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리는 조건으로, 남은 수명을 거둬간단 말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안(痍岸)은 자신의 회중시계를 꺼내 뚜껑을 열고, 돌아가는 초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계약의 조건은 아주 간단해. 오늘 하루를 되돌리고 싶으면 자신의 남은 수명에서 하루를 포기하면 되는 거야. 일주일을 되돌리고 싶다면 일주일을, 1년을 되돌리고 싶다면 1년을 포기하면 되는 거지. 그러면 그만큼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 물론 그 시간만큼 일찍 죽게 되겠지."
그는 입을 다물고 회중시계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인간들은 시간을 되돌린다.
혹자는 보다 나은, 좀 더 좋은 과거를 남기기 위해서. 혹자는 복권으로 떼돈을 벌기 위해서.
"대가는, 그것뿐입니까? 난 또 뭐 어지간히나 큰 대가를 필요로 하는 줄 알았지 뭡니까. 영혼을 파는 계약서라도 써야 한다거나..."
그렇게 인간들은 과거로 돌아간다.
혹자는 자신을 잔인하게 버린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혹자는 유괴당할 어린 여동생을 어디 못 가게 붙잡아 두기 위해서.
"계약 조건은 그것뿐인가요? 그것뿐이라면, 뭐."
그래서 인간들은 미래를 포기한다.
남겨두고 싶지 않은, 바꾸고 싶은 과거를 위해.
"그것뿐이라면,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그것뿐이라니. 당신의 수명이 짧아진다는데, 그것뿐이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수명을 깎는다는 건 말처럼 그리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상관없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이 가장 하찮게 여기는 것도 시간.
당신에게도 있으십니까? 미래를 포기할 만큼 바꾸고 싶은 과거가.
Timeless Time (자건 저)
(링크하는 법을 몰라 걸어두지 않았습니다. 쿨럭!!)
+)Timeless Time은 100편 이상 연재 되었으며, 5월경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자건 님 특유의 말발 대결 장면은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여느 전투 장면보다 더 흥미진진할 정도입니다. 덕분에 주옥과도 같은 명대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요.
(사실 이런 장면들은 Timeless Time보다 자건 님의 또 다른 작품인 Maerchen에서 더 많이 나옵니다)
잡설이 길어졌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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