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케렌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출소 후 거물이 됐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케렌시아
작품등록일 :
2024.02.22 09:04
최근연재일 :
2024.05.23 20:2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20,217
추천수 :
532
글자수 :
380,263

작성
24.03.15 10:22
조회
356
추천
8
글자
12쪽

수개교도소 출소

DUMMY

3개월 후.


신태현이 준비한 옷을 우리방에 던져줬다.


“입고 왔던 옷은 다 버렸어요. 사이즈는 대충 샀으니 알아서 입으쇼.”

“오, 이게 뭐여? 다스페이스? 패딩이 왜이렇게 많아?”

“밖에 초겨울이예요.”

“쯧쯧...자고로 남자란 추위를 느끼지 못하며, 팔이 떨어져 나가도 묵직하게 버텨야 하여야 하는데, 요즘 애들은 파이팅이 없어. 파이팅이.”


우리는 던져준 옷으로 갈아입고 교도소장실에 들어갔다.


“모두 고생했네요. 이 곳에 있던 재소자가 새 신분으로 나가는건 여러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겁니다. 길게 말씀 안드리겠습니다. 항상 몸 건강히 지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소장님.”

“아, 그리고 김강씨.”

“네. 소장님.”

“뒤늦게 사과 드립니다. 괜히 저 때문에 이 곳에 들어온 것 같아서, 그 날 제가 먼저 미꾸라지를 알았더라면⋯”

“괜찮습니다. 소장님. 그동안 편하게 지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김강 아저씨는 교도소장의 말을 끊고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가보겠습니다. 소장님.”

“그래요. 성찬 선수도 조심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소장님께 인사를 하고 아저씨들을 따라 나왔다.




***




신태현과 이주임이 수개 교도소 정문까지 배웅을 나왔다.

정문을 나오니, 수억원대 검은색 세단이 세워져 있었고, 건장한 남성 10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모여 90도 인사를 한다.


“하, 아저씨는 새 신분으로 나가는 사람이 ‘김강파 김강 나왔소‘ 라고 떠벌리는거예요?”


신태현이 한숨을 쉬며 김강 아저씨에게 말했다.


“너네들 여기 다 조사한거 맞지? 개미 한 마리도 없었던거 맞지?”

“맞습니다. 형님.”


성수 아저씨가 대기중인 남성들에게 소리쳤다.


“크크. 어처피 내가 김강이라는 것을 들켜도 어쩔건데? 걱정말게.”

“참나...뭐 나중에 인사드리러 갈게요.”

“됐어. 네가 오면 우리 애들 다 쫄아서 안돼.”

“크크. 다들 조심히 가요.”


신태현과 이강석은 우리와 악수를 하고 교도소로 들어갔다.


“다들 서울로 갈거지?”


김강 아저씨가 우리에게 물었다.


“네. 저는 할머니 계신 곳으로 갈려고 합니다.”

“저기, 성수랑 현수는 방 잡았으니깐, 노량진으로 가면 될거고.”

“네? 아니, 형님. 언제 다 했대요? 그리고 모냥 빠지게 노량진이라뇨. 생선 비린내 잔뜩 나는 곳을...”

“그리고 학선이. 자네는?”

“전..갈 곳이 없..”

“넌 나랑 같이 가.”

“그래, 자네는 성찬 선수 도와준다 했으니, 따라가면 되겠네. 성찬 선수 성격상 이제 저희는 볼 수 있는 날이 없겠지요?”

“에이, 아저씨. 뭐 죽으러 갑니까? 흐흐. 언젠간 보겠죠?”

“흐흐. 몸 건강하고,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해요,”

“네. 알겠습니다. 아저씨도 몸 건강하세요.”

“형, 형도 우리랑 같이 그냥 검정고시 보면 안돼?”


현수가 내 옆으로 달려왔다.


“어? 나 고졸인데..?”

“그래도 그냥 같이 가면 안될까..?”

“괜찮아. 어서 가. 또 볼 수 있는 날이 있겠지.”

“그럼 형, 진짜 건강하게 지내야 돼! 알겠지?”

“너나 걱정해. 크크.”

“병신새끼, 잘 지내라. 뭐 꼬라지 보니깐 또 여기 들어올 것 같은데. 흐흐.”

“언제나 속 깊은 충고 감사합니다. 성수 아저씨.”

“성찬아, 사람 죽일려면 확실히 죽여야돼. 그래야 뒷말 안나온다.”

“저주라도 내리는겁니까? 흐흐.”

“흐흐. 건강해라.”

“아저씨도요.”

“자! 성찬 선수랑 학선이는 저 뒷 차 타고, 노량진! 어 중간에 저거 타고, 그럼 다들 가지.”


아저씨들과 현수는 차에 올라 탔다.


“이제 이동하시죠.”

“잠시만요.”


내 옆으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김강 아저씨의 차가 시동을 걸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일 때 쯤, 떠난 차에 절을 올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저씨.”

“가시죠.”

“감사합니다.”


사내는 차에서 물티슈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고, 흙이 잔뜩 묻은 손을 닦고 차에 올라탔다.




