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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활쏘는 역대급 갓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사마택
작품등록일 :
2022.10.26 19:29
최근연재일 :
2022.11.16 2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919
추천수 :
202
글자수 :
94,835

작성
22.11.01 08:30
조회
316
추천
31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날카롭고 차가운 것이 내 배를 관통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선혈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워낙 갑작스러워서 찢기는 화끈한 고통에도 눈앞에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녀가 웃었다.

왜?

피를 흘리고 있는데 걱정을 해줘야지 웃어?

웃다니. 설마?

텁텁한 무언가가 뇌를 스쳤다.

그녀의 손에는 절망의 탑 공략 당시 보스 몹이 쓰던 세속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 푸르디, 푸르기 짝인 없는 검신이 내 뱃가죽을 뚫어버린 것이다.

내가 선물해준 검으로 애인인 날 찌른 거야?

고통으로 찌푸린 얼굴로 주의를 둘러봐도 놀래거나 날 걱정해주는 놈 하나 없었다.

젠장.

반대로 조소만은, 지독한 고통 속에도 내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그와 더불어 비열하기 짝이 없는 표정들도.


“악!”


검과 창 같은 금속 날이 사방에서 쑤셔왔다. 흘린 피 때문인지 무릎이 풀려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음흉한 얼굴.

기대에 찬 눈빛.

확실하다. 감히, 감히.

다들 작당했다. 내 여자도. 내 친구라 여긴 동료들도.

이것들이 ···이 쓰레기들이!

날 내려다봐.


“쿨럭. 이, 이게? ···무슨!”


숨을 쉬기도 버거운 상황에도 지독한 분노로 인해 소리를 꽥 질렀다.


“크흐흐. 표정 예술인데. 지가 영화 속 배신당한 주인공이라도 된 줄 아나 봐?”


나직한 비웃음 끝에 비꼼이 가득한 목소리.

쿨럭.

쌍욕이라도 뱉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대신 피가 섞인 기침만을 연속적으로 토해냈다.


“왜? 억울하다, 배신했다, 이 쓰레기 놈들! 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뭐? 쿨럭, 쿨럭. 뭐래? 병신아.”


조소가 가득 담긴 놈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미친놈처럼 화를 냈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애인에게 칼을 맞은 내가 화를 내던, 지랄을 하던 해야 맞는 거지.

놈의 반응은 칼 맞아 다 죽어가는 내 눈에도 어이가 없었다.

진짜 미친 건가? 아닌 원래 미친놈이었는데 그동안 내가 몰랐던 건가?


“박철수! 이 개 같은 놈아! 뒤져 죽을 때가 돼도 그 좆같은 눈깔 봐라. 그래. 네놈은 항상 그런 식이었어. 우리가 네놈 배때기에 칼빵 놓은 게 배신인 거 같지?”

“쿨럭, 쿨럭. 그게 콜록콜록. ···아니면?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쿨럭!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들 전부 애저녁에 누워···! 쿨럭, 쿨럭! 캬아악.”

“친구? 지랄하고 자빠졌네. 우리가 언제 친구였냐? 죄 네 꼬봉이었지. 네 멋대로 날뛰다가 항상 우리 중에 누군가가 죽었어.”

“뭐? 핫! 쿨럭쿨럭.”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내 탓을 해? 내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다 죽었을 것들이. 나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38선 따라지들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기침이 계속 나온다. 용을 쓸수록 입에서 핏덩어리가 쏟아졌다.

날 배신한 이놈들은 잘 쳐주어야 봤자 간신히 이류밖에 안 될 놈들이다. 내 도움으로 내 덕에.

내 친구라서, 동료라서 케어를 해주었다.

내 전리품을 나누어주어 무장시켰고 날 따라다니면서 쉽게 레벨을 올려 오늘날 상위 랭커가 될 수 있었다.

내 호의로, 내 동정으로 얻은 무력으로 내가 챙겨준 장비로 날 공격해!

말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지난날 내가 저들에게 베풀어준 것들이 떠오르자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어, 눈물? 우냐, 울어? 천하의 박철수가 울다니. 하긴 네놈이 아무리 독종이라도 죽는 건 겁나겠지.”


그래 운다 씨발아.

죽음?

이 씨발 놈들이 아직 날 모르네.

잃을게 목숨밖에 없는 놈이라 악으로 깡으로 내 던지다 보니 결국 정점에까지 올라온 거다.

그래서 독종이라 불린 거고.

슬프다. 이런 것들을 친구라고? 동료라고!

으득.

나는 마지막 힘을 줘 내 멋대로 떨리는 손가락에 주먹을 몇 번 쥐었다가 피고 품속에 있는 목걸이를 거칠게 끊었다.

검붉은 검날 파편에 달린 체인이 대롱거렸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던전 공략에서 우연히 얻은 아이템.

이 파편을 내 몸에 꽂으면 목숨을 대가로 다 죽어가는 몸이라도 최상의 컨디션과 함께 모든 잠재능력을 끌어내서 힘을 증폭시킨다.

나는 파편을 꽉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따끔거리며 피가 흘러나왔다.

왼쪽 팔뚝에 그대로 푹 찔렀다.


“끄아아악”


칼빵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뜨거운 것이 훅, 하고 올라왔다. 내 전신을 후벼 파는 고통에 순간 졸도할 것만 같았다.


