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블로그에도 올렸던 글이지만, 올리는 김에 약간 수정해서(...) 여기에도 올려보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양판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양판소의 퀄리티는... 다들 알다시피 ....안습합니다.
문피아의 소설들도... 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므로 어떤건 괜찮지만
솔직히 퀄리티가 독자로서 만족스럽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그런 관계로 한가지 중요한 조언을 해보겠습니다.
당연하면서도 다들 간과하기 쉬운 조언인데...
작가들이 이 조언 하나만 잘 지켜도 양판소를 쓰는 작품의 퀄리티는 훨씬 나아질겁니다.
문제는 지금 양판소는 이 조언을 지키기는 커녕 역행하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해괴한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 퀄리티가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만화 바쿠만에서도 나오는 조언.
바로 "적 캐릭터는 주인공보다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매력적이여야 된다." 라는 조언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는 와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말 큰 조언입니다.
전투씬이 많이 들어간 작품중에서, 대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작품들은 대부분 저 요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알아듣기 쉽게 예시 들어갑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고의 악역이자, 스타워즈 시리즈 최대의 반전인 "I am your father" 의 주인공.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악역을 꼽으라고 하면 순위권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전설적인 악역인 다스베이더입니다.
스타워즈의 아버지인 조지 루카스 조차 "스타워즈는 다스베이더의 이야기가 되어야한다" 라는 발언을 할정도로 스타워즈 시리즈 스토리 내에서는 절대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케릭터입니다.
스토리상의 위상을 제외한 매력들은 그 기이한 복색과 숨쉬는 소리까지 같이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절제된 액션과 포스그립, 그리고 무능한 수하는 가차없이 처치하는 무자비함과 그의 테마곡으로 유명한 임페리얼 마치정도겠군요.
그 다음 예시 넘어갑니다.
선계전 봉신연의의 은나라의 태사 문중.
10km를 커버하는 금편으로 등장인물 일행을 혼자서 전멸시키고, 차후에 만났을때는 곤륜 12선인의 대부분의 멤버들의 합공을 혼자서 다 처리하는 포스까지.
스토리상에서도 중반까지 실질적인 절대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강적으로서 군림하는 케릭터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은나라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기둥이자, 은나라에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는 인물. 그리고 스토리 중후반까지 최종보스 포지션의 케릭터인 달기가 멋대로 날뛰기 힘든 실질적인 이유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토리상의 위상을 제외한 매력들은 얼굴의 3분지 1가량을 가리는 가면과 독특한 복색과 이마의 눈(?), 금편. 그 이외에도 은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충성심. 황비호와의 우정등이 있지요.
다음 예시는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의 라이벌인 조커입니다.
맛이 간 놈도 제대로 맛이 가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보여주는 조커. 예측불허한 성격, 돈이나 여자, 권력 같은 세속적인 욕구엔 1cm도 관심을 안보이는데 답도 없는 악행을 저질러대다 보니 무엇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지 모호하다는 점등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무시무시한 카리스마 보여주는 케릭터죠.
재밌는점은 문중이나 다스 베이더, 그리고 아래에서 언급될 또 하나의 케릭터는 작중에서 엄청난 강자들이지만, 조커는 엄밀하게 따질때 그렇게 압도적으로 강력한 상대는 아닙니다. 다만 예측불허한 사고방식과, 죽는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배트맨의 불살의 신념 앞에서 죽여보라는 듯이 덤벼대는 막가파 정신 덕분에 보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의미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케릭터지요.
스토리상의 위상을 제외한 매력들을 꼽아보자면 광대분장과 보라색 양복, 그리고 광대분장에 맞춘 섬뜩한 미소, 극에 달한 또라이성, 트럼프카드, 특유의 웃음소리, 그리고 다른 작품들보다도 유달리 배트맨과의 라이벌성에 집착하는 점 정도일까요.
자 마지막 예시입니다.
클라우드가 파판 7의 주인공이지만, 그 클라우드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의 프랜차이즈 주인공이 될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세피로스라는 케릭터가 그 클라우드라는 케릭터를 완성시켰기 때문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세피로스와의 대립이 빠져버리면 클라우드는 간지나는 외관과 그 대검을 제외하곤 남는게 없는 주인공입니다(...) 진짜로, 아무것도 없어요. 애초부터 두 케릭터는 대립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케릭터들이므로, 클라우드는 세피로스가 있음으로서 완성됩니다.
