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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의 서재

결별 후 천재 마법사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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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의식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50
최근연재일 :
2022.07.22 20:2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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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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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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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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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공무원 복귀 후 한판(1)

DUMMY

[마왕으로부터 데이터를 인도 받기 시작합니다.]


다행이 대천사라는 작자가 무언가를 더 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결론적으로, 마왕을 물리쳤지만 변한 것은 없다.


폐허가 된 서울 시내 한복판에는 우뚝 선 헌터 협회 건물과 마탑이 서로를 견제하는 듯 건재하게 서 있다.


그리고 창공에는 동생 ‘마왕 사브리예’의 뒤를 이었다며 헛소리를 지껄인 ‘대천사 사브리예’가 날개를 펄럭이며 불길한 빛을 발했다.




주저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피를 닦는 이담비.


그녀는 멀찍이 떨어져서 유성을 바라보았다.


유성의 예상은 틀렸다.


「검과 마법의 시대」의 ‘황녀 이신스.’


이신스는 윤라은이 아니라, 그녀의 사촌이자 유성의 전 애인.


이담비였던 것이다.


*


그녀가 떠올리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생을 회상한다.


이담비 그녀는 과거에 「검과 마법의 시대」에 제국의 황녀이자, 시간의 마법사 현자 레안과 함께 하였던 전설적인 팔라딘이었다.


마탑의 120층계를 돌파하고, 현자 레안은 말했다.


-끝은 저 먼 암흑에 휩싸인 벌판 너머에 있어. 무한히 하늘로 뻗은 계단 그 위에 있다.


승리에 도취해서 일까. 아니면 방심했기 때문일까. 제국은 하루의 평화 가득한 안식의 축제를 보냈다.


그리고 결전의 시간.


검은 구름이 걷히고, 계단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



마왕 사브리예가 진정으로 창궐하다.


이신스는 성검 ‘신의 사자’를 들었다. 현자 레안도 그의 지팡이 ‘희망’을 들었다.


모두에게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벅차오르는 환희의 전투는 절망으로 뒤집어졌다.


동료들이 「역설의 마왕」에게 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빛이 흘러나오자 결의에 찼던 아군들은 속수무책으로 절망과 공포 속에 울부짖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몇 명의 목이 잘려나가고, 그의 눈빛에 공포에 질려 아군을 공격하기도 한다.


최종의 결전에서,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


그녀는 그렇게 판단하고 현자 레안에게 단호히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해 줘.


레안의 눈이 슬픔에 휩싸여 번뜩였다.


-이신스! 제발, 그러지 말거라. 희생하지 말아 줘.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녀 이신스는 그녀의 최대한의 힘을 내뿜었다. 이내 하얗고, 성스러운 힘이 주위에 만연해졌다.


마왕의 드높은 어둠의 계단에서 부터 뻗어 나온 죽음의 빛은 잠시나마 걷히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힘이 뻗어나갔다.


그러나 그 힘은 레안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 이 일대의 모두를 되살아나게 하였다.


「세계수의 씨앗.」


부활의 힘.


이를 사용함으로써, 그녀의 생명은 1시간도 채 남게 되지 않았다.


마왕 사브리예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격전의 순간에도, 그 사악하고 치졸한 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다시 살아난 모두와 함께, 그녀가 레안의 마법에 힘입어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왕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기 직전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피폐한 영혼의 마법이 그녀에게 휘감겼다.


「노화의 마법.」


이신스에게 남은 딱 한 시간 분량의 생명이 타들어 갔다.


생명이 불타버린 채 마지막 검을 마왕에게 쑤셔 박지 못하고 온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되살아난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고통에 울부짖으며, 그녀는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레안이 그녀를 안아 올리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것은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끝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건만······..


그러나 그녀는 이미 뼈만 남은 상태였다. 덩그러니 이신스의 사체를 바라보는 레안.


-영원히 할 수 없게 되어 미안해······.


그리고, 마왕에게 빨려 들어간 그녀의 원혼은 현자 레안의 끔찍한 마지막 죽음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끝까지 보게 된다.


이렇게 그녀는 전생을 마감하였던 것이다.


*


“이담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유성이다.


“한민우 선배 집으로 일단 돌아갈 생각이야. 같이 가려면 같이 가던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유성만 바라볼 뿐이었다.


* * *


“정위치 근무 명령 내렸대.”


“뭔 소리예요?”


“모르겠어. 어디 도망가지 말라는 거지.”


