌다. 긴 손톱자국이 얼음표면에 그어졌지만, 좀처럼 깨지질 않았다.


칼자르트가 얼어버린 몸과 분투하는 동안, 나무 뒤에 숨었던 그림자가 정체를 보였다. 바다색 눈빛과 청백색의 긴 머리칼을 지닌 여자였다. 그녀 주위에 푸른빛을 띤 구체가 쉴 틈 없이 맴돌고 있었다.


여자는 구체 하나를 호수 위에 띄우더니 빛을 발산시켰다. 그러자 대낮처럼 환해지면서 머금고 있던 어둠이 사라졌다.



"너희는 뭐냐."



여자의 등장에 칼자르트는 저음을 냈다. 격노가 묻어나오는 음성에는 살기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여자는 손에서 냉기를 뿜었다. 그녀가 냉소에 가까운 비웃음을 얼핏 보이자, 그는 손톱을 세우며 죽일 듯이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때, 여러 가닥의 실이 칼자르트의 왼팔을 휘감는다. 조여드는 실은 서서히 팔뚝을 압박했다. 뒤로 당기는 힘이 강해지자, 그는 곁눈으로 뒤편을 흘겨보았다.


뒤에 거대한 강철 장갑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손가락 끝에 연결된 실이 팔뚝과 연결되어 있었다. 강한 힘이 지속해서 유지되자 칼자르트와 강철 장갑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힘이 대단하시군요.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칼자르트를 향했다. 미소를 머금은 앳된 얼굴의 소년이 장갑 밑에서 나왔다.


깨끗한 하얀 피부톤에 단발의 짧은 머리, 어려보이는 외모. 끽해야 15살 정도 되었을까. 하지만 강철 장갑을 소환할 정도라면 최소 중급 소환술 이상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했다.


소년은 오른편에 있던 나무를 응시하더니 조곤히 말했다.



"붙잡았어."



나무 위에서 백색 섬광이 터지고 바람이 나뭇잎을 훑는다. 펄럭이는 소리에 광채가 스며들고, 오오라가 발산되면서 사람 형체가 잡힌다.


흐늘거리는 머리칼은 달빛을 받고, 백색의 드레스 차림새는 자태를 아름답게 바꿔놓았다. 검은 하늘에 반전되는 백색을 지닌 소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가에 눈물을 뿌리며 살포시 눈을 감는 소녀. 이를 보고 있던 칼자르트에게 불길한 직감이 왔다.


소녀는 자신의 가슴 위에 양손을 포개어 올리더니, 그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조금만 보태주시면 됩니다."


"닥치고 정체가 뭐냐."


"죄송하지만 그건 밝힐 수가 없습니다. 저는 백색의 소녀라고만 해 두겠습니다."


"뭘 원하는 거냐."


"말 그대로입니다. 그대가 가진 힘이 필요합니다."


"날 알고 기습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대가가 뭔지도 알겠군."



소녀의 말에 칼자르트는 살의를 비췄다


사실, 그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배경은 다름 아닌 어떤 입소문 때문이었다. 어둠의 숲에 들어왔다 나온 약초꾼에서 시작되어 암암리에 퍼진 소문의 내용은 매우 간략했다.



그것은 '십수 년 전 죽었던 마녀가 어둠의 숲에 돌아다니고 있다.' 라는 것.



칼자르트는 정찰 겸 소문을 알아보라는 크노드공작의 명에 숲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습에 꼼짝없이 잡혀버린 상황만으로 부아가 치미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살의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희도 무력을 쓸 수밖에는 없습니다."



백색의 소녀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살의를 품은 그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젓는다. 결국, 힘으로밖에 할 수 없다는 반응인 셈이리라.


소녀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소리와 동시에 여자가 푸른 구체를 칼자르트 주변으로 이동시켰다. 소년 역시 실을 붙잡고 있던 강철 장갑이 힘을 더욱 가하게 만들어 최소한의 움직임마저 봉쇄했다.


팔에 옥죄어오는 느낌이 강해지면서 통증이 지속되자, 칼자르트는 거친 숨을 토했다. 냉기가 빠르게 그의 몸을 확산하면서 차가운 숨이 폐부를 연신 흔든다.


