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52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2.29 18:40
조회
17
추천
1
글자
12쪽

스터디 모임 (4)

DUMMY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스켈레톤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듣고, 쉐도우의 마음은 한동한 혼란스러웠다.


허나 이제는 아니다. 그는 스켈레톤의 귀환을 더 이상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설령 그 사실이 들통난다 해도, 자신에게는 피해가 갈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

나만 안 들키면 되는 거니까.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다만 조금 걱정이 되는 점은, 만약 인간 황대근이 두 번째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공부에 지장이 갈까 봐 우려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쉐도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훗, 웃기는 놈이야."


쉐도우의 요즘 관심사는 영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을 참 잘 듣던 영부였는데, 올해가 되면서 조금씩 일탈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 덕에 그렇게 먹고 사는 건데, 쉐도우는 영부가 괘씸했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웠다.

아무리 날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거늘, 애쓰는 꼴이 제법 우스웠던 것이다.


"성배를 부쉈다라..... 하하, 그게 일탈인가? 참 깜찍한 일탈이로군."


영부가 영부실에 있던 7개의 성배를 부숴버렸다.

성배를 모두 부숴버리면, 쉐도우가 원하는 인위적 자아가 더 이상 발현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다.


그러나 영부의 그런 어설픈 추측은 안타깝게도 완벽하게 빗나가버렸다.

성배는 그냥 성배일 뿐이었으니까. 인간들은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기 때문에, 쉐도우는 그저 일종의 상징을 보여준 것일 뿐이다. 사실 성배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해주어야 믿으니까.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으니까.


"역시 인간은 재밌어!"


쉐도우에게는 아직 4개의 인위적 자아가 남아있다.

그러니 여유시간은 충분하다. 인간 황대근은 아직 수능도 치르지 않았다. 여유는 많다.


'그럼 이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서 영부놈의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주도록 할까. 하지만 급할 건 없지. 천천히, 차근차근 처리하자고.'







(경기도 평택시 - SSS클래스 노블리치골드프리미엄캐슬 아파트)



며칠 뒤 4월 23일 토요일 늦은 점심. 안익준네 집에서는 한창 스터디모임이 진행 중이었다.


헌데, 스터디모임이라 하면 보통 어느 정도 레벨이 되는 학생들이 하는 공부모임일 텐데, 이들은 아니었다.

안익준과 그의 따까리, 아니 친구들은 공부 안 하는 양아치들이었다.

물론 공부를 하기는 했다. 다만 황대근처럼 잘 하지는 못했다.


"호호호!"


학생들은 안익준의 넓은 방에서 스터디(?)모임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엄마들은 드넓은 부엌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다과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물론, 엄마들 중에는 정우엄마는 없었다. 서세희도 없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황대근의 양어머니가 있었다.


부엌에 모인 여자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3학년 1반 학생들의 엄마들이었다.

박정우야 애초에 다른 반이니 그렇다 치지만, 왜 서세희는 없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시연은 공부를 안 하니까. 운동으로 이미 진로를 정했으니까.

공부 안 하고 운동이나 하며 땀흘리는 여자아이의 엄마 따위, 그녀들은 관심이 없었다.


다만 황대근의 양어머니는 아니었다.

황대근은 H고의 전교1등이다. 곁에 가까이 두어야 떡고물이 떨어지리라 판단한 것이다.

아주 작은 빵부스러기일지라도 받아 먹어야 한다고 그녀들은 생각했다.


우리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알아내야 한다. 저 여자의 아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길래 만년 전교 1등인 것일까?


분명히 우리 몰래 무언가를 하는 게 분명하다. 먹을 건 뭘 줄까? 전복 같은 걸 줄까? 두뇌에 좋다는 호두를 줄까?


"잠시만 실례해요~"


신나게 수다를 떨던 익준엄마는 잠시 화장실에 간다며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쏴아아-


볼일을 보고 두 손을 닦으면서, 그녀는 회상했다. 며칠 전 신용호와 있었던 일들을.


"기껏해야 시골학교 선생인 주제에. 콧대는 드럽게 높네."


며칠 전, 익준엄마는 신용호를 찾아갔다.

뻔한 일이겠지만, 성적조작을 위해 찾아간 것이었다.


신용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녀는 그에게 상당히 큰 액수인 돈을 주겠다고 했다.

아무리 신념이 올곧은 사람일지라도 혹할 만한 액수였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안 됩니다.'


물론, 신용호는 수락하지 않았다. 성격이 비록 거칠고 괄괄하고 딱히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그였지만, 그는 이런 짓을 싫어했다. 정직하지 못하니까. 예의도 없으니까.


"미친놈. 뭐 그리 깨끗하다고 그 지랄이야."


익준엄마는 수치스러웠다.

제까짓 게 뭔데 나를 무시하는가? 내가 누군줄 모르는가? 내 남편이 누군줄 모르는가?