으쓱, 하는 한민우.


언론은 서울 마탑 주변의 두 번째 웨이브로 인해 폐쇄된 지역이 개방되자 난리다.


종적을 감춘 소찬협 협회장 등의 행방과, 하늘에 떠오른 ‘이상한 천사'의 소식도 덧붙여서.


"후."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정리가 필요해.


“일단 좀 앉고 얘기 해.”


윤라은이다.


그녀는 다시 평범한 차림새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깨끗하게 씻고, 식사도 했다. 피곤함이 가득했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다.


S급 헌터의 능력이란 이런 건지, 이제 반팔 티 아래로 보이는 팔에 생채기 하나 없는 것이 놀랍다.


그래, 그래도 괜찮다.


유성은 살짝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혼란스러워 하지 말자. 처음의 마음가짐은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다 필요 없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 승리 가능성이 갑자기 솟아오르자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가?


“휴, 윤라은. 날 닮아서 좀 낙천적이 됐네?”


“네 표정은 안 낙천적인 것 같은데?”


그녀가 다가와 유성의 어깨를 톡톡 친다.


“잘했어. 세상 멸망 직전, 대마법사가 생명 연장을 시켰어. 이 정도면 성공 한 거야.”


윤라은의 위로가 좋다.


그녀가 유성의 위로에 마음 놓이는 것처럼, 유성도 마찬가지다. 그도 전생에는 누구의 위로도 받을 수 없었고, 도움을 구하는 마음도 가질 수 없었다.


그가 가장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찌되었든 간에, 어떤 자들이 위협을 하던 간에.


서로에게 의지해서 마음을 챙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유성이 정신을 좀 차렸다 싶었는지, 멍하게 서있던 몸을 가누며 풀썩, 소파 앞에 앉았다.


“휴우.”


지금의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것이다.


개고생 했네.


생사를 오가는 전투 끝에, 그리고 암살 당할 뻔한 엄청난 사건 뒤에 겨우 찾아온 한민우의 집.


그들은 정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근데, 골드 드래곤은 어쨌어?”


그의 옆에 앉은 윤라은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일단은 산으로 보냈어.”


엥, 뭔 소리야.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건가.


“산?”


“백두산 천지 근방에 용이 머물 수 있는 거처를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입구에 서있는 덩치 좋고 깔끔한 남성.


“아, 깜짝이야! 우시헌 기자님?”


기척 좀 하고 들어와요! 하면서 쏘아붙이려던 유성이 우시헌의 모습을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평소와는 다른 멀끔한 복장에 한껏 단장한 머리 하며······.



“무슨 영화라도 찍어요?”


“아, 예상하지 못하셨다면 영화 같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윤라은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유성을 또 툭툭, 쳤다.


“차기 협회장 님이야. 유성.”


차기 협회장?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족보 같은 말이야.


“뭔 소리야? 우시헌 기자는 NEC 기자라고. 윤라은 네가 데리고 다니던···설마······.”


의외로 헌터 협회라는 조직은 비밀 많고 신기한 조직이다.


일반적인 공무원의 피라미드식 조직 구조에, 조직 문화 역시 딱딱하고 상하 관계가 뚜렷하니까. 그렇지만 여기에 ‘헌터’라는 요소를 끼얹는다면?


헌터 합동 감시 및 비상사태 관리국.


이 비밀 조직의 장이었단 말인가.


이름만 들어도 위기 상황에 나타나야 할 것만 같은 이 조직의 특징은 ‘비밀스럽다’는 것.


모두가 알아볼 수 없게 이 세상에 널리널리 퍼져서 헌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애석하게도 확실히 믿을 수 있을 때 까지 비밀로 해야 했습니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죠. 감시 국장이었다가 이번에 협회장도 겸직하게 된 우시헌입니다.”


그가 꾸벅, 하고 인사를 하자 옆에 앉은 윤라은이 박수를 짝짝짝짝! 하고 친다. 와 이런 일도 있구나. 하긴 제1헌터가 옆에서 이러고 있는 걸.


“구라치지 마세요.”


“거짓말 할 이유도 없다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


뭐, 유성이 과거의 대장이었다면, 이 헌터 세계의 대장 격은 윤라은과 그 무리들이니까 이상할 것도 없다.


“어쨌든,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부탁을 드릴 게 있어서 입니다. 몇 가지 정보도 알려드리고요.”


유성이 말을 끊었다. 궁금한 게 많으니까.


