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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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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74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2.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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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발 없는 시체 (3)

DUMMY

(경기도 용인시)



H고 학생들이 모두 떠난 후 약 몇시간 뒤, 놀이공원에 있는 마지트리(マジック tree)에는 '수사 중 출입금지'라고 적혀있는 폴리스라인이 빙 둘러쳐져 있었다.



마지트리에 시체 하나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 전화가 왔다. 곧 용인경찰서에서 경찰들이 도착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놀이공원 측에서는 조기 폐장을 결정했다.


"반장님, 살인사건일까요? 아니면 단순 자살사건일까요?"


젊은 남자 형사의 질문에, 반장이라 불리는 제법 나이든 중년의 남자가 대답했다.


"자살사건은 절대 아냐."


형사가 물었다.


"자살이 아니라면, 타살이라는 겁니까? 이 사람 많은 놀이공원에서 살인사건이라고요?"


형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조금 오바하는 액션을 취해 보이자, 반장은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은 채 놀이공원 관계자에게 다가갔다.


나이는 거의 은퇴할 나이인 것처럼 보이는 이 중년의 반장의 모습은 제법 중후해 보였다. 겉에 걸친 자켓 밖으로 탄탄한 근육들이 돋보인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조금은 험악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이 남자는 담배 대신 딸기맛 막대사탕을 물고 다닌다.

딸기맛 막대사탕이라니. 얼굴에 크고 기다란 흉터가 남아있는 것과는 상당히 정반대의 모습이다.


"마지트리 근처에 CCTV는 작동합니까? 24시간?"


반장의 질문에 놀이공원 측 관계자는 난색을 표했다.


"아... 그게... 음..."

"왜 그러십니까?"

"그게... 고, 고장이 나서 고치긴 했어야 했는데, 안 고쳐서 그게..."


애매모호한 관계자의 대답에 반장은 생각했다. 결론은 하나다. CCTV가 없다면, 범인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부디 시체에서 범인과 관련된 DNA가 나오기를 바랄 수밖에는 없다.

우선 시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범인은 언제나 현장에 단서를 남기고는 하니까.


"반장님, 검시관 말로는 발목은 일부러 칼로 직접 자른 게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썰렸다고 합니다."


젊은 형사의 말을 들으며, 반장은 마지트리에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있었던 시체를 관찰했다.

시체는 바닥에 누운 채, 반장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랬겠지. 분명."


반장은 형사의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시체에게는 발목이 없었다. 아니, 아예 발도 없었다. 붙어있는 것은 종아리 뿐이었다.


"이쪽을 봐라."


반장이 시체의 절단된 발목의 단면을 보여주며 형사에게 말했다.


"사람의 뼈라는 건 말이야, 절대 쉽게 자를 수가 없어. 만약 직접 힘으로 잘랐다면, 단면이 약간 울퉁불퉁해야 할 거야.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니지. 자세히 보면, 아주 깔끔하게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잘렸어. 이건 분명 무언가에 의해 잘린 거야."


그때, 감식관 하나가 반장에게 달려왔다.


"반장님!"


감식관이 반장에게 알려준 것은 제법 우울한 사실이었다.

피해자의 몸 어디에서도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장은 이미 예상했으나, 기분은 좋지 않았다.


"범인은 이 피해자를 특정 장소에 옮겨 둔 다음, 도구나 다른 여하 무언가를 이용해 발을 자른 것 같군."


반장의 혼잣말을 용케 들은 형사가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죽이고 자른 걸까요, 아니면 자른 다음 죽인 걸까요? 제 생각에는 죽이고 자른 것 같습니다. 자른 다음 죽였다고 하기에는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아요. 교살인 걸까요? 시체를 보면 혀가 다 튀어나와있었잖습니까."

"아마도...."


반장은 내심 놀랐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형사의 촉이 제법 날카로웠으니까.


슥-


반장은 피해자가 쓰러져있던 마지트리의 윗부분을 올려다 보았다. 혀가 튀어나왔다니. 목을 매달아 죽였을까?

마지트리는 놀이공원의 한가운데 있다. 죽인 다음 매달았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눈에 띄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목을 매달아 죽였다고 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사람이 계속 오는 이 상황에서 언제 목을 매달겠는가?

피해자가 체격이 큰 편이 아닌 남자이기는 하지만, 성인 한 사람을 목매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습니까? 평소보다 적었습니까? 아니면 많았습니까?"


반장의 질문에 관계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얼마 없었습니다. 소풍시즌이라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적었어요. 인기 많은 놀이기구 줄을 안 서도 될 정도였으니까요."

"반장님! 반장님!"


그때, 또 다른 형사가 반장에게 달려왔다. 여자 형사였다.


"목격자가 있답니다!"


목격자라고? 반장은 여자 형사를 따라 목격자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목격자는 다름 아닌 놀이공원 직원이었다.

그 직원은 자신이 마지트리 근처에 있는 VR체험장 담당 직원이라고 말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CCTV를 확인해도 좋아요."


목격자의 증언은 처음 남자 형사가 말했던 피해자 '자살설'에 힘을 실어주고 말았다.

피해자는 마지트리 내에서 살해된 것이 아니었다.


"뭐라 해야 하는 거지? 저는 그 피해자를 멀리서 봤거든요.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어요."

"바닥을 기어가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뭐라 안 하덥니까? 발목이 잘린 채로 기어갔다면 분명 눈에 띄었을 텐데요. 피도 나니까."


반장의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에 직원은 억울하다는 듯 대답했다.


