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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의 서재

결별 후 천재 마법사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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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의식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50
최근연재일 :
2022.07.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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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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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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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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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탑 2층 돌파(2)

DUMMY

“부활의 제단에, 이상한 자가 부활했어. ‘채민재’라는 이상한 이름의, 마물을 데리고 다니는 자.”


알라자는 보랏빛 머리에, 두꺼운 천을 두른 전형적인 마법사 복장을 펄럭거리며 팔짱을 낀 채 천천히 걸어 다녔다.


유성이 보기에 웃음이 나기 충분했다. 그녀는 마법사 동기 중에서도, 더 몽환적이고 마법사처럼 행동하는 친구였다. 그녀의 모습을 여기서라도 보게 된다는 것. 신기하다.


“그 제단은 어디 있지?”


“무슨 소리냐. 레안. 그 제단 너랑 내가 같이 만들었는데. 당연히 지하에 있지.”


“크흠, 그렇구나. 내가 기억상실이 살짝 와서.”


마치 자신의 머릿속 기억을 가지고 세상을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그레이스님. 우리는 원래 그 제단에서 ‘성스러운 기사 니힐렌’이라는 반신의 영혼을 불러낼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채민재가 튀어나왔다는 거죠?”


“맞습니다.”


“이상하네.”


“오오, 맞아.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레안, 내가 마법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서 이런 일은 처음이야.”


무언가 몰입해서 고민하는 표정의 그녀.


몽환적인 눈동자가 참 매력적이어서. 유성은 가만히 앉아 그녀를 힐끗 힐끗 구경했다. 옛날에, 참 인기가 많았던 애였는데.


“그래서 빨리 말해 줘. 오늘 달은 만월이야. 바로 처치 해줄 수 있나?”


그녀의 의뢰는 부활의 제단에 나타난 자 퇴치. 근데 그 자가 ‘채민재’라고 하니 뭔가 꺼림칙하다. 일단 상황을 봐야 한다.


“그럼 바로 내려가지. 우리도 시간이 좀 없어.”


“···그래?”



신전 지하로 통하는 길에 다다르자, 유성의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마법등이 찬란하게 지하의 홀로 향하는 원형의 길을 둘러싸 비추고,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하얀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제단이 있다.


한 때는 이곳에서 제를 지내느라 한참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으며, 연구에 몰두한 적도 있었다. 이 공간은 모든 마법의 근원이 되는 ‘신’을 모시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


두 세계를 한줄기로 잇는,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신’이라는 존재.

그의 사자인 ‘성스러운 기사 니힐렌 경’을 불러내 힘을 빌린다는 것.


신의 사자를 불러 힘을 이용하고자 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성행하였다. 모두 실패했지만.


보통 소환의 의식이 끝나고 나타나는 것은 기괴한 괴물이나, 망자의 영혼이었기에 결론적으로 이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연구를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 알라자는 긴급하게 봉인한 제단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섰다.


내부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사람이 내는 소리라기보다는 마물의 그것에 가까웠다.


“우리로서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번 의식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급히 신전 수호자들을 내려 보냈지만,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이 문을 막는 정도였어.”


그들이 별다른 대답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니, 알라자는 이를 무언의 승낙으로 받아들인다.


그녀가 손을 뻗어 문의 봉인을 풀어내자, 짙은 피 냄새가 풍겨 왔다. 아마 제단의 의식을 진행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


“바로 가능하겠지. 레안과 그레이스라면.”


그녀의 목소리는 사실 무미건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태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끔찍한 일이 아니고, 연구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투자에 가깝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안은 이해했다. 그 시절에는 이랬기 때문이다.


「덜컥, 끼이익.」


홀의 주변에 찢어져 죽은 사람들.


벽에 피가 낭자하고, 생명의 기척 하나 없다.


중앙에 미치광이가 되어 괴성을 지르는 와이번 ‘젠가’와 몸을 웅크린 채 통곡하고 있는 자를 제외하고는.


“크하학, 사, 살려줘!”


피로 얼룩진 채민재. 그가 맞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발작하는 몸. 이성이 남아있는지 아닌지 분간되지 않는 행동.


“······.”


유성은 침묵한 채,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 쉽게 말하면 눈치를 봤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시간은 없다.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돌파해야 하는가.


*

「검과 마법의 시대」에서 대현자 레안은 마왕 사브리예를 파멸의 끄트머리까지 물고 늘어졌다.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 그것을 두 눈으로 바라보는 고통을 불사하고 세상을 구한다는 마무리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


그러나 마지막, 주춤하였다.

황녀, 「빛의 검」 이신스. 그녀의 죽음을 바라보고 말이다.


그녀는 레안과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마왕과의 처절한 혈투를 이끌었다. 무한한 전투가 이루어지면서 세상의 시계는 멈춘 듯 했다.


그러나, 그녀가 간악한 일격을 맞고 갈기갈기 찢어져 죽는 순간,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다.

