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청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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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도 꽝인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체격과 옷 등으로 봤을 때에 남성로 보이는 사람이 허공에다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20대 정도로 보이는 서양인 남성이 쓰러져 있었는데, 쓰러진 남자의 옷과 주위에는 격력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모자를 푹 눌러쓴 남성의 역시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현재 서있는 남성의 손에는 시대와는 조금 뒤떨어진 물건인 조그마한 노트가 쥐어져 있었다. 그 노트에는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써져 있었고, 그 중에서 몇몇의 이름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후…덥네."
그가 흐르는 땀을 닦으려고 손을 머리쪽으로 들어올리자, 그의 모자가 찢어져버렸다.
"……"
그는 자신의 모자였던 천조각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이마에서는 한 줄기의 선혈이 흘려내렸다.
"곱게는 안 가네, 정말…"
모자가 찢어지면서 그의 얼굴이…꽤나 잘생긴 10대 중후반 가량의 동양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외견상에서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동양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푸른 빛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모자를 벗은 뒤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주위에는 사람의 흔적이…전투에 쓰일만한 여러가지 함정들이 무수히 많이 설치가 되어 있었다.
"이 정도로 준비를 했는데도 겨우 이겼네. '얼음' 사용자 다운걸…제길.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무슨 생고생인지……어제 정제현과 있을때가 가장 편했잖아."
그는 '제현'을 언급했다.
그랬다.
그는 바로 어제…백두산행 열차에서 제현과 만났던 청린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나라인 중국에서 극비임무를 받은 뒤에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다시 손에 쥔 노트를 바라보았다.
"어디보자…이제 3명 정도 더 남은 건가?"
청린은 줄이 그여져 있지 않은 사람들의 수를 세어보고는 중얼거렸다.
"…나, 참. 올해의 '클립스'를 우리 중국이 후보국이 된 건 좋은데…그것때문에 이게 대체 무슨 개고생인지"
청린이 맡은 극비임무는 이제 2달 정도 뒤면 열리게 될 '클립스'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자신이 맡은 극비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자신과 같이 이 극비임무를 받은 자들이 성공하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중국이 올해의 '클립스'의 개최국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확정짓는다는 것을 말이다.
"아오…막막하네."
청린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노트를 자신의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몸을 돌린 그의 눈에는 굉장히 독특한 복장을 한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과거에 존재했던 산 같은 곳에서 도를 닦으며 사는 신선들이나 입을 법한 옷이었다.
"……"
시대에 맞지 않은 괴상한 옷을 입은 노인을 향해서 청린이 경계심을 띄우지만 그 노인은 묵묵히 청린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 노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반갑네, 청린군."
- 작가의말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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