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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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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85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2.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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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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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발 없는 시체 (2)

DUMMY

(경기도 평택시 - SSS클래스 노블리치골드프리미엄캐슬 아파트)




며칠이 지나고 토요일이 되었다.

익준엄마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집 안 부엌에 서서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안광윤이 물었다.


"기분이 좋아?"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익준엄마는 남편을 밉지 않게 흘겨보았다.


"당연하지~ 당근 기분 좋지~!"


그녀의 기분이 왜 저리 좋아 보이는 것일까. 이유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안익준의 성적이 잘 나올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 최고라지만, 부모란 것이 원래 이런 것일까?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자식을 위해 일을 치르는 것이?

이것이 과연 자식을 위한 일일까?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일까?


"돈 줘서 고마워~ 우리 남편 오늘따라 너~무 잘생겼네!"


익준엄마가 애교를 피우자, 안광윤은 징그럽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버렸다.


"이거 왜 이래.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사이였다고."

"어어~? 우리 법적으로 부부야, 부부! 이것보다 더한 짓도 해도 되는 사이라구."

"더한 짓? 이미 익준이 태어난 걸로 됐어. 뭘 더 하려고?"


두 부부가 딱히 설레지 않는 그저 그런 부부의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거실에 틀어져 있던 벽에 걸린 초대형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택 경찰서가 이번 사건과 연루되어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꽤나 열정적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기자가 안광윤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안광윤의 표정은 평온 그 자체였다. 이런 일 한두 번 겪는 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대답해주세요! 말씀 좀 해주세요! 안광윤 경찰서장님!]


대답해 줄 것처럼 인자한 표정을 짓던 화면 속의 안광윤은, 기자들을 따돌린 채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근건설 - WBC)



황대근의 깡다구 때문일까, 아니면 근골격부서 대표 근육맨 세 남자 때문일까. 브레인은 결국 뒷목을 잡고 쓰러졌고, WBC응급실로 옮겨졌다.

브레인이 한참 애꿎은 WBC의 여자 간호사들에게 생떼를 부리는 동안, 메모리아 4인방은 플루, 키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WBC본부 밖에 있는 작은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플루가 말했다.


"건물은 거의 다 지어가고 있어요. 다행이죠."


WBC대첩이 일어난 후, WBC건물은 말 그대로 완전히 개박살이 나버렸다.

모든 건물이 부서진 것은 아니지만, 타격은 상당히 컸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건물은 거의 완성되었다.


건물을 짓는 동안 수많은 미생물들과 백혈구, 그리고 조혈모세포들의 희생이 뒤따른 것은 당연하다.

참 재미있게도 대근건설 측에서는 WBC본부 보수 공사에 그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케어의 월급을 1년씩이나 빼앗고 그에게 모욕을 주었다면 당연히 WBC본부 보수 공사에 금전적 도움을 주어야 마땅할 터인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케어는 그저 본보기일 뿐이었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WBC대장이라는 것 뿐이겠지.


"정신이 나가기는 했네요. 걸핏하면 월급 뺏겠다고 난리치는 꼴이라니."


케어의 월급에 대해 황대근이 불만을 터뜨리자, 키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대장님, 너무 불쌍하셔요. 브레인부장님한테 말씀 드려보고 TK법원에도 항소해봤는데, 소용이 없어요. 정말 너무해요! 직장인의 월급을 1년 씩이나 빼앗다니!"


이토록 불쌍한 케어에게 다행인 점은 있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케어에게는 플루라는 부하 대원이 있던 것이다.

플루의 아버지가 누구던가? 골방의 스켈레톤 아니던가?

케어는 당장이라도 굶어 죽을 뻔한 위기를 플루 덕에 넘을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스켈레톤은 그 어떠한 댓가 없이 케어를 도와주었다.

케어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플루가 그동안 스켈레톤에게 대장님에 대한 좋은 말들을 많이 전해주었떤 것이다.


참 좋은 부하대원이다. 비록 뒷목 당기는 사고를 많이 치기는 하지만.


