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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여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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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작품등록일 :
2024.08.30 00:43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7,986
추천수 :
607
글자수 :
109,599

작성
24.09.02 21:00
조회
1,067
추천
38
글자
12쪽

제갈량의 지력

DUMMY

며칠 후.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나에게 배정된 부하들을 파악해 보려 했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아니 더 정확한 표현은 두손 두발 들었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먼저 뚱보.


-배고파요. 밥! 밥은 언제 주나요?


이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 밥 생각밖에 들은 게 없는 것 같았다.

전투 시 눈 앞의 적이 먹을 것으로 회유한다면 즉각 아군에게 창을 찌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0이 훌쩍 넘은 아저씨.


-우리 함께 열심히 해 봅시다. 쿨럭! 쿨럭!


어딘가 아파 보였으며 잔기침이 상당히 심했다.

들린 소문으로는 폐병이 있다고 했다.

행여나 전염병으로 나까지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불량배.


-이름?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동네에서 껌 좀 씹어······.

아니 검 좀 써 본 듯이 쌍검을 사용했다.

상당히 불량스러웠고, 퉁명스러웠는데, 소문으로는 살인도 여러 번 해 본적 있다고 한다.


투덜이.


-안해! 안해! 못해! 못해! 이거 힘들어! 난 못해!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나오는 것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입만 열면 부정적인 말이 쉴새 없이 튀어 나왔다.

몇 번이나 입술에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난쟁이.


-하아! 하아! 아! 힘들어서 더는 못 뛰겠어요. 아! 헉! 허억!


저질 체력의 소유자.

고작 30 미터 가량 뛰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거친 숨을 내쉬었으며 한마디로 환자였다.


하나 같이 정상인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건 군대에서 고문관들을 단체로 모아 나에게 던진 것 같았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조금 더 배우고 싶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나와 결승전에서 패한 뒤 스스로 지원해서 온 사내 유월.


이 자만이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배우겠다고 하는 데 안 가르쳐 줄 사람이 있을까?


물론 내가 누구를 가르쳐줄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배웠던 유도 기술과 복싱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아, 물론 태권도 발차기 역시 가르쳤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정원의 깃발을 들고 있는 기병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의용군에게 소식을 전하러 온 기병이었다.

이렇게 기병이 급하게 왔다는 것은 지휘부에서 결정된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반가울 일은 아닐 것이다.

말 위에 타고 있던 병사는 크게 소리쳤다.


“숨어 있던 황건족 성채를 발견했다!”


병사의 외침이 끝나는 순간.


누군가의 얼굴에는 공포가, 누군가의 얼굴에는 뭐 됐다는 표정이, 누군가의 얼굴에는 울 듯한 표정이 가득해졌다.


장각과 그 형제들이 죽은 뒤로 황건적은 무너졌다.

이제 더 이상 황궁을 위협할 대규모 황건적은 없었는데, 아직 그 잔당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그중 한 곳이 발견된 것이다.


황건적이 발견됐다는 것은 소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병사로서 황건적을 소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는 전투가 벌어진다는 두려움이 더욱 컸다.


-난 굶어 죽기 싫어서 의용군이 된 건데!

-난 죽기 싫어! 전투는 무서워!

-도망갈래! 오늘 밤에 탈영할거다!

-늦었어! 분명히 지금 당장 출전이다! 미리 말해주면 탈영할 거 알기에 출전 바로 전에 말해준 거야!


역시나 예상했던 명령이 뒤따라왔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곧 출전이다! 전원 준비하도록!”


전투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여신 이라는 청년도 이런 대규모 전투는 처음이었다.

당연히 떨려야 했는데,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은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마음 한편에서는 당장 전장에 나가 무쌍을 찍어 버리고 싶다는 여포의 마음과,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제갈량의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



얼마후.


전투 준비를 끝낸 의용군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의용군에게는 정식 갑옷과 무기가 지급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금 의용군의 복장과 무기는 가지각색이었다.


검을 든 자, 창을 든 자, 손 도끼를 든 자, 심지어 낫을 든 자도 있었다.


병사인지 농부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런 자들로 과연 전투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품안을 살펴 보았다.


여신이라는 자가 휴대하고 있던 무기는······.


단검 이었다.

얼마나 가난했는지 검 한자루 살 돈 조차 없던 것이다.


단검을 살펴 보았다.

역시나 날이 상한 단검이었다.


‘이런 검으로 제대로 싸울수나 있을까?’


내가 단검을 보며 고개를 흔들던 그때.


이번 전투를 지휘할 부장이 앞으로 나왔다.


‘아! 저 시키는!!’


졸백이 된 후 나에게 병졸을 안내했던 부장 유랑 이었다.


-어차피 다 죽을 거. 의미 없다.


그가 던졌던 말이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가운데 유랑이 소리쳤다.


“내 이름은 유랑. 이번 전투에서 너희를 지휘할 부장이다. 내 명령은 간단하다. 모두가 싸운다! 그 누구도 빠지지 않고 전원 돌격해 황건적을 죽인다. 달아나는 자는 내가 먼저 죽인다!”


“와! 와!”


유랑의 곁에 있던 병사들은 사기를 높이려 환호했으나, 의용군은 달랐다.


유랑에 대한 소문은 좋지 않았다.


-아! 저런 놈이 지휘를 하다니!

-이번에 승진 못했다고 하더라고.

-유랑에게는 주력 장군들이 없는 지금이 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야.

-악! 대장 경험도 없는 놈이 지휘를 하다니!

-아! 우리는 죽어 났구나.


전투에서 적 보다 더 무서운 이가 바로 무능한 상관 이었다.

능력은 꽝, 거기에 더해 의용군은 사람 취급 조차 하지 않는 이가 지휘를 맡았으니, 의용군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으, 이거 탈영해야 하나?

