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역시 ‘재능’이란 말 만큼 두루뭉술하면서 불공정의 대표인 말이 또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놈의 재능이란 게 도대체 왜 이리도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드는지, 나 원 참.
하지만 역시 재능이란 건 존재합니다. 누가 봐도 척척 써내려가는 사람이 있고 한 줄도 못 쓰고 끙끙 앓는 사람이 있지요.
글을 쓰면 쓸수록 고민하는 사람, 바로 접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입니다.
쓰면 쓸수록 손가락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머리로 생각나는 게 글로 안 풀어지고 하면 계속 고민합니다. 뭐가 잘못되었나, 뭐를 잘못하였나.
그러다가 정말 간단한 답을 구했습니다.
인정해라.
아, 편안해집니다.
아! 나 재능 없구나.
나 재능 없는 놈이 땡땡이치면서 팽팽 놀고 나서는 글이 안 써진다고 투덜거렸구나.
인정하고 나면 내가 재능이 부족한 만큼 몸을 놀리게 됩니다.
필사적으로 자료 수집하고 글을 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쓰고 고치고고치고고치고고치고고치고고치고고치고 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읽고…….
남들이 한 시간에 2000자를 쓴다면 난 한 시간에 1000자를 쓰고 그걸 두 시간 걸쳐 고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그걸 안 했지요. 왜요? 귀찮으니까요. 팽팽 놀면서 자기합리화나 하면서 퇴고도 없이 써 갈긴 걸 그냥 올려놓았지요. 그러고선 혼자 전전긍긍 앓지요. 아, 왜 글이 이렇게 되었나.
뭐, 인정하니 편해지네요. 나 재능 없구나, 이 한 마디가 마법의 말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타자기를 두들깁니다.
도덕경 읽다가 한 번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덧 : 재능 있는 분은 읽을 굳이 반성할 필요 없어요. 다만 재능이 녹슬지 않게 잘 닦아 주세요. 재능만 믿고 놀다가 녹슬면 상당히 아까운 거거든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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