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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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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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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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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0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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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콩가루집안 (2)

DUMMY

(경기도 용인시 - 용인경찰서)



5월 19일 목요일, 얼마 전 놀이공원에서 수사를 진행했던 반장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현재 시각은 밤 9시. 집에 좀 갈 것이지 사무실에 앉아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다크웹...."


반장이 찾아보려 애쓰는 것은 다름 아닌 다크웹(dark web)이었다.

컴퓨터 쪽이라면 제법 일가견이 있는 반장이니 걱정될 것은 없다만, 문제는 다크웹이다.

사무실 컴퓨터로 다크웹을 들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피해자가 다크웹은 왜 들어가려 한 거지?"


아, 다행히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하진 않은 듯 하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실제 다크웹 사이트가 아닌, 다크웹 캡쳐본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컴퓨터에 관해 더 잘 알고 있는 한 후배에게 부탁을 했다. 놀이공원 사건 피해자의 과거 인터넷 기록등을 알아볼 수 있는가에 관한 부탁이었다.


윗선에서는 종결하라 난리지만 사실 아직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았고, 이번 사건은 반장이 담당하고 있으니 딱히 위법은 아니었다.

어쨌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해야 할 것 아니던가.


"이 새끼는 누구지?"


피해자는 텔레그램(telegram)을 이용해 누군가와 채팅을 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헌데, 그 누군가가 대체 누구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다행히 반장의 끈질긴 집착 덕분에 누군가의 정체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피해자를 참 잘도 골랐군."


피해자에게 접근한 누군가는, 피해자가 평소 정신상태가 올곧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잇었다.

그런 피해자에게 누군가는 가까이 접근했고, 곧 무서운 가스라이팅이 시작되었다.


물론, 애초에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수준의 책임은 존재했다. 자살 카페에 가입해 죽을 계획을 세웠으니 말이다.

허나 계획은 세웠지만 피해자는 막상 죽지 못했다. 좀 더 괜찮은 방법을 원했던 것이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주인공이 멋지게 죽는 장면을 그대로 답습하길 원했다.


피해자의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추정이 되는데, 나이에 맞지 않는 마치 중2병스러운 생각이었다.


"....어? 잠깐만. 이 새끼는.... 구치소에 있는 놈 아녀? 이야... 이거 완전 계획범죄구만? 자살하고 싶어하는 새끼 데려다가 몰래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해? 영악한 새끼네 이거."


드르륵- 드륵-


인터넷을 좀 더 뒤진 끝에 반장은 또 다른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놀이공원 화장실에서 발견한, 마약의 진실에 관한 것 말이다.


"그 마약들, 얼마 전에 GH도서관에서 발견된 거랑 좀 비슷한 것 같은데..."


반장의 머릿속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혹시 이번 사건이 GH도서관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평택이라는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범죄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예고인 것인가?


도리도리-


반장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단 확실한 것은, 피해자에게 접근한 놈이 누군인지 안다는 것이다.


우선 그놈부터 조져버리자. 비록 피해자가 조금 멍청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살인은 살인이니까.






(수원 구치소 - 면회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날 변호하기 어려울 것 같다니?!"


얼마 뒤, 김철환은 면회실에서 자신의 변호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변호사가 과연 그에게 무어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내용은 아닌 듯 하다.


"영부님이 나 변호하라고 보내줬잖습니까? 돈도 줬잖아요? 변호 해줘야죠?"


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안 좋습니다. 돈은 이미 영부님께 돌려드렸어요. 저는 이 사건 못 맡습니다. 이 사건은 떼돈을 줘도 해결이 불가능해요. 증거가 너무 확실합니다."


김철환이 소리쳤다.


"아니,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요?! 나는 어쩌라고?! 이봐요! 이봐아악!?"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마 국선변호사를 쓰셔야겠지요. 그럼 저는 이만."







영원히 감춰질 것만 같았던 용인 놀이공원 사건은 세간에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김철환이 징역살이를 살게 되면서 함께 알려졌다.


평택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50대 선생이 시험지를 유출해 한 학생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것.

그런 선생이 반성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뻔뻔하게 마약거래까지 했다는 것.

특정 남성을 공략하여 계획적인 범죄를 저질러 마치 자살처럼 보이도록 유도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바로 죄인 김철환에게 붙은 범죄들이다.

물론, 놀이공원 사건을 사람들이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을 뿐이다.

이 세상에 벌어진 모든 사건사고들은, 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없는 사건 취급 받으니까.


"씨발..."


영부에 의해 빠져나올 줄로만 알았던 김철환은 절망스러웠다.

시험지유출은 분명 내가 한 짓이 맞기는 한데, 마약은 또 뭔 소리란 말인가? 내가 누굴 죽였다고? 난 그런 적이 없는데?


"이, 이, 이게 뭐냐고 대체!"


재판 중, 검사가 증거물로 판사에게 보여준 것들 중에는 피해자와 김철환의 채팅 내용이 있었다.

김철환은 억울했다. 나는 저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놀이공원 사건도 이제서야 알았다.


"진짜 모른다고! 난 잘못 없다고! 저거 조작된 거야, 조작된 거라고!"


김철환은 열심히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사가 보여준 모든 증거가 김철환의 유죄를 증거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들의 발언 또한, 김철환에게는 불리했다.


모든 면에서 김철환에게 유리한 점은 없었다. 이미 세는 기울었다.