클라우드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도, 태공망도(최소한 중반까지는) 특출나게 매력적인 케릭터가 아닙니다. 이러한 악역이 그 매력을 더하는것이지요. 특히나 클라우드와 루크 스카이워커 두명의 경우엔 애초부터 세피로스와 다스베이더에 맞춰 짜진듯한 케릭터이므로 그러한 경향이 짙습니다. 배트맨은 위의 3명의 케릭터랑 달리 처음부터 그 특색있는 복장과 도구와 배트모빌들부터, 불살의 신념으로 이어지게되는 부모님의 살해과정의 드라마까지 있는 덕분에 조커 없이도 이미 꽤 완성도가 높은 케릭터입니다만, 그 배트맨도 조커가 존재하기때문에 완성도가 더해지게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세피로스는 북미에서는 비디오 게임 최고의 악역을 꼽으라면 손꼽히는 악역이지만, 정작 최종보스로서 게임 내에서 얼마나 강한지를 살펴보면 별로 강하지도 않았고, 최종 모습 역시도 괴기하기만 하고 멋없어서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았지요
세피로스가 최종보스로서 나타났을때의 형태인 Safer Sephiroth. 비디오 게임 최고의 악역이라는 명성 치고는 잡는 난이도는 상당히 쉬웠고 거기에 외관도 비호평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세피로스가 악역으로서 멋지다는 건 단순히 최종보스로서 강했기때문이 아니고 스토리와 연출을 통해 그 매력을 완성했기때문입니다.
위의 케릭터들의 스토리상의 특색을 배제하고 매력들만 언급했는데, 어디 그 스토리상에서 그 케릭터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지 이야기해보죠.
다스베이더: 루카스 본인이 스타워즈는 다스베이더의 이야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케릭터입니다. 당연히 스토리상의 비중은 엄청 높습니다. 프리퀄 트릴로지로서 불리는 1,2,3에서는 사실상 주인공이자, 어째서 다크 사이드로 전향하게 되었는지 나오게되지요. 4,5,6 편을 볼때는, 4편이 그나마 비교적 적은 비중이라고 볼수 있지만, 5편부터는 I am your father로 대표되는 그 반전이 나옵니다. 이 반전은 사실상 스타워즈 시리즈 스토리의 핵심에 있는 반전이니 말할것도 없고, 6편에서도 비중은 상당합니다. 당연히 정체가 밝혀졌으니 루크와 치고받아야하니까요. 그리고 죽을때의 자기 자신의 눈으로 루크를 보고 싶다면서 생명유지 장치이자 그를 괴롭게 하는 가면을 벗겨달라는 명대사도 그를 빛내는 부분입니다.
문중 : 문중은 전투씬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작품내에서 얼굴을 자주 비추던 케릭터일 뿐더러, 전투씬 비중도 굉장히 많습니다. 주인공 파티를 제외한다면 아마 제일 많지 않을까. 일단 최종보스인 달기나 그와 비견되는 강적인 신공표, 조공명들보다 확실하게 많지요. 그뿐만 아니라 은나라에게 어째서 충성을 바치기 시작했는지, 그 백그라운드 스토리 역시 제공됩니다.
조커 : 조커의 경우엔 왜 조커가 또라이가 되었는지는 디테일하게 스토리가 제공되진 않습니다. 의외로 말이죠. 그리고 DC 코믹스에서 워낙 오랫동안 해먹은 만큼 한가지 명확한 스토리가 있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비중에 비해서 백그라운드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덜 제공된편입니다. 그래도 이야기해보자면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기준으로는 아버지가 워낙 또라이인데다가 그 또라이짓 하는게 아내와의 관계에서까지 진행되면서(어떻게 결혼한거지?) 미쳐간것 같지만요. 다만 그렇다고 스토리상의 비중이 떨어지는것은 아닙니다. 당장 다크나이트의 초반부만 보더라도 은행털이범 씬으로 조커의 본격적인 등장을 선보이죠. 스토리상의 비중은 그가 얼마나 예측불가능한 사이코다운 악행을 저지르는지, 그리고 그가 돈과 여자, 권력같은 세속적인 요소에는 눈꼽만치도 관심이 없는지와, 얼마나 배트맨에게 집착하는지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조커는 배트맨이 조커를 완전하게 한다지만, 제가 볼때는 조커의 존재가 배트맨을 완전하게 합니다.
세피로스 : 세피로스는 주인공인 클라우드가 동경해왔던 동경의 대상이자, 세피로스를 동경했기때문에 클라우드가 솔져가 되기로 결심했던 케릭터지요. 차후에 세피로스가 신라 컴퍼니의 사장을 죽이고 그의 흔적을 뒤쫓는 내용이 스토리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런 부분들보다도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그가 어째서 제노바를 제외한 모든것을 증오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백그라운드 스토리입니다. 클라우드의 고향인 니블헤임에서 그는 자기 자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 믿기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신라 저택에서 고문서를 밤낮으로 뒤지다가 결국 자신이 인간이 아닌, 괴물 제노바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라는것을 알게되자, 자신이 괴물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믿으며 모든걸 불태우게 되죠. 그리고 유명한
한번 노려보고 불길속으로 사라지는 연출을 통해 세피로스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보시다시피 위의 악역들은 그 매력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스토리상에서 상당한 비중을 투자합니다.