-벌써 사방을 주시하고 있을걸? 탈영하다 걸리면 즉시 처형이야!


병사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유랑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황건적 패거리들은 성채에 숨어 벌벌 떨고 있다! 이런 쓰레기들을······.”


의용군의 사기를 높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처음으로 대장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고취된 것인지 몰라도 그는 한껏 들떠 있었다.

유랑은 한참 동안 연설을 했으나, 제대로 듣는 이들은 없었다.

지금 의용군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돌격 순번! 최대한 늦게 돌격해야 한다!


성채를 공격할 때 모두가 함께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순번을 주었는데, 이 순번에 따라 생과 사가 크게 갈리게 되었다.


“······. 지금부터 성채에 돌격할 순번을 정하겠다!”


의용군들이 잔뜩 긴장한 가운데 한쪽에서 병사들이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모두의 시선이 상자에게로 향했다.


‘왔다!’

‘아! 제발!’


속이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는 장기 말 크기의 나무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나무 조각에는 돌격 순서를 정하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번호는 1번부터 12번 까지.

1번을 뽑으면 나와 내 조원들은 첫 번째로 돌격하는 것이며 12번을 뽑으면 나와 내 조원들은 마지막으로 돌격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장 먼저 돌격하는 조가 가장 위험했다.


즉, 1번이 가장 안 좋은 번호였고 12번이 가장 좋은 번호라 할 수 있었다.


유랑이 소리쳤다.


“졸백들은 나와서 제비를 뽑아라!”


내가 앞으로 나서자 내 부하들은 소리쳤다.


“으, 대장 잘 뽑아요!”

“앞 번호는 피해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나?”

“못해! 못해! 이거 분명히 1번 뽑는다!”

“아이 씨팔!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내가 앞으로 나온 것과 동시에 다른 졸백들도 앞으로 나와 줄을 섰는데, 내 눈이 번뜩였다.


무언가 이상한 점이 보인 것이다.


줄 관리를 하는 병사가 소리쳤다.


“야! 너는 저쪽! 너는 이곳에 서라!”

“너는 이자 뒤쪽에 서고 너는 이자 앞에 서!”


무언가 수상했다.


졸백들은 온 순서대로 줄을 서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병사들이 졸백의 제비뽑는 순서를 정해주고 있었다.


제갈량 지혜가 작용한 것일까?


나는 단번에 조작이 있음을 알았다.


조작이 없다면 먼저 뽑는다고 유리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뽑는 순번을 의도적으로 정하는 것은 분명 조작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앞쪽에 선 졸백들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역시나!’


이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증은 더 짙어졌다.

지금 이 제비뽑기는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제비 뽑기였다.


당연히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들 표정에 긴장감 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들의 표정은 이미 무엇을 뽑을지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순식간에 이 모든 것을 파악했다는 사실에 나는 나에게 놀랐다.


지금은 전투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상황.

현대인의 나였다면 분명 이런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제갈량의 지력을 흡수한 것 같았다.


상자를 들고 있는 병사는 재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자! 뽑아라! 공정한 제비 뽑기이니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긍하도록!”


첫 번째 졸백이 제비를 뽑았다.


“와아!”


제비를 뽑은 졸백이 거느리고 있던 병사들이 환호했다.


“와! 11번! 두 번째로 좋은 번호야!”


곧이어 두 번째 졸백이 뽑았다.


“와! 12번! 가장 좋은 번호다!”


두 번째 졸백이 가장 좋은 번호를 뽑았을 때 99프로의 심증은 100프로 확신이 되었다.


우연으로 이들이 연이어 가장 좋은 번호를 뽑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기뻐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즉. 어떤 번호를 뽑을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아마도 뇌물을 준 졸백들에게 유리한 번호를 뽑을 수 있게 미리 수를 써 놓은 것 같았다.


‘병사들이 졸백의 뽑는 순서를 정해준 것은 앞쪽의 3명. 즉, 지금 이 사내까지다.’


세 번째 졸백이 뽑았다.


역시나 뽑은 번호는 내 예상대로 10번.


한쪽이 탄성을 내지르는 것과 다르게 다른 쪽 의용군 병사들 입에서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아악!”

“가장 좋은 번호 3개가 나와버렸어!”


곳곳에 탄성 소리가 나왔다.

좋은 번호가 나올 수록 아직 제비를 뽑지 못한 자신들이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네 번째 부터는 뇌물을 바친 자들이 아니었다.


네 번째 졸백이 뽑은 번호는 2번 이었다.

2번을 뽑은 졸백의 표정과 그가 이끄는 병사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다섯 번째 졸백이 뽑은 번호는 6번.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내 부하들의 잔뜩 긴장한 시선이 느껴지는 가운데, 나는 상자에 손을 넣었다.

손에 나무로 만든 물체가 닿았으나, 나는 그냥 뽑지 않았다.

상자 안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내 손끝의 감각은 나무에 새겨진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오(五), 이것은 팔(八), 이것은······.’


다른 졸백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한자를 몰랐으니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생사를 결정짓는 중대한 상황.

이렇게 까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또 한번 놀랐다.


‘이것이 제갈량의 지력!’


내가 패를 고르고 있던 그때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병사는 검을 빼며 소리쳤다.


“야! 빨리 안 뽑아! 확! 팔 잘라 버린다!”


그 순간 나는 조각 하나를 뽑았다.

하늘 높이 뽑은 제비를 보이는 순간.

내 병사들은 환호했다.


“우와아! 9번!”


남아 있던 순번 중 가장 좋은 번호였다.

곁에 있던 병사는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으나 별 다른 말을 할 순 없었다.


“훗!”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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