“내 사람들이라고 여긴 게 개 좆같다!”


나는 튕기듯이 일어나자마자 지면을 힘차게 밟고 양손을 허리춤에 교차했다. 널찍한 단도와 늘씬한 소검이 뽑혀 나왔다.


“어?”


날 배신한 주제에 그게 내 탓이라고 지껄이는 미친놈의 목젖에 내가 던진 단도가 박혔다.

놈 주의에 얼쩡거리던 배신자들에게 몸 곳곳에 소검을 박아주었다.

내 근처에 있던 녀석들이 바닥을 뒹굴자 뒤에 있던 녀석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이 씹새들아! 이 연놈들. 오늘 사람 만들어준다. 공짜는 당연히 아니고. 수업료는 저렴한 목숨이다. 으히흐헤헤헤. 이 쓰레기들. 이 씨발 것들아-!”


몇몇은 달려오고 몇몇은 반대로 뛰어갔다. 핫. 도망? 흥!

난 시크릿 클래스인 착호갑사의 강력한 스킬을 발동시켜 마주 달리며 품에서 수리검을 뽑아 던지고 다시 뽑아 던졌다.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쓰러진 놈들을 한번 비릿하게 웃어주고 활을 꺼내 시위에 화살을 재었다.

도망가는 이들 중에는 나와 미래를 약속한 년도 있었다.


“끄응. 저 썅 년.”


난 달리면서 활을 쏴 하나, 하나 다 죽였다.

그리고···.


“채아야, 한채아. 이젠 너만 남았네.”


내가 쏜 화살이 그녀의 종아리에 박혔다. 붉게 칠해진 활촉이 정강이뼈를 뚫고 나왔다.

고통 때문에 내 말을 들을 정신이 없는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감쌌다.

나는 활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았다.

그녀의 긴 머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흔들었다.


“그쯤이면 됐어. 그만 꽥꽥대고 말해봐.”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졌지만, 눈빛만은 날 잡아먹을 기세다.

개년.

약 오르게도 저 얼굴마저도 사랑스러웠다. 한심하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왜 그랬어. ···왜!”


그녀의 고개가 거칠게 이리저리 흔들렸다. 난 더욱 힘을 주어 그녀의 고개를 뒤로 확 젖히고 똑바로 마주 보았다.


“말해.”


그녀의 입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를 때만 열렸다.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날 배신한 거야. 다른 놈들도 그렇고. 아니, 아니! 세상 누가 날 다 엿 먹여도 넌 그래선 안 되는 거잖아! 넌 아니어야 하잖아-!”


말을 이을수록 격양된 감정 끝에 물기가 번져갔다. 그녀는 여전히 날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궁금했다.


“말 좀 해.”


왜 그랬니?

손이 덜덜 떨리고 힘이 풀려 그녀의 머리카락이 빠져나갔다.


“우리 사랑했잖아.”

“사랑?”


칼로 날 찌른 후 그녀가 처음으로 말했다.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웃음으로, 다음에는 원망으로. 마지막에는 미친 듯이 꺽꺽거리며 숨넘어가듯 웃었다.

그녀의 깔보는 듯한 웃음 때문에 처음에는 살심이 솟구쳤다. 점점 변해가는 웃음소리에 심장이 덜컥 주저앉을 정도로 철렁했다.


“너···. 채, 채아야. ···너 괜찮니?”


난 조심스럽게 다가갔으나, 곧 걸음을 멈추었다. 채아가 팔을 크게 휘저었기 때문이다.


“오지 마!”


소름 끼친다는 표정과 경멸이 가득 담긴 목소리.


“씨발.”


이년이.


“야야. 채아야. 네가 지금 나한테 그럴 처지야? 뭔데 소릴 질러. 뭔데 명령 질이야. 염치란 게 없어?”


다시 그녀 아니, 그년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이년아. 사랑해주니까는 내가 개호구로 보여? 앙!”


그녀의 목을 하늘로 향해 재끼고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단도를 역수로 쥐었다.


“퉤.”


나는 단도를 던지듯 바닥에 꽂고는 볼에 묻은 침을 닦았다.

짝!


“썅년아. 존나 사랑한다고. 존, 나, 게!”


쫘! 쫘! 쫙!

그녀의 얼굴이 좌우로 휙휙 돌아갔다.


“잠시나마. 네년만이라도 살려주고 뒤질 생각이었거든. 채아야. 넌 나한테 이랬으면 안 되었어.”


팔목에 핏줄이 돋았다. 어느새 그녀의 흉갑은 반쯤 벗겨졌다.

바닥에 꽂힌 단도를 들어 우악스럽게 옷을 찢었다.


“쿨럭. 쿨럭 벌써 시간이? 꾸웨에에엑!”


숨이 막히도록 피가 쏟아졌다. 입뿐만 아니라 코피도 나왔다. 숨쉬기가 괴로웠다.

더 괴로운 것은 힘이 빠져나간다.

흐릿하다.

세상이, 그녀가 붉게 보인다.

근데도 졸라 섹시하구나 넌.

진짜였다 사랑했다.

미안하다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사랑했다.

내 주먹을 입속에 다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흐흑. 으허어엉!

진짜였다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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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탈출 +2 22.11.03 12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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