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부터 문피아에 몇 년 주기로 가끔씩 소설을 올리는데
올리면서 항상 목표가 ‘이거 인기 많아져서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 였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골든 베스트를 목표로 글을 써서 올렸는데
가장 선작수가 높았던 글이 2~3일 주기로 세달 간 50회 정도를 올렸던 글인데 선작수가 250정도 됐었습니다. 그때는 진짜 대중적이니 작품성이니 이런 거 신경 안쓰고 그냥 제가 쓰고 싶은대로 썼죠. ‘볼 사람만 보길’ 라는 마인드였달까요?
그런데 50회에 선작수 250이면 출판은 커녕 베스트 순위에도 못 오르는 수치였죠. 보통 골든 베스트에 오르는 글들은 10회에 선작수가 100이 넘어가고 30회에 선작수가 1000에 근접하거나 넘으니까요.
그래서 무기한 휴재에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잘 다듬어서 정말 인기가 많은 글로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요. 그리고 다른 글 구상에 들어갔죠. 전에 쓴 글이 다소 난해하고 무겁고 진입벽이 높다는 평을 들었기에 이번엔 정말 가볍게 쓰자 했습니다.
매편 나름대로 회심의 개그를 집어넣었고 가볍게 써서 그런지 전에 쓴 글보다 댓글이 훨씬 많이 달렸습니다. 빵빵 터진다는 댓글들을 보면서 흐뭇했죠.
이건 되겠는데? 싶은 마음에 설렜었죠. 근데 안됐습니다. 이것도 한 50회 가량 올렸는데 선작수가 200 언저리에 머물더군요.
이렇게 써도 안되고 저렇게 써도 안되고 왜 안될까....하다가, 그래 이제는 나도 그냥 대세물이라는 걸 한번 써보자. 해서 현대판타지 글들을 찾아봤습니다. 참고로 저도 장르소설 1.5세대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룬의 아이들 데모닉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현대 판타지들은 그때처럼 몰입을 하면서 읽기는 힘들더군요. 그냥 아 대충 이런 분위기구나 하는 걸 알아가는데 의의를 뒀습니다.
그렇게 레이드 물을 준비해서 올렸는데....전 솔직히 대세물을 올리면 그전에 쓰던 글들보단 반응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안 좋아서 놀란게 아니라, 이번에도 선작수나 연독률이 전에 쓰던 글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게 놀랍더군요. 지금 같은 추세로 볼때 이번에도 50회 가량 올리면 선작수가 200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뭘 써서 올려도 제가 쓰는 글은 인기가 다 거기서 거기인 겁니다. 소재도 아니고 장르도 아니고 내용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인기가 없는 글들을 줄줄이 내는 건 그냥 제 문제였어요. 지인한테 제 글을 보여주니, 베스트에 있는 글을 아무거나 하나 찍으면서 제게 말하더군요. 베스트에 있는 글들을 봐라. 처음부터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독자에게 친절한 글이란 그런거다. 그런데 네 글은 괜히 꼬아서 쓰는 게 문제다. 개떡같이 써도 철썩같이 알아먹으란 마인드다. 네가 쓰는 글들은 거의 그런 식이다....라는 말을 듣고 다시한번 골베에 있는 글들을 읽어 봤습니다.
전 예전부터 골베에 있는 글들을 보면 왜 이렇게 식상하게 전개를 하지...좀 더 참신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곤 하면서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들을 위한 방식이었던 겁니다. 보다 쉽고,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정답이었던 겁니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 제 글들을 읽어보니 항상 뭔가 기가막힌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여기저기 복선을 넣어서 읽는 사람 지치게 만드는 재주 가 돋보이더군요.
그래서 이러한 스타일을 바꾸려고 하는데...아무래도 이게 성향이자 취향의 문제이다 보니까 잘 안됩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제가 즐겁지가 않아서 흥이 안 납니다.
아무튼 저와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신한 소재와 흥미로운 내용 구상도 좋지만, 한번쯤 본인의 글 쓰는 방식 자체를 바꿔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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