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그건 취향이겠죠.
먼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좋아하시면 보시면 되고, 안좋아하면 안 보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소설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 만화 애니 등 스토리를 가진 모든 픽션 작품에서 먼치킨을 싫어합니다.
배트맨이 존나 쎄서 조커든 뭐든 다 발라버리고 고든시에 평화가 왔다거나,
캡틴아메리카가 어릴때부터 허약하지 않고 강대해서 나치들 때려죽이다가 약물 받고 먼치킨 되서 혼자 일기당천한다거나. ...그런 스토리였으면 그들을 주연으로 하는 만화 영화들이 엄청나게 재미없었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스타워즈에서 주인공이 킹왕짱 되어 '슈퍼 포스 파워!' 를 외치며 공주 구하고 앤딩! 나왔으면 과연 그 시리즈가 명작 반열에 오르긴 했을까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슈퍼파워를 가지고 있어서 어둠의 군단을 한손으로 쓸어버리고 반지의 유혹은 커녕 반지의 힘을 능가한 슈퍼 초 대마법사이자 신검의 주인 용기사가 되어 세상을 구원하는 시나리오였으면 애초에 제목이 '반지의 제왕' 조차 아니었겠죠.
먼치킨 작품으론 명작이 나올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릴땐 그런 먼치킨 물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마왕이어서, 여기사, 엘프, 공주, 여마법사들을 닥치는데로 강간하고 조교하며
개기는 용사들을 마구 죽여버리고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숭배하거나 죽이거나 했던 소설이 매우 자극적이고 재밌더군요. 그런것만 찾아 읽다보니 질렸던 기억이있습니다.
글이 길었는데,
뭐, 먼치킨을 싫어하는 건 제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말씀하신데로 먼치킨도 재미있게 읽는 사람은 재미있어 하겠죠. 독자가 원하고 잘 팔리는 글이 먼치킨이라면 먼치킨 글 쓰는 작가가 많아 지겠죠.
근데 전 싫어요. 누군가에게 강요하고픈 생각도 없고 강요당하고픈 생각도 없습니다만 전 싫은 것 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만 재밌다면 약간의 무너지는 개연성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이야기라는 숲이 중요하지, 그 안에 있는 나무들까지 완벽하길 바라는 건 글쎄요? 너무 작가님들에게 과한 욕심을 바라는 게 아닐까요? 털어서 흠이 없는 글이 과연 있을까요? 현대 판타지라면 그래도 최대한 개연성을 맞춰줘야 겠지만, 이세계라면 완전히 판타지 세계일텐데, 굳이 판타지까지 현실에 맞춘 개연성을 바라기는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드루이드님의 말처럼 개인의 취향일텐데.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안 읽으면 그만 아닐까요?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면 조용히 선작을 빼면 그만이지, 거기에 대해 굳이 지적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이 같은 생각 때문에 글 쓴분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작가는 개연성과 현실성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개연성과 현실성을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 주장은 옳다고 여깁니다.
다만 저는 다른 핀트로 이세계에서 총이 등장하는 것은 반대하는데요.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들고 있다가 총에 맞았다.' 라거나 '원탁의 기사들이 탱크로 돌격했다.' 따위의 글을 보고싶어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전설의 영웅들이 미련하게 보이고, 반대로 '아더왕은 양자탄을 발사했다.' 따위를 보고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죠.
적어도 아더왕과 원탁의기사라면 드래곤같은거나 상대할 때 흥취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진부함과는 사뭇 다른데, 현대의 독자가 판타지를 보는 것은 현대생활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해서 심심하기에 판타지 속에 스며든 낭만같은 것을 보고 싶어해서 인데 총기로 대표되는 현대가 꿈으로 대표되는 판타지를 때려부시는 걸 보면서 환호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글쓰신 분과 비슷하게, 현대 헌터물에서 소환된 괴수(몹)에게 총 및 화학 무기가 안통하고 헌터들만 공격가능 하고 하는 설정을 보면, 그 뒤의 스토리가 정말 우수 하지 않는 이상 접게 됩니다.