스윽-


김이 약간 서린 화장실 거울을 슥 하고 닦으며, 익준엄마가 중얼거렸다.


"쥐뿔도 없는 새끼가... 막상 돈 몇 푼 쥐어주면 개돼지새끼마냥 빌빌댈 거면서.... 가만 안 둬."







화장실에 갔던 익준엄마가 돌아왔다.

그녀가 없어도, 부엌에 있던 엄마들은 여전히 화기애애해 보였다.

순간 약간의 소외감과 주도권을 빼앗긴 듯한 박탈감을 느낀 익준엄마는 우아한 표정으로 대근엄마를 보며, 다른 엄마들에게 말했다.


"어머~ 그러고보니 대근이는 이번 모의고사 때 또 올 1등급 맞았다면서요? 어우~ 좋겠어, 정말~ 비법이 뭐예요~?"


그러자 다른 엄마들도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비법이 무엇이느냐? 아들에게 뭘 먹이길래 애가 공부를 잘 하느냐? 학원은 어딜 다니느냐?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켰느냐?"


갑자기 시작된, 아니 어쩌면 이미 시동이 걸린지 오래인 이 부담스러운 관심에 양어머니는 당황했다.


"하하.... 비법이랄 게 있나요? 그냥 애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 것 뿐인데요. 전 한 게 아무것도 없는걸요."


그러자 정교빈의 엄마가 양어머니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한테는 솔직해도 돼요~"


교빈엄마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근이, 자기 친아들 아니잖아~"


그러자 다른 엄마들이 맞장구를 치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래그래. 요즘 그런 집 많더라. 자기네도 애가 안 들어섰나보지? 불임부부가 요즘 하~도 많아서 입양하는 경우도 있대요~"

"어우~ 그래도 나는 입양할 자신은 없더라구요. 남의 애를 어떻게 키워요?"

"그런거보면 대근엄마는 참 대단해~ 대근이 봐봐. 애가 아주 반듯하고 잘생겼잖아. 운동도 잘하지, 키도 크지, 공부도 잘하지. 못하는 게 뭐가 있어요? 완전 엄친아 아냐, 엄친아~"

"그래그래~ 비법이 뭐예요? 따로 과외같은 거 하나?"

"그래요! 대체 뭘 시키길래 그런 거예요? 명문과외? 아니면 학원? 요 근처에 좋은 학원이 있었나?"


저것이 과연 순수한 관심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관심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오지랖일까?

교빈엄마의 말은 분명 무례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양어머니는 내색하지 않았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오히려 애한테 미안할 정도인 걸요. 걔는 학원을 보내준다고 해도 가기 싫다고 한 녀석이에요. 혼자서 한 거예요, 혼자서."


그러나 나머지 엄마들은 눈꼴시려운 듯 그녀를 흘겨보았다.양어머니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어머~ 대근엄마! 그렇게 좋은 비법을 혼자서만 꽁꽁 싸매고돌면 안 되는 거야~ 요즘 뭐야~ 정보공유시대잖아 정보공유시대~ 다같이 정보를 공유해줘야지~ 다 같이 잘살아야 하잖아~ 혼자 그럼 이기적인거라구~"


교빈엄마를 비롯한 다른 엄마들의 끈질긴 집착에 지친 양어머니는 그만 화장실을 좀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남은 엄마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거기 GH도서관인가? 거기 다닌다고 하던데."

"맞아요. 그 도서관이 자리가 좋은가봐. 좋은 혈이 흐르나?"

"그럴 수도 있어요. 왜, 우리나라 옛날 왕들도 풍수지리 때문에 수도를 많이 옮겼다면서요~ 다 사이비과학같아도 근거가 있는 거 같죠?"

"우리 애도 내일 당장 그 도서관 보내야겠네. 거기 다니면 정신이 맑아지나 봐."

"아니, 대근엄마는 대체 왜 비법을 안 알려주는 거야? 이 정도까지 띄워줬으면 좀 얘기해줘야 예의 아니야?"


당연하게도, 이곳에 모인 엄마들의 대다수는 안익준과 친한 아이들의 엄마들이었다.

익준엄마는 예상대로 행동하는 대근엄마와 다른 엄마들의 반응을 속으로만 비교하며 몰래 웃음을 지었다.


'비법같은 건 뭐, 상관 없지. 내가 지금 이러는 이유는.'


신용호가 안 된다면 다른 선생을 꼬드기면 된다. H고에 선생이 신용호 뿐이던가?


'대근엄마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여야, 의심을 덜 받을 테니까.'


나중에 이 엄마들이 비법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근엄마한테 덤테기 씌우면 되는 거야. 아주 쉽지.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대련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메모리아 4인방은 마치 옆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근골격부서로 놀러갔다.

