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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는 역대급 갓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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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택
작품등록일 :
2022.10.26 19:29
최근연재일 :
2022.11.16 22:46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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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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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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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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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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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우정

DUMMY

카일이 안장에 달린 배낭에서 통조림과 육포를 꺼낸 것을 본 노펠도 안장을 뒤적여서 먹거리를 꺼냈다.


“어? 초콜릿이야.”


오늘 하루 여러 가지 사건과 강행군으로 다소 지쳐있던 노펠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나가 귀화하고 공학이 발전된 풍요로운 시대에도 초콜릿은 여전히 꽤 귀한 대접을 받는다.

노펠의 격한 반응에 카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카일은 한 번도 안 먹어 본 거야?”

“귀동냥으로 무척 달다고 들어본 적은 있어.”

“하긴. 나도 먹어본 적은 딱 두 번뿐이야.”


노펠은 포장지를 벗기고 반으로 쪼개 카일에게 건넸다.


“어?”


탄성과 함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카일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황홀한 단맛에 혀가 놀라 하마터면 초콜릿을 입 밖으로 흘릴뻔했다.

어느새 어둠이 숲을 삼켰다. 식사를 마치고 교대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잠이 들면 사일런스를 유지할 수 없기에 말에 재갈을 물렸다.

모닥불도 피울 수 없는 처지라 모포를 몸에 둘둘 말았다.

카일은 나무에 등을 기대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주기적으로 가는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별을 보며 시간을 가늠하던 카일은 피식 웃었다.

교대할 시간이 꽤 지났지만 노펠을 좀 더 자게 해주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몸이 피곤하다가도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해졌다.

체력이 딱히 좋아진 거 같지도 않은데 왜 그런지는 모른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무거워진 몸의 피로가 절로 풀렸다.


“으음. 헉.”


노펠이 신음성을 흘리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밤하늘을 바라보던 카일의 고개가 내려갔다.


“악몽이라도 꾸었나?”


노펠은 대답 대신 눈을 감고 집중했다.


“카일. 큰일 났어. 말발굽 소리야.”


노펠의 말에 카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싸운드 계열을 다루는 노펠은 멀리서 난 소음도 감지할 수 있었다.


“소리가 점점 커져. 이쪽으로 오는 거 같아.”

“서두르지.”


노폘이 재빨리 안장을 말 등에 멨다. 카일은 짐을 챙겨 출발했다.


“점점 빨라져!”


다가닥. 다가닥!

카일의 귀에도 들릴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얼마 있지 않아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우리 찢어지자.”

“뭐?”


노펠은 고개를 돌려 반문했다. 카일의 탄 말의 고삐를 쥐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탄 말까지 신경 쓰느라 속도에서 우리가 뒤처진다. 너 혼자 말을 타고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어.”

“카일. 넌 어쩌려고?”

“난 저들을 기습하고 빠져나갈 거야.”

“안돼 카일. 너무 무모해.”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잡혀. 서로 흩어지는 게 확률이 더 높아.”


카일은 노펠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흐릿해지더니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카일이 방금까지 앉아있었던 안장을 보며 훌쩍이던 노펠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억지로 울음을 삼켰다.

블링크를 쓰며 이동하던 카일은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에 착지하고는 엎드렸다. 허리 뒤춤에 찬 토마오크를 꺼내 도끼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에서 검은 안개가 나와 도끼에 스며들어 반사광을 감추었다.


“할 수 있어.”


오늘 낮의 경험은, 생에 첫 전투였지만 너무도 쉽게 상대를 죽였다.


‘기습해서 한바탕 휘젓고 재빨리 사라진다.’


즉흥적으로 세운 계획이지만 카일은 본인의 능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는 쫓아오는 이들을 살폈다. 무리에서 제일 먼저 마법사를 찾으려 안력을 돋구었다.

행렬 가운데서 말을 모는 마법사가 눈에 들어왔다. 카일은 천천히 숨을 낮추었다.


“잠시 멈춰!”


쟈쿵은 고삐를 잡아당기고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명령에 영문을 모르던 용병들은 마법사가 두려워 일단 시키는 대로 말을 세웠다.


“미묘하지만 냄새가 난다. 이 근처에 숨어있다. 모두 하마해.”


말을 하면서 쟈쿵은 말 등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지금부터 입도 뻥긋하지 마라.”


쟈쿵은 용병들에게 단단히 엄포를 놓고 미간을 좁혔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마다 콧방울이 벌렁거렸다.


“혼자인 거 같은데? 48번! 만일 너라면 순순히 나와. 죽이진 않으마!”