***




고급세단을 타고 한참을 달려 중랑구 할머니 집 근처에 민학선과 같이 도착했다.


“여기서 내려주셔도 돼요. 골목길이라 들어가기 쉽지가 않아서.”

“그럼 조심히 가십쇼.”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내리자.”


얼마만에 마시는 바깥 공기인가.

수개 교도소에 들어간지 4년이 지났다.

할머니 집 골목에 들어가기 전 옆에 있던 떡볶이집은 코인 세탁소로 변했고, 할머니와 자주 갔던 동네 슈퍼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섰다.

참 많은게 바뀐 모습이다.


“후...이게 뭐라고 떨리지?”


골목에 들어가 집 앞 문고리를 잡고 돌렸으나, 문이 잡겨 있었다.

할머니는 잠시 밖에 나간 듯하여, 민학선과 중랑천에 가서 앉아 사람 구경을 했다.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 등 수개 교도소에서 못봤던 광경을 보니 낯설었다.


사람 구경을 하고, 주변을 걷다보니 어느새 노을이 졌다.

골목길을 들어서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할머니 집이 어두운 골목길을 밝혔다.


“야, 뭐라도 사가야 하는거 아니냐?”

“넌 돈 있어?”

“없지..”


주머니를 뒤지니 땡 전 한푼 없었다..

일반 교도소는 출역을 나갔으면 소정의 작업상여금을 주는데 보통 한달에 3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 수개 교도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똑-


똑-


할머니 집 문을 두드렸다.


“뉘슈?”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저 성찬이예요.”

“성찬이?!”


할머니는 신발도 신지 않고 밖으로 나와 나를 꽉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셨다.


“성찬아..아이고...”

“할머니 일단 안으로..”

“우째된 일이야 참말로..옆에 있는 사람은...?”

“아, 들어가서 다 설명 드릴게요. 할머니 감기 걸려요. 안으로 들어가요.”

“흑흑...이럴게 아니여. 이거 줘봐.”


할머니는 내가 입고 있던 신태현이 준 패딩을 벗기고 다급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언제 가야혀? 어떻게 나온거여?”


외출을 나온걸로 착각한 할머니.

그럴만하다.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던 내가 3년이나 일찍 나왔으니...


“할머니, 저 완전히 출소 한거예요.”

“에?! 참말이여?”

“네. 그 수개 교도소장님을 도와줘서...”

“그..그 뉴스 뭐시냐! 거기서 우리 강아지 죽었다고..”

“그게...조금 복잡하지만은 나중에 설명 다 드릴게요.”

“아이고...성찬아, 고생했다잉..흑흑... 빨리 옷부터 벗고, 씻고, 밥부터 먹자. 아! 고기를 사와야 쓰겄는데!”

“에이, 아니예요. 집 밥 먹고싶어요.”

“뗏! 고기 사와서 구우면 그것도 집밥이여!”

“야, 너는 저기 작은 방에 가서 쉬고 있어.”

“어, 그려. 아저씨도 저기 작은방에 들어가 쉬고 계셔요. 아무도 안쓰는 곳이니깐 편히 쉬고 있어요. 금방 고기 사올테니께!”

“아냐 나도 같이...”

“됐어, 할머니, 그럼 저랑 같이 다녀오면 되겠네요? 흐흐.”

“아니여. 우리 강아지는 여기서 쉬고 있어! 금방⋯뭐하는거여?”


할머니가 말릴게 뻔하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무시한 채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얼른 나와요. 추워요.”

“참말로...흐흐.”


할머니는 마지 못해 웃으시며 나오셨다.

밖으로 나온 할머니는 옆에 있는 허름한 보일러실로 들어가셨다.


“할머니, 왜요?”

“아...아니.. 이게 있어야 혀. 흐흐”


할머니는 보일러실에 들어가 유모차를 끌고 나오셨다.

늘 우아한 풍채를 풍기며 나잇대가 비슷한 분들보다 10살은 젊어 보이셨던 할머니였는데..


“할머니, 허리가 많이 안좋아요?”

“잉? 아니여 아니여! 이게 딱 사이즈가 끌기도 좋고 여 앞에 여기다가 물건도 실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

“할머니...”

“언능 가자. 요 앞이여.”


나는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혀 할머니와 팔짱을 끼고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를 향해 걸어갔다.

마트 앞에 도착하고 카트를 끌어 안으로 들어서자, 보안요원이 할머니를 보고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었다.


“할머니!”

“아이고, 경찰 똥개!”

“흐흐. 경찰 아니라니깐요! 저기, 고객센터실에 제가 박스 왕창 모아뒀어요! 제가 조금 이따가...어?”


보안요원은 할머니 옆에 서 있던 거구의 덩치를 지닌 나를 보자 당황한 눈치였다.

하긴, 늘 혼자 마트를 왔을 할머니인데 험악한 사람이랑 같이 왔으니 놀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고, 우리 손자여. 손자. 흐흐.”

