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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여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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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작품등록일 :
2024.08.30 00:43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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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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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
글자수 :
109,599

작성
24.09.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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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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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2쪽

제갈량의 머리, 여포의 심장

DUMMY

이제 부터가 승부처였다.


성채 앞에 도착한 후의 계획 역시 나는 미리 설명해 두었다.

가장 먼저 뚱보가 성채에 등을 진 채 손으로 깍지를 끼며 발판을 만들었다.

나머지 사람들이 방패를 들고 보호하는 가운데 유월이 소리쳤다.


“오르십시오!”


모두가 내가 지시한대로 행동했으나, 정작 나는 멈칫 거렸다.


‘아! 이건 몰랐네!’


사실 나는 우리조가 9번째 조라는 생각에 나 보다 먼저 성채에 오른 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도착할 때 쯤이면 이미 다른 조원들이 성채에 올랐거나 오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성채에 도착한 조는 우리 조가 유일했다.


‘혼자 올라가면 위험할텐데!’


순간적으로 당황했으나, 체면 깎이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용기일까? 만용일까?


제갈량의 차가운 머리와 여포의 뜨거운 심장이 서로 충돌했다.


-가면 위험하다! 쪽 팔린건 순간. 안전이 최고! 순간의 쪽팔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풋! 황건적 따위가 무서운가? 황건적 따위에 겁을 내면서 천하를 호령하겠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


승자는 여포였다.


마음속에서 솟구친 무언가가 나를 멈추지 않게 했다.


‘나는 여포다!’


나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뚱보가 만든 발판을 밟으며 도약했다.

내가 도약하는 순간 뚱보 역시 힘을 주며 나를 올려 보냈다.

뚱보의 힘 하나는 인정해 줘야 했다.


순식간에 내 몸은 성채 위로 훌쩍 뛰어 올랐다.


성채에 오르는 아주 짧은 찰나였으나, 내 눈은 성채 위의 적들을 모두 파악했다.


“와! 올랐다!”

“여신이 가장 먼저 성채 위로 올랐다!”

“와! 와!”


뒤쪽에서 들려온 환호성에 나는 벌써 영웅이 된 것 같았다.


의용군에 불과한 내가 가장 먼저 올랐단 사실에 병주 군은 놀라면서도 환호했는데, 반대로 성채 위에 있던 황건적은 비웃었다.


“바보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채 위로 올랐다는 것은 지금 성채 위에 우리편은 아무도 없다는 말과 같았다.


성채 위에 있는 모든 적군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것이다.

황건적의 외침이 귀를 찢었다.


“바보가 올라왔다!”

“죽여라!”

“죽엇!”


죽창들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우리군이 사용할 때는 무기 같지도 않은 허접스러운 죽창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날아오니 느낌이 확 달랐다.


“우왓!”


허리에 찬 검을 뽑을 새도 없었다.

반사적으로 상대의 죽창을 두 손으로 잡았다.


‘여포의 힘!’


여포를 떠올리며 힘을 주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어린아이 손에 든 사탕 빼앗듯이 죽창은 내 손으로 빨려들었다.


“으응?”

“어엇?”


적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이렇게 쉽게 뺏기다니!’

‘이렇게 쉽게 뺏다니!’


나는 반사적으로 죽창을 휘둘렀다.


사실 죽창은 찔러야 했는데 나는 봉처럼 휘둘렀다.


죽창이든 봉이든 잡아본 적 조차 없었으니, 엉겁결에 휘두른 것이다.


하지만 여포가 잡으면 죽창에서도 이런 기세가 나오는 걸까?


황건적이 경악하는 것과 동시에 폭풍 소리가 울려퍼졌다.

허공을 가르는 죽창의 소리는 일반 죽창에서 나올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다.


죽창 끝에 적병의 몸이 닿았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우오아아아악!”


적병들은 장난감처럼 성채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단 한방에 한 두명도 아닌 성채 위에 있던 적병 수 명이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비켜랏! 비켜!”


나는 계속해서 죽창을 좌우로 흔들며 돌진했다.

베고 찌르는 것이 아니라 좌우로 적을 쓸어 버리는 공격이었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빗자루로 사람들을 좌우로 날려 버리는 것 같았다.


이 같은 공격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된다고?’