"어, 그러고 보니까!"


백혈구 모양 감자칩을 먹던 혜윰이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대근이 곧 소풍간다면서요?"






(경기도 용인시)



시간은 흘러 5월 6일 금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H고 3학년 전체 소풍 날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3학년 학생들에게 있어서 고등학교의 마지막 소풍이기도 한 날이다.


"우리 엄마 발목은 나았어."


창문에 조그맣게 [3-1]라고 적힌 관광버스에는 이시연과 황대근, 백경민이 타고 있었다.

이시연은 자기 엄마의 발목이 다 나았다면서, 황대근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하더라. 덕분에 살았대. 나중에 맛있는 거 사주신대."


목적지는 용인에 있는 유명한 놀이공원이다. 마스코트가 눈 땡그란 너구리인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과 양대산맥인 곳이다.


[환상의 나라로 오세요~♪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곳~♪]


목적지에 도착한 후, 입장권을 받아 꿈과 환상의 나라로 입성했을 때였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모형에 서서, 천강우가 말했다.


"근데 고삼이 소풍 가도 되는 건가?"


말로는 걱정되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 친구들 중에서 가장 신이 난 것은 천강우였다. 그는 소풍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그 순간부터 뛰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신나는 건 신나는 것이다.


학교 수업 안 듣고 놀러가는 것만큼 신나는 게 있을까.


"쳇, 그런데 왜 마지막 소풍이 여기냐? 여긴 방학 때도 올 수 있는데."


천강우가 머리띠를 파는 가게로 걸어가며 투덜거렸다.

툴툴거리는 그의 말투와는 다르게, 그의 몸은 솔직했다.


"불평 갖지 마. 그냥 즐겨."


이시연이 황대근의 머리에 상어모양 머리띠를 씌워주며 천강우에게 말했다.


"하루 정돈 그냥 즐기는 거야. 뭐 어때."


이시연 본인은 토끼 귀 모양 머리띠를 착용했다. 천강우와 백경민은 각각 꽂게와 팬더모양 머리띠를 착용했다.


"아, 근데 눈치싸움 성공해야 하는데..."


운동을 하느라 벌써부터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린 백경민이 걱정하자, 황대근이 말했다.


"이미 성공한 것 같은데?"


그의 말대로, H고는 눈치싸움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보통 이맘때면 에벌래랜드는 각 지역의 학교 혹은 유치원에서 온 학생들과 아이들로 가득 차야 정상일 터인데, 오늘은 아니었다.


놀이기구 줄은 매우 짧았고, 줄이 아예 없는 놀이기구도 많았다.


"야! T부터 타러가자! 그거 각도가 거의 90도랜다!"


잔뜩 신이 난 천강우와 이시연은 무시무시한 롤러코스터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반면 황대근과 백경민은 아니었다. 그들은 바이킹은 타고 롤러코스터는 못 타는 이들이었다.


"야."


두 남학생이 슬금슬금 도망을 치려 하자, 이시연이 그 둘을 붙잡았다.


"저거 탄다고 안 죽어."


이시연의 표정은 단호했다.


"만약 죽을 것 같으면 유언하게 해 줄게."


황대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돈을 내고 자살하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해야 하는가?

왜 안전하게 추락하기 같은 X같은 짓을 해야 하는가?

대체 어떤 사디스트가 이걸 만든 것인가?

이걸 타고 짜장면을 먹은 놈은 대체 어떤 놈인 것인가?


수많은 의문이 황대근의 머릿속을 지나쳤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그는 이미 롤러코스터의 꼭대기에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부디, 그가 스무살은 경험할 수 있기를 빈다.






(경기도 용인시)



오후 3시 30분 쯤, H고 3학년 학생들은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재미있게 놀다 보면 저녁시간도 되고 그러는 법이거늘, 눈치라고는 쥐뿔도 없는 학교는 언제나 가장 아쉬운 시간에 소풍의 흥미를 끊어버리고는 했다.


뭣하러 이렇게 일찍 보낸단 말인가.


