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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46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2.30 07:15
조회
17
추천
1
글자
12쪽

발 없는 시체 (1)

DUMMY

(대근건설 - 제 1건물 브레인 - 사장실)




"으억, 썅!"


화장실을 빠져나오던 헨리는 깜짝 놀랐다.

나름 이유는 있었다. 사장실 구석에, 그러니까 사장실에 온 손님들이 쉽게 볼 수 없는 화장실 옆 구석에 있는 벽에 사진 몇 장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모습은 아주 끔찍했다.


첫 번째 사진은 발목 사진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발목이었다. 연결부위인 종아리가 없는 순수한 발목과 발. 윗부분이 절단된 터라, 절단된 단면의 모습은 상당히 끔찍했다.


두 번째 사진은 작년 살해된 두 남녀 피해자의 신체 일부다.

남성 피해자의 잘린 두 개의 종아리와 여성 피해자의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 10개와 두 개의 손바닥이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끔찍하기 그지없는 사진들을 흐린눈으로 쳐다보는 헨리를 보며, 쉐도우가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 괜찮지?"


괜찮느냐고? 저게 질문이랍시고 한 질문인가? 헨리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네가 찍은 거냐?!"

"아니, 내가 찍은 건 아냐. 부탁한 거지. 그리고 저건 시범용 사진이야. 진짜 사진이 아니거든."

"시범용 사진이라고?"

"그래. 얼마 있으면 곧 진짜 사진이 도착할 거야. 기대되지? 사진이 도착하면 너에게 제일 먼저 보여줄게."

"오.... 그것 참 굉장한 배려로군."


헨리는 미칠 지경이었다. 내 사무실 안에 이런 사이코패스가 발을 들이밀고 서있다니,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원래도 사이코인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였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당장 저 사진들 안 떼면 죽을 줄 알ㅇ...?!"


슥-


헨리가 쉐도우에게 혼쭐을 내주려는데, 쉐도우가 한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뭐, 뭐야?"


어리둥절한 헨리가 퉁명스레 물었지만, 쉐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이 새끼 진짜 뭐야?"


헨리의 투덜거림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쉐도우는 말 없이 영부의 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미스터 이머전이 연락을 취했더군요. 저는 왜 불렀습니까?"


쉐도우가 질문하는 대상은 바로 영부의 몸 속 사장이었다.

외모는 분명 남자가 분명한데 희한하게도 여자 목소리를 내는, 쉐도우와 비슷하게 생긴 사장이 쉐도우에게 투덜거렸다.


"왜 인간 황대근을 못 죽이게 하는 거지?"


쉐도우가 대답했다.


"분명히 내가 말했을 텐데요. 황대근은 아직 죽여서는 안 된다고."


쉐도우가 씨익 웃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녀석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반응이 궁금합니다. 너무 궁금합니다. 놈은 꽤 재미있는 놈이에요. 평범한 아이였다면 자기 친부모가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에 정신이 미쳐 돌아가야 하는데, 이 놈은 아니거든요. 이런 기분 처음이지만, 저는 이 놈이 아주 궁금합니다. 되도록이면 제 곁에 오래 남겨두고 싶어요. 아무데도 못 가게."


쉐도우의 차갑고도 날카로운 웃음에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이 새끼... 사이코인 걸 잊고 있었군.'


사장의 원래 모습은 쉐도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느 날, 쉐도우가 영부의 몸 속으로 들어온 뒤로 바뀐 것이다.

쉐도우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사장의 주인은 영부다. 대근건설 직원들의 주인이 황대근인 것처럼.


그러니 사장은 영부의 뜻을 따라야 할 터인데, 선뜻 그러기가 어려웠다.

허나 영부는 아니었다. 영부는 자기 몸 속의 사장이 그러든 말든, 이미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다음 날 월요일, 3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날이 되었다.

오늘의 모든 시험이 끝이 났고, 황대근과 친구들은 점심을 먹으러 시내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백경민은 그새 매점에서 뭘 사서 먹고 있었다. 바로 공룡 모양 과자였다. 트리케라톱스부터 소니사우르스까지. 별 모양의 공룡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야, 너도 같이 갈래? 물론 너도 돈은 내야 돼."


