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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80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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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해줘 (save me) (2)

DUMMY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시간이 흘러 6월 13일 월요일이 되었고, 아주 오랜만에 피니시가 메모리아부서를 찾아왔다.

헌데 그의 표정을 보니, 딱히 즐거운 소식을 들고 온 것은 아닌 듯 하다.


"백이사님께서 실종되셨다."


역시, 좋은 소식은 아니다. 피니시가 들고 온 소식은 조금 많이 뒤늦은 소식이었다.

백설하가 실종된 것은 거의 일주일 전인데, 피니시는 그녀가 실종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실종소식을 알아낸 것이다.


혜윰이 왜 일주일이나 지나서 알려주느냐 타박하자, 피니시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보통 직원들이 이사랑 말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소화기 부서를 포함한 4인방은 백설하를 찾아보려 백방으로 뒤졌으나 그녀의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늘로 솟았는지, 아니면 땅 속으로 꺼졌는지, 공기 중에 증발했는지 알 수가 없다.

황대근은 생각했다. 백설하가 실종된 것은 사실이다. 헌데, 인간 황대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은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는데.'


그는 결정했다. 백설하를 찾는데 힘을 쓰되, 잘 생각해보자고.


'혹시, 범인에 의해 잡아먹힌 건 아닐까? 범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꿈을 꾸었다는 건... 결국 잡아먹혔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저번에 황대근이 꾼 꿈에 새로운 남자가 나왔었지. 검은 복면의 남자였어.'


검은 복면의 남자. 황대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음 보는 남자다. 아니, 본 적이 있었던가? 만난 적이 있었던가?


그 남자는 대체 누구지?


왜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지?







(대근건설 - 구영원)



"에파타학교? 내가 지원해주는 학교야."


한편, 복면의 남자는 영부와 함께 영부실에 있었다.

아마 복면의 남자가 영부에게 에파타학교에 관한 질문을 한 모양이다.

그가 들고있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에파타학교와 관련된 기사가 보인다.


"거기 교장이 경찰서장하고 친척이거든. 아주 빵빵한 인맥이라고 할 수 있지. 거기 교장놈이 아끼는 여학생이 하나 있다더군. 나이는 몇 살이랬지? 10살이라고 했었나? 암튼 꽤 괜찮다고 하더라고. 나도 조만간 함 가볼까 해."


평택을 마냥 시골로 보기에는 애매한 감이 조금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주요 수도권 도시들과 비교하면 시골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아주 끈끈하구만.'


복면의 남자는 생각했다. 이것은 지역토착비리라고.

영부는 영부대로, 안광윤은 안광윤대로 에파타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에 대해 침묵했다.

그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선함과 자비로움, 불편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 그 댓가로 그들은 실체없는 존경을 받는다. 이미지는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들을 좋게 보기 시작한다.

저 분들은 장애인들을 위해서 후원을 아끼지 않아. 그들을 위해서 많은 돈을 기부해. 정말 좋은 분들이야.


'냄새나.'


안광윤과 영부의 자비 없는 침묵 속에, 냄새나는 노란빛의 지폐들은 빙빙 돌고 있다.

이번일 눈감아주면 얼마를 줄게. 그 일 눈감아주면 네가 한 일 모른 척 해줄게.

대신 나도 저 학생들을 데리고 뭘 하더라도, 너흰 눈 감아 줘.


우리가 뭘 하더라도, 너흰 모른 척 해줘.


'만에 하나 학생들이 내부에서 신고를 하려 해도, 소용은 없지. 설령 멍청하고 순진해 빠진 초보신입 경찰 한 놈이 이 사태를 알게 되어서 수사를 한다 해도, 소용 없어. 아마 그 신입 경찰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거나 해고 당할지도 모르지.'


이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경찰도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의지를 가지고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부당한 이득을 묵인하고 지켜주었을 뿐이다.


'항만업체 대표에 구영원에 경찰서장에 에파타학교라... 거대한 족벌 운영체제로군. 평택은 이들 손에 잡아먹혔어.'