"진짜 이해할 수가 없어. 야, 솔직히 오전 10시인가? 아니야, 10시 넘어서지. 10시 30분 쯤부터 3시 30분까지 놀라는 게 말이 되냐?"


천강우가 툴툴거렸다.


그는 머리띠로는 영 부족했는지 이곳에서만 파는, 재질은 구리지만 비용은 무식하게 비싼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손에는 망치모양의 뿅망치도 들고 있었다. 제대로 즐긴 모양이다. 머리와 입고 있는 옷들이 젖은 것으로 보아 마지막으로 아마존을 탔을 지도 모른다.


"진짜, 어른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 가끔 생각이 없는 것 같다니까. 그 나이 먹고... 으억!"


빠악-


누군가 천강우의 머리를 내리쳤다. 물론, 죽일듯이 내리친 것은 아니다.


"이 새끼야, 네 반으로 가라."


천강우의 머리를 내리친 것은 바로 신용호였다. 그는 종이 뭉치를 들고 있었다.


"아, 쌤! 머리 터져요!"


천강우가 소리치자 신용호가 말했다.


"그거 갖고 터지면 뭐 하러 사냐. 빨랑 네 반으로 가라."


천강우가 툴툴대며 전주한이 담임인 3학년 3반으로 이동하자, 신용호가 말했다.


"자, 다 모였냐? 그럼 버스 타라. 짝지 잘~ 왔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버리고 갔다고 또 뭐라하지 말고."


학생들의 표정은 상당히 아쉬워 보였다.

당연하다. 다음주부터는 소풍도 없는 진짜 고삼의 생활을 해야 하니 말이다.

5월이 지나면 무슨 낙으로 사나? 체육대회도 축제도 모두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사나?


"쌤~ 좀만 더 있다 가요~ 입장권도 비싼데~ 계획표 보니까 오후 4시까지 있는다 했잖아요~ 아아~ 아아아아~"


하지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만약 H고 학생들이 지금이 시간까지 있었다면, 학생들 중 최소 한 명은 이 끔찍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을 테니까.


웨에엥—


"여기, 여기에요! 저기, 저기에요 저기! 저기에 시체가 있어요!"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릴리팀장님이 전서혈을 보내주셨어요!"


H고 학생들의 버스가 수원을 지나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혜윰이 자료 하나를 들고 직원들에게 달려왔다.


"무슨 자료입니까?"


황대근이 혜윰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확인해보니, 그것은 기억과 관련된 자료였다.

헌데 인간 황대근의 기억은 아니었다. 바로 범인의 기억이었다.

범인의 그림자인 쉐도우가 대근건설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간혹가다 범인의 무의식이나 기억, 혹은 기억들이 대근건설로 흘러들어오고는 했다.


"아니, 근데... 이 사진은.... 대체....?"


사진을 확인한 황대근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사진에는 남자의 발이 있었으니까. 그것도 잘린 남자의 발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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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3) 22.01.06 19 1 11쪽
237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2) 22.01.05 16 1 10쪽
236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1) 22.01.05 17 1 12쪽
235 구해줘 (save me) (3) 22.01.04 18 1 12쪽
234 구해줘 (save me) (2) 22.01.04 20 1 12쪽
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8 1 12쪽
232 소리 없는 아우성 22.01.03 19 1 11쪽
231 나에게로의 초대 22.01.02 17 1 12쪽
230 콩가루집안 (4) 22.01.02 17 1 12쪽
229 콩가루집안 (3) 22.01.01 17 1 13쪽
228 콩가루집안 (2) 22.01.01 18 1 10쪽
227 콩가루집안 (1) 21.12.31 21 1 11쪽
226 발 없는 시체 (3) 21.12.31 17 1 12쪽
» 발 없는 시체 (2) 21.12.30 18 1 11쪽
224 발 없는 시체 (1) 21.12.30 18 1 12쪽
223 스터디 모임 (4) 21.12.29 17 1 12쪽
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221 스터디모임 (2) 21.12.28 17 1 11쪽
220 스터디모임 (1) 21.12.28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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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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