누가보면 이 4인방이 근골격부서 직원인 걸로 착각할 만큼, 그들의 태도는 자연스러웠다.


워낙 뻔뻔한 4인방이기는 하지만, 원래 보통 직장인들이 이렇게 남의 부서에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돌아다니던가? 자기 사무실은 내버려 두고?


"저 분들 왜 저럽니까?"


마님에 의해, 아니 정확히는 혜윰에 의해 깨졌던 대련실과 카페 사이에 있는 거울이 복구 되었다.

황대근은 카페에 앉아 좀비처럼 축 늘어져 있는 핑거스 형제들을 가리켰다.


"왜 저러고 있어요? 저 분들은 오른손 담당이라 지금쯤이면 한참 일할 때 아닙니까? 인간 황대근이가 오른손잡이라, 저 분들이 할 일이 꽤 많을 텐데요."


그러자 4인방 곁에서 유도복을 입고 한참 몸을 풀던 프로틴이 대답했다.


"시말서 썼거든. 우리 회사 시말서 알지? 브레인이 얼마나 지랄이는데."


황대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말서 쓰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닐텐데. 며칠 씩이나 걸릴 일인가? 밤까지 새서?

그런 그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프로틴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브레인있잖아, 브레인. 대근건설 모든 부서가 시말서는 브레인한테 보내야 한다고. 잘 알잖아? 왜 남의 부서까지 간섭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정책이 그리 바뀐 걸 어떡해. 무슨 심보인지 브레인은 핑거스형제들이 쓰는 시말서를 계속 거부했다나봐. 뭐라고 핑계 댔는 줄 아냐?"


궁서체가 아니라 맑은 고딕체를 사용해야 한다. 폰트 크기는 10포인트가 아니라 12포인트로 해야 한다. 줄 간격이 오른쪽으로 쏠렸다, 가운데 정렬로 맞춰라. 그냥 맑은 고딕체를 사용하면 안 된다. 맑은 고딕체 semilight를 사용해라 등등. 브레인의 찌질한 핑계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정말 전형적인 꼰대네요."


혜윰이 투덜거리자, 프로틴은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조심하라고. 여기 브레인이 와 있단 말이야."


레이지가 물었다.


"그 놈이 여긴 왜 옵니까?"


프로틴이 대답했다.


"몰라. 누가 지 다 큰 아들 건드렸다나 뭐라나..... 아, 부장님! 오셨슴까!?"


그때,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브레인이 등장했다. 그의 곁에는 그의 큰아들인 빅브레인이있었다.

빅브레인은 분명 자기 아빠보다 덩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작아 보였다.


"아빠, 저 새끼야! 저 새끼! 쟤가 나 괴롭혔어!"


빅브레인은 마치 부모에게 이르는 어린 남자아이처럼 황대근을 가리켰고, 당사자인 황대근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자기보다 최소한 10살은 많아 보이는 저 남자가, 방금 뭐라고 지껄인 것인가?


"쟤가 나 괴롭혔어! 혼내줘! 너 우리 아빠 완전 무섭다! 각오해!"


황대근은 두 귀를 씻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0 악인 혹은 선인 (1) 22.01.07 17 1 12쪽
239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4) 22.01.06 17 1 12쪽
238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3) 22.01.06 19 1 11쪽
237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2) 22.01.05 17 1 10쪽
236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1) 22.01.05 17 1 12쪽
235 구해줘 (save me) (3) 22.01.04 19 1 12쪽
234 구해줘 (save me) (2) 22.01.04 20 1 12쪽
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9 1 12쪽
232 소리 없는 아우성 22.01.03 19 1 11쪽
231 나에게로의 초대 22.01.02 17 1 12쪽
230 콩가루집안 (4) 22.01.02 17 1 12쪽
229 콩가루집안 (3) 22.01.01 17 1 13쪽
228 콩가루집안 (2) 22.01.01 18 1 10쪽
227 콩가루집안 (1) 21.12.31 21 1 11쪽
226 발 없는 시체 (3) 21.12.31 17 1 12쪽
225 발 없는 시체 (2) 21.12.30 18 1 11쪽
224 발 없는 시체 (1) 21.12.30 18 1 12쪽
» 스터디 모임 (4) 21.12.29 18 1 12쪽
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221 스터디모임 (2) 21.12.28 17 1 11쪽
220 스터디모임 (1) 21.12.28 18 1 13쪽
219 원래 사건 터지면 몸통이 아니라 꼬리가 잡혀가는겨 21.12.27 18 1 12쪽
218 달밤의 추격전 (3) 21.12.27 17 1 13쪽
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216 달밤의 추격전 (1) 21.12.26 16 1 12쪽
215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 21.12.25 15 1 15쪽
214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1) 21.12.25 16 1 12쪽
213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3) 21.12.24 16 1 12쪽
212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2) 21.12.24 19 1 13쪽
211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 21.12.23 2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