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활쏘는 역대급 갓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사마택
작품등록일 :
2022.10.26 19:29
최근연재일 :
2022.11.16 2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956
추천수 :
202
글자수 :
94,835

작성
22.11.01 08:30
조회
240
추천
23
글자
13쪽

도망

DUMMY

고대 신화와 전설이 허구가 아닌 시대. 인류가 악마를 피해 고향을 등지고 신대륙에 정착한 지 백여 년.

위저드 카일은 수갑을 찬 채로 흔들리는 마차에 다리를 쭈그린 채 앉아있었다.

기계 소음과 증기를 뿜어내며 자동차와 증기 짐마차는 일렬로 초원 사이에 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좌우에는 호위하듯 용병들이 말을 타고 따랐다.


“따분하구먼.”

“재수 없는 소릴.”

“왜?”

“심심하면 담배라도 물던가. 별일 없는 게 좋지.”


동료의 타박에 털북숭이 용병이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거, 참. 뭔 일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잖아. 지겨워서 해본 말이지.”


탕탕! 탕!

탕탕! 탕!

규칙적인 궁성(弓聲)이 저 멀리서 울려 퍼졌다. 모두가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봤다. 정찰을 나간 동료가 보낸 신호다.


“씨발. 내 이럴 줄 알았어. 재수 오졌군.”


욕을 하며 털북숭이를 노려본 용병은 등에 찬 스팀 보우건을 꺼냈다.


“썅. 전부 말에서 내려!”

“젠장. 오크라도 나왔나 보다! 망할 돈적(豚賊) 놈들. 모자 벗고 모두 마력 개방해서 누비부터 키워!”


용병들은 누빈 것처럼 골이 지게 짠 골덴 스타일의 아밍 더블렛과 그 위에 판급 흉갑과 민소매 가죽 자켓.

청바지 위에 껴입은 가죽 덧바지인 챕스를 입었다.

골과 주름에 볼륨이 점점 차오르며 부풀어져 마치 갬비슨처럼 두툼해졌다. 어깨와 팔다리 관절 부위에 덧댄 가죽 패드가 딱딱해졌다.

가죽 자켓과 챕스는 더욱 질겨져 방호력을 높였다.

평소 용병들은 비전투 시에는 흔히 카우보이모자라 불리는 텐갤런 햇을 애용했다.

큼직한 윙이 달린 바구니 형태에 방사형 챙을 가진 모리온 헬멧은 턱끈보다 긴 챙끈을 길게 늘어뜨려 목에 걸치고 다녔다.

실전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패닉에 빠져 모자를 벗을 생각도 못 한 신병들을 본 경험 많은 고참들이 눈을 부라렸다.


“얼씨구? 모자 벗고 투구 안 써? 턱끈도 꽉 조여! 이 망할 자식들아!.”


지적받은 후배들이 재빨리 등 뒤에 늘어진 모리를 서둘러 눌러쓰고 턱끈을 꽉 조였다.

양옆 챙 아랫부분에 난 돌기 구멍에 묶인 챙근을 떼어 자켓 속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마차 짐칸 좌석에 앉은 용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수갑을 찬 이들을 거칠게 걷어찼다.


“오크다. 생쥐들아, 뒤지기 싫으면 짐 챙겨서 마차에서 내려!”


수레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식량이나 무기 같은 보급품도 같이 실려있었다.

카일은 기민하게 몸을 일으키며 식량 보따리 하나를 들고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기회.’


카일의 두 눈이 반짝였다. 전부터 탈출할 기회를 노린 그로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이 상황을 반겼다.


“호로로로!”


피어가 담긴 오크 특유의 괴성이 곳곳에서 울렸다. 마나를 머금은 토마호크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왔다.

언덕 아래로 도망치던 용병은 뒤통수에 도끼가 꽂힌 채, 앞으로 꼬꾸라졌다.

겁을 집어먹어 눈이 뒤집힌 말이 시체가 된 제 주인을 밟고 용병들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타-앙!