많은 판타지 저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판타지=>상상=>무엇이든 가능 이라고 하더라고. 거기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글의 개연성이 깨어 지지 않는데. 그걸 무시해 버리죠.
총을 뚝딱 만들고 화약을 뚝딱 만드는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그 베이스에 기존에 연구되던게 있었던지, 치트키 드워프를 쓰던지 해야하고, 총알이래 봐야 물리력이니 그를 상쇄해 버릴 가능성도 열어 놔야하는데 무조건 주인공이 킹왕짱인 스토릴 위해 다 쓸어 버렸다 못막았다 해버리면 독자로서는 이탈할 만큼 글에서 매력을 잃어 버립니다.
총의 매력은 만들 수만 있다면 적은 훈련량으로 쉽게 인간에 대한 살상이 가능한 인원을 뽑아 낼 수 있는 것 뿐이죠.
딴 이야기지만,
이계에서는 그 총알이 관통 못할만한 갑주의 몹이나, 총알이 박혀버릴 방탄복 같은 근육질의 몹. 조준하는게 불가능한 속도의 몹이나 물리이뮨 몹등이 얼마든지 등장 가능하고, 그런상황에서 굳이 총이라는 대 인간용 무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계에서 사용 가능한 마나 등의 에너지에 대한 현대과학적 접근이 더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 할 수도 있겠죠.
간단합니다. 읽는 이가 사전 지식을 전혀 모른다 해도 그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됩니다.
신과 요정, 마법이 살아 숨쉬는 환상의 세계라면 그 세계 주민들의 행동과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됩니다.
그러나 현대 세계에서 검과 갑옷을 입고, 마법을 쓰면서 MP와 HP등의 능력치를 포인트 수치로 표기하여 볼 수 있는 몬스터 헌터 이야기를 다루겠다면 현실세계를 환상으로 뒤덮을 수 있을 정도의 '그럴듯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현실에 마치 '컴퓨터 게임과 같은' 행위들이 생기게 된 것인지, 왜 사람들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주 간단하게라도 좋아요.
ex)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 나라의 군대는 그 던전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어떠한 이유로' 실패했다.
때문에 던전의 '이상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인간의 몸을 데이터화 하여, 헌터 라이센스를 발급, 지금에 이른다.
위 예시는 그 '환상'이 현실에 섞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있지만 작중 시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개연성을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몇몇 작품을 보면 던전은 마치 대기업 백화점, 63빌딩, 북한산 같은 '있는 것이 당연한 지형지물'이나 마찬가지이고, 손가락 한번 튕기면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총기와 폭탄을 놓아두고서 주문을 외우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마법을 쓰는 것이 당연하며,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자주 전차라는 인류 최강의 방패를 놔 두고 갑옷을 입은 채 몸으로 때웁니다.
꿈을 통해 각성을 이루고 '게임 클래스'를 얻으며, 그 스킬이나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활용하여 현실을 헤쳐나가는 것에 대해 어떠한 배경설명도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 예시처럼, 이 또한 '어느 순간 무언가의 개입으로 그리 되기 시작했다'라고 허술하게나마 단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도 말이죠.
기본적으로, 환상소설이라는 것은 작가 한사람 한사람마다 구축한 세계가 모두 다른 이(異)세계입니다. 주인공이 그 세계의 주민일지언정 읽는 이들은 현실속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 세계간 다른 점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톨킨의 세계관이나 김용의 세계관에 바탕을 둔 이른바 '정통 판타지, 정통 무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대명사화 되어버린 탓에 그 세계관을 '도용'하여 사용함에 다들 익숙해져 있습니다만, 작품 서문에 '이것은 어느 작가 어느 소설의 세계관을 차용하였다'라고 밝히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올바른 저작 자세라고는 보기 힘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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