뻔한 일이다. 구영원과 에파타학교는 안광윤의 침묵 덕에 많은 돈을 얻고, 안광윤은 그 댓가를 받는다.

안광윤은 높은 평판을 얻는다. 어렵고 힘든 학생들을 지원하는 좋은 경찰서장.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착한 경찰서장.

안광윤이 타인의 호의를 주워 먹으면서 뒤룩뒤룩 살이 찌는 동안, 학교 내 학생들에 대한 폭행과 구타, 폭언을 묵인하는 학교 관계자들.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학생들.


"하!"


복면의 남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의가 없는 것? 나는 세상에서 그게 제일 싫어.


"예의 없는 새끼네, 이거."


복면의 남자가 중얼거리자 영부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 예의가 없어? 예의는 누가 없는 거였더라? 김철환을 아주 지옥 끝까지 보내버린 게 누구더라? 김철환은 조금만 기다리면 무죄 판결 받고 나올 수 있었어. 그런데 네가 모든 걸 방해했지!"


영부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지만, 남자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하! 방해라...? 나는 선을 행했을 뿐이야."

"뭐...? 선이라고..?"

"옳은 일을 한 거지, 나는."


저벅저벅-


손님용 의자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놓여진 물잔을 집은 채, 남자는 창가로 걸어갔다.


"영부, 끝이라는 게 뭔지 알고 있나?"


영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위 살피지 않고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린 경주마는, 언젠가는 지치기 마련이야."


휙-


창가에 등을 진 채, 남자가 영부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날렸다.


"넌 곧 끝을 마주하게 될 거야."


영부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 얘기는 저번에도 하지 않았나? 레퍼토리가 늘 비슷하구만. 넌 곧 죽을 거야. 넌 곧 망할 거야. 하하! 재미없다고. 너는 이걸 꼭 기억해 둬라. 널 이 구영원에 고용한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지파장이라는 큰 자리를 줬더니 날 능멸해?"


복면의 남자는 속으로 웃었다. 지금의 영부에게는, 그 어떠한 말을 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의미도 없을 것이다.

굳이 말해봐야 입만 아플 테니까.


'너의 어깨와 팔은 부러질 거야. 물론 구영원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넌 곧 파멸할 거다 영부. 예의없는 놈들은 늘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거든.'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다음 날 6월 14일 화요일, 박정우는 안익준과 함께 있었다. 함께 있기는 했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함께'는 아니었다.


"좆만이 새끼네, 이거."


안익준의 곁에는 그의 따까리, 아니 친구들이 함께 있었다.

그들은 학교에 있는 쉽사리 어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서 박정우를 압박하고 있었다.

물론, 박정우가 원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안익준과 그의 패거리가 박정우를 끌고 왔을 뿐이다.


툭툭-


정교빈은 턱을 한껏 치켜들며 박정우의 어깨를 쳤다. 때리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모욕적이라 느낄 만한 행동이다.


"야, 너무 그러지 마라. 애 울라."


정교빈과 다른 패거리들이 박정우에게 모욕감을 주는 동안, 안익준은 뒤에 멀찍이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는 말리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기는 했지만, 조금도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그가 죄책감을 느꼈다면, 애초에 하지 말라고 했을 터다.


'머리 아파.'


박정우는 패거리의 몸에 밴 담배 냄새 때문에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의 아버지 박바람도, 어머니인 정우엄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일까? 박정우는 땀냄새와 호르몬냄새가 뒤섞인 담배냄새를 맡기 힘들어했다.


"야, 나 만 원만 빌려주라. 내일 갚을게."


정교빈이 박정우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아니다, 오만원 정도만 빌려주라. 내가 언젠가는 꼭 갚을게."


그러자 패거리 중 유독 불량해 보이는 한 여학생이 웃으며 말했다.


"야 정교빈! 애 돈 뺏지마~ 애 존나 삥뜯고 있어~"


말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혀 아니다.

여학생 역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정교빈은 그런 여학생을 쳐다보더니, 허세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게 뺏는 거냐? 그냥 친구끼리 좀 빌려 달라는 거지."

"안 줄 건데."