그를 붙잡는 고통이 겉면을 파고들었으나, 직감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느낌이 검붉은 눈빛을 호수로 향하게 했다.


호수 중앙에 그림자가 걸쳐 있었다. 그것은 물 위를 마치 지면마냥 차분히 걸어서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림자의 정체는 백색의 소녀와 정반대의 색상을 지닌 흑색을 지닌 소녀였다.


검은 오오라가 그녀를 중심으로 분출되고 있었고, 검은 드레스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영혼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과 창백하다시피 한 흰 피부는 백색의 소녀와 그 느낌을 달리했다.


소녀는 작은 인형을 든 채, 칼자르트를 쳐다보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잡는다. 칼자르트를 향해 물체를 흔들었다.



-으득



칼자르트는 소녀가 뭘 집었는지 확인하자, 이를 깨물었다.


흑색의 소녀가 집은 건 다름 아닌 피와 빗물이 엉겨 붙은 털 한 줌. 그는 자신의 털이란 걸 바로 알아차리고서야 소녀가 저주술을 능력으로 가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흑색의 소녀는 인형에 털을 붙이더니 작은 부적으로 싸맨다. 이내 그녀는 손목을 손톱으로 그었다.


베인 틈으로 흘러나오는 검은 피가 팔뚝 따라 맺히면서 파르르 떤다. 서서히 나오는 핏방울이 인형 위로 떨어지며 깊게 물들었다.


옅은 혈향이 감돌면서 칼자르트의 코끝을 향한다. 스며드는 향에 지진 난 듯 그는 동공이 잠깐 흔들렸다. 이내 깊은숨을 내쉬더니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했는데 느낌이 맞아떨어질 줄이야."



칼자르트는 심상찮게 느낀 느낌이 무엇인지, 혈향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눈을 살포시 감자, 기억 속에 남아있던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혈향의 잔상이 맺혔다.


16년 전 몬스터 대란 당시의 이면 속에, 또 다른 사건. 한차례의 뇌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짧은 과거의 화면이 띄워졌다.





강력한 전격이 눈앞의 공기를 찢고 분출했다. 불꽃이 방안의 벽면과 지면을 강타하고 충격파가 공간을 뒤흔든다. 굉음이 터지고 벽면에 실금이 새겨졌다.


검은 그림자 무리가 이곳을 향해 들이닥치면서 상황은 더욱 혼잡해졌다.


붉은 참격으로 궤도를 그리자, 그림자 무리는 두 덩어리로 분리되었다. 솟구치는 검붉은 액체가 벽면에 튀어 흘러내렸다.


그 가운데에 있는 늑대인간의 그림자가 상황의 중심에 서 있었다.


통로 쪽으로 향하는 그림자 무리는 서로 뒤엉켜 형체를 잃고 사라졌다. 바닥에 붉은 액체와 덩어리가 섞여 있을 뿐이었다.



-두둑



앞길을 막는 여자의 목을 혈향 가득한 손으로 꺾어버렸다. 여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등장한 이는 칼자르트였다.


그는 온몸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른 어깨 밑에 있어야 할 팔이 없었다. 몸은 찢긴 상처를 한가득 담고 있었지만, 눈빛은 살의에 올라있었다.


금속으로 된 벽면에는 고대의 문양이 길게 이어져 밝은 빛을 보내고 있었다.


칼자르트가 온 곳은 멸족한 고대의 종족, 타이탄의 거대신전이었다. 그는 신전 내부에서의 도륙전을 펼치고 눈에 보이는 이는 족족 극으로 베어버렸다.


그리 들어간 신전 내부 깊숙한 곳에 실험용으로 쓰이는 기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칼자르트는 방 안으로 들어가 기계 옆을 지나가자, 양옆에 여러 개의 유리관이 정렬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잠든 모습을 한 여자들.


그들은 바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체병기였다.


유리관 안에 헌혈하듯 주입되는 검은 피가 보이고 피내음이 진해지자, 기억 속의 화면이 끊겼다.


