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1년간 해외에서 살다가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서 3년간 통역장교 겸 영어교수로 근무하고, 이후 통/번역 프리랜서하다가 지금은 그냥 영어 간간이 써야 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어떤 면에서는 우리 말보다 익숙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젠 15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국어가 더 익숙한 것이 맞긴 하지만요.
어쨌든 그래서 언어에 대해 조금 민감하고, 특히 잘못된 영어 사용에 대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영어 사용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양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고, 여기서 약간 사회적인 경험을 섞어 썰을 풀자면...
현재의 영어지상주의는 기득권이 자신들의 권리를 대대손손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한들, 극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면 외국에서 몇년 살다 들어온 범재를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작문과 독해는 약간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미디어에서 칭송하는 ‘원어민 발음' 같은 것은 경쟁이 어렵다고 봐야죠. 특히,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되고, 모든 미국 대학/대학원에서 요구하는 TOEFL대신, ’실무 영어'라는 포장 아래 외국에서 살다 오기만 해도 고득점이 가능한 ‘TOEIC’을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는지요. 어차피 정말로 중요하거나 빈번한 영어 업무는 독해와 작문이 90% 이상이고, 회화는 극 소수의 통역가만 외주를 주거나 고용하면 되는데도 말이죠.
여기에 더 문제가 큰 것은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 국내 학자들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정확한 우리말을 정의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니) 실제로는 쓰는 사람들이 무지해서 그 상황에 맞는 우리 말을 쓰지 못하고 바로 그들이 배운 그대로의 용어를 사용한 것이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수준에서는 교포들이 우리말로 대화하다가 특정 표현이나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영어로 말을 하고, 대화의 상대였던 다른 교포나 유학생, 혹은 내국인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면서라고 보면 되고요.
즉, 지식이 부족하면 부족할 수록 외래어를 남발하게 되는데, 여기에 작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학 자체가 기득권에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썼던 것이라 이렇게 무식함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있는 집' 혹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그러니 이 모습을 보고 반대로 혹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냥 그들의 변명인 ‘우리 말로는 그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를 곧이곧대로 믿고 자신들도 국어로 대체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퍼뜨리고 있죠.
썰이 길어졌는데, 위의 이유들 때문에 외래어/외국어 남발하는 글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제대로 썼다면 그래도 그냥 넘어가지만... 그것도 어설프게 줏어 듣고 틀리게 썼다면 그냥 허세라고 밖에 판단이 안되죠. 게을러 확인조차 하지 않는 작가의 허세.
마지막으로 저를 제외하고도 영어를 국어만큼 능숙하게 구사하는 독자들이 문피아에는 꽤 있습니다. 괜한 허세로 스스로의 글을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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