시위가 조용했다. 쟈쿵은 혀를 한번 찼다. 애초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쟈쿵은 오른쪽에 찬 안대를 벗었다. 눈먼 사람 특유의 흐릿한 흰자위와 탁한 회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생기를 잃은 눈동자가 점점 커지며 샛노래졌다. 흰자위는 시뻘겋게 타올랐다. 눈동자가 빠르게 전후좌우로 움직였다가 멈추었다.

쟈쿵은 의수를 뻗었다.

촤라락.

분리된 손목에서 채찍같이 뻗어나갔다. 떨어져 나간 주먹이 플레일처럼 나뭇가지를 부쉈다.


“흥. 잔재주는.”


중얼거린 쟈쿵은 레이피어를 뽑으면서 뒤로 돌았다.

불똥이 튀었다.

칼에 맞아 튕겨낸 쪽으로 도끼가 날아가 나무에 살짝 박혔다.


“흐흐. 48번.”


흠집이 난 나무 앞에 검은 안개가 뭉쳐지며 카일이 되었다. 활시위를 당긴 자세로 나타난 그는 활을 쏘았다.

화살이 날아간 방향으로 카일은 양손에 각기 단검을 빼 쥐고 몸을 날렸다.


“깜찍하긴.”


쟈쿵은 빠르게 주문을 읊조렸다. 지근거리에 날아온 화살이 불타 재가 되었다.

그러자, 정면에 있던 카일의 몸이 안개가 되어 사라지자더니, 측면에서 불쑥 나타났다.

챙!

쟈쿵의 오른쪽 눈동자가 더욱 붉어졌다.

카가각캉!

단검이 레이피어에 막혀 불똥을 튀었다. 손목에서 울리는 반동에 카일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왼손에 쥔 단검을 이마를 향해 던졌다.

쟈쿵은 코트 자락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옷자락에서 카일은 미묘한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쳇.”


텅!

가죽 코트에 맞은 단검은 묵직한 금속음을 내며 튕겨 나갔다.

촤라라락.

와이어가 풀어졌다. 손목에서 분리된 의수가 카일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츠츠츠.

재빨리 꽉 움켜쥔 주먹 틈새로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빠져나갔다.


“요 쥐새끼가!”


방금까지 장난을 즐기던 여유로운 얼굴이 짜증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입술이 빠르게 달싹였다. 의수를 뻗었다.

철커덕, 철컹철컹.


“매직 애로우.”


의수 이두와 삼두 부분이 늑대 아가리처럼 쩍, 벌어졌다. 나팔 모양의 파이프 2개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투캉! 투캉! 투캉! 투캉!

구멍에서 초록빛을 머금은 애기살이 연달아 튀어나왔다.

애기살은 정령력 흔적을 쫓아 비행했다. 쟈쿵은 고통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오른손 엄지와 중지로 꾹 눌렀다. 머리는 어질어질했고 속은 울렁거린다.


“허억. 허억. 크윽. 젠장.”


아티팩트를 사용하면 마법사도 위저드 비슷하게 흉내 낼 수는 있다.

메모라이즈하면 인스턴트 스펠이 가능하다. 저장된 키워드를 캐스팅하여 영창 속도를 줄여 시동어를 더 빨리 시전 할 수 있다.

단 대가가 만만치 않다. 쟈쿵은 폭주하려는 마장을 억지로 눌렀다.


“···끄으응. 이 병신새끼들! 네놈들은 가로등이냐? 쓸모없는 쓰레기들.”


용병대장은 항변하고 싶은 심정을 억지로 삼켰다. 살벌한 원소 마법이 난사되는 곳 여기저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놈을 마법사도 아닌 그들이 무슨 재주로 잡는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조별로 산개해.”


클라이언트를 화나게 할 수는 없기에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재수 없으면 저 미친 마녀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컥”


나무 사이에서 연달아 쏘아진 화살에 머리와 심장, 목에 맞은 용병들이 쓰러졌다.


“저기구나!”


쟈쿵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사방팔방 배회하던 애기살이, 화살이 쏘아진 방향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카일의 신체 가장자리부터 희미해지며 검게 퍼져갔다.

검은 안개가 다 흩어지기도 전에 초록빛에 집어삼켜 안개를 증발시켰다.


“아악!”


실날처럼 흩어지려던 안개는 다시 사람 형상으로 뭉쳐져 사라지더니 카일이 되었다. 몸이 전등처럼 점멸하듯 흐릿하게 보였다가 뚜렷해지기를 반복했다.