스팀 보우건을 어깨에 견착시킨 용병이 달리던 말을 쏴 죽였다.

오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지그재그로 멧돼지를 몰며 활을 쏘았다.


“제길. 멧돼지를 노려!”


용병이 크게 소리쳤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활대가 활어처럼 움직이며 하얀 증기를 뿜었다.

탕탕! 탕! 탕!

멧돼지가 스팀 보우건에 맞자 몇몇 오크들이 굴러떨어졌다.

이들의 희생으로 가까워진 오크들은 활을 어깨에 걸치거나 안장에 걸었다. 허리춤 찬 토마호크를 꺼내 던졌다.


“컥!”


몇몇 용병이 날아온 도끼에 맞아 죽었다. 마차보다 앞에서 달리던 자동차가 멈추었다. 앞 좌석 문이 거칠게 열리며 용병대장이 내렸다.


“지척이다 착검해. 검수들은 날 따라와.”


용병대장은 허리춤에서 롱소드를 뽑았다. 오른손에 쥔 검을 역수로 잡고 왼손으로 폼멜을 당겼다가 놓았다.

부릉.

늘어난 치즈처럼 내장된 와이어가 딸려 나왔다. 순간 팽팽히 당겨지다가 다시 검 자루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부릉, 부릉. 부르릉!

몇 번 반복하자 오른손에 쥔 힐트(손잡이)가 덜덜거리며 우렁찬 기계음을 토해냈다.

십자 가드(검막이) 양 끝에 달린 담배 파이프처럼 생긴 작은 굴뚝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지고 검날에 에테르가 코팅되었다.

아지랑이가 생성되어 주변 공기가 일렁였다.


“엄호해.”


용병대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마차 천장에 엎드린 저격병이 고개를 끄덕이고 저격용 스팀 보우건을 쏘았다.

타-앙!

스팀 보우건용 짧은 화살인 탄촉(彈鏃)이 선두에서 괴성을 지르던 오크의 이마 깊숙이 박혔다.


“뒤져라. 미물 놈아!”


용병대장의 어깨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자 달려온 속도보다 몇 배는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마치 허공을 밟듯이 뛰어오른 용병대장은 멧돼지 머리에 착지하며 오크 목을 쑤셨다.

자동차 뒷좌석이 열리고 뾰족한 귀에 안대를 찬 하프 엘프가 내렸다.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했다.


“나오셨습니까, 마법사님.”


용병하나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쯧. 이런 거 하나 제때 처리 못 하고 소란을 피워? 네놈들에게 마탑에서 준 돈이 얼만데.”


그녀가 혀를 차자 긴장했던 용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마법사는 대답하기도 귀찮은지 손을 내저었다.


“호오. 꼴에 대장이라 그런지 제법이군.”


용병대장이 멧돼지 머리에 올라타 오크를 죽이는 걸 본 하프 엘프는 피식 웃었다.

마법사는 롱코트를 벗었다. 왼쪽 어깻죽지부터 철판이 덕지덕지 붙은 금속으로 된 의수였다.

낮게 중얼거리자 거무튀튀한 금속 팔이 달궈지듯이 붉게 빛났다.

기계 의수에 룬문자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문신처럼 나타났다.

뿌우우-

끼익, 끼이익.

톱니바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덧댄 철판들이 벌어지며 작은 파이프가 팔 여기저기에서 스르륵 올라왔다.

나팔 같은 굴뚝에서 허연 증기가 뿜어졌다.


“메라.(화염계 초급 마법)”


철컥.

왼팔을 내밀며 주문을 나직이 읊자 손목이 분리되어 위로 올라갔다. 드러난 구멍에서 빛이 번쩍이며 불덩이를 연속으로 토해냈다.


“재가 되어 사라져라. 미개한 것들.”


오크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 몇몇은 불덩이에 맞아 멧돼지와 함께 숯덩이가 되었다.


“씨발 놈.”


