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이색 콤플렉스 (블루 - 레드)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3.07.11 15:54
최근연재일 :
2023.08.28 18:1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15
추천수 :
4
글자수 :
171,436

작성
23.07.26 17:59
조회
30
추천
0
글자
11쪽

새로운 희망 / 디데이(D-Day) 전야

DUMMY

<새로운 희망>


벌써 이런 모임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불어나고 있었다.

원청 노조 위원장이 하청 노조의 건설과 연대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노조를 추진하려다 여의치 않아 실의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큰 반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전적으로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러 하청업체에서 분산되어 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전에 노조 결성 문제로 쫓겨났던 사람들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박사무장의 주도로 하나둘씩 모여 들기 시작했고,

이쪽에서도 위원장 외에 믿을만한 임원 몇몇이 가세했다.



뜻을 둔 사람들이 있는데 왜 방법이 없겠는가.

논의 또한 점점 구체화되어 갔다.

무엇보다 하청업체의 노조를 결성한 후

해당 업체들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갖고 있는 원청 본사에 대해

하청업체 직원들의 권리를 어떻게 요구하느냐는 문제가 중점이었다.


처음엔 하청업체 노조를 본사 노조로 인정하라는 투쟁을 바로 밀어붙이자는 견해가 강했으나,

그것은 법적인 문제가 동반되기 때문에 또 복잡해지고

저쪽에서 그것을 기화로 시간을 질질 끌 것이 뻔해 보이니,

그것보다는 우선 노조 차원에서 하청업체 노조를 결성한 후

본사 노조와 통합해 버리는 것이

더 실속 있고 효과적이라는 것에 차츰 의견이 모아졌다.


그것도 법적인 문제가 있긴 했으나

형식적인 문제들이야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일단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본사 노조와의 연대만 실질적으로 성사된다면

그때부터는 하청업체 직원들이라 해서 누구라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두 통합해서 조직을 꾸리고

함께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한 마당에

본사든 협력업체든 달리 무슨 수를 쓸 수 있겠는가.



힘없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무기이자

지배하려는 자들 또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연대다.

이렇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렇게 교묘한 술수까지 써가며 분리한 이유도

현장 전체가 연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하청노조가 각개 격파당하고 지지부진 했던 것이

현장 전체가 연대하지 못한 이유라는 것에 모두 공감했기에

통합노조를 결성하는 것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또한 그러한 통합 노조의 전단계로

하청노조가 결성되는 즉시 본사 노조와 하청 노조 임원들,

그러니까 노조 지도부들 간에 공동위원회부터 바로 발족시켜

아예 못을 박아 버리자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또한 세워졌다.


사실상 노조를 움직이는 것이야 지도부들이었기에,

기존 본사 노조와 새롭게 선출된 하청 노조의 지도부들만이라도

함께 나설 경우만을 놓고 본다고 할지라도,

같은 현장 직원들을 하청이라는 허울로 제각기 분리시켜 힘을 쓰지 못하게 해 놓았던

본사의 농간은 여지없이 분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늘 가는 곳에 실이 따라 가지 않을 수 없듯이

그 동안 전국단체 일로 바빴던 후배 녀석이 동참하면서

모임은 더욱 활력이 일어났다.


역시 후배 녀석 일머리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녀석은 합류한지 며칠도 안 되어

여기서 추진하고 있는 공동위원회만 성사되면

지역연합 차원에서 곧바로 지지성명을 내고

그 쪽 임원들이 모두 동조 방문하기로 다 계획했으며,

향후 본사 노조와 하청업체 노조의 통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사안들도 전국단체와 함께 논의해 볼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 왔다.


비록 현장의 이런 문제를 소홀히 한 오류가 있긴 있었으나

역시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뚫고

지역연합이니 전국단체니 하면서 뛰어다닌 보람이 있긴 있었다.



