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취미가 글쓰기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고, 신기하게 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취미로 공을 차든 공을 던지든 자전거를 타든 어차피 취미니까요.
축구를 취미로 삼아서 공 차는 사람이 자신은 인프론트킥 마스터하고 아웃프론트킥을 연습하고 있다고 내심 속으로는 자신이 대단하거나 훌륭하거나 남들이 자기를 멋지게 봐줄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상 어차피 그냥 남들이 보거나 생각하기엔 그냥 공차기일 뿐이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임.
어차피 그냥 남들 눈에는 취미로 글쓰는 구나 하는 정도일뿐이죠.
그리고 대부분 자신의 취미는 흥미가 있거나 재미가 있어서 하게 되는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왼팔 신경이 다쳐서 감각이 더딘 왼팔의 감각을 돌리기 위해 손운동겸 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만, 대부분 경우는 다들 재미가 있어서 쓰게 되지 않았을까요?
과거 절 가르치시던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글쓰기는 정에서 시작하기보다 부에서 시작해 정으로 가는 게 좋다 하셨습니다. 그 말에 공감하는데,,, 정말 재능 있고 뛰어나고 열심히 하는 사람도 기회를 만나기 전에는 밥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요. (제 얘긴 절대 아닙니다. 전 해당사항 x)
전 전공이 국문학이라서 동기나 선후배들 중에선 글쓰는 사람들 천지인데 먹고 살만큼 버는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그나마 그 분들도 처음 글을 쓴다고 했을 때는 부모님이 다리를 분지를 기세여서 몰래 썼다고 합니다. 전공이 국문학인데 이상하죠 ㅋㅋ
글을 쓴다고 할 때 그걸 생업으로 삼겠다는 말이라면 부모님 반응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시면서 말릴 기세인 곳이 많고, 동년배들 사이에선 정신 차리라고 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누군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은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능도 있겠구요.
글을 쓴다고 하는 게 생업으로 삼겠다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요즘 소설을 하나 쓰고 있는데.' 정도라면 부모님 반응은 '취미 생활로 나쁘진 않겠지.' 또는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정도이지 않을까요 고등학생 때는. 동년배들 반응은 보통 '오 신기하다 보여줘봐.'일 겁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뿌듯한 사람은 글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에서 그 사람이 최대의 행복을 느끼고 글을 쓰지 않을 때 항상 갈증을 느낀다면 쓰셔서 푸셔야겠죠. 그래야 행복하겠구요.
반대로 글을 쓰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글을 통해 유명해지는 것을 바라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을 갖는 잿밥에 관심 있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사람이 글을 써도 써도 유명해지지도 않고 돈도 못 번다면 그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 사람이 목적이 저래도 워낙 필력이 좋아서 독자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써주는 게 좋겠지만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재능은 연습이라는 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에게서 어떤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눈이 빠질 정도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이 말에서 뜻하는 재능은 뭔가를 잘 하는 재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능은 그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사람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재능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글쓰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재능이 있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연습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눈이 빠질 정도로 글을 쓰기 마련이다. 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결국 남들이 흔히 말하는 재능. 잘 쓰는 재주를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라는 책에는 그런 말도 있습니다. 무슨 장면을 보고 뭘 하든 머릿속에 글로 어떻게 쓸까하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라고 말이죠.
그러니 결국 누군가 글을 쓸 때는 타인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이 이 행위를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란 바뀌기 마련이고, 처음엔 항상 부정적인 경우가 많으니 변하지 않는 건 스스로의 신념 뿐입니다.
말이 길었네요 -_-; 아 요즘 왜 이렇게 입이 가벼워졌는지! 아무튼 도움이 되셨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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