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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출소 후 거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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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작품등록일 :
2024.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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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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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관원들과의 만남

DUMMY

다음날.

새벽 여섯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아무래도 지난 4년동안 수개교도소에서 생활했던 것이 몸에 베였나보다.


이불을 개고 밖으로 나가니, 주방에서 할머니가 분주히 요리를 하고 계셨고, 민학선이 옆에서 할머니를 도와주고 있었다.


“우리 강아지! 더 자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할매가 너무 시끄러웠나?”

“아뇨. 흐흐. 음식 냄새가 너무 달콤해서 저절로 눈이 떠졌어요.”

“아이고, 배고프지. 얼른 해줄게. 기다려봐.”


오전 8시면 아침을 먹었던 내가 지금 이 시간에 할머니가 차려준 진수성찬을 먹고 있다니..

아침을 먹고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또, 어딜 나갈려고?”

“아, 할머니. 저 잠시 체육관 좀 다녀올게요.”

“안돼! 그 체육관 그기서 하다가 이렇게 된거잖아..”

“그런거 아니예요. 괜찮아. 흐흐. 금방 다녀올게요.”

“그려...그럼 늦지 말고!”

“야, 너도 할머니랑 같이 있어줘. 폐지 주우시러 못가게 하고.”

“걱정말고 다녀와,”


민학선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골목길 사이로 교복을 입고 뛰어가는 학생들.

대로변에는 줄을 길게 서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모습.

모두가 바쁘게 하루를 준비 할 때, 나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이 있는 건물을 한 번 쳐다보고 열쇠를 꺼내 계단을 올라갔다.


“응..? 뭐야?”


체육관 문이 도어락으로 바뀌었다.


“하...성훈이형..”


오랜만에 혼자 체육관에 들어가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형이 도어락으로 바꾼 것 같았다.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와 사람 구경을 하고,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흡연 구역도 한번 가보고,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 종류도 한 번 보고, 먹자골목도 한번 보고, 자전거 도로가 깔린 곳도 달려봤다.


와..이게 끝까지 깔려 있는건가..?

많이 변했네..


사회 구경을 한참하고 다시 체육관으로 올라가 문을 여니 문이 열렸다.


“...너?!”

“성훈이형!”


성훈이형은 대걸레를 매트에 던져놓고 내게 달려왔다.


퍽-


“악...이새끼, 몸이 돌덩이네?”

“크크. 아냐. 운동도 못했는데?”

“야! 언제 나온거야? 저번처럼 다시 가야되는거 아냐?”


저번이라..

아마, 코치님 장례식장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냐. 이번에는 출소한거야.”

“야..고생했다. 진짜..하, 이럴게 아냐! 당장 현성이부터 부를게.”

“현성이 걔 저번에 봤을 때, 옷장사한다고 하지 않았나?”

“걔는 남는게 시간이라 괜찮아. 기다려봐.”


뚜루루-


스피커폰으로 현성이에게 전화를 거는 성훈이형.


“어. 형. 아침부터 왜..?”

“현성아. 지금 빨리 체육관으로 와!”

“뭔 소리야...나 더 자야돼. 어제 ⋯”

“야! 지금 여기 성찬이 와있어! 빨리 와. 이새끼 또 언제 들어갈지 모른대!”

“어? 정말?! 구라지?”

“진짜라니깐! 빨리 와!”

“구라 아니면 바꿔봐.”

“크크. 현성아. 오랜만이다.”

“뭐야! 진짜였어? 씨발. 형! 당장 기다려. 10분이면 가니깐.”


뚝-


“이새끼, 지 말만 하고 끊는데? 흐흐. 아, 그리고 나 다시 안들어간다니깐?”

“얘는 그렇게 얘기를 해야 날라올거야. 크크. 야. 그나저나 어떻게 나온거야?”

“음, 그건 현성이 오면 말해줄게.”

“아이씨...내가 먼저 알고 스포해줄려고 했더만...”

“크크. 형. 현성이 오면 우리 같이 간만에 운동 좀 할까?”

“우리 아시안선발전 우승자가 자세를 딱 잡아주면 좋지!”

“뭔 자세까지...관원은 좀 있어?”

“두 명 정도 있어. 이래봬도 내 제자들이여. 크크.”

“오, 잘나가는데?”


그동안 형과 못다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체육관 문이 열렸다.


“형!”

“현성아.”


머리는 산발에 대충 패딩을 걸쳐 입고 달려온 모습.

우리 셋은 그렇게 서로를 껴안았다.


“형. 어떻게 나온건데?”

“음, 오늘 운동하고 한잔 할까? 그 때, 얘기해줄게.”

“크으. 너무 좋고. 좋아! 어디 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나?”


현성이는 일어나 깍지를 끼고 팔을 앞으로 쭉 뻗은채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형과 나도 같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바벨에 다가갔다.


“가볍게 200kg부터 할까?”

