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간달프가 지팡이로 몬스터 때려잡는 건 사실 마법과 관계가 없는...;; 그야말로 몽둥이 후려치기. 다만 간달프라서 간지가 난 거죠. 때리는 모습도 위엄있어 허엏허엏....
뭐 실제로 마법사가 현자인가 아닌가는 설정에 전적으로 좌우되겠죠. 그 세계에서 마법사란 어떤 존재들인가. 문제는, 설정상 마법사가 "공부의 달인'인데 "멍청하게" 나옴으로써 자기 설정을 배반하는 소설들이 넘쳐나는 경우겠죠. 마법사에 대한 이미지는 있지만 제대로 그리고자 하는 의지도 고민도 없으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런 소설을 가리켜 우리는 양판이라고 부르죠. 자기 설정을 지가 깨는 소설.
마법사: 마법을 쓰는 전문가
현자: 현명한 사람
간단히 생각해 보면 3가지가 나오네요.
1. 마법을 쓰면서 현명하지 못한 사람 = 본문에 언급한 사례 대부분 여기에 속.
2. 마법을 쓰면서 현명한 사람 = 갑주거미님이 생각한 이상적인 마법사.
3. 마법은 못 쓰고 현명한 사람 = 판타지 말고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군자.
정리하면 본문의 마법사들도 설정에 따라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마법사 군입니다. 어차피 판타지 아닙니까. 다만, 자신이 세운 설정을 스스로 위반하거나, 설정조차 제대로 못 세우고 쓰면 문제겠지요.
사실 개연성을 파괴하거나 라이트 노벨도 아닌데 지나치게 유치한 것은 작가 자체의 수준 문제라 마법사에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넓게 다루어야 될 주제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서울대라면 우리나라 최상위급으로 공부 잘합니다. 그럼 서울대 출신이면 다른 대학출신에 비해 모두 현명할까요? 공부잘하면 지식이 많은 거지 지혜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세상 경험이 적고 한길만 파고 들어간 자는 지혜가 더 부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천부적으로 지혜를 얻은 자가 아니라면 지혜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겪고 그 가운데 깊은 사색이 이루어질 때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글에서 보면 마법사는 마법을 익히기 위해 주변과 고립된 공간에서 오랜 세월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각을 마법이라는 한 가지로 집중합니다.
그런 자가 지혜롭다면 그 자체가 더 이상하다고 봅니다. 그런 자는 천부적인 지혜를 얻은 극소수라고 생각합니다. 천부적인 현자는 극소수입니다. 그러니 마법사는 오히려 현명하지 않은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죠. 우리나라 대학교수나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현직에서 은퇴한 후에 많이 사기를 당해 재물을 잃습니다. 아주 단순한 속임수에도 많은 자들이 넘어갑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삶의 많은 부분을 자신들의 관점으로 살아서 다른 삶에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서 본 자들 가운데 그런 멍청해 보이는 자들을 많이 봅니다. 그건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일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세상을 사는 지혜가 부족한 탓일 겁니다.
마법사가 오래 마법을 공부했다고 모든 걸 다 아는 자도 아니고 지혜를 깨달은 현인도 아니라고 봅니다.
한 가지 더! 마법사는 똑똑합니다. 똑똑하다는 것은 문제가 주어지면 그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나 어려움을 당할 때 그걸 잘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다 잘 해결하는 건 아닙니다.
똑똑하면 미련한 자보다는 어떤 부분에서 능력이 뛰어니지만 그건 모든 능력이 다 뛰어나다는 것도 아니고 현명하다는 것과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때로는 아주 멍청한 짓을 할 수 있으니까요.
유명한 철학자 이야기도 있죠. 계란을 삶을 생각으로 자신의 시계를 끓는 물에 집어 넣었다는 이야기죠. 그 상황만 잘라서 말하면 그건 중학생보다 못한 자로 보일 겁니다. 시계와 계란도 구별 못하니 말이죠.
어떤 특별한 상황을 그 부분만 잘라서 말하면 그렇게도 보일 겁니다. 그건 그 개인이 현명하다거나 멍청하다는 말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완전한 인간으로 보이는 자라도 때로는 어느 한 부분에서 누구보다 멍청한 부분도 가끔은 있지 않을까요? 다양하고 신비스러운 인간의 다양성으로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세의 연금술사, 칼대아의 수비학자들, 메소포타미아의 점성술사들과 마기들, 의사들 등 마법사의 모티브는 많이 있죠. 물론 각 소설의 마법사마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요.
그런데, 마법이 진리를 탐구한다는 것이 그렇게 희소한 설정은 아닙니다 정말로. 다만 마법사 자체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까닭에, 각 글마다 설정이 다르므로, 그 마법사를 평가하려면 철저하게 해당 글의 설정에 기초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공통점만이 있을 뿐이겠져.