“아, 안녕하세요! 저는 문혁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성찬입니다.”


문혁수.

체격은 헬스를 즐겨 하는 것 같은 덩치에 안경을 착용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녔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할머니와 마트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마트에 들어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맨 끝인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은 문구와 패션점인데?


“할머니, 5층은 왜 가요? 장보러 온거 아니예요?”

“흐흐. 우리 강아지 소개시켜줘야지!”

“아이참...”


5층으로 들어오니 직원분들이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할머니, 이 잘생긴 아들은 누구래?”

“내 손자여. 흐흐.”

“아이고 할머님, 이 분은 누구세요?”

“내 강아지여 우리 강아지. 흐흐.”




할머니는 대형 마트를 자주 오는지 마트 안에 있던 모든 관계자가 인사를 건넸다.

옆에 있던 나를 자랑스럽게 소개해주었고, 장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어쩌다보니 할머니에 이끌려 국회의원처럼 5층부터 1층 식품코너까지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드렸다.

장을 다 보고 밖으로 나오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아까 그 보안요원은 누구예요? 할머니한테 잘 해주는 것 같던데? 나 질투나요. 흐흐.”

“우리 강아지 질투나?! 그러면 그 똥개 무시할게!”

“아뇨. 아뇨. 장난이죠.”

“몇 번 박스를 주우러 가니깐, 그 경찰이 지네집 근처라고 퇴근할 때 박스를 무진장 가져오더라구..”

“할머니, 폐지 주우시는거예요?!”

“아냐, 가끔 해. 가끔. 흐흐”

“...”


할머니의 허리가 이렇게 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운동을 하며 짧게라도 알바를 해 할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곤 했었는데, 이제 내가 없으니 직접 폐지를 주우러 다니신 것 같았다.


문혁수.

그간 내가 수감 중일 때, 내 대신 손자 역할을 해주며 할머니를 도와줬던 모양이다. 전해 듣기로는 나이는 나보다 네 살 어린 스물 셋, 가끔 할머니 집에서 밥도 먹으며 말동무를 해줬다고, 지금은 사정이 생겨 보안요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잊어서는 안 될 고마운 은인이 또 생겼다.


할머니와 같이 장을 보고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 사이에 있는 집으로 들어왔다. 몇 년 만에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니 그간 쌓인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였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할머니가 요리하는 걸 옆에서 도왔다.


“흑흑...”

“할머니, 왜 울어요?”

“좋아서...너무 좋아서...흑흑..아휴, 주책이여 주책..그치?”


할머니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고, 그런 할머니의 눈물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나 또한 어린아이처럼 할머니를 안고 울고 싶었다.


“에이, 이제 계속 옆에 있을건데 뭐.”


나는 울고 있는 할머니를 뒤에서 꼬옥 안아주며 위로해 줬다.


“어디 가지 말어! 알겠어?!”

“당연하죠. 흐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출소 후 거물이 됐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경산파 괴멸(3) +1 24.03.31 193 8 12쪽
40 경산파 괴멸(2) +1 24.03.30 187 6 11쪽
39 경산파 괴멸(1) +2 24.03.29 204 8 12쪽
38 선전포고(2) +2 24.03.28 197 5 12쪽
37 선전포고(1) +2 24.03.27 213 6 11쪽
36 빈마파 임신혁 +1 24.03.26 219 6 12쪽
35 식스의 시험 +1 24.03.25 225 6 12쪽
34 신태현 영입 +1 24.03.24 249 6 12쪽
33 동심동력(3) +1 24.03.23 247 7 11쪽
32 동심동력(2) +1 24.03.22 261 6 11쪽
31 동심동력(1) +1 24.03.21 299 8 11쪽
30 묵산파 괴멸(3) +1 24.03.20 338 7 12쪽
29 묵산파 괴멸(2) +1 24.03.19 315 8 12쪽
28 묵산파 괴멸(1) +2 24.03.18 328 8 12쪽
27 관원들과의 만남 +1 24.03.17 322 7 12쪽
26 할머니와의 저녁 +1 24.03.16 343 7 11쪽
» 수개교도소 출소 +2 24.03.15 357 8 12쪽
24 내부의 미꾸라지 +1 24.03.14 343 9 11쪽
23 복수의 사냥(2) +1 24.03.13 354 7 11쪽
22 복수의 사냥(1) +2 24.03.12 367 8 11쪽
21 이진수의 죽음 +1 24.03.11 374 6 16쪽
20 이주임(2) +1 24.03.10 374 8 15쪽
19 이주임(1) +3 24.03.09 401 9 12쪽
18 코치님의 죽음 +1 24.03.08 419 8 13쪽
17 참교육 +4 24.03.07 402 9 12쪽
16 거구의 교도관(2) +3 24.03.06 414 11 14쪽
15 거구의 교도관(1) +2 24.03.05 442 13 16쪽
14 묵산파의 계획 +3 24.03.04 464 13 15쪽
13 수훈파 괴멸 +1 24.03.03 475 12 11쪽
12 교도소장의 분노 +1 24.03.02 495 1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