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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45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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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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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3)

DUMMY

(대근건설 - 에파타학교)



밤 11시, 영부와 검은 복면의 남자는 에파타학교 운동장에서 이야기 중이었다.

안씨 형제는 여전히 부어라 마셔라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여긴 왜 왔지?"


영부가 물었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에파타학교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 것일까, 시골 밤하늘처럼 별들이 아주 잘 보였다.


"왜 여길 왔느냔 말이야?!"


영부가 재촉하자,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궁금해서 왔지."

"궁금하다고?"

"그래. 네가 뒤를 봐준다는 이 학교가 과연 어떤 곳인가 궁금하더군. 아무래도 학교에서 가축을 키우는가봐? 채찍소리가 막 울려퍼지던데? 말 못하는 짐승들인가?"


영부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홱 저었다.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야."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그래. 애들은 원래 패면서 키워야 해. 더더군다나 요즘 애들은 말을 더 안 들어. 패야 말을 잘 듣지."

"훈육에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나?"

"그렇게 정에 휘둘려서 살면 말이야, 큰일을 못해."

"큰일?"

"나는 평택을 내 손 안에 넣을 거다. 구영원을 아주 크게 만들거야.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국민들이, 심지어는 대통령 마저도 이 구영원을 믿도록 만들 거야."

"하하하하!"


영부의 헛된 야망에 남자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야망이 꽤 크군 그래."


남자가 비웃었지만, 영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 한마디만을 내뱉었을 뿐이다.


"황대근을 죽일 거야."

"내가 죽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남자가 목소리를 낮추며 경고했지만, 영부는 기죽지 않았다.


"내 맘이야."

"널 영부의 자리까지 오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나야."

"그건 맞는 말이지. 하지만 이 자리를 유지한 건 내 덕이야. 구영원의 세력이 이렇게나 커진 것도 내 덕이지. 이젠 네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단 말이야, 알겠어?"


남자가 물었다.


"......이젠 날 필요로 하지 않는군?"


영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 아닌가? 네 도움은 이제 쓸모 없어. 넌 그냥 내가 주는 돈이나 받아 처먹고 입 닥치라고. 그럼 되는 거야. 너만 입 다물면 돼. 허튼 짓 하지 말라고."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다음 날 6월 25일 토요일. 메모리아 4인방은 심각한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백설하를 찾기는 찾아야 할 텐데, 도무지 단서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다 백이사님 망각의 호수 같은 데서 발견되시는 거 아녜요?"


혜윰이 투덜거렸다.


"백이사님이 대체 어디 계시는 걸까요? 쉐도우가 납치한 건 아닐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황대근이 말했다.


"얼마 전에 메모리씨랑 같이 사장실에 간 적이 있는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황대근 역시 혜윰의 생각대로 쉐도우가 납치했을 가능성을 떠올리기는 했다.


허나 아니었다. 백설하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그때, 미생물 우편배달부 하나가 부서를 찾아왔다.


"어디보자... 아! 여기 있네. 황대근님? 황대근님한테 편지 한 통 왔네요."


우편배달부가 황대근에게 검은색 편지 하나를 건넸다.


"러브레터인감요? 검은색인 걸 보면 이별편지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황대근님! 이별을 담담히 이겨내십쇼! 저는 이만!"


우편배달부가 떠났고, 황대근은 손에 쥐여진 검은 편지를 뜯기 시작했다.

편지의 첫 부분을 읽자마자, 그의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아났다.


[오랜만이야. 살아 있니?]


편지의 첫 문단은 분명 예전 인간 황대근이 발견했던 바로 그 문구들이다. 범인이 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문구들.


[늘 너를 곁에서 지켜봐왔지. 잘 지내고 있더구나. 내가 보내준 꿈은 잘 받았는지 모르겠다. 다음 주 중간고사가 끝이나면 봉사활동 한 번 가지? 여름방학 전에 말이다. 네가 어디로 갈 예정인지 알고 있어. 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미리 말할 이유는 없겠지. 그곳에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물론, 그곳에 다녀온 뒤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난 널 믿는다.

넌 절대 쉽게 죽지 않아.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황대근은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혜윰과 다른 직원들이 편지를 달라고 보챘고, 그는 그들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편지의 주인은 대체 누구지?'

'쉐도우? 쉐도우인가? 아니야, 이렇게 대놓고 보낼리가 없잖아.'

'그럼... 그럼 범인이 보낸 건가? 드림워킹을 통해서?'

'젠장할... 대체 누구란 말이야?'







(경기도 평택시 - 에파타학교)



중간고사가 모두 끝나고 이주 뒤, 7월 2일 토요일이 되었다.

요즘 학생들은 대학에 가려면 봉사활동 점수 역시 중요하기에, 황대근은 에파타학교로 봉사활동을 왔다.

돈 많은 학생들이야, 부모가 돈으로 해결해 주겠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아니다.


"같이 이거 해 볼까? 천천히 시작해보자."


황대근은 주로 6살에서 10살까지의 어린 학생들을 도맡아야 했다.


'그냥 학교인 줄 알았는데, 6살밖에 안 먹은 애기들도 있잖아? 보육원 개념의 학교인 건가?'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파타학교는 명목상으로는 불쌍하고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라고 한다.

원래 이 학교는 아파트단지 근처에 지으려 했으나, 대다수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로 진위의 구석 저편에 있는 곳으로 짓게 되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학생도 있군.'


어린 아이들 외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곳 에파타학교는 평택에 있는 대다수 고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 보는 애들이네. 다른 고등학교 학교 애들인가 본데.'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다른 학생들을 보며, 황대근은 의문이 들었다.


'원래 고딩이 저렇게 작았나? 고삼이 아니라 고1인지도 모르겠네.'