내가 돌진하며 좌우로 죽창을 휘두를 수록 적병들은 우르르 성채 밖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우와아아!”


성채 주변으로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졸백 여신이 성채에 올랐습니다!”


멀리서 여신의 활약을 보고 있던 유랑은 크게 놀랐다.


“이, 이런 실력이!”


여신은 졸백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졸백이 된 자였다.

그의 부하들 역시 모두가 받기를 거부한 최악의 병사들이었다.

한데, 그의 조가 가장 먼저 성채에 닿았고 가장 먼저 성채에 오른 것이다.


아직 병주의 정규군은 출발조차 하지 않았는데, 의용군의 졸백이 성채에 먼저 오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성채 위에 오른 여신이 돌진하는 것과 동시에, 성채 위 적병들은 낙엽 떨어지듯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원래 유랑의 계획은 의용군이 모두 다 출전한 다음 정규군이 마무리를 맡을 계획이었다.

어디까지나 의용군의 목적은 적군의 힘을 빼는데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급변했다.


‘저런 머저리 황건적들 같으니라고!’


아직 유랑은 여신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황건적이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지금이 상대의 숨을 끊을 절호의 기회였다.


“돌격! 전군 돌격!”


유랑의 돌격 외침 소리와 함께 정원군은 모조리 돌격했다.


“와! 와!”


전군이 돌격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 껏 엄폐물 뒤에서 숨어 있던 자들과 죽은척 하고 있던 자들 역시 모두 일어나 공격하기 시작했다.


총 공세가 펼쳐지자 황건적들은 당황했다.


“우왁!”

“도, 도망가!”


그 누구 보다도 황건적과 가까이에 있던 나는 순식간에 흐름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채 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황건적들은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것이 전쟁!’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성채를 넘는 것 조차 버거워 보였다.

아니, 성채 근처에 접근하는 것 조차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백명이 넘는 병사들이 성채 앞에 도착해 있었다.

흐름이 이쪽으로 기우는 것과 동시에 전황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병사들은 물밀 넘치듯이 성채를 넘고 있었으며, 내 부하들 역시 성채를 넘었다.


나는 슬쩍 이들을 바라보았다.


환자와, 투덜이, 아저씨에게는 처음부터 별 기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이들은 소극적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평소 저런 실력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했다면 즉각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대세가 우리 쪽으로 기울었기에 황건적들은 이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달, 달아나!”

“살려주세요! 끌려와서 황건적이 된겁니다!”

“항복! 항복합니다!”


황건적은 달아나기에 급급한 상황이었으니, 내 부하들이 휘두르는 허접스러운 공격도 황건적을 베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때였다.


흉악범의 기합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아압!”


다른 자들과 달리 흉악범의 검은 날카로웠다.


‘이도류!’


흉악범은 양 손으로 검을 휘둘렀는데, 허세가 아니라는 듯이 꽤 검을 많이 다루어 본 솜씨였다.

일단 이도류를 사용한다는 사실 부터가 검술 실력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 역시 많이 죽여봤다는 듯이 눈 앞에서 사람의 사지가 잘리고 있음에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나는 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서로를 지켜! 굳이 앞으로 나설 필요 없어!”


나는 죽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전쟁에서 나대면 죽을 확률이 높아 질 것은 보나마나였다.

공을 세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것이 이들이 살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물론 내가 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의용군이 공을 세운다는 것은 적 지휘관이나 부장을 베어야 했지, 일반 황건적을 죽여서는 별다른 상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이들에게는 싸우는 척 하다 정규군에 황건적을 넘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느새 이들은 서로를 등지며 보호하고 있었다.

기세 좋게 검을 휘두르던 흉악범 역시 입과 팔만 요란하게 움직일 뿐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들이 워낙에 몸을 사렸기에 오히려 내가 머쓱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 부하들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라 안도한 그때.

부하들중 유일하게 전투에 진심이었던 유월이 소리쳤다.


“길을 열겠습니다! 적장을 잡으세요!”


유월 만큼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유월은 열심히 죽창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내 앞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본인이 공을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공을 세우게 해 주려는 것 같았다.


“서두르십시오! 적장을 베면 단번에 승진하실 수 있습니다!”


유월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적장?’