이후 바로 이어진 기억에 깨진 유리관과 그 안에서 찢겨 뭉친, 붉은 살덩어리가 들어왔다. 참혹히 도륙당한 생체병기 사이에서 칼자르트만이 무표정으로 서 있었을 뿐이다.


사방에서 풍기는 혈향과 뿌옇게 오른 핏빛 안개가 일어, 과거의 회상을 서서히 가렸다.





도륙당한 생체병기의 피내음, 이와 똑같은 혈향이 흑색의 소녀에게서 나온 것이다.


칼자르트는 엄청난 살기를 쏟아내며 검붉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기습한 생체병기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날 수 있는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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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팔의 늑대 : 분출되는 속성의 잔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생체병기의 등장 1-32 <사냥시작.> 19.04.22 42 0 9쪽
33 생체병기의 등장 1-31 <검투사의 길> 19.04.19 22 0 8쪽
32 생체병기의 등장 1-30 <동선파악> 19.04.17 27 0 7쪽
31 생체병기의 등장 1-29 <수락> +1 19.04.08 49 1 7쪽
30 생체병기의 등장 1-28 <죽음 그리고 조건> +1 19.04.06 40 1 10쪽
29 생체병기의 등장 1-27 <부작용> +1 19.04.03 48 1 9쪽
28 생체병기의 등장 1-26 <수감소행> 19.04.01 33 2 9쪽
27 생체병기의 등장 1-25 <되갚기> +1 19.03.29 42 2 12쪽
26 생체병기의 등장 1-24 <2차 습격> +1 19.03.27 44 2 13쪽
25 생체병기의 등장 1-23 <푸른 늑대> 19.03.25 47 1 11쪽
24 생체병기의 등장 1-22 <카시네의 행동> +1 19.03.21 53 3 11쪽
23 생체병기의 등장 1-21 <등장하는 사계의 존재들> 19.03.20 43 1 13쪽
22 생체병기의 등장 1-20 <검은괴물과의 싸움> 19.03.19 39 1 12쪽
21 생체병기의 등장 1-19 <지하공간의 마녀> 19.03.18 48 1 13쪽
20 생체병기의 등장 1-18 <묘지의 결계> 19.03.17 38 1 12쪽
19 생체병기의 등장 1-17 <수색 그리고 바다의 낌새> +1 19.03.15 65 1 11쪽
18 생체병기의 등장 1-16 <시노카즌 vs 헬레네스> 19.03.14 40 1 12쪽
17 생체병기의 등장 1-15 <작전의 시작> 19.03.13 42 1 13쪽
16 생체병기의 등장 1-14 <또다른 위험인자> 19.03.12 57 2 12쪽
15 생체병기의 등장 1-13 <생포> 19.03.11 49 1 12쪽
14 생체병기의 등장 1-12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들> 19.03.08 48 1 13쪽
13 생체병기의 등장 1-11 <죽음의 정령> 19.03.07 48 1 13쪽
12 생체병기의 등장 1-10 <파악> 19.03.06 58 1 16쪽
11 생체병기의 등장 1-9 <라프숲 정찰> 19.03.05 48 1 12쪽
10 생체병기의 등장 1-8 <계획> 19.03.04 43 1 13쪽
9 생체병기의 등장 1-7 <이들이 노리는 것> 19.03.03 43 1 14쪽
8 생체병기의 등장 1-6 <전투2> 19.03.01 58 1 12쪽
7 생체병기의 등장 1-5 <동행의 시작> 19.02.28 50 1 13쪽
6 생체병기의 등장 1-4 <전투1> 19.02.27 68 1 13쪽
5 생체병기의 등장 1-3 <피의 능력자> 19.02.26 84 1 12쪽
4 생체병기의 등장 1-2 <전조의 느낌> 19.02.25 90 2 12쪽
3 생체병기의 등장 1-1 <피냄새의 단서> +1 19.02.24 190 1 12쪽
» 프롤로그2편 <습격> +2 19.02.22 194 4 12쪽
1 프롤로그1편 <팔과 무구의 기억> +5 19.02.22 59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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