본사 노조뿐만 아니라 지역연합은 물론

전국단체에서까지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 확실시되자

모임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기가 충천했고,

그동안 억눌렸던 하청업체쪽 사람들에게는 뭔가 희망이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위원장 역시 오랜만에 이전에 후배 녀석과 단둘이서 노조를 새로 시작할 때와 같은

그런 가슴이 벅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힘들긴 했지만 당시 어용노조를 갈아치우고 새로운 노조를 출범하며

다른 업체들에게도 좋은 반향을 일으켰듯이

이번에도 일이 성사되면 다른 업체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젠 지역이나 전국단위 단체들이란 든든한 우군들까지 가세해 주니

훨씬 더 파급력이 클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차별을 걷어버리며

또 한 번 우리는 역사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책에서 읽은 그대로였다.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고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디데이(D-Day) 전야>


디데이가 잡혔다.

가장 중요한 것이 본 게임이지만,

사전에 준비가 잘 이루어지면 막상 본 게임은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다.


소속 하청업체들에서 노조를 주도하던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물론

무엇보다 본사 노조위원장과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지역연합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몇 번의 각개격파를 당한 후로 거의 체념 상태에 있던 하청업체 직원들도

이번만큼은 뭔가 상황이 다르다는 감을 차츰 잡기 시작했고,

박사무장을 비롯한 그쪽 사람들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직원들을 물밑에서 차질 없이 잘 견인해 내고 있었다.


또한 이미 그 단계에서는

본사 노조 임원들과 하청업체 노조를 주도하는 사람들 간에 결성하기로 합의한

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직책까지 모두 정해 놓은 것은 물론

본사 노조 건물에 위치할 사무실 공간까지 배정해 놓을 정도로

실질적인 연대가 다 이루어져 있었기에

남은 것은 형식적으로 이를 추인하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디데이의 일정 또한 잡혔다.

여러 하청업체 직원들이 모두 동참해 노조 결성을 선언하고

본사 대운동장에서 출정식을 가지는 것에 맞추어,

본사 노조는 임시 총회를 개최한 후

전 직원까지 동원은 할 수 없더라도 노조 임원들과 비번이거나 여력이 있는 일부 직원들이 그곳으로 합세해서

하청노조 결성을 지지한다는 계획이었다.


임시 총회 안건은 ‘전국노동단체 활동 보고 및 하청업체 지원 비준’으로 정해졌다.


처음부터 하청업체와의 통합 노조니 지도부간의 공동위원회니 같은

구체적인 사안을 제시하면 다소 낯선 주제라 직원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으니,

일단 그간 눈부시게 발전해 온 전국노동단체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본사의 농간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지원하자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으로

적당히 비준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 정도로만 총회의 승인을 받아도 하청업체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나

앞으로 연대에 관한 일은 위원장이나 임원들의 재량사항으로

별다른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일이 막상 추진해 보면

의외로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다.


단순하게 놓고 돌이켜 보면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을 뿐

하청업체 직원들이야 당연히 자신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 맞이할 뿐이었고,

이미 같은 현장에서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던

본사 노조 차원에서야 달리 힘들일 필요 없이

이를 지지하기만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었는데,

도대체 그동안 무슨 벽이 가로막혀 있었기에

상황이 지금 이 지경까지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역시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기존에 굴러오던 습성에 배겨

이런 얄팍한 변칙적 꼼수로 인한 문제도

지금에 와서야 해결을 보게 되다니.


저쪽에서 어떤 수를 부려봐야

이쪽은 단순한 연대만으로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노조 총회는 7일전에 공고를 해야 했고,

그때부터는 지금까지 논의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했다.


임시총회의 안건만으로 볼 때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본사 노조가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측이나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적잖이 신경이 거슬릴 것이다.

그러나 실직적인 연대가 거의 마무리된 마당에 그

내용까지 속속들이 알아본들 무슨 수를 쓰겠는가.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그렇게 어려워 보였던 일이

너무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뭔가 혹시 빠진 것이나 없는지 하는

허전한 기분마저 드는 것 같았다.


