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준비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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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대들에게 편지를 쓴다.
나를 가여워 하려는 그대와
나를 가여워 하려는 시에게
이별이 슬퍼도 두렵지는 않은
언젠가 만남을 두려워할 나를 위해
2
어느 목 멘 시인의 죽음처럼
차분히 가난한 짐을 정리하고
헛되이 손을 뻗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잊지 아니하려고
그대와 당신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기어본다.
3
그를 두고 흘러가는 시간이
언젠가 지었던 시를
그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떠올린다.
슬프기만 한 시를
괴롭기만 한 시를
후회한다.
다시는 그런 시를 적지 않겠노라고
슬픔도 행복이 되는 것을
불행도 기쁨이 되는 것을
이제는 그런 시를 적겠노라고
다짐한다.
4
작열하는 태양도 때로 따사로운 빛을 내리쬔다.
말라붙은 달님도 결국 보름달이 되어 차오른다.
그곳이라고 해가 지지 않을까
그곳이라고 달이 뜨지 않을까
바라는 것 두 가지니,
가여워 말라는 것과
흘기지 말라는 것뿐
깃털은 소소히 내려앉아
원망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강물은 말 없이 흘러
우리 모습 비출 뿐이니
슬플 때는 달을 보고
불행 오면 바람을 맞으리라
.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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