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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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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21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0.10 07:15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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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어둠의 주인 (4)

DUMMY

(대근건설 - 제 1건물 브레인 - 사장실)



"그럼 넌 그만 나가 봐라."


저항하는 애기 대근이를 데려온 페로에게 헨리가 말했다.


"사장실 밖으로 나가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고 있도록 해라."


페로는 사장실 안에 있고 싶은 눈치였으나, 쉐도우의 차가운 눈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사장실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사장님. 저는 밖에서 문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끼이익— 타악-


페로가 사장실을 나가고, 쉐도우는 사지가 꽁꽁 묶이고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진 애기 대근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릎을 꿇었다.


"네녀석을... 미리 흡수했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 크다."

"읍읍!"

"얼굴에 묻어있던 피가 사라졌구나. 누군가 네게 자유를 준 것이야."

"읍읍읍!"

"멈춰있던 너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 같구나."


텁—


쉐도우가 애기 대근이의 작은 정수리에 오른손을 얹었다.

헨리는 그런 쉐도우에게 물었다.


"이 어린 녀석을 흡수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쉐도우가 대답했다.


"이 녀석을 흡수하면, 인간 황대근의 어린 시절의 일부가 사라지게 되지. 그렇게 되면 인간 황대근의 여러가지 자아 중 일부분이 공(空)의 상태가 된다. 무의식을 깨어나게 하는 이 자아를 흡수해야 인간 황대근이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 거야."


헨리의 표정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게 뭐가 문제지?"

"인간 황대근이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나 역시 위험해진다. 최악의 경우 내가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네 역시 사라지는 거야. 자네가 그토록 원했던 인간이 되는 꿈 역시 거품이 되어 사라지겠지."


헨리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그럼 당장 녀석을 흡수해! 뭘 망설이는 거야?"


쉐도우는 순간 헨리에게 무어라 욕을 하고 싶었으나 겨우 참아냈다.

자신이 지금까지 헨리에게 위험하다고 몇 번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들어 처먹지 않았던 것이다.

헨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나머지 손도 애기 대근이의 작은 머리에 얹었다.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번 일이 벌어지고 나면, 당분간은 휴식을 취해야 해. 남의 무의식에 들어가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니까.'


쉐도우가 정신을 집중하고 약 1분 뒤, 애기 대근이와 그는 힘겨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둘의 얼굴과 온 몸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둘의 표정은 괴로움, 그 자체였다.


쉐도우의 하얀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새파랗게 질릴 때 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애기 대근이와 쉐도우는 그 자리에서 깊은 잠에 빠지듯 쓰러졌다.







한편, 쉐도우와 비슷한 타이밍에 무의식 속으로 들어간 황대근은 검은 형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그 검은 형체는 사람이었다. 얼굴도, 표정도 목소리도 알 수 없었으나 그 형태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검은 형체는 여자의 형체였다가, 남자의 형체로 바뀌었다.

허나, 여전히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림자, 그림자가 어디 있지?"


황대근은 중얼거렸다. 그는 머리가 아팠다.

지금은 애기 대근이를 통해 무의식에 들어왔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애기 대근이의 특정 기억을 통해 무의식으로 들어갔었기 때문에 어지럽다거나 헷갈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그가 있는 곳은 동서남북, 상하좌우, 하늘과 땅사이의 경계를 전혀 알 수 없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내가 걷고 있는 거야, 아니면 하늘을 날고 있는 거야?"


주위는 온통 검은색이었다.

그가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보았던 검은 형체는 어느 새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더니 황대근의 주변을 전부 감싸버렸다.


"무서워요! 무섭다고요!"


애기 대근이의 목소리다. 허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위치를 추정할 수는 없었다.

아이의 목소리는 그림자들에 막혀 메아리처럼 울렸기 때문이다.


번쩍—


그림자들이 눈을 떴다.

그 눈들은 가늘고 길게 찢어져, 마치 뱀의 눈과 비슷했다.

그림자의 눈이 여러 개인 것인지, 아니면 여러 명의 그림자들의 눈을 뜬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랜만이구나, 인간 황대근."


그림자, 아니 쉐도우의 목소리가 말했다.


"주혁이 올 줄 알았는데... 인간 황대근이 올 줄은 몰랐는걸."


황대근은 의문스러웠다. 쉐도우가 하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인간 황대근이라니, 자신은 인간이 아닌데 저 자식은 대체 왜 나를 인간 황대근이라 부르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림자에서 쉐도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스윽—


황대근은 두 손을 그의 눈 앞에 들어 보였다. 그의 큼직하고 길쭉한 손은 작아져 있었다.

이건 어른의 손이 아니다. 아이의 손이다.


"뭐... 뭐야....? 내 키도 줄었어...?"


그는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그가 무의식에 온 이후로 그의 모습은 애기 대근이의 모습과 같아져 버렸다.

황대근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쉐도우는 말을 이었다.


"아니지... 혹시 주혁이 핵심 이고인 것인가? 나는 지금까지 메모리아부서의 황대근이 핵심 이고인 줄 알았는데... 주혁이.... 설마....?"


쉐도우의 중얼거림에 황대근은 생각했다.

지금은 굳이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힐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주혁이 핵심 이고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자신이 사실은 주혁인 것처럼 행동하자고.