땅땅땅-


결국, 김철환에게는 유죄가 선고되었다. 그 덕분일까, 한연화의 이혼절차는 손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콰앙-!


김철환의 유죄가 확정된 날, 구영원으로 돌아온 영부는 벽을 쳐대고 있었다.

김철환의 마지막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그는 예의없이 치솟는 혈압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왜 김철환이 유죄인가? 그는 죄가 없다. 큰하늘님은 그를 죄인이라 하지 않으셨다.

분명 돈을 썼는데. 분명히 썼는데. 나의 힘을 전능한데. 나에게는 큰하늘님께서 주신 권능이 있는데.


감히, 누가 감히 나를 능욕하는가? 누가 나를 방해한단 말인가?


"기분이 더러운가 보군."


영부실에서 짝짓기에 실패한 짐승마냥 울부짖는 영부에게, 검은 복면의 남자가 다가왔다.


"너의 소중한 오른팔이 탈출에 실패해서, 기분이 더러운가?"


영부가 남자를 노려보았다. 허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기분이 더럽지?"

"네놈 짓이지?"


영부가 말했다.


"네가, 네가 김철환을 음해한거야. 네놈 때문이야. 은혜도 모르는 새끼.... 지파장이라는 큰 자리에 앉혀줬더니, 나를 능멸해?"


능멸이라.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영부 제까짓게 뭔데 조선시대 임금이나 쓸 법한 단어를 사용한단 말인가.


"너... 너 이 새끼... 너는 못된 놈이다. 넌 사탄의 자식이야. 넌 악마의 자식이야. 이렇게 치사하고 더럽게 굴 수 있는 거냐?"

"네가 김철환을 데리고 뭘 하려는지 잘 알고 있거든."


복면의 남자가 소파에 앉았다.


"그놈 데리고, 황대근 처리하려는 거잖아. 그렇지?"


영부가 고개를 끄덕엿다.


"그래 ,맞아. 그런데 그게 뭐?"

"그건 예의없는 짓이야."

"예의가 없는 짓이라고? 그게 왜 예의가 없는 짓이지? 그 놈은 큰하늘님의 일을 방해했다. 하늘의 일을 방해한 거야. 한낱 하찮은 인간일 뿐인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가!"


하하하!


남자가 웃었다.


"큰하늘님의 일이라... 너는 정말로 신을 믿나? 큰하늘님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아니, 설령 존재한다 해도 그건 문제될 게 없어. 문제는 바로 너다."

"너는 누구를 믿는 거냐? 신을 믿는 거냐? 아니면 너 자신을 믿는 거냐?"

"큰하늘님의 뜻이라고? 그건 그저 도구일 뿐 아닌가? 멍청하고 불쌍한 신도들을 하나로 옭아매기 위한?"

"천국으로 유혹하고 지옥으로 겁을 주는 것일 뿐이야."

"너의 큰하늘님은, 하나의 완벽한 사업 아이템일 뿐이지."


털썩-


영부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사실 구영원이 망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부는 마치 구영원이 망하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던 오른팔이 날아가버렸으니 상실감을 느낄 만도 하다.


허나 그가 지금까지 죽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의 상실감은 그저 욕심과 탐욕에서 흘러나온 이기적인 상실감일 뿐이다.


"영부, 너는 곧 너 큰 상실을 겪게 될 거다. 네가 믿어 의심치 않는 너의 든든한 파트너가 무너지게 될 거야."


복면남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영부에게 말했다.


"그때가 곧 올 거야. 기대하고 있어도 좋아. 곧 다가올 너의 파멸을 말이지."







(경기도 평택시 - G아파트)



"대체 뭘 하려는 건데?"


5월 25일 수요일 저녁. 이시연의 집에서 함께 떡볶이를 나누어 먹고 있던 천강우가 이시연에게 물었다.


"이미 성적은 다 나왔잖아. 야 이시연! 대답 좀 해! 아까부터 컴퓨터만 쳐다보고 뭐 하냐?"


이시연은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컴퓨터 내에 설치된 PC코코넛톡을 이용해 연락처를 뒤지고 있던 중이었다.


"뭔가 수상해."


드디어 이시연이 입을 열자, 천강우가 툴툴거렸다.


"뭐가 그렇게 수상한데?"

"안익준. 그 새끼가 수상해. 뭔가 수상하다고."

"안익준?"

"내 예상이 맞다면, 걔 성적표는 대근이 성적표랑 바뀐거야."


그녀의 발언에 천강우는 깜짝 놀라 그만 다리를 휘청이고 말았다.


"뭐? 성적표가 바뀌어? 그게 말이 돼?"

"정확하게는 성적표가 바뀐 게 아냐. 어쩌면...."


타닥-


이시연이 안익준의 프로필을 클릭했다. 메인 화면에 크게 걸려있는 사진 속에는 안익준이 자신의 성적표를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익준엄마도 있었다.


"성적을 조작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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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구해줘 (save me) (2) 22.01.04 19 1 12쪽
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8 1 12쪽
232 소리 없는 아우성 22.01.03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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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콩가루집안 (4) 22.01.02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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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가루집안 (2) 22.01.01 1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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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스터디 모임 (4) 21.12.29 17 1 12쪽
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221 스터디모임 (2) 21.12.28 17 1 11쪽
220 스터디모임 (1) 21.12.28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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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216 달밤의 추격전 (1) 21.12.26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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