하여튼 전 진리 탐구가 꼭 마법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 특히 순수 과학분야는 모두 이른바 "진리 탐구" 계보에 속하지 않던가요^^
그것조차도 마법사의 설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과학은 그 모체가 되는 자연철학과 마찬가지로, 애초에 "물질 세계"를 다루는 형이하학에 해당하죠. 현실적인 진리라기보다는, 호기심, 진리 추구의 '대상'이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마법사의 "마법"이 다분히 "형이하학적인 원칙에 포함되는 그 무엇"이라면 마땅히 마법사는 과학자와 같은 물리세계의 탐구자가 되겠죠.
그렇지 않고 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이 마치 WoD의 그것과 같다면, 마법사는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추상적인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의지가 현실의 본질이고, 따라서 의지를 통해 물질의 모든 법칙을 능가하고, 휘어지고, 꺾이고, 왜곡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마법이라면 말이죠.
결론: 마법사는 설정 나름이지 말입니다. 마법사가 추상적이지 않을 이유는 딱히 없지 않을까요.
글이 짧아야 하기에 내용이 적었습니다. 단어적인 추상과 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자는 근원적인 진리를 추구합니다. 그 근원적인 진리가 뭐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걸 알면 제가 현자니까요. 이것이 제가 말한 현실적인 진리와 대비되는 '추상적인 진리'의 개념입니다. 현자라는 단어의 뜻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자라고 하면 어떤 현상에 집착한 답을 추구하는 자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답을 추구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법사를 현자와 달리 근원적인 물음보다는 현상적인 물음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즉 현실에 나타나는 현상과 또는 아직 현실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현실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추구하는 지식인에 가깝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근원과 현상이 무엇인지는 또 복잡한 내용이 많습니다. 철학의 한 갈래인 현상학에서 그걸 다룹니다. 그러니 그런 말은 이쯤에서 적당히 줄입니다.
저는 적어도 어떤 설정이 없는 마법사라면 그는 어떤 지식을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목적을 추구라는 자로 이해합니다. 진짜 어떤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없이 마법을 연구하는 자라면 그는 마법사보다는 현자의 길을 걷는 자에 가까울 겁니다. 그러면 본문의 의문이 타당한 내용이 될겁니다.
현자는 지식을 통한 진리가 아닌 깨달음이나 계시 혹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사색하며 나름대로의 초월적인 방법으로 진리를 추구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걸 현실적인 방법을 통한 진리와 추상적인 방법을 통한 진리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냥 단순히 "추상"이라는 단어적인 의미를 담은 "추상"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죠.
저는 마법사를 그런 근원적인 물음을 추구하기 보다는 어떻게 불을 일으키고 어떻게 번개를 불러오며 뭐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더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이런 문제는 무협에서 나타납니다. 무를 익히는 것이 어떤 진리를 추구라는 길이라는 글과 어떤 글은 강한 자가 되기 위한 길이라고 보는 자의 충돌입니다. 그 둘을 구분하고 글을 쓰면 됩니다. 그런데 그 둘이 다 나오면 글쓰는 분이 스스로 무을 익히는 길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하겠죠. 일반적인 무협에서 보다 많이 나오는 무는 구도의 길이 아닌 보다 강해지는 길입니다. 저는 마법사도 그렇게 봅니다. 마법으로 세상을 초월한 어떤 진리를 추구하려는 시도보다는 지금보다 더 강해지는 길이 마법사가 걷는 길이라고 봅니다.
아하. 그런 경우라고 해도 여전히 마법사가 현자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궤 안에서 논한다면, "불꽃을 다루는 법을 알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법을 연구하는 것과, "본질을 알기 위해" 마법을 연구하던 와중에 불꽃을 다루는 방법을 "부차적으로" 깨우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크니까요. 후자의 경우라면, 확실히 근본적 지식, 진리를 추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순수하게 우주의 본질을 추적하는 과학자와, 그것을 어딘가에 이용하고자 하는 응용과학자, 공학자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까요?
댓글이 길어 이것으로 마칩니다. 순수과학자도 지식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학자와 같다고 봅니다. 다만 순수과학과 공학자의 차이라면 연구의 목적과 그 방법론의 차이이지 현실에 나타난 현상을 다루는 지식 탐구라는 점에서는 같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현자는 그들과 다르다고 봅니다. 현자는 어떤 지식을 탐구하지 않습니다. 지식이 있다면 오히려 그 지식이 그 현자의 지혜를 가로 막을 지도 모릅니다. 그 지식을 벗어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으려는 노력은 아마도 불교의 해탈이며 기독교의 신께 의존하려는 믿음일겁니다. 뭐 다른 것도 있겠지요.