"그나저나 이게 몇 년 만일까? 거의 10년이 훌쩍 넘었지, 아마?"


쉐도우가 말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두 개의 자아가, 아니 세 개의 자아가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여러 개의 목소리가 뒤섞여 잘 들리지 않았기에, 황대근은 그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해야만 했다.


"그 날이 기억이 나... 네가 공포와 충격에 온 몸이 굳어 움직이지도 못했던 바로 그 날 말이야."

"넌 누구야?"


황대근이 물었다.

쉐도우, 그러니까 그림자들의 징그러운 눈들은 활이 휘어지듯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누구냐고 묻는 거냐, 황대근?"

"그래, 넌 누구지? 네가 바로 그 13년 전 평택 살인사건의 범인이냐?"


쉐도우가 웃기 시작했다.

그것을 계속 무시한 채, 황대근은 말했다.


"너, 김철환의 그림자냐?"


쉐도우는 답이 없었다.


"맞구나? 김철환의 그림자가.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타인이 다른 사람의 몸 속에 그림자를 심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그것도 무의식에?"


쉐도우의 눈들이 황대근을 동시에 쳐다보았다.


"넌 가끔 이상한 말을 하곤 하는 구나. 네가 어렸을 때, 널 처음 만났을 때도 넌 내게 엉뚱한 질문을 하고는 했었지."

"여긴 인간 황대근의 무의식 속이야. 네가 있을 곳은 없어."

"하하하!"


파앗—


쉐도우의 눈들이 사라졌다.

주위는 여전히 검었다.


"주혁이."


그림자의 다시 목소리가 들린다.

허나,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의식까지 진출할 줄은 몰랐는데. 네 말을 들어보니 주혁이 너에게 영향을 제법 끼친 모양이구나."

"닥치고 내 말에 대답이나 해."

"인간 황대근의 무의식이라... 하긴, 맞는 말이지. 여긴 그놈의 무의식 속이지. 넌 분명 내가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해 하겠지?"


파악—


그림자의 눈들은 다시 나타났고, 먹물보다도 검은 그림자의 손들이 황대근을 붙잡았다.

이제 그는 그림자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하지만 난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내가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안다는 건, 바꾸어 말하면 이곳에서 내보낼 방법 또한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되거든."

"크윽!"


촤악—


그림자의 보이지 않는 손이 황대근의 얼굴을 긁었다.

긁힌 그의 얼굴에서는 한 줄기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그 피는 무의식의 바다에 떨어져 자취를 감추었다.


"이 녀석을 찾고 있지?"


그림자의 손 중 하나가 애기 대근이를 들어 올려 보였다.

애기 대근이는 기절한 채 그림자의 손 위에 올려져있었다.


"이 녀석은 지금 나와 함께 있지."

"이봐, 너 지금 사장실에 있는 거지? 헨리와 함께? 제 2의 대근건설 '그 사건'을 일으키려는 거냐? '그 사건'의 J는 분명 너 아니면 헨리일 거야. 그렇지?"


쿠루룩—


그림자들의 눈들이 붉어졌다. 세로로 찢어졌던 동공은 더욱 얇아졌다.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콰직—


그림자의 손들이 황대근과 애기 대근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바람에 황대근은 몸 속의 장기들이 식도를 통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쉐도우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황대근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 어린 페르소나를 흡수하면, 너도 처리해주마. 어린 페르소나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흡수될 것이다. 하지만, 넌 아니야. 넌 비참할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져 죽게 될 거다."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황대근은 생각했다. 아니, 생각을 해야만 했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

이 절박한 상황에서, 이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럼, 잘 가라!"


쉐도우의 검은 손들이 애기 대근이를 흡수하고, 황대근의 목과 사지를 절단하려고 할 때였다.


"으허억!?"


검은 손이 얹어진 애기 대근이의 머리에서, 알 수 없는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이, 이게 뭐야?!"


그와 동시에 황대근을 붙잡고 있던 손들과, 애기 대근이를 붙잡고 있던 손들이 떨어져 나갔다.

황대근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애기 대근이를(자신도 어려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간신히 붙잡았다.


"안 돼!"


그림자는 쉐도우는 황대근과 애기 대근이에게 손을 뻗어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림자는 두 남자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게, 이게 대체 뭐냐고! 방금 전까지는 분명히 만질 수 있었는데! 이게 대체 뭐냐고! 대체!?"






(대근건설 - 제 1건물 브레인 - 사장실)



"헉.... 헉...."


기절했던 쉐도우가 일어났다.

그는 힘겹게 세팅한 포마드 머리가 녹아 내릴 정도로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사지를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여 놓은 애기 대근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헨리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성공한 거야? 흡수했어?"


쉐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언가가 나를 방해했어."

"뭐가 널 방해했는데?"

"그건 나도 몰라. 무의식에 무언가 있어. 무언가가... 무언가가 내가 무의식에 머무는 것을 방해하고 있어."


헨리가 어린 페르소나를 가리켰다.


"그럼 얘는 어떡하지?"

"일단 가둬 놔. 주혁, 그 새끼 눈에 안 띄는 곳에다 가둬 놔."

"주혁? 거기서 주혁을 만난 거야?"

"주혁은 아니었어. 5살 정도의 어린 황대근이었어."

"그런데 왜 주혁을...?"

"그 새끼... 위험한 새끼야....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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