용병대장은 등 뒤로 소름 돋음을 느끼며 급히 몸을 옆으로 뺐다. 방금 피한 자리에 오크가 타오르며 비명을 토해냈다.


용병대장은 고개를 돌리며 엘프를 노려봤다.


“씨발. 주문쟁이 새끼.”


신비를 다루는 슈먼(초인)은 범인을 하찮게 여긴다. 그중에서도 마법사는 같은 각성자라도 벌레 보듯 한다.


‘저게 진짜 마법.’


카일은 마법을 보며 경외를 느꼈다.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카일은 주변을 힐끗거렸다. 감시역을 맡은 용병은 상자를 밟고 올라가 짐칸 뒤에서 사격했다.

스팀 보우건을 격발할 때마다 허리춤에 매단 단검과 열쇠가 흔들거렸다.

카일은 거리를 가늠하며 천천히 용병 쪽으로 다가왔다.


“엉. 너 뭐야?”


마지막 화살을 쏘고 탄창을 갈려던 용병은 인상을 찌푸리며 카일을 쳐다봤다.


“뭘 멀뚱거려. 저기 찌그러져 있어, 새끼야.”

“한발 간격.”

“뭐 인마?”


카일은 발을 떼며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어 단검을 뽑았다.


“이 새··· 컥.”


용병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검이 목덜미를 뚫고 나왔다. 용병은 두 손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용병이 뒤로 넘어지기 직전, 카일은 손을 뻗어 목에 박힌 단검을 뽑고 허리춤에서 열쇠 꾸러미를 낚아챘다.

짐칸 우측 끝에서 스팀 보우건을 쏘던 다른 용병이 뒤늦게 상황을 알아채고 욕설을 날렸다.

철커덕.

겨누기도 전에 수갑이 풀려 땅에 떨어졌다. 격발했을 때는 카일의 모습이 희미한 검은 잔상만을 남겼다.

당황한 용병은 욕을 내뱉으며 두리번거렸다. 카일은 안개처럼 코앞에서 나타났다.

놀란 용병은 헛숨을 삼켰다. 개머리판으로 후려치려 어깨를 뒤로 당겼지만 카일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단검이 용병의 목젖을 훑고 지나갔다.

허물어지는 용병의 허리띠에서 단검과 열쇠 꾸러미를 회수하여 단검은 왼손에 쥐고 열쇠는 발로 찼다.


“살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움직여.”


순식간에 용병 둘이 죽는 것을 멍하니 본 같은 실험체 처지인 소년·소녀들에게 카일은 툭 던지듯 말했다.

카일이 발을 한번 굴리자 몸이 늘어나듯이 생겨난 잔상이 곧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동요하던 이들 중 몇몇이 허겁지겁 열쇠 앞으로 뛰어가자, 뒤이어 다 같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 * *


“쯧. 도망쳤다고? 몇 놈이나?”


마법사가 눈살을 찌푸리자 자라목이 된 용병대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 도망친 녀석들 대부분은 잡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나머지도 잡을 수 있습니다.”


마법사는 한숨을 내쉬고 멀쩡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죽은 놈은?”


용병대장은 침을 삼켰다.


“왜 대답이 없어? 묻잖아!”


용병대장 뒤에 시립한 부하가 제 대장을 위한답시고 조심히 한 발짝 나섰다.


“저, 저··· 쟈쿵님.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한스, 제롬, 스미스. 등등 한 일곱 명 정도 사망했습니다.”


용병대장이 말릴 새도 없이 멍청한 부하가 입을 잘못 놀렸다. 저 빌어먹을 마법사는 용병 생사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뭐? 흥. 하하하. 이 태워죽일!”


쟈쿵은 왼팔을 용병 쪽으로 겨누었다. 손목이 분리되며 헛소리를 한 녀석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팔과 연결된 와이어에서 룬문자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자 의수가 붉게 달구어졌다.


“끄아아아아!”


