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GC를 앞두고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며칠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열심히 피씨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집의 컴퓨터는 너무 후져서 판갈리움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요 며칠동안 피씨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은 피씨방에 처박혀 있으면 무능한 사람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들과 다르다. 난 판갈리움에서 가장 큰 길드의 길드마스터이며, 아이템을 팔아서 돈도 많이 번다. 게임으로 사귄 애인도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간에 나는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고 훨씬 쉽게 그 것들을 얻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나는 승리자이고 그들이 패배자인 것이다.
WGC는 전세계적인 게임 축제이다. 물론 대부분의 게임 폐인들이 쓰레기같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은 이 분야의 최고들이고 나는 그들 중에서도 최고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의 최고 플레이어니까.
그날을 위해서 한시간도 아깝다. 웬만해서는 설렁설렁하겠지만 이번 WGC의 이벤트인 공성전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설의 검인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을 걸고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악명 높은 캐이어스 길드를 쇠약하게 만들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성전을 통해서 플레이어를 죽이고 다니는 캐이어스 길드의 망나니들은 힘을 못 쓰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그 쪽에서도 날 회유하려고 뇌물을 먹이려했지만 나는 이래뵈도 정의로운 사람이라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지금은 1 레벨이라도 더 올려야 하는 시간이다. 현재 판갈리움의 최고레벨은 나지만, 다음 레벨까지 경험치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한순간을 쉬는 것도 아까웠다. 대충 이 페이스라면 대회 시작 전까지는 레벨업을 할 것같다.
하지만 무턱대고 사냥을 다니는 것도 피곤한 터라 마을에 캐릭터를 세워두고 잠시 눈좀 붙이려 했는데 시커먼 오라를 풍기는 캐릭터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그 검 혹시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 아닌가요?>
어둠의 진영인 나이트 스토커였다. 나는 빛의 진영이지만 그가 물어본 그 검,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을 착용시에는 데이와치들도 나이트 스토커로 변화되어 서로 말이 통하게 되는 아이템이었다. 무엇보다도 현재 서버에 세자루밖에 없는 귀한 검이다. 최강의 길드 마스터 세명에게 주어진 검이다.
<눼, 줴가 핸더스 길쨩임뉘다>
<그러시구나. 혹시 WGC나가세요?>
<그렇다능>
<그럼 그 소문 아시겠네요.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의 진품이 이번 상이라는 거요.>
<구래영? 몰랐는듸>
<사실 제가 그 거 운반하기로 했거든요. 살짝 보실래요?>
<..... 구래두 되여?>
<제가 오늘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니까 어디 눈이 있는 곳 말고 금문교 갓길에서 살짝 보여드릴게요. CCTV 없는 곳에 차 대 놓고 계세요. 차는 있으시죠?>
<베엠베여요>
<그럼 이따가 해질녘까지 기다려보세요. 그럼 전 운반하러 출발합니다>
이게 웬 횡재냐?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은 뒷전으로 하고서라도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의 진검을 가질 수 있다는 소문은 사실 매우 제한적인 사람들만 아는 것이었다. 판갈리움의 서비스 업체인 DC CORP에서도 절대 비밀로 해줄 것을 당부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한번 보는 것쯤은 상관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금문교에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기를 한시간.... 레벨업해야하는데 괜한 수고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차 안에서 히터를 틀어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룸 미러에 뭔가가 확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뭐지? 싶어서 룸미러를 조정하여 뒤를 보다가 그냥 몸을 홱 돌려서 살펴보자 차 밖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왔구나! 싶어서 차에 내려서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갔지만 뭔가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처럼 생기긴 했지만 옷이 너무 어두웠다. 게다가 패션도 뭔가 이상했다. 마치 검은 그림자라도 되는 모양 온 몸이 시커맸고, 주위의 물안개에 휩싸인 그 모습은 유령과도 같았다.
“저기요? 혹시 오늘 판갈리움에 접속해서 저 보자고 하신 분이신가요?”
일단 말을 걸자 그 쪽에서는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검은 그림자에 검은 망토 그리고 검은 갑옷을 입은 검은 마스크의 사나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판갈리움 게임에서는 유명한 모습이었다. 전설의 흑마법사 블랙스톰의 모습이었고, 그는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의 참주인이었다.
“내 칼을 더럽히지마!”
도저히 이게 뭔가 싶은 순간 그는 망토 속에 숨겨두었던 은빛이 빛나는 칼을 꺼내들고는 날 향해 크게 휘둘렀다.
위이이이이잉….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뱃가죽이 찢어지는 고통이 온몸에 퍼졌고 불행히도 나는 살아있는 채로 내 내장이 바닥으로 쏟아지는 것을 봐야만 했다.
무서워. 죽을 것같아. 아니 틀림없이 죽을 거야!
살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고통과 공포가 내 몸과 마음을 마비시켰고 결국 버티지 못한 몸이 뒤로 쓰러지면서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버렸다. 아직 남아있는 정신으로 바라본 검은 옷의 사나이. 블랙스톰은 내게 점점 멀어져가더니 내가 타고 온 차의 후미등을 발로 차서 깨뜨려버렸다. 내 차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걸까?
정말 웃기는 일이지. 난 블랙스톰에게 죽임을 당했다. 최강의 플레이어가… 보스몹한테 죽임을 당했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내가 죽으면… 과연 어딘가에 리스폰이 되기나할까? 하는 철학적인 질문을 하였고, 결국 나의 경험치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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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편
경고: 이 이야기는 게임 소설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본편은 FBI 수사관이 기이한 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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