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건드리고 싶은 주제는 요즘 유행인 현대판타지물들에 등장하는 연애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왜 작가분들은 십중팔구 글의 수준을 잡아먹는 유치한 대리만족식의 연애이야기를 쓸까요? 한두명 그런거면 작가가 어려서 그러려니 할텐데 수십명이 그러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가장 흔한 패턴은 이거죠. 남자주인공은 매력적이지만 모태쏠로이고, 그래서 외모가 빼어난 여자 등장인물 (이라 하기에는 개성은 1도 없는)들은 마음을 뺏긴 채 온갖 호감표현을 하고, 남자주인공은 둔감하여 이를 눈치 못 채고, 여자인물들은 아쉬움에 틱틱대고...
뭐 개성이 없는 평범한 주인공을 빼어난 이성이 (별 이유 없이) 좋아해준다는 구조 자체는 남녀 불문하고 기존 판타지에 먹히는 구조니까 안 건드린다 치겠습니다. (신데렐라 스토리든 남자들 판무 이야기이든 이런 구조는 만연하죠). 근데 저 되도 않는 모태쏠로 설정 / 눈치 둔감한 설정은 어디서 누가 시작해서 이렇게 들불처럼 번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가까울 만큼 어지간히 사람 눈치 못 읽지 않는 이상 (적어도 소설들에 나오는 적나라한) 여자들의 애정표현 캐치 못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요? 왜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아무런 호감-피드백이 없는 남자주인공에게 끌려할까요? 잘생겨서? 실제로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외모는 관심을 끄는 요소이지, 외모가 뛰어나서 내게 관심도 없는 사람이랑 연애하려는 경우가 있나요? (마음은 1도 없이 그냥 몸만 추구하는 관계면 몰라도...)
즉 이 유행같이 번진 모쏠/둔감 (또는 여자를 멀리하는) 캐릭터 설정은 그냥 주 독자층인 남자들에게 "예쁜 여자가 나 때문에 애 타는" 장면 몇개 던져주려고 넣는, 별 의미없는 대리만족 장치인것 같습니다. 처음에 나왔을땐 신박했을지 몰라도, 이렇게 만연한 가운데 새로운 작품들도 똑같은 설정을 차용하는거 보면 작가분이 말초적 대리만족을 노리는 상업작가이거나 그냥 어린 것 같아서 관심이 뚝 떨어집니다.
왜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 대리만족도 넣는 생각은 못할까요? 위기에서 구해줘서 사랑이 터지는 클리셰 말구요. 설마 작가분들은 학창시절/20대때 연애를 못해본것도 아닐테고.... 작위적인 설정이 없더라도, 캐릭터 설정 자체가 남주인공=평범, 여주인공=초매력 이라면 이미 대리만족 요소는 충분할텐데 말이죠.
그저 여성 캐릭터 설정/헤아림 없이 그저 여자를 말초적 판타지의 객체로 보는 사람들이 글을 써서 그렇다는 비관적인 결론은 최대한 배제 한 채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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