살타는 냄새와 동료의 비명에 칼밥으로 먹고사는 드센 용병들도 늑대를 본 새끼 양처럼 벌벌 떨었다.


“네놈 같은 개돼지 따위 생사를 왜 내게 말해! 앙? 이 개잡놈아.”


용병대장은 튕기듯이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알았어.”


쟈쿵은 허리에 찬 레이피어를 뽑아 찌르듯이 앞으로 뻗었다. 와이어가 손목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검날이 용병의 목덜미를 뚫고 나왔다.

칼을 쥔 손목을 밖으로 튕기자 목에 박혔던 레이피어가 살을 베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팔을 몇 번 흔들어 검에 묻은 피를 털고는 칼집에 꽂았다.


“이걸로 용서해줄게. 두 번은 없다. 찾아! 하나, 하나가! 네까짓 것들 다 합친,···것, 보, 다- 귀해. 알아들었어?”


“예, 쟈쿵님!”


* * *


“헉. 헉.”


소녀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여인이 수갑을 찬 채로 숨을 헐떡이며 익숙지 않은 숲길을 달렸다.

다가닥, 다가닥!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여인은 절망했으나 다리는 계속 움직였다.


“컥.”


날아온 올가미에 목이 휘감자 뒤로 자빠졌다. 말에서 내린 용병이 바닥에 침을 뱉고 걸어왔다.


“개 같은 년이!”


용병은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판금이 박힌 가죽 롱부츠 앞코로 배를 걷어찼다.

등이 새우처럼 말아졌다. 여인은 꺽꺽거렸다.


“씨팔. 더 때리면 죽을까 봐 그럴 수도 없고. 네놈들 때문에 우리 동료 한 명이 어이없게 마녀 손에 죽었다. 알아? 캬아 퉤!”


여인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용병은 발로 볼을 비볐다. 올가미를 회수하려 허리를 숙이자 웅크린 여인의 가슴골이 보였다.


“젠장. 꼴리게.”


순간 음심이 솟구쳤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걸리는 날엔 마법사에게 죽을 것이다.


“쩝. 젠장.”


용병은 인상을 한번 찌푸리고는 허리를 숙였다.

올가미를 회수하려던 용병은 억, 소리를 내며 주춤하더니 여인을 포개듯이 앞으로 엎어졌다.


“꺄아아아!”


투구를 뚫고 뒤통수에 박힌 화살 깃이 부르르 떨렸다. 덤불 사이에서 오크가 활을 내리며 걸어 나왔다.


“비참한 꼴이군, 인간.”


오크는 여인을 내려다보며 등에서 양손 전투 도끼인 토마오크를 꺼냈다. 인간 암컷을 굽어 내려보며 도끼를 머리 위로 올렸다.


“사, 살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활쏘는 역대급 갓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2.11.17 79 0 -
공지 연재 시간 때를 22.11.14 43 0 -
18 쌍둥이. 22.11.16 40 4 9쪽
17 제안 +1 22.11.15 44 4 9쪽
16 후아유, 아이유? +1 22.11.14 49 8 12쪽
15 으히흐헤헤헤~ +3 22.11.13 53 5 11쪽
14 원수 +4 22.11.12 61 8 11쪽
13 뿅망치 +3 22.11.11 66 12 11쪽
12 등산 +3 22.11.10 70 9 12쪽
11 복수 파티 +2 22.11.09 79 8 12쪽
10 대풍 +1 22.11.08 81 9 12쪽
9 야전 +2 22.11.07 87 10 12쪽
8 블랙 필드 +1 22.11.06 93 7 13쪽
7 블루 실드 +1 22.11.05 100 8 13쪽
6 붐해머 +2 22.11.04 108 8 14쪽
5 탈출 +2 22.11.03 123 12 12쪽
4 우정 +2 22.11.02 139 11 12쪽
3 파밍 +3 22.11.01 198 25 14쪽
» 도망 +2 22.11.01 241 23 13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3 3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