사실 나는 성채의 문을 여는 것까지만 할 생각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전투는 끝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굳이 적장을 잡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승리에 취하고 보니 대장을 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다! 나는 여포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


마치 여포가 된 것 마냥 나는 성큼 성채 아래로 뛰어 내렸다.


‘또 다시 차가운 제갈량의 머리와 뜨거운 여포의 심장이 충돌하는구나!’


분명 나대면 죽는다고 생각했으나, 여포의 뜨거운 심장은 이미 나를 전장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었다.


오늘 제갈량과 여포의 승부에서는 여포가 연이어 승리하고 있었다.



***



성채 위에 있던 여신이 사라지자 가장 놀란 이는 바로 유랑 이었다.


“야! 야! 멈춰! 멈추어라!”


당연히 들릴 리 없겠으나 크게 당황한 유랑은 목소리를 높였다.

여신이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았다.

하지만 그 역시 화살받이의 한계를 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 기세는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저 놈 적장 까지 베는거 아니야?’


정식 병사가 아닌 의용군의 졸백이 장군들을 제치고 적장을 벤다면 승진은 고사하고 자신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될 게 분명했다.


-쯧쯧. 명색이 부장이라는 놈이 의용군 졸백 보다도 못한단 말이냐?

-의용군이 선두에서 싸우는데 부장이 가장 뒤에 있어? 그러니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지.

-푸하하하! 부장은 겁먹고 의용군이 선봉을 서네!

-한심한 놈! 고작 황건적 잔당을 처리하는데 졸백에게 공을 빼앗기나!


벌써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정원과 동료 부장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서둘러라! 빨리! 의용군 보다 먼저 적장을 베야 한다!”


유랑 역시 전력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신의 활약에 의해 황건적의 수비는 무너진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정규군이 참전하자 상황은 완전히 병주의 병사들 쪽으로 기울어졌다.


황건적은 기본적으로 농민.

수년동안 훈련을 받은 병사와 견줄 수는 없었다.


더구나 병주 병사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민족과의 전투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은 이들이었다.


이들이 휘두르는 검은 의용군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황건적을 제압하며 병사들은 성채 안쪽으로 진격했다.

허겁지겁 달려온 유랑 역시 성채를 넘었다.


의심할 것도 없이 승리는 눈 앞에 있었다.


하지만 더 초조해 지고 있었다.


“막아! 막아라! 여신이 적장을 베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의용군이 황건적 우두머리까지 베려 하니 오히려 다급해진 것이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가운데, 멀리 앞쪽에 여신의 모습이 보였다.

대검을 빼든 유랑은 소리쳤다.


“멈춰라! 이건 명령이다! 멈춰라!”


유랑은 있는 힘껏 소리쳤으나, 주변의 비명소리와 병기 부딪치는 소리는 그의 외침을 삼켜버렸다.



***



뒤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일단 승리는 확실했다.

남은 일은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인데 문득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 이곳 황건적 대장이 누구였지?’


생각해 보니 나는 이곳 황건적을 이끄는 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장각과 그의 형제들을 모두 죽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이끌고 있는 거지?’


내 의문에 대답해 준다는 듯이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하만이 있다! 하만을 잡아라!”


'아!'


내 눈이 커졌다.


적장은 바로 절천야차 (截天夜叉) 하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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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앞 뒤로 적 +3 24.09.12 731 26 12쪽
14 무신 여포 +2 24.09.11 782 27 12쪽
13 장료와 친구가 되다. +1 24.09.10 773 28 12쪽
12 친구가 되어 주오 24.09.09 809 28 12쪽
11 인정받다 +1 24.09.08 826 28 12쪽
10 기회 잡을 준비를 하다. 24.09.07 854 27 11쪽
9 적장을 베다. 24.09.06 870 30 12쪽
8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3 24.09.05 884 27 11쪽
» 제갈량의 머리, 여포의 심장 +1 24.09.04 943 27 12쪽
6 출전 +1 24.09.03 980 29 13쪽
5 제갈량의 지력 24.09.02 1,067 38 12쪽
4 천하를 누비리! +2 24.09.01 1,153 34 11쪽
3 여포의 무력 +1 24.08.31 1,252 32 11쪽
2 삼국지 세상 속으로 24.08.30 1,357 38 12쪽
1 +12 24.08.30 1,411 4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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