의문은 들었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며 황대근은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아이는 10살 정도의 어린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 말을 하지 못했다. 귀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황대근이 수화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필담(筆談)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형, 이거 가져요. 몰래 가져야 해요. 주머니에 빨리 집어넣어요.]


아이가 주변 눈치를 보며 종이에 글을 적자마자, 아이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런 뒤 황대근의 바지 주머니에 빛의 속도로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있다고 해도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

황대근은 바지 주머니에 들어간 무언가를 살짝 꺼내 들었다.


'이, 이건...?!'


황대근은 깜짝 놀랐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건넨 것은 사진이었다. 필름카메라로 찍어 화질은 그닥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나름 선명했다.

사진 속에는 에파타학교 선생들로 추정되는 어른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찍힌 각도로 보아하니, 몰래 찍은 것 같았다.


[이거 어디서 난 거야?]


황대근이 묻자, 아이는 그의 울망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글을 적었다.


[형을 믿어도 되는 건가요?]

[뭐?]

[제가 형한테 사실대로 말해도, 형이 다른 어른들한테 안 이를 거죠?]

[당연하지.]

[그럼 저랑 수화로 대화해요.]

[뭐?]


황대근은 당황스러웠다. 수화라니. 수화는 배워본 적이 없는데. 알아봐야 기초적인 것들 뿐인데.


[그럼 지금부터 수화로 대화할게요.]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손과발팀)



황대근이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손과 발팀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핑거스형제들과 핑거스자매들은 사무실에 있는 자료란 자료는 있는대로 뒤지고 있었다.


수화에 관련된 자료, 수화에 관련된 자료, 수화에 관련된 자료!


자료가 없다!


"야 핑거스자매들! 너네 빨랑 이비인후팀에 연락해서 책 받아와!"

"야 핑거스형제들! 너네가 해!"

"너네가 이비인후팀이랑 더 친하잖아!"

"우리가 너네보다 더 나이 많잖아!"


저렇게 싸울 시간에 한 놈이라도 얼른 이비인후팀으로 가면 될 텐데, 정말 부질없는 싸움질이다.


"하아... 저 새끼들 언젠가는 죄다 해고해버려야지. 학연에 지연에 혈연에.... 완전 최악이야."


결국, 손과발팀장 빅풋이 이비인후팀으로 가야만 했다.

핑거스형제들과 자매들은 하나같이 집돌이 집순이들이었다. 도무지 사무실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대근건설의 배달업은 모두 핑거스형제자매들이 먹여살린다는 우스겟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금방 돌려줘야 합니다 팀장님. 아시겠습니까?"


빅풋은 사정에 사정을 한 끝에 겨우 이비인후팀장 엔트에게 책 한 권을 빌릴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수화의 모든 것'이었는데, 이비인후팀장 엔트가 직접 집필한 책이다.


"어디 보자, 수화의 모든 것... 수화의 모든 것.... 아!"


책을 훑어보던 도중, 빅풋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알아차렸다.

이 책을 인간 황대근의 머릿속에 심어놓기 위해서는, 그가 수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뇌부서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맷돌팀으로 가야만 했다.


"젠장할, 돌쇠 그 새끼는 성질이 드러운데."


안타깝게도, 빅풋은 현재 맷돌팀에 광배가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핑거스형제들과 자매들은 여전히 피를 튀겨가며 싸우고 있었다.

빅풋은 그런 그들의 짜증나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직접 하는 수 밖에."






(경기도 평택시 - 에파타학교)



어찌 된 일일까? 황대근은 자신도 모르게 수화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데, 마치 누가 내 머릿속에서 대신 수화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황대근이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하는 동안, 남자아이는 수화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누가 필름카메라를 주셨어요.'

'필름카메라?'

'네.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남겨 뒀어요.'

'누가 주셨는데?'

'가끔 교장선생님하고 이야기하시는 남자분 있어요. 얼굴은 모르겠어요.'

'....혹시 얼굴에 검은 복면을 썼니?'

'맞아요! 그 분이에요. 형 그 아저씨 알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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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4) 22.01.06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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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2) 22.01.05 16 1 10쪽
236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1) 22.01.05 17 1 12쪽
235 구해줘 (save me) (3) 22.01.04 18 1 12쪽
234 구해줘 (save me) (2) 22.01.04 19 1 12쪽
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8 1 12쪽
232 소리 없는 아우성 22.01.03 19 1 11쪽
231 나에게로의 초대 22.01.02 17 1 12쪽
230 콩가루집안 (4) 22.01.02 17 1 12쪽
229 콩가루집안 (3) 22.01.01 17 1 13쪽
228 콩가루집안 (2) 22.01.01 17 1 10쪽
227 콩가루집안 (1) 21.12.31 21 1 11쪽
226 발 없는 시체 (3) 21.12.31 17 1 12쪽
225 발 없는 시체 (2) 21.12.30 17 1 11쪽
224 발 없는 시체 (1) 21.12.30 17 1 12쪽
223 스터디 모임 (4) 21.12.29 17 1 12쪽
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221 스터디모임 (2) 21.12.28 17 1 11쪽
220 스터디모임 (1) 21.12.28 18 1 13쪽
219 원래 사건 터지면 몸통이 아니라 꼬리가 잡혀가는겨 21.12.27 18 1 12쪽
218 달밤의 추격전 (3) 21.12.27 17 1 13쪽
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216 달밤의 추격전 (1) 21.12.26 15 1 12쪽
215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 21.12.25 15 1 15쪽
214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1) 21.12.25 16 1 12쪽
213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3) 21.12.24 16 1 12쪽
212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2) 21.12.24 18 1 13쪽
211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 21.12.23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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