“냐하하하! 거기까지다.”


슉-

튀어나오듯 분리된 의수가 카일의 목을 붙잡았다.

꽉!


“커컥. 끅-으···. 읔.”


팽팽하게 당겨진 와이어가 손목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48번 돌아왔구나. 반갑다.”


쟈쿵은 혀를 내밀어 고통으로 식은땀에 젖은 카일의 얼굴을 핥았다.


“혹시 18번과 같이 있지 않았나? 그 어린 계집이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련?”


그는 대답 대신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실험체에 도발에 쟈쿵은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핫?”


카일을 위로 던지더니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추어 의수 주먹을 말아쥐고 복부를 후려쳤다.


“컥!”

카일의 눈이 순간, 오목하게 튀어나와 까뒤집어졌다. 흉갑은 보기 흉하게 찌그러져 음푹 들어갔다.


“이거 수갑 채워. 18번 잡으러 간다.”


발등으로 카일을 툭툭 친 쟈쿵은 용병대장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허리를 공손히 숙인 용병대장은 대답하려다가 소리가 난 쪽으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말이 울부짖으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두두두두!

흥분한 말 네 마리가 달려들었다. 귀에서는 피를 흘렸고 입에는 거품을 물었다.


“와아아아-!”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소닉붐에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마력이 약한 몇몇은 음파 진동에 뒤로 떠밀리다가 바닥을 굴렀다.

소닉붐에 말들은 더욱 거칠게 날뛰었다. 귀를 틀어막은 용병들을 밟아나갔다.


“크윽. 18번!”


쟈쿵은 레이피어를 재빨리 뽑으며 칼끝으로 발 주변에 작은 원을 그리고 땅에 꽂았다.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웠다. 원에서 불이 솟아올랐다. 장막처럼 늘어나 쟈쿵의 주변을 차단했다.

탕! 탕탕! 탕!

활부리에서 하얀 증기가 올라와 밤하늘에 퍼졌다.

날뛰는 말과 갑작스럽게 날아온 탄촉에 패닉에 빠진 용병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스팀 보우건을 어깨에 견착하며 쏴대는 노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년이!”


쟈쿵은 롱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큼직한 주사기를 꺼내 팔에 꽂았다.

아까부터 계속 울렁거리던 마장이 빠르게 진정되고 활력이 넘쳐났다. 마력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어찌나 감각이 생생한지 쟈쿵은 몸속의 모든 혈관 위치를 다 알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일!”


노펠은 쓰러진 카일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의 몸이 움찔거렸다.


“병신들아. 마장을 활성화해서 귀를 보호해.”


마장에 활력을 일시적으로나마 상승시키는 버프를 투여하여 살기등등해진 쟈쿵이 버럭 소리쳤다.

고대에 존재했다는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입에서 불을 토해냈다.

불은 불똥이 되어 민들레씨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꽃의 기운이 소닉붐을 튕겨냈다. 그제야 용병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몇몇 용병이 스팀 보우건을 어깨에 견착하자 쟈쿵은 버럭 소리쳤다.

촤라락.


“멍청한 놈들아. 보우건 내려. 눈앞에 있는데 저년 잡을 생각을 해야지! 저게 얼마짜린데.”


퍽!

의수를 철퇴처럼 휘둘러 용병의 머리를 으깼다.

검수들은 방패에 마나를 잔뜩 모아 눈 아래까지 가린 채로 달려갔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카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정신이 든 카일의 몸이 흐릿해졌다. 팔을 더듬어 바닥에 흘린 활을 집자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탕탕! 탕탕!

몸과 다리에 탄촉을 맞은 용병들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용병대장과 몇몇만이 날아온 화살을 방패와 검을 휘둘러 막았다. 용병대장은 거리를 가늠하더니 허리춤에 찬 올가미를 움켜잡았다.

노펠은 스팀 보우건을 어깨에서 내리고 빽빽이 돋아난 덤불과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퉁. 퉁. 퉁.


“악.”

“이런 소리가 안 들렸는데 어째서?

“마법이다. 사일런스야!”


무턱대고 앞서 쫒던 몇몇이 탄촉을 맞았다. 용병들은 검음을 멈추고 조심히 주변을 살피며 이동했다.

어둠 속에서 소리를 죽인 탄촉이 뒤를 쫓던 어느 용병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젠장. 어디야? 기척이 전혀 없으니···.”

“씨팔.”

“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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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블루 실드 +1 22.11.05 97 8 13쪽
6 붐해머 +2 22.11.04 107 8 14쪽
5 탈출 +2 22.11.03 12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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