파멸의 시간으로.


*

유성에게는 동료의 죽음이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힘을 가진 자의 책임감, 의무감, 정의를 세우는 것, 이런 모든 것으로도 ‘동료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는 걸 막지 못했다.


채민재는 윤라은의 동료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아픔을 공감해 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윤라은.”


“말 해.”


“만약, 저 자가 네 동료라 싸우기 힘들다면······.”


“아니.”


의외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유성이 그녀를 돌아봤다.


“엄호만 해. 아직 네가 전면으로 나서긴 무리다.”


그녀의 갑옷은 빛나고, 성검 「신의 사자」를 빼어든 채다.


윤라은. 마치 세상의 모든 의무를 짊어진 것 같은 금발의 ‘성녀.’


윤라은 이라는 사람은, 동료를 철저하게 베어버릴 준비를 하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저번 채민재의 죽음은 모두에게 충격이었지만, 윤라은에게는 더 크고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터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 한 방울 제대로 못 흘렸다.


어쩌면, 과거 현자 레안의 책임감, 의무감, 정의를 세우겠다는 의지보다, 지금의 헌터 윤라은의 이것들이 더 강하고 단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유성은 확신했다.


그녀를 더 강하게, 온 정성을 다하여 키우는 것이야 말로, 마왕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다.


윤라은이 지금의 유성을 키우겠다고 호언장담 해 주었던 것처럼, 유성도 윤라은을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헌터’가 되도록 키우겠다.


“···아니, 협공하자. 네가 그렇다면. 나도 지금은 이 한 몸 지킬 수 있어. 올리브?”


“준비되었다. 레안.”


그들의 말을 듣고 윤라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녀는 채민재 앞에 선다.


「크르르르.」


와이번이 날개를 펼치려 한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윤, 라, 은.”


그는 정확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저자는 정말 채민재가 아니다, 아니다. 유성은 되뇐다.


윤라은이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그에게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가 친하진 않았지만. 우린 동료고, 너의 의지와 내 의지는 같았다.”


“날, 죽, 였, 다. 윤, 라, 은.”


채민재의 고통스러운 신음 섞인 음성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온전하고, 바르다.


“그 의지 계속해서 이어주겠다. 고마웠다.”


「번쩍!」


그녀의 신형이 번개처럼 사라졌다.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그의 ‘와이번’이 괴성을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유성이 스태프를 들었다.


❃❃❃❃❃❃❃❃


「첫 왕의 새벽」, 스태프(레전드)

첫 왕이라 불렸던 반신의 기운이 담긴 스태프. 자격 없는 자가 다루면 지배당한다.


마력 운용(SS)

마법 전체 무영창 캐스팅(S)

「첫 왕의 새벽달」 발동(S)

「무한의 마력샘」 발동(S)

「마법검 일루네일」 발동(S)


❃❃❃❃❃❃❃❃


‘첫 왕의 새벽달’은 시공을 일그러뜨려 마법의 공간으로 모두를 이끈다. 새벽달이 뜬 차원에서, 아군은 무한한 생명력과 힘을 얻지만, 적군은 약해진다.


‘무한의 마력샘’은 마나를 잠시 동안 높은 클래스로 사용할 수 있다. 유성은 잠시 동안 과거의 대마법사로서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유성은 스태프를 한 바퀴 빙그르르 돌리며, 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사용했다.


지하의 신전은 초록의 잔디가 지평선까지 이어진, 달빛이 내리는 벌판으로 뒤바뀌었으며, 페어리 올리브는 즉시 와이번에 접근하여 손가락을 퉁긴다.


올리브의 ‘무한의 순간이동’ 능력은, 아군뿐 아니라, 적군까지 어디든 데리고 갈 수 있다.


탈 것인 사역마를 사용하는 헌터라면 당연히 공간이 넓을 때 유리할 것이다. 그렇기에 ‘첫 왕의 새벽달’은 자칫 전투를 불리하게 이끄는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올리브는 진즉에 유성의 생각을 읽었다. 그녀는 와이번과 함께 보이지도 않는 저 먼 지평선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파앗!」


일순 공간의 전환으로 윤라은이 멈칫하며 당황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힘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며 유성의 능력임을 직감했다.


윤라은의 판단은 이러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채민재는 S급 헌터. ‘S급’이라는 수식어는 어설픈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만반의 준비를 한 채로 격돌했다면 우위를 가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쿠콰캉!」


그녀의 바람 같은 접근에, 어느새 채민재도 그의 스피어를 꺼내들어 윤라은의 검을 맞받아 쳤다. 강한 회오리가 둘 사이에 만연하다.


그녀의 무서운 점은 특이 능력 ‘성스러운 빛의 잔상’이 패시브라는 점이다.