“그거부터 말 해봐요. 저희 습격했던 놈들. 정말 어이없었는데.”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성과 윤라은이 두 귀를 쫑긋, 했다.


“소찬협 일행, 그러니까 ‘레드 네일’ 이라는 조직은 사실 ‘사브리예’ 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무슨 관련이요? 그냥 반 헌터 조직 아니었나?"


“헌터 협회 내부의 특급 기밀 문건에서 확인하였습니다. 더욱이 이와 관련한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중요한 내용은······.


우시헌이 눈을 끔뻑인다. 자신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제스처였다.


“레드 네일이라는 조직은 사브리예의 광적인 신도들이라는 것입니다.”


"와."


세상을 말아 먹으려는 놈들이 있네.


"거기에 한 가지 더."


우시헌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누구도 듣지 못하도록, 그의 A급 특이 능력 「공간 분할」이 번쩍거린다.


“사브리예는 심지어 세 쌍둥이입니다. 우리는 세 명의 사브리예와 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성이 헛웃음 소리를 낸다.


“그러니까, 마왕 사브리예가 막내고, 저기 서울 하늘에 떠있는 천사 사브리예가 둘째 정도 되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확합니다. 유성 헌터님의 놀라운 능력과 윤라은 헌터님 등의 헌신으로 막내 사브리예가 죽었으니, 둘째인 대천사를 물리칠 차례입니다.”


허.


그래서 마왕이 죽었는데도 마탑은 그대로고,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대천사 사브리예가 출현했다?


“지금 정말 어이없는 건 알죠?”


막지막 보스라고 생각했던 놈이 3대장 중 최약체였다니. 유성의 고개가 절로 절레 절레 흔들리는 순간이다.


“우선 대천사 사브리예의 주변에는 ‘데이터를 인도 받는 중’이라는 메시지가 떠있고, 그 퍼센티지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를 전달 받으면 다시 파멸 선고를 진행하겠다?”


“바로 맞습니다. 오르는 속도를 계산해봤을 때, 여유 시간은 약 보름. 짧게 잡아 2주 정도의 시간을 번 셈이지만.”


유성이 한 일이야. 하면서 뿌듯하게 그를 쳐다보는 윤라은과 다르게, 그는 한숨을 푹 쉰다.


"마탑도 그대로고, 파멸 선고도 진행될 것이고, 레드 네일도 활발히 움직일 겁니다."


허탈감과 무념무상의 현자 타임(?)이 유성에게 좀 세게 찾아오는 순간이다. 좀 사람 답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데 그 바람 한 번 이루기 어렵네.


우시헌이 답답한 표정을 짓는다.


“주어진 시간 동안 저희는 나름대로, 헌터 협회 본부 및 지부 이하 전 조직을 정상화 시키는데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정위치 근무 명령을 내렸고요. 이 기간 동안 잔당을 솎아 내려는 목적이지요."


"과연 될까요."


우시헌은 유성의 무념무상 답변에도 꿋꿋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제안을 여러분들이 부디 꼭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네?"


이런 빌드업이라니. 무슨 부탁을 하려는 거지?


“뭐길래 그래요?”


“꼭! 부탁 드립니다······.”


뭘 이렇게 뜸을 들여?


그 부탁이란 것이 무엇인가.



「덜! 컥!」


“아니 이거 문 고장 난 건 세종이랑 똑같네. 창문 좀 열까요? 선배?”


여기는 헌터 협회.


우시헌의 간곡한 부탁으로, 승진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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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정원교
    작성일
    22.06.08 20:46
    No. 1

    작가님 화이팅..^^..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4 pa****
    작성일
    22.06.08 21:47
    No. 2

    NEC 기자 하니까 떠오르는 건.
    pc-engine 과 PC-9801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아, 연식이 너무 갔나... ㅎㅎㅎ

    오늘도 즐독하고 가요...
    ㅊㅊ. 꾹.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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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마법 아카데미 돌파(2) +3 22.06.13 1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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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공무원 복귀 후 한판(4) +3 22.06.11 203 4 14쪽
35 공무원 복귀 후 한판(3) +4 22.06.10 200 4 15쪽
34 공무원 복귀 후 한판(2) +4 22.06.09 226 4 14쪽
» 공무원 복귀 후 한판(1) +2 22.06.08 27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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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재정비를 위해 필요한 것(1) +3 22.05.30 29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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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길드원을 구하기로 함(1) +1 22.05.27 35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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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마탑 2층 돌파(2) +2 22.05.25 37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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