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머글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보았습니다. 유머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달리 할 말도 있어서 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적어봅니다.
우선 1차 세계대전에서 총알당 사망자수를 계산했더니 몇십만발, 몇백만발꼴로 한 명이 죽었다. 이 주장은 터무니없는 계산에서 나온겁니다. 총이 나왔을 당시에는 당연히 그 위력을 절감할 수 밖에 없죠. 더군다나 대량생산하며 일반적인 보병이 총을 들게 되니 총알을 피하기 위해선 참호에 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참호 속에서 머리를 내밀면 바로 총맞아 죽을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총알을 쓰지 않으면 총도 쓸 줄 모르는 겁쟁이 소릴 듣습니다. 그러니까 조준도 안하고 보병이 박격포 쏘듯이 위로 마구 쏘아제끼죠.
아주 엉망인 것만도 아닙니다. 최소 그렇게 총을 쏘는 동안에는 상대방도 총소리때문에 참호 밖으로 고개를 내밀진 못할테니까요.
“어, 총소리가 들려. 그냥 참호 속에서 위로 쏘자.” 탕탕탕탕.
“어, 총소리가 들려. 참호에서만 쏘자.” 탕탕탕탕.
이게 양쪽에서 다 생겨나는데 당연히 사망자가 쉽게 나오겠습니까. 당연히 수십만발중에서 한 명이 죽는 결과가 나오죠.
근현대전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정밀도는 올라갔겠지만 총보다는 폭탄이죠. 그렇다고해도 총의 위력이 약해지는 건 아닙니다.
1. 내가 총 맞을 위험이 없다.
2. 조준이 가능하다.
이 두가지만 지켜진다면 총은 무적이 됩니다. 조준도 활보다 훨씬 쉽고 간단합니다. 위력도 상당합니다. 사거리도 훨씬 깁니다. 위력도 상당합니다. 이세계에서 총은 무용지물이고 총은 무적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그야말로 ‘1차세계대전에서 총의 위력은 사실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라는 그럴싸한 한쪽 논리만 듣고 만들어낸 결과론인 겁니다.
최근 어딘가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죠. 로마군대 전체와 군 1개 대대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이냐. 결국에는 소설화까지 되고 영화화 한다고 합니다만, 최소한 그 두 주장이 맞물리기는 합니다.
위의 제시처럼 ‘총따위 다 허구야.’ 라고 외치는 것보다는 훨씬 건설적입니다.
소설 볼 때도 마찬가지에요. 댓글들보면 사이다패스가 아닌 팩트패스가 보여요. ‘어, 인터넷에서 이랬어. 그러니까 이 소설은 틀렸어.’ 정확한걸 가지고 딴지걸면 모르겠는데 어디선가 누군가가 꾸며낸 말, 혹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팩트인양 걸고 넘어집니다. 팩트가 아니더라도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몇만년 산 놈이 겨우 저 꼬락서니.’ 혹은 ‘이렇게 하면 될 걸 가지고 굳이 저렇게 돌아서가네.’
보는 입장에선 미쳐요. 심리적인 묘사도 기술되어있고 배경도 완전 무리한건 아니다 라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명시되어 있거든요.
소설을 보는 입장, 이야기를 듣는 입장과 사건 당사자의 심리는 다를 수 밖에 없어요. 냉정하게 본다면 해결할 수 뭐든지 가능하겠죠. 하지만 사건의 배경에는 당연히 심리의 변화도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마치 자기는 신인양, 언제라도 냉정할 수 있단듯이 딴지를 걸고 넘어집니다.
비장하다면 또 비장하다고 걸고 넘어지기도 하죠. 중2병같다느니, 뭐니 하면서.
이세계에서 총이 통용된다는 논제는 그것만으로도 다양한 상상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냉정하게 다가가는 현실적인 접근, 또는 치우친 접근, 잘못된 정보에 의한 접근은 소설의 발전성을 저해하기만 합니다. 조금 더 소설을 관용적인 정신으로 즐겼으면 해요. 독자로서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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