황대근과 친구들은 홀로 쓸쓸히 가방을 챙기는 박정우를 향해 그의 의사를 물었다.

박정우는 여전히 혼자였다. 모든 것은 안익준 때문이지만, 그 누구도 안익준에게 대놓고 무어라 하지 못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갈 테니까.


"나, 나도?"


박정우는 조금 부끄러웠다. 그들이 말을 걸어서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좋았지만, 자신이 그동안 황대근에게 해온 행동 때문에 부끄러웠다. 헌데 황대근은 이미 잊어버린 것인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황대근의 그런 여유로움을 부러워했다. 박정우는 황대근에게 제법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 덕분에 좋은 방향을 향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응, 같이 가자."


황대근과 친구들이 외로운 친구와 함께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사이, 안익준은 자신의 따까리 아니 친구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는 아빠만 믿었다. 아빠가 다 해주리라 믿었다. 누가 나를 가로막더라도, 설사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해도 상관없다. 아빠가 있으니까.

아빠가 다 돈으로 해결해주고 인맥으로 해결해 줄 테니까.


아들이 이렇게 싸가지없게 자란 데에는 안광윤의 탓도 있다. 그는 아들을 철 없이 키웠고,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힘 있는 사람에게 사바사바하는 것 뿐이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사람이다.


"이번 시험은 내가 1등일 거야."


안익준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공부 열심히 했거든. 어제는 무려 4시간이나 했지."


그의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들으며, 황대근과 친구들은 의문을 가졌다.

특히 황대근과 이시연, 그리고 백경민이 유독 의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익준은 오늘 모든 시험을 일찍 풀고 잤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다음 날 화요일, 중간고사 둘째 날이 되었고 첫 1교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안익준의 뒷자리에는 이시연과 황대근이 앉아있었다. 가나다라 순으로 앉아있었으니 당연하다.


[1교시 : 영어]


1교시 시험감독은 나예민이다. 그녀는 교탁에 서있기 지루했는지 교실을 돌기 시작했다.

근 한 시간 내내 아무말 없이 조용히 서있어야 했으니 좀이 쑤실 만도 하다. 나중에 수능감독 가면 어쩌려고 벌써 지루해하는 걸까.


'쯧쯧.'


교실을 둘러보며 고양이 발걸음 마냥 조용히 돌아다니던 나예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학생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직 1교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3학년 1반의 3분의 2 학생이 책상에 엎어져버렸다.


이러면서 시험 끝나고 내 인생 망했다며 지랄일 것 아닌가. 안 할 거면 깔끔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안 하면 되는 것을, 안 하고 스트레스 받는 건 또 뭐란 말인가? 나예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윽-


20분 정도 흘렀을 즈음, 나예민은 안익준이 있는 자리를 지나쳤다. 안타깝게도 나예민은 안익준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그녀가 안익준의 자리를 지나침과 동시에, 안익준이 책상 서랍쪽에 손을 넣었기 때문이다.


'....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예민은 보지 못했지만 대신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시연과 황대근이었다.







4월 28일 목요일, 지루하고 짜증났던 1학기 중간고사 시험이 모두 끝이 났다.

학생들이 시험의 끝을 자축하느라 학교는 교무실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있었다.

3학년 교무실에는 전주한과 신용호, 그리고 나예민이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이야 조금 불편한 마음과 홀가분한 마음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선생들은 아니다.

그들은 시험이 끝났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더 할 일이 남아있는 것이다.


"제가 처리할 테니 걱정말고 가세요. 별로 어려운 작업도 아닙니다."


전주한이 유독 피곤해 보이는 신용호에게 말하자, 신용호가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온 두 눈을 비볐다.


"아.... 그래주겠습니까? 요즘 뭐 좀 알아보느라 늦게 잤더니... 아이고, 삭신이 쑤시네요."