"정말입니다! 피가 보였다면 저도 대응을 했겠지요. 하지만 피는 보이지 않았어요. 확인해 봐서 알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저는 당시 그 피해자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에요. 놀이기구를 심하게 타서 기어다니는구나 하고요. 대체 누가 발목이 잘렸다고 의심하겠어요?"


툭-


"반장님."


여자형사가 반장에게 다가왔다.


"목격자의 증언대로, 피해자가 기어왔다는 곳의 CCTV를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피해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일반인들은 몇몇 보였지만요. 게다가...."


형사가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피해자의 발목이 잘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에서, 이게 발견되었습니다."


형사가 건넨 것은 다름 아닌 혈액응고제와 하얀 가루, 그리고 마취제였다.


"지문을 떠보기는 했는데... 피해자의 지문 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약이 나온 것으로 보아, 피해자는 평소에 마약에 중독된 중독자였거나 혹은 정신이 이상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발목 없는 시체 사건은 자살로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

윗선에서는 딱히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굳이 언급해봐야 좋을 것 없다는 흔한 논리였다.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한 소문이 완벽하게 차단된 것은 아니다. 큰 기업과 관련된 사건일수록 소문은 발이 빨라지게 마련이니까.


'뭔가 이상해. 아무리 마약중독자라 해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허나 반장은 여전히 의심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 형사가 자신의 추리가 맞아 들어갔다며 별 헛소리를 지껄이는 동안, 반장은 생각했다.


'확실해. 마약 중독자일리가 없어. GHB라면 이미 배출되었을 테니 티가 나지 않았겠지만... 발견된 마약은 GHB가 아니었다. 체내에 상당히 오랫동안 남게 되는, 뇌를 파괴시키는 마약이었단 말이야. 분명히... 누군가 자살로 위장해 이 피해자를 죽인 거다. 분명해. 하지만 대체 누가?'


의심스러운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설령 정말로 피해자가 마약 중독자라 스스로의 발목을 잘랐다면, 근처에 잘린 발목이 있어야 정상일 것이다. 허나 발목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벌떡-


사무실에 있던 반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시작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것을.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영부가 또 누군가를 죽인 게 분명합니다. 아니면 죽일 예정이던지."


아직 놀이공원 사건을 인간 황대근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메모리아부서 역시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이번 사건 역시 영부가 누군가를 죽였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왜 또 죽이려는 걸까요? 대체 왜?"


메모리가 씩씩대며 투덜거리자, 황대근이 말했다.


"왜 죽이느냐도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왜 발을 잘라내느냐 입니다."


지금까지 영부가 죽인 이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신체 특정 부위를 변태새끼마냥 자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자료가 그것 뿐이에요? 잘린 발?"


혜윰이 묻자, 레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범인의 기억에 관련된 자료입니다. 릴리 팀장님께서 이번에 발견한 건 이것뿐인 것 같네요."


레이지의 말이 끝나자 순간, 황대근은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범인의 그림자인 쉐도우가 대근건설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간혹가다 범인의 무의식이나 기억, 혹은 꿈들이 대근건설로 흘러들어온다.


이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역시 범인의 무의식이나 기억, 꿈 속에 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심지어 황대근은 몇 번이나 영부의 무의식, 기억, 꿈 속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는 경력직이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영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근건설 - 소화기부서 위장팀)



한편, 케어는 피니시와 함께 있었다.

그는 피니시에게 신세 한탄을 죽 늘어놓고 있었다.


퍽- 퍽-


허나 피니시는 한가하지 않았다.

소풍갔다왔답시고 황대근이 야식을 처먹어버리는 바람에, 새벽 3시까지 일을 하게 생겼으니까.


다른 위장팀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면 될 터인데, 피니시는 새벽까지 일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직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침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을 하는데, 어느 누가 남의 신세한탄을 듣고 싶겠는가.

망치로 케어를 납작쥐포로 만들어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피니시 팀장님.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대체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오~!"


아, 케어의 상태는 아무래도 말짱하지 않은 것 같다.

그의 손에는 심장부서에서 파는 술인 ADH1B가 들려있었다.

케어가 마시는 술은 벌써 이번에 4병 째였다.


"아니이~! 남의 월급을 1년치씩이나 뺏을 거면~! 내 부하대원들 월급이라도 올려주등가아악! 이 그지같은 개새끼들이 왜 우리 떠블류비쒸를 X같게 하냐고요오오!"


케어는 체력이 좋고 건강하지만 술에는 약하다.

운동을 잘하고 몸이 좋다고 해서 모두 술을 잘하지는 않는 듯 하다.

혀가 점점 더 꼬이는 게, 들고 있는 술병을 빼앗아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스아실(사실).... 즈버언에 떠블류비쒸 대첩 뛔 암쉐포들(저번에 WBC대첩 때 암세포들)? 걔눼들 그러케까쥐 울이 사무쉴 안 부섯다구요오(걔네들 그렇게까지 우리 사무실 안 부셨다고요)!"

"마자요오! 울이 뒈장님 잘못 없쓰요!"

"마자용, 마자용!"


피니시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다른 위장팀 직원들이 피곤해하니 혼자서 이 야식을 도맡아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술에 절어버린 케어새끼도 모자라 플루와 키까지 오다니.


진심으로 피니시는 저 세 명의 취객을 망치로 두들겨 버리고 싶었다. 허나 그럴 수는 없으니, 그는 애써 참아야만 했다.


"으억, 우욱, 우웨에에엑-"

"우웨엑-"

"우엥, 우에엑-"


케어 대장을 선두로, WBC의 취객들이 일제히 입에서 냄새나는 부침개를 내뱉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들이."


결국 취객들은 피니시가 건네는 사랑의 매를 피해 새벽 내내 이리저리 도망다녀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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