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세계관 짜고, 캐릭터 구상하고, 설정구상하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는 세세하게 전개들을 머릿속에 정리해두고 쓰는 게 정석입니까? 그도 아니면 그떄그때 맞춰서 씁니까?
솔직히 툭 터놓고 말하겠습니다. 저는 세계관이나 설정이나, 전부 대충 어림잡은 상태에서 그때그때 맞춰서 씁니다. 등장인물들은 주연은 오래전에 묵혀놓은 녀석들을 가져다가 쓰고, 조연들 역시 그때그때 넣어서 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7, 80% 감에 의존하는 성격입니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그때 떠올리는 스토리 구상을 옮겨 적는 것이 전부 예전에 자세히 짜놓은 것만 못하다고. 동의못합니다. 예전에 한번 그렇게 썼다가 연중의 원인이 된 계기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타입에는 전부 장,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설정오류가 생길 확률이 더 높으나, 글의 세계관 내에서, 기존에 짰던 설정이나 스토리를 전부 다시 몇번이고 다시 돌아가 읽어서 짜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두번쨰 경우 같은 경우에는 저처럼 번거로운 작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글 쓸때 느낌이 안 살아납니다.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혹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됩니다. 차라리 지금 당장 학업을 그만두고 고리타분한 서류를 작성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동의 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글을 처음 쓸 당시, 초심을 말하자면 저 스스로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주기 위해 썼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보아도, 제가 원하는 책이 없었기에, 내게 맞는 취향인, 나 스스로에게 궁극적인 재미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총 망라한 책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썼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는 도저히 재미없고 딱딱하게 쓴다는 생각을 못합니다. 전업 작가요? 네, 언젠가는 꼭 되어보고 싶은 아마추어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뭐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다수 작가들이 하는 말이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 또한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왜 누구는 잘 나가고, 왜 누구는 그렇지 않는가?
허나 마지막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잘 나가든, 잘 나가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고. 후에 전업 작가가 되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해도, 내가 쓰고 싶은데 그걸 가지고 뭘 따지냐고.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인데 왜 태클을 거냐고.
글 잘 쓰는 방법이요? 없습니다. 만약 그걸 알았다면 이미 세상에는 수작들이 지폐처럼 가득 널려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재능은 각각 모두 다르나, 자신이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처음 내용과 좀 어긋나게 되었습니다만, 이전에 바람의 마도사에서 읽었던 글귀가 하나 떠올려졌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라는 글이었는데 아직도 머릿속에 맴돕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작가 분들, 글을 쓰다가 점점 출판하는 데나, 유명해지는 데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면 꼭 한 번씩은 초심으로 돌아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왜 글을 쓰기 시작했나. 내가 처음에 이랬었나 말입니다. 한때 조회수 하나라도 늘어나면 기뻐하던 때를 생각하십시오.
글이란 읽는 이도 즐거워야 되지만, 쓰는 이도 즐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쓰는 방식? 저는 이게 제 성향이라 생각하고 그냥 씁니다. 글이 좀 산만하다는 댓글을 읽고 제 단점을 살리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절대로 장점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글 쓰는 것에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에 대해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나, 내가 과연 쓰는데 즐거우냐, 혹은 의욕이 충만하냐에도 생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더 표현을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사람들이 알까 같은 고민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허나 정작 글이란 ‘나'로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입니다.
못쓴다고 연중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못 써도 내가 즐겁고 좋아하면 그만입니다. 혹시 모릅니다. 언젠가는 비슷한 취향의 독자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날지 누가 알까요?
기억하세요. 중요한 건 나입니다. 유명해지는 것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바뀌게 되는 겁니다. 수작도 한때 평작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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