반면 수많은 양판소에서는 세계를 정복하겠다니, 권력을 쥐겠다니, 왕이 되겠다니 하는 단순한 야망만 지닌 악역들로 그득합니다.
그래선 답이 없습니다(...) 악역의 매력이야 말로 주인공과 스토리를 완성시킵니다. 먼저 자기 스토리의 악역을 돌아보세요. 얼마나 깊이가 있는 악역인지. 깊이가 없으면 주인공의 케릭터 완성도도 떨어지게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양판소에선 굉장한 패착을 또 하나 두는데, 바로 찌질한 엑스트라 악역들을 미친듯이 쓴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게 신무협 소설같은데서 정파 후기지수끼리 말싸움 벌어졌다고 객잔에서 싸우는것이나 주인공한테 별것도 아닌걸로 시비걸고 싸운뒤 깨지는것이요..... ...아무리 무협지라서 무림이 배경이라 칼부림 나기 쉽다지만, 고작 말싸움 가지고 서로를 죽이겠다고 해요? 거기다 요즘은 그런 놈들이 꼭 정파입니다. 사파이면 깡패질하는게 뭔가 당연하다보니 깡패상대하는것보다도 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유달리 상대를 찌질하게 만들기 위해서 정파 후기지수를 쓰는 격이 된겁니다. 이러면 분명히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쉬우므로 쓰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남발하는것은 생각보다 큰 실수입니다. 왜냐면 찌질한 놈들만 족치는 주인공은 결국 찌질한 놈들이나 족치는 주인공에 불과해지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아무리 주인공이 강하다고 묘사해도, 그건 의미 없습니다. 투명드래곤이라는 전설의 금서(...)를 보면 알수있죠. 아무리 투명드래곤이 크아아아 하면 강하다고 하지만, 그 강함이 체감되나요? 전혀 체감되지 않습니다. 강함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상대하는 적이 간지가 철철 흘러넘쳐야지 그 적과 상대하는 주인공의 강함이 돋보이게되는거고, 그럴싸한 명분을 지녔거나 동기를 지닌 적을 상대하면서 정신적으로 갈등을 겪고 그 갈등을 넘어서서 일어선뒤에 그 상대를 맞상대해서 이겨야지 스토리가 완성되는거고, 그래야지 주인공이 간지케릭터가 되는겁니다.
그것과는 180도 정반대인 찌질이들만 족쳐서는, 결국 주인공도 찌질이만 족치는 놈들이 됩니다.
어쌔신 크리드 2에서 에지오 아우디토레가 원수인 파찌가문의 비에리를 죽이는 장면입니다.
원수의 시체에 대고 욕을 하는 에지오를 보고 큰아버지인 마리오 아우디토레가 죽은자에게는 원수라도 존중하라고 말하자, 만약 비에리가 살아있으면 자신을 존중하겠냐면서 반발하는 에지오에게 "너는 비에리가 아니고, 비에리가 되지 말아라" 일침을 놓습니다.
상대가 욕한다고 맞춰서 욕했다간 똑같은 수준, 좋게봐야 똑같은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하니, 그렇게 자신의 수준을 낮추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지요.
바꿔말하면, 주인공이 찌질이가 시비걸었다고 해서 상대해준다? 그런 씬이 많을수록 주인공의 케릭터는 찌질한놈들이나 족치는 놈이 됩니다.
정리해서 작가분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적 케릭터나 적 세력은 최대한 매력적으로 만들고 찌질이들을 사용하는것은 최대한 피하세요.
특히나 소설이 아직도 고안단계에 있다면 이런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머릿속에 주인공이 될법한 매력적인 케릭터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케릭터를 오히려 최종보스로 어떻게 놓을수 있을까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스토리에 상당분량을 할애해서라도 어째서 최종보스가 됬는지 그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서술하고, 최대한 포스나는 간지케릭터로 탈바꿈 시키신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소설이 많이 나아질겁니다. 최종보스는 주인공 이상으로 공을 들여서 만들어야하는 케릭터입니다. 가장 자신있는 케릭터라면 주인공이 아닌, 최종보스가 되어야합니다.
이러한 포스 있는 악역이 있는 소설은 독자로서도 굉장히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 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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