특정한 설정을 수반한 긓이라면 당연히 제 글에서 제외됩니다. 제 글을 그런 특정한 설정을 동반하지 않은 마법사를 다룹니다.
앞서 언급하신 마법사의 모티브를 인정하신다면 그런 동기에서 탄생한 마법사는 현자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마법사는 더 많은 마법을 알려고 공부할 겁니다. 그것과 달리 현자는 더 많은 걸 알려고 공부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라도 바르게 알려고 노력하는 자로 생각합니다. 겨우 간단한 라이트닝 마법 하나만 알고 그걸로 그 안에 담긴 뭔가를 알기 위해 일생 동안 탐구한다거나 아니면 메테오를 소환하는 대마법사를 만나도 겨우 라이트닝을 아는 걸로 기가 죽지 않고 껄껄 거리며 여유를 부리는 마법사가 그려진다면 그것이 현자를 추구하는 마법자일겁니다.
현자는 다른 현자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자의 지혜이며 현자의 지혜는 그때마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도움을 주는 경우는 있겠지만 어떤 객관적 지식을 가졌는가 안 가졌는가로 서로의 우열을 판가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좋은 대화 감사드립니다. ^^
그 어떤 것도 개인의 상상에서는 다 이루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다른 자에게는 어떨 지 몰라도 자신의 상상에서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길고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통신어체로 감상을 묘사하고 싶지만(통신어체가 썩 우아하진 않지만, 이따금 날것의 생생한 감상을 표현할 때에는 좋더군요) 문피아 공개 게시판이니 그럴 수는 없고...
하여튼 성의껏 대화에 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 하면서 그런 분들에게 정말 목말라 있기도 했거든요. 많이 배워갑니다. 제가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도 있고, 아직도 다 이해되지는 않는 부분도 있네요. 그런 부분은 시간을 두고 한 번씩 다시 보면서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글이란 것은 두어도 어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게 글의 좋은 점이죠 :) 좋은 오후 되십쇼잉!
다들 기본적인것을 보진 않는것 같네요.
마법사가 되기위한 조건이 뭡니까.바로 마나를 느껴야하죠.그런 인간은 10만명정도에 1명정도 라고 대부분 설정하죠.그리고 그러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바로 마법사가 되는건 아니죠.
마나를 인식하고 자연에 있는 마나를 이용 하면서 마법사가 되는거죠.
지금은 변질되서 동양의 무사들 처럼 마나를 몸에 쌓는다고 하고 있는데 마법사는 자연에 널리 퍼져 있는 마나를 성질을 바꿔 사용 하는 겁니다 불로,물로 전기로 바꿔서
여기서 도한 중요한것이 의지,즉 정신력이 중요해지는거죠.수학을 잘해서 계산만 잘하면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하는건 게임상 일뿐이죠.
마법은 수학이 아니죠.다양한 경험과 실험,등이 가미가되고 정형화된술식,일정하게 마나를 유지하는 의지가 마법사를 만드는요건이죠.수학만 잘한다고 다 마법사가되는건 아니죠.미분,적분을 암산으로 풀수 있을것 같아요?
그런데 INT랑 WIS는 확실히 다르죠.
글쓸분이 이해못하신다고 한 어린행동들..
그런데 천재들이나 유명 대학 수학교수들 등을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만 봐도 그런 행동들은 흔하게 다뤄지죠. 천재들은 현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비례적으로 보장된 사람들이 아니라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들인거죠.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있어서.
수학적 회전만 빠른게 아니라 다방면 천재들이 많이 배치된 철학자들도 철학 잘 하고 사회 정치 예술 기타분야에 어마어마한 재능을 보여도... 그사람들 인간적으로 훌륭하게 살고 인격적으로 살았단 이야기 별로 없죠. 공처가나 마약복용 자살 우울증 기타등등 수두룩 하긴 해도.
특정 분야의 천재가 그 외 분야에서 의외의 허술함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러하더라도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흘러보낸 세월만큼의 경륜과 혜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분들이 괴팍하거나 좀스러운 면, 유치한 면, 엉뚱한 면을 보일 수는 있지만 새파란 애송이에게 농락당할 정도는 아니죠.
자연의 법칙을 궁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분들인데다 나이는 헛으로 먹는 게 아니니까요.
마법사와 현자를 동일시하는 건 설정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마법사가 현자의 풍모를 보여야 한다는 점에선 선뜻 동의하긴 어렵지만, 그 세계에서 현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면, 그만한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마나를 느끼는 재능이나 술식을 다룰만한 머리만 있으면 누구나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이라면 그중에 권력을 탐하든, 무언가에 눈이 멀어 주인공에게 휘둘리는 마법사가 나온다해도 그 나름의 당위성만 있다면야 별 무리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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