"저는 괜찮습니다. 얼른 가보세요. 휴게실 가서 눈 좀 붙이시죠."

"그럼 염치불구하고 가보겠습니다. 수고들 하세요."


드르륵- 탁-


신용호가 떠나자, 전주한은 나예민에게 말했다.


"쌤도 그만 가보세요. 이런 건 막내가 해야죠."


전주한과 나예민은 나이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비슷한 나이또래다.

다만 나예민이 전주한보다 먼저 입사했기 때문에 나예민이 몇 년 선배였다.


"아뇨, 이런 일에 막내가 어디 있고 선배가 어디 있나요. 같이 하는 거죠. 주한쌤 먼저 가보세요."

"괜찮아요. 같이 하죠 뭐."


제 3자가 이 광경을 본다면 사이가 나쁘지 않은 동료사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허나 가까이서 보니 꼭 그런 것 같지 만은 않다.


전주한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예민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대근건설 - 제 1건물 브레인 부장실)



메모리아 4인방은 부장실에 있었다.

부장실에는 4인방 외에 여러 명이 있었다. 브레인의 아들들인 중추팀 삼형제도 함께.


삼형제는 아빠인 브레인의 뒤에 서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4인방을 노려보았다.

각각 둘째와 막내인 미들브레인과 스몰브레인은 맏형인 빅브레인을 대놓고 무시하고 형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아빠는 아니었다.


삼형제는 진심으로 브레인을 존경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아빠가 마치 부처라도 되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대했다.

세뇌당한 것일까? 아니면 조금 독특한 사고방식 때문일까?


"시말서 써와."


브레인이 4인방에게 말했다. 평소보다 좀 더 낮고 권위적인 목소리였다.

아마 뒤에 아들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황대근 네놈의 억대연봉을 내놓아라."


브레인이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말하자, 아빠만 믿고 있는 철없는 삼형제는 기세가 등등해졌다.


"싫습니다만."


황대근은 당연히 거절했다. 그의 태도는 마치 '내가 뭐 하러?'와 같은 태도였다.


막말로 황대근이 대근건설에 큰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연봉을 내놓겠는가.

빅브레인이 자기 기분 안 좋답시고 이 난리를 피운 게 아니던가.


"뭐 이 새끼야?! 내 아들을 괴롭혔다면서? 내 귀염둥이 아들을!"


황대근의 태도때문에 화가난 브레인이 소리쳤다.


"이 놈이 덩치만 컸지 마음이 아주 여리단 말이다! 아비로서 아주 걱정이 된단 말이야. 마음 약한 녀석이 어디가서 괴롭힘 당하진 않을지... 흑!"


황대근은 더 이상 이 생쇼를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나머지 3인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대근 네 놈의 썩어빠진 인성머리를 고쳐줘야겠다. 당장 너의 연봉을...."


벌컥-


막가파 브레인이 억지로 황대근의 연봉을 빼앗으려는데, 누군가 부장실로 들어왔다. 왕근과 프로틴, 그리고 광배였다.


원래 그들이 험악한 인상들은 아닌데, 오늘따라 상당히 험악해보였다. 옷도 머슬핏의 나시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더욱 무서워보였다.


"뭐, 뭐야...?"


난데없는 근육맨 삼총사의 등장에 깜짝놀란 브레인과 브레인 삼형제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왕근은 그런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실로 위협적인 움직임이다.


"세상일은 대체로 두 가지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두둑-


왕근이 주먹을 쥐며 뼈가 우득거리는 소리를 위협적으로 내보였다.


"바로 주먹과 돈이지요."


우두둑-


"만약 돈이 조금 부족하다면 뭐, 주먹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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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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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콩가루집안 (2) 22.01.01 17 1 10쪽
227 콩가루집안 (1) 21.12.31 21 1 11쪽
226 발 없는 시체 (3) 21.12.31 17 1 12쪽
225 발 없는 시체 (2) 21.12.30 17 1 11쪽
» 발 없는 시체 (1) 21.12.30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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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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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216 달밤의 추격전 (1) 21.12.26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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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1) 21.12.25 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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