공개적으로 활동을 개시하기 전날,

그동안 함께 대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마지막 회합을 가졌다.

재정 상황이 훨씬 좋은 본사 노조 임원들이 돈을 각출해

함께 승리를 위해 거나하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위원장, 정말 고맙소이다.”

“고맙긴요. 아,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할 일을 가지고...

진작에 찾아 오셨으면 그 동안 그 고생은 안 하셨을 것 아닙니까.”


다소 긴장이 되긴 했으나

다들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본사 분들이 저희들한테 별로 관심이 없으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무슨 섭섭한 말씀을,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 줄 알고 그러십니까.

다 겪어 본 일이라서 얼마든지 이해합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해야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소

주가 몇 잔씩 들어가자 다들 곧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데 일이 풀리긴 하더라도

당장 처우가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부분은 조금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구, 위원장님 저희들은 많은 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일한 만큼 조금 더 대우받는 것 밖에 정말 다른 거 없습니다.”


자신들도 처음 시작할 때 마찬가지였다.

큰 욕심이 없었다.

그냥 일한 만큼만 대우받고 사람같이 살아보는 것뿐이었다.

적어도 우리 현장에서만큼은 오래전에 이미 해결을 본 문제인 것 같은데

아직도 이런 상황이 반복된단 말인가.


“예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앞으로 우리 한 식구 될테니

결성식 끝나고 축구 경기나 한 번 합시다.“

“좋지요.”

다들 얼근히 도는 취기와 함께

뭔가 새로운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으며

노래방까지 가서 노동가부터 트로트까지 신나게 불러대며

그동안의 노고를 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색 콤플렉스 (블루 - 레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색깔 공방 23.08.28 24 0 9쪽
35 허무한 몰락 / 물리학적 귀결 23.08.25 22 0 10쪽
34 시대의 기수 / 부조화 23.08.24 19 0 14쪽
33 인연 23.08.23 18 0 12쪽
32 마지막 명령 / 뜻밖의 해후 23.08.22 21 0 10쪽
31 지옥으로부터의 귀환 / 경련 23.08.21 25 0 12쪽
30 고군분투 / 현기증 23.08.18 20 0 11쪽
29 개운치 못한 승리 / 끝나지 않은 전투 23.08.17 19 0 10쪽
28 격전 / 생과 사 23.08.16 23 0 11쪽
27 사지를 향해 23.08.15 24 0 13쪽
26 밥과 옷 / 전쟁 23.08.14 22 0 11쪽
25 길 위의 대화 23.08.10 22 0 11쪽
24 신고식 23.08.09 24 0 9쪽
23 노인과 환영 / 에프엠과 꼴통 23.08.08 24 0 13쪽
22 제2편 레드(‘극’자 돌림): 꼰대들의 월례 행사 / 여러 노선의 문제 23.08.07 25 0 10쪽
21 진로 문제 / 중참 23.08.04 24 0 8쪽
20 빛과 소금 23.08.03 26 0 8쪽
19 그때 그 사람 / 소시민 23.08.02 28 0 10쪽
18 현상과 본질 23.08.01 26 0 10쪽
17 훈장 23.07.31 25 0 8쪽
16 퇴보 / 파국 이후 23.07.28 25 0 9쪽
15 팔일무 23.07.27 28 0 7쪽
» 새로운 희망 / 디데이(D-Day) 전야 23.07.26 31 0 11쪽
13 협의회 사람 / 창조적 상속 23.07.25 28 0 13쪽
12 돌아온 기득권자 / 또다시 갈라진 세상 23.07.24 29 0 10쪽
11 그리고 그 그늘 23.07.22 31 0 10쪽
10 투쟁과 연대의 나날들 / 영광 23.07.21 38 0 10쪽
9 인간의 권리 23.07.20 34 0 9쪽
8 분노의 지게차 / 더 센 패거리들 23.07.19 45 1 9쪽
7 홍콩 느와르와 현실 한국 / 양들의 반란 23.07.18 46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