“미쳤어..?”

“형...어디 아파?”


원판을 바벨에 꽂으며 말하니, 성훈이 형과 현성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00kg를 워밍업 없이 바로 드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워밍업으로 들어본 적 없는 무게.

또한, 역도를 안한지 4년이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내 몸의 능력. 어디까지 가능한지 시험해보고 싶은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많은 원판이 있는 체육관.

이곳이라면 가능하지 않은가?

킥복싱을 할 때와 수개 교도소에서 수많은 싸움을 할 때, 모든게 느리게 보이지 않았는가?

내가 기록한 세계 신기록 무게도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너, 다친다니깐?”

“괜찮아.”


기구 옆 바닥에 놓인 송진가루를 두 손에 묻히고, 바닥에 놓인 바벨을 잡았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차디찬 바벨.

바벨을 잡고 다리를 구부리면서 한 번의 동작으로 바닥에서 어깨까지 끌어 올렸다.


“흡”


짧은 호흡과 함께 바를 쇄골에 가져다 대고 구부려진 팔을 천천히 피며 들어 올렸다.

뭐야? 너무 가벼운데?


“저..저 미친놈. 저거..”

“형, 거기서 운동 안한거 맞아?”


텅-


바벨을 바닥에 다시 내려 놓고 관원들을 쳐다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였다.


이로써 내 능력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몇 년만에 드는 바벨을 이렇게 쉽게 들 정도면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저 새끼, 인자강인가?”

“아냐. 인자강도 저렇게 못해.”

“크크. 다같이 운동이나 하자.”




코치님이 없는 체육관이지만,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훈련을 마무리했다.


“저건 그대로네?”

“응. 여기 처음 오는 사람들은 저 메달이 내껀줄 알더라.”


물을 마시며 사무실 앞 벽면에 걸린 코치님의 메달들을 쳐다봤다.


“어쩌다 돌아가신건지...참..”


성훈이형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 대걸레를 가져 왔다.


“야! 여기 매트에 네들 땀내 베긴건 치우고 가라.”

“현성아.”

“왜?”

“내가 교도소에서 배운게 하나 있는데, 거기는 우리처럼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고, 막내가 다 알아서 하더라?”

“아! 여긴 밖이잖아!”


성훈이형의 대걸레를 뺏어 현성이에게 던져줬다.


“얼른 하고 내려와. 우린 나가있는다?”

“야! 우리 애들 운동해야하니깐 안보인다고 대충 하면 뒤질줄알어! 얼른 하고 와.”

“아이씨..”




***




중랑구 먹자골목.

퇴근한 직장인들의 회식자리, 젊은 남녀의 데이트,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 많은 사람이 골목 곳곳 가게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수많은 가게 중 내 눈에 들어온 곳은 한 곳 뿐이였다.


[순이네 불족발]


고민도 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며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세 분..? 어?”


시끄러운 가게 안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고 있던 사장님은 우리를 보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저게 그 서서 죽었다는건가?”


현성이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모, 안녕하세요.”

“...성찬이?”

“하하, 오랜만이예요.”

“⋯⋯”


사장님은 음식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성찬아, 진짜...어떻게 나온거야..”

“이모...”

“아, 배고파 죽겠네. 사장님! 저희 이렇게 서있어요? 배고파요!”

“아! 맞아. 얼른 일루와. 이 덩치들 여기 앉으면 되겠다.”


옆에 있던 현성이가 장난스레 이모한테 장난을 치자, 황급히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식탁을 두 개나 붙이시는 사장님.


“저희 세 명뿐인데요?”

“됐어! 넓적하게 편하게 써!”

“에이...”


식탁을 붙인 사장님은 가게 문으로 가 영업중으로 돌렸던 팻말에 삐뚤빼뚤하게 재료소진을 적으셨다.


“오늘은 더 이상 안받을랜다. 흐흐.”

“크크. 그럼 우리가 다 먹어야겠네요? 저희 불족발에 콩나물국 하나 부탁드려요. 소주는 뭐?”

“너 먹고 싶은거 마셔. 교도소에서 마셔보지도 못했을거아냐.”

“어?..그치! 그럼 소주는 참이슬로 부탁해요!”


음식을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족발과 콩나물국, 막국수와 계란찜, 김치전, 보쌈, 족발집에서 볼 수 없는 삼치구이를 가지고 오셨다.


“이모, 이건 왜..?”

“식탁을 괜히 붙인줄 알어? 흐흐. 다 먹어 다.”

“어? 사장님! 저희도 삼치 하나 부탁..”

“안돼요. 안돼! 오늘 이건 아들이 오랜만에 출소해서 주는거예요!”

“출...출소?”

“아휴..”


사장님이 ‘출소’라는 단어를 내뱉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하..”


뒷통수를 긁으며 뒤를 돌아보니 날 쳐다 보던 사람들이 눈을 밑으로 깔았다.