거대한 대검을 깃털처럼 든 채, 윤라은이 의지를 가지고 베어나간 자리는 찢어진 빛 무리가 남아 빛나며, 그 곳에 적이 닿는다면 살갗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즉 그녀의 전투방식은, 시간을 끌고 검기를 흩뿌릴 시간을 늘려가면서 적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것.


이내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 보이는 채민재의 몸에는 타들어간 생채기가 점점 많아지고,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크아악! 윤, 라, 은!”


“앗? 유성!”


채민재의 능력이 발현된 것 같았다.


놀랍게도, 채민재는 윤라은이 만들어낸 빛의 감옥을 뚫고, 유성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도 빠른 움직임에, 윤라은도 그를 놓쳐버렸다. 올리브도 없는 상황에서 유성은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유성, 그는 현재 조금 더 강해진 상태다.


“와 봐!”

「어스퀘이크.」


그가 바닥에 스태프를 가져다 대자, 우르릉! 하면서 벌판이 갈라지며 무너져 내린다. 채민재의 이동반경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그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번쩍, 우우웅!」


이렇게 시간을 번 유성은 뒤로 빠지면서 화염을 흩뿌리고, 온갖 축복의 마법을 그의 머리 위에 얹는다. 블레스, 헤이스트, 드래곤 스트랭스, 매직 배리어.


그리고, 스태프의 마지막 능력.


「마법 검 일루네일.」


그가 싸우는 방식이다.

푸른색의 마나로 이루어진 순수한 검의 형상이 스태프를 휘감아 돈다.


사실 온갖 광역마법과 원거리 원소마법을 대지에 흩뿌리는 자신의 동료마법사들과 다르게, 그는 근접전을 선호했다.


최상위의 적들과 싸울 때면, 결국 그들은 마법사를 근접전으로 몰아넣는 선택을 하였기 때문이다.


어떤 마법도 유려하게 사용하는 자, 심지어 근접전도 불사하고 이겨내는 자. 혼자서도 싸워서 다 이겨내야 하는 자. 그래서 마탑의 대현자가 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어떤 싸움도 가능하다.


“크아아아!”


“소리 지르지 말아줄래!”


「콰앙!」


두 무기가 서로 충돌하자, 강력한 파동이 일고, 한쪽이 와르르, 하며 부서져 버린다. 당연 박살나 버린 무기는 채민재의 스피어. 단 일합의 격돌로 만들어진 결과.


“크, 으으?”

어정쩡하게 행동이 꼬인 채민재의 앞을 잡고, 한 바퀴 빙그르 돌아 스태프를 찔러 넣는다.


「푸욱!」


“컥!”


윤라은이 빠르게 도달하여 뒤를 잡는다. 그녀는 정확하게 한방에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다.


「툭.」


잔디향이 그윽한 대지에, 채민재의 머리가 떨어진다.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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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마법 아카데미 돌파(2) +3 22.06.13 138 3 12쪽
37 마법 아카데미 돌파(1) +4 22.06.12 190 3 14쪽
36 공무원 복귀 후 한판(4) +3 22.06.11 203 4 14쪽
35 공무원 복귀 후 한판(3) +4 22.06.10 200 4 15쪽
34 공무원 복귀 후 한판(2) +4 22.06.09 226 4 14쪽
33 공무원 복귀 후 한판(1) +2 22.06.08 274 3 12쪽
32 마탑 10층 돌파(7) +5 22.06.07 238 6 16쪽
31 마탑 10층 돌파(6) +3 22.06.06 223 4 12쪽
30 마탑 10층 돌파(5) +3 22.06.05 230 4 16쪽
29 마탑 10층 돌파(4) +3 22.06.04 240 4 15쪽
28 마탑 10층 돌파(3) +3 22.06.03 240 4 13쪽
27 마탑 10층 돌파(2) +5 22.06.02 263 7 15쪽
26 마탑 10층 돌파(1) +4 22.06.01 272 6 15쪽
25 재정비를 위해 필요한 것(2) +5 22.05.31 302 7 15쪽
24 재정비를 위해 필요한 것(1) +3 22.05.30 291 6 11쪽
23 길드원을 구하기로 함(3) +6 22.05.29 298 8 12쪽
22 길드원을 구하기로 함(2) +2 22.05.28 318 7 12쪽
21 길드원을 구하기로 함(1) +1 22.05.27 351 7 12쪽
20 마탑 2층 돌파(3) +2 22.05.26 352 7 13쪽
» 마탑 2층 돌파(2) +2 22.05.25 370 9 12쪽
18 마탑 2층 돌파(1) +3 22.05.24 397 8 14쪽
17 가능성이 생겼나?(2) +2 22.05.23 415 9 12쪽
16 가능성이 생겼나?(1) +3 22.05.22 447 12 15쪽
15 헌터 등급 측정 후 쇼핑(2) +2 22.05.21 480 7 14쪽
14 헌터 등급 측정 후 쇼핑(1) +1 22.05.20 512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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