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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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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48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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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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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2)

DUMMY

(경기도 평택시 - 에파타학교)



굳게 닫혔던 학교의 정문이 열리고, 검은 복면의 남자가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이곳저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이더니 안광윤과 안성택에게 다가갔다.

두 남자는 차례대로 남자와 악수를 하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영부님께서 무얼 지시하셨나요?"


안성택이 묻자, 복면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말입니다."


복면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린 방향은 다름 아닌 황대근과 친구들이 숨어있는 수풀 쪽이었다.

방금 전, 안광윤이 손을 뻗으려 했던 바로 그 곳이다.


"사실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남자가 말했다.


"새끼 고양이 몇 마리가 길을 잃었는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 말입니다. 아마 제 어미를 놓쳤겠지요. 조금 있으면 어미가 새끼들을 찾으러 오겠네요."


남자의 말에 안광윤과 안성택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복면의 남자가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다고만 했을 뿐이다.


물론, 이것 역시 비웃는 것이라면 비웃는 것일 테다.


"우리 같이 간단하게 술이라도 먹는 게 어떻겠습니까?"


안성택이 초대하자, 복면의 남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씨 형제를 따라갔다.


"아!"


남자가 안씨 형제를 따라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오르려는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라도 났는지 나지막히 말했다.


"길 잃은 새끼 고양이들이 부디 하루빨리 제 집으로 돌아갔음 좋겠군요. 아마 고양이들의 어미가 걱정이 많을 테니까요."


세 남자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황대근과 친구들은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황대근과 친구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던 것일까? 복면의 남자는 또 다시 중얼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잊을 뻔 했군요. 한 번 문을 두드려서 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쉬지 않고 두드리면 됩니다. 그럼 언젠가는 답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공들여 쌓아 올린 모래성을 무너뜨리는 건 한 순간이거든요."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한편, 메모리아부서는 난리가 났다.

검은 복면의 남자를 본 뒤부터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인데, 남자는 분명 황대근이 꿈에서 봤던 그 남자였던 것이다.


그들은 궁금했다. 저 남자가 우리에게 전달한 걸까? 저 남자일까?

얼마 전 에벌래랜드 사건도 저 남자가 관련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저 남자가, 설마?


"저 남자 설마 범인 아니겠죠?"


혜윰이 두 손을 벌벌 떨며 물었다.


"아니, 근데 말이 안 되잖아요? 범인인데 왜 대근이를 도와줘요?"


황대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 도와주는 것일까? 아니, 그 전에 이게 도와주는 것인가?

도와주는 것이라 쳐도 범인에게 이로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단순한 호기심? 그것 뿐인가?


'젠장할, 놀리는 거야 뭐야?'


저 남자를 범인이라 가정해도 문제다.

인간 황대근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뜻이 아닌가?

언제라도 범인이 황대근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인가?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



"헉...! 헉...!"


의문의 남자 덕분에, 황대근과 친구들은 학교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분명 그 다음 날이 되어서야 학교를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 우리 어디까지 걸어온 거냐?"


얼마나 달렸을까. 겨우 지산동 근처 아파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자 백경민이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버, 버, 버스 아직 안 끊겼겠지?"


학교를 탈출한 그들은 미친 듯이 내달렸다.

꽤 장시간을 쭈구려 앉아있느라 두 다리와 발에는 쥐가 났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조차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그들은 혼란스러웠다.


부우웅—


운이 좋게도 버스는 금방 도착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은 4인방은 자꾸만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복면의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황대근을 제외한 세 명의 학생들은 모두 복면의 남자가 아마 위장한 경찰이 아닐까 하며 토론했다.


허나 황대근은 아니었다. 황대근은 그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비록 꿈 속이었지만, 그가 꿈 속에서 만난 그 남자와 너무도 흡사했다.


'내 꿈에 왜 나왔지? 어떻게 저렇게 똑같은 남자가 있을 수가 있는 거지?'


그제서야 황대근은 깨달았다.

내가 꾸었던 이 꿈은 예사 꿈이 아니라는 것을.

에파타학교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경기도 평택시 - 에파타학교)



검은 복면의 남자는 학교에 있는 한 빈 교실에서 술을 먹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술을 먹지는 않았다. 그저 자리를 지켰을 뿐.


남자의 옆에는 벌게진 얼굴의 안광윤과 안성택이 있었다. 그들은 벌써 소주만 4병 째 먹고 있었다.


"영부가 우리한테 뭘 좀 시켰습니다."


안광윤이 말했다.


"황대근이라는 놈을 죽이고 싶다 하시더군요."


복면의 남자는 여전히 복면을 쓰고 있었다. 남자의 말에 의하면 그는 술을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황대근이요?"


남자가 예의상 들고만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묻자, 안성택이 대답했다.


"그 녀석이 영부님 계획을 방해했다고 합디다. 여기 광윤이형 아들 익준이랑 같은 반이라고 하더만요. 그 놈이 아주 못된 놈이랍니다. 어른이 하는 일을 감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가 방해하고 지랄이니."


쪼르르—


남자는 흥분한 안성택의 빈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공감한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남자의 태도 덕분일까, 안광윤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학교에서 겪은 일을 부모에게 이르는 어린 아이처럼.


"이번에 제 아들이 학생회장 선거에서 낙선을 했습니다."