“아...아닙니다. 사장님! 저희 그럼 보쌈 소짜 하나만..”

“예예. 나갑니다요.”


사장님은 잔뜩 신이 난 말투로 부엌에 들어가셨다.


“야, 전과자. 한 잔 받아.”

“형까지 왜 그래?”

“뭐가? 이미 사장님이 말했으니 감출 이유도 없잖아?”

“크크. 내가 기분이 좋아서 봐준다.”

“형, 근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와꾸가 살벌하네? 사람들도 눈을 못 마주치는데?”

“뭐?”

“성훈이형 그렇지 않아? 뭔가 눈빛도 변한 것 같은데? 맹수처럼 살기가 아주 가득가득해.”

“음...그런 것 같기도? 흐흐.”

“오호.. 그래? 그럼 당장이라도 죽여줄까? 흐흐.”

“어우..살벌해, 크크.”


다 같이 술잔에 술을 따르고 목을 적셨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순이네 불족발.

파인애플 향이 달콤하게 나면서 야들한 속살과 중간정도의 맵기인 양념이 베긴 이 불족발은 먹는 순간 너나 할 거 없이 누구든 단골이 된다.


“나도 한잔 줘봐.”


사장님이 잔을 가지고 내 옆에 앉았다.


“드셔도 괜찮아요?”

“당연하지!”

“사장님 취하시면 저희 계산도 안하고 도망칩니다?”

“이 미친놈이?”


사장님과 우리는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셀 수도 없이 술잔을 부딪혔다.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가게 안에는 우리 밖에 남지 않았다.


“뒤진 너네 코치얘기는 안할게. 근데 성찬아. 넌 꼭 코치 몫까지 살아야한다?”

“당연하죠. 사장님.”


앞에 앉은 성훈이형과 현성이는 코치님 얘기가 나오자 편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고쳤다.


“너네도 똑같아! 너네도 뒤지면 안되는거야!”

“저희는 살 날이 사장님보다 아~주 많습니다만?”

“현성아, 사람 인생이라는게 언제 갈지 모르는거야.”


사장님은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뒤진 내 남편도 공사판에서 떨어지는 벽돌 처맞고 뒤졌는데, 어찌 알겠냐?”

“⋯⋯”

“그리고 너! 성찬이! 이새끼 너는 성질 좀 죽이고 살아!”

“아, 알겠어요. 나오자마자 잔소리는 참..”

“그리고 성훈이 너는⋯⋯”


술에 취한 사장님은 혀가 꼬인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잔소리를 시작하셨다.

한참을 듣고, 사장님을 방에 눕혀 재운 후, 가게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저기 붕어빵 사장님은 안보이시네? 장사 안하시나?”


붕어빵 기계에 덮힌 천막을 가르키며 성훈이형에게 물었다.


“아직, 붕어빵 팔 날씨가 아니지않나?”

“그런가..?”


오랜만에 보고싶었다.

붕어빵 사장님도 맘고생이 심했을텐데...


“그럼 다들 조심히 가.”

“그려. 성찬이, 너도 인마, 이제 연락하고!”

“알겠어. 현성이도 조심히 가고!”

“엉. 연락 줘.”


체육관의 명예멤버인 우리는 기분 좋게 먹자골목을 나와 헤어졌다.

밤늦게 골목을 걸으며 전봇대 앞에 서 생각했다.

마음 단단히먹고, 기울지 않는 확고한 신념으로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우선, 내 옆에 있는 민학선.

훈련을 통해 살수로 만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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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동심동력(1) +1 24.03.21 299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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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묵산파 괴멸(2) +1 24.03.19 315 8 12쪽
28 묵산파 괴멸(1) +2 24.03.18 328 8 12쪽
» 관원들과의 만남 +1 24.03.17 323 7 12쪽
26 할머니와의 저녁 +1 24.03.16 343 7 11쪽
25 수개교도소 출소 +2 24.03.15 357 8 12쪽
24 내부의 미꾸라지 +1 24.03.14 343 9 11쪽
23 복수의 사냥(2) +1 24.03.13 354 7 11쪽
22 복수의 사냥(1) +2 24.03.12 367 8 11쪽
21 이진수의 죽음 +1 24.03.11 374 6 16쪽
20 이주임(2) +1 24.03.10 375 8 15쪽
19 이주임(1) +3 24.03.09 402 9 12쪽
18 코치님의 죽음 +1 24.03.08 420 8 13쪽
17 참교육 +4 24.03.07 403 9 12쪽
16 거구의 교도관(2) +3 24.03.06 414 11 14쪽
15 거구의 교도관(1) +2 24.03.05 442 13 16쪽
14 묵산파의 계획 +3 24.03.04 464 13 15쪽
13 수훈파 괴멸 +1 24.03.03 475 12 11쪽
12 교도소장의 분노 +1 24.03.02 496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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