박정우의 단호한 한마디에, 정교빈은 잠시 몸이 굳었다.


그러나 곧 풀리더니 위협하듯 오른손을 높이 치켜올렸다.


"이게 친한 척 좀 해줬더니...!"


찰칵-!


그때,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야, 천강우! 그러니까 무음 모드로 사진 찍으라 했잖아!

"아니, 이시연! 내 카메라는 무음 모드 안 된다고! 이 핸드폰 제작사에서 그 기능 삭제했다잖어!"

"그럼 어플을 깔면 되잖아!"

"아니 그건 또 귀찮게 뭐하러 깔어?!"


카메라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천강우와 이시연이었다. 이 두 학생은 박정우를 괴롭히는 안익준패거리들의 폭력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안익준 패거리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곧 있으면 학생회장 선거날인데, 저 사진을 찍었다는건....


"야, 박정우! 빨리 와!"


안익준 패거리들의 몸이 굳어있는 동안, 이시연은 박정우의 손을 잡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이시연! 사진은 어쩔 거?"


천강우가 질문하자, 그녀는 박정우의 손을 잡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아 당근 인화해야지! 그리고 뿌려야지! 안익준 저 새끼 어차피 학생회장 못되겠지만, 확실하게 밟아버려야지!"







(대근건설 - WBC)



"자, WBC대원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서울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학생회장과 같은 이력이 있으면 좋다고 한다! 학생회장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대근이의 모습이 멀끔해야 해!"


비슷한 시각, 케어는 한창 WBC전 대원들에게 연설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연설이라기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저, 대장님!"


케어의 말이 끝나자, 플루가 손을 들었다. 질문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멀끔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부하대원의 예리한 질문에 케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질문이다. 아주 좋은 질문이야. 대근이를 깨끗하고 호감가는 인상으로 바꾸려면.."

"이미 대근이는 충분히 호감형 아닌감요?"


키가 말했다.


"대근이 싫어하는 애는 안익준 밖에 없잖아요."

"그 새끼는 중요하지 않아!"


케어가 소리쳤다.


"너희들! 우리 WBC는 누구를 섬기지?!"


WBC대원들이 대답했다.


"인간 황대근입니다!"

"그래! 우리 대근이가 서울의대에 간다잖아!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야 할 것 아니냐?!


케어의 감동적인(?)브리핑이 모두 끝이 나고, WBC대원들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공 밖으로 나가 피부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뾰루지가 나서 흉터진 것도 지워주고, 인중과 턱에 난 털들도 정리해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귀도 닦아주었으며, 지저분하게 난 잔머리도 모두 해결해 주었다.


"우리 대근이 귀 닦아줘야지~"


플루가 깨끗하게 빤 걸레를 들고 모공 밖으로 나가 귀에 도착했을 때였다.


[에취!]


코털을 정리해주던 키 때문일까, 황대근은 그만 재채기를 했고 플루는 귀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엥? 귀에 물 들어갔나? 갑자기 왜 이래?]


플루가 귓속에서 한창 길을 잃는 동안, 인간 황대근은 들어가지 않은 물이라도 빼려는 듯 손으로 귀를 탁탁 쳤다.


그 바람에 플루는 하마터면 바깥세상에 낙오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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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해줘 (save me) (2) 22.01.04 20 1 12쪽
233 구해줘 (save me) (1) 22.01.03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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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콩가루집안 (4) 22.01.02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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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콩가루집안 (2) 22.01.01 18 1 10쪽
227 콩가루집안 (1) 21.12.31 21 1 11쪽
226 발 없는 시체 (3) 21.12.31 17 1 12쪽
225 발 없는 시체 (2) 21.12.30 17 1 11쪽
224 발 없는 시체 (1) 21.12.30 18 1 12쪽
223 스터디 모임 (4) 21.12.29 17 1 12쪽
222 스터디 모임 (3) 21.12.29 17 1 13쪽
221 스터디모임 (2) 21.12.28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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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달밤의 추격전 (2) 21.12.26 17 1 13쪽
216 달밤의 추격전 (1) 21.12.26 15 1 12쪽
215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 21.12.25 1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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