복면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분명 제 아들이 될 수도 있었지만... 황대근이라는 아이가 계략을 꾸몄더군요. 저희 아들을 모함하는 거였죠. 결국, 제 착한아들은 모함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무너져버렸습니다."


남자가 물었다.


"복수입니까? 아들에 대한?"

"영부님에 대한 의리이자, 정의를 찾기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복면의 남자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죽일 계획이랍니까?"


똑똑똑-


안광윤이 입을 떼기도 전에 누군가 교실 문을 두드렸다.

곧 교실문이 드르륵하고 열렸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영부님!"

"영부님!"


누군가는 다름 아닌 영부였다. 안광윤과 안성택은 마치 신의 아들을 영접하기라도 한 사람들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허나 남자는 아니었다. 그는 복면 너머로 보이는 영부의 얼굴을 향해 비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물론, 남자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안광윤과 안성택은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뭐지?'


영부는 놀란 눈치였다. 남자는 그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영부는 정말 놀랐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남자에게 물었다.


"지파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남자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냥, 이 두 분이 날 초대해 주셨습니다. 아주 좋은 분들이더군요. 역시 영부님의 말씀대로, 우리 평택은 이렇게 좋으신 두 분의 활약으로 나날이 발전하나 봅니다. 얼마 전 평택 시민이 50만을 달성한 것도 이 두 분의 큰 희생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남자의 알랑방귀가 마음에 들었는지 안성택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 분이 아주 좋은 분이시네! 술은 못 마시지만 정말 좋은 분이셔. 아, 영부님! 영부님도 한 잔 하십쇼!"


안성택이 술잔을 권했지만, 영부는 큰하늘님을 들먹이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복면의 남자에게 밖으로 잠시 나오라 지시했다.







(대근건설 - 비뇨기와 19금 부서 - 리비도팀)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대근고시를 차석으로 합격한 구스타프 융(Gustav Jung) 이라고 합니다."


늦은시각, 리비도팀은 새로운 신입을 맞이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늦은 시각에 새로운 신입을 맞이하는 것일까? 지그문트는 탈출하려는 하품을 겨우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 지그문트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융은 말했다.


"지그문트 팀장님께서는 모든 문제현상을 리비도와 관련해 설명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그문트는 구스타프 융이라 불리는 젊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저 남자가 대근고시를 차석으로 합격했다니. 이처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저 놈은... 그때 그 놈인데.'


융은 지그문트의 철학을 비난한 논문을 쓴 전적이 있었다.

융의 논문은 상당히 잘 쓰여진 논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그문트는 더더욱 자존심이 상하고 말았다.


차라리 못 썼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할 텐데, 잘 썼고 게다가 자신의 철학을 비난한 예시들이 제법 합리적인 예시들이라 할 말이 없었다.


'저 놈을 골려줘야지.'


지그문트가 사무실 책상에 놓여진 뚱뚱하고 기다란 시가를 입에 피워 물며 융에게 물었다.


"자네가 쓴 논문은 아주 잘 봤다네. 그런데 그 논문에는 의문점이 하나 있어."


융이 물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팀장님?"

"자네가 나의 성이론을 반대한다는 건, 그만큼 자네 안에 있는 무의식 속에 강렬한 욕망이 들끓고 있다는 뜻이 되지. 자네는 자네의 무의식을 마주할 용기가 없던 거야. 그래서 자네의 논문이 그토록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있던 것이지."


하하하!


지그문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융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그문트가 물었다.


"왜 웃는 건가?"


한참을 웃던 융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정말 재미있는 논리입니다 팀장님. 그럼 팀장님은 그렇게 뚱뚱하고 기다란 시가를 매일 빨아대는데, 그건 사실 팀장님이 거시기를 빨ㄱ....."


지그문트가 소리쳤다.


"난 그런 남자가 아닐세! 날 뭘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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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2) 22.01.05 17 1 10쪽
236 악인의 선행은 선행인가 (1) 22.01.05 17 1 12쪽
235 구해줘 (save me) (3) 22.01.04 19 1 12쪽
234 구해줘 (save me) (2) 22.01.04 20 1 12쪽
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9 1 12쪽
232 소리 없는 아우성 22.01.03 19 1 11쪽
231 나에게로의 초대 22.01.02 17 1 12쪽
230 콩가루집안 (4) 22.01.02 17 1 12쪽
229 콩가루집안 (3) 22.01.01 17 1 13쪽
228 콩가루집안 (2) 22.01.01 18 1 10쪽
227 콩가루집안 (1) 21.12.31 21 1 11쪽
226 발 없는 시체 (3) 21.12.31 17 1 12쪽
225 발 없는 시체 (2) 21.12.30 18 1 11쪽
224 발 없는 시체 (1) 21.12.30 18 1 12쪽
223 스터디 모임 (4) 21.12.29 17 1 12쪽
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221 스터디모임 (2) 21.12.28 17 1 11쪽
220 스터디모임 (1) 21.12.28 18 1 13쪽
219 원래 사건 터지면 몸통이 아니라 꼬리가 잡혀가는겨 21.12.27 18 1 12쪽
218 달밤의 추격전 (3) 21.12.27 17 1 13쪽
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216 달밤의 추격전 (1) 21.12.26 16 1 12쪽
215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 21.12.25 15 1 15쪽
214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1) 21.12.25 16 1 12쪽
213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3) 21.12.24 16 1 12쪽
212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2) 21.12.24 19 1 13쪽
211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 21.12.23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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