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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여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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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정성우
작품등록일 :
2024.08.30 00:43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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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60
추천수 :
607
글자수 :
109,599

작성
24.08.30 21:05
조회
1,356
추천
38
글자
12쪽

삼국지 세상 속으로

DUMMY

주변이 밝아졌다.


꿈에서 깼다고 생각했는데, 낯선 배경이 보였다.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천막과 대형 깃발, 낯선 옷차림의 사내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 진짜 삼국지 배경 같네?’


꿈이 또 다른 꿈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와아아아아!”


환호 소리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딜 보는 거냐! 앞을 봐! 네 상대는 앞에 있어!”


내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덩치 큰 사내 한명이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하! 여신 녀석 진짜 큰일 났는걸?”

“대진운이 안 좋았지. 하필 처음부터 유복을 만나냐!”


꿈이라 생각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신? 방금 전 꾸었던 꿈에서 들었던 이름인데?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네?’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날리는 순간.


나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앗? 꿈! 꿈이 아니야! 여, 여기는 어디야?’


꿈이 아니었다.


꿈이 아닌 것은 둘째치고 지금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었다.


‘몸이 가벼워졌다? 머리카락이 길어? 체격이 더 작아졌어?’


40대 중반의 무거운 몸이 아니었다.


머리카락 역시 말도 안 되게 길어졌으며, 덩치 역시 훨씬 날씬해졌다.


그때였다.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기억이 들어왔다.


기억이 머릿속에 정리되는 순간.


“시작!”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는 함성이 솟구쳤다.


“와아아아!”


지금 나는 누군가와 대련을 앞두고 있었다.


상대의 이름은 유복.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거구의 사내.


이번 시합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일단 나 와는 체급부터 맞지 않았다.


지금 나는 잘해야 60kg 정도 나갈 것 같았는데, 상대는 100kg은 훌쩍 넘을 것 같았다.


상대의 눈을 응시했다.


역시나 상대는 조금도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아니, 긴장은커녕 웃음 소리가 사내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하하하! 가볍게 잡아 던져 주마!”


상대는 곰처럼 두 팔을 활짝 편 채 달려왔다.


본능이 먼저 반응했다.


‘열려 있다!’


나는 대학 시절 내내 유도 동아리에서 활약했다.


불혹이 되기 전 까지 유도 동호회에 꾸준히 나갔다.


선수급 실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마추어에서는 상위권 실력 이었다.


부상을 입은 뒤로 유도는 그만 두었으나, 수 십년간 연습한 감각은 남아 있었다.


나는 피하는 것 대신 상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어엇!”


겁을 먹고 달아날 줄 알았던 내가 파고들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상대였다.


상대가 두 손으로 나를 억누르려 하는 순간.


“하압!”


나는 곧바로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으음?’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자, 상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더 놀랐다.


‘이렇게 가벼워?’


상대의 체중은 나 보다 훨씬 더 나갔다.

아무리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무 쉽게 상대를 엎어뜨리고 있었다.


상대는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곳은 매트 위가 아닌 땅바닥.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상대에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이크! 위험! 죽을지 모른다!’


이 상태로 머리가 땅에 박힌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크게 당황하며 재빨리 힘을 조절했다.

지금과 같은 짧은 찰나에 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놀랐다.


쿵!


지상이 흔들리는 것과 함께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의 몸은 바닥에 처박혔는데, 다행히 머리가 아닌 등부터 바닥에 처박혔다.

이 같은 거구를 인형 다루듯이 다뤘다는 사실에 놀랄 새도 없었다.


상대는 기절했다.

수십년동안 수 많은 업어치기를 해 보았으나, 단 한번도 지금처럼 상대가 기절한 적은 없었다.


“우와!”

“헉!”

“이런!”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튀어나온 뒤.

놀란 이들은 입을 벌린 채 침묵했다.


-저, 저게 뭐야?

-어떻게 저 덩치가 힘 한번 못써보고 날아가지?

-저런 기술이 있다고?


침묵을 깬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심판을 보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야! 정신 차려!”

“일어나! 일어나!”


쓰러진 사내의 뺨을 때리며 소리치는 가운데,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알 수 없는 곳에 갑자기 나타난 것에 놀란 것도 모자라 믿기지 않는 힘으로 사람을 날려 버린 것이다.


나는 내 양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 어떻게 이런 괴력이!’


아무리 유도 기술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해도 이런 괴력은 믿기지 않았다.

기술이 걸린 그 짧은 찰나에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한 것 역시 이런 괴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쓰러진 사내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급히 힘 조절을 해 머리부터 처박히는 것을 피하기는 했으나,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으! 이거 죽은 거 아니야?’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닌지 걱정하던 그때.


“아! 깨어났다!”


기절해 있던 사내가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깨어났다. 죽지 않았어.”

“이렇게 지는 게 말이 되나!”

“다시 싸워! 이대로 지는 건 억울하다!”


나는 행여나 그가 나를 향해 다시 달려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했는데, 이건 기우였다.


그는 나에게 눈 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죽음을 느꼈다!


내가 힘 조절을 해서 죽지 않은 것이지, 진짜로 처박았다면 그대로 목뼈가 부러지며 죽었을 거란 사실을 그의 본능은 알고 있었다.


행여 나와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그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며 한쪽으로 사라졌다.


주변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뭐냐! 우승 후보가 이렇게 쉽게 탈락이냐!”

“우우우! 덩치가 아깝다!”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한 사람들은 야유를 쏟아냈으나, 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달아나 버렸다.


심판을 보던 병사가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여신 승!”


“와! 와!”

“첫 시합부터 이변이다!”

“와! 와!”


주변에는 축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나, 나는 경황이 없었다.


‘삼국지 세계로 간다는 말이 사실이었어! 이건 꿈이 아니야!’


나는 삼국지 세계에 들어온 것이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홀로 앉아 심장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삼국지 세계라니! 삼국지 세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진 것이다.

그 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삼국지 인물들을 보았다.

여신 이라는 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으며, 유비의 매력, 제갈량의 지력, 그리고 여포의 무력을 흡수했다.


‘나는 죽었구나.’


심장마비로 죽은 내가 유비, 제갈량, 여포의 능력을 흡수한 뒤 삼국지 세상의 여신이라는 인물에 빙의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 머릿속으로 빙의한 인물의 기억이 스며들었다.


내가 빙의한 자의 이름은 여신(呂信).

자는······. 아직 없다.

고아 출신.

현재 병주 자사 정원 군에 속한 의용군 이었다.


의용군이 된 동기는······.


한 황실의 부흥을 위해?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천하에 이름을 날리기 위해?

정원을 동경해서?


아니었다.

굶어 죽을 것 같아서 였다.


한 황실이 무너지고 황건적이 날뛴 이 시대에 굶주리지 않는 자들을 얼마 없었다.

당장 끼니를 때우는 것이 고민이었던 여신에게 선택은 의용군이 되거나 황건적이 되는 것 밖에 없었다.

굶어죽을 것 같다고 황건적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결국 황건적의 횡포를 떠올린 여신은 주저 없이 의용군을 선택했다.


의용군이 된 후.

아직 제대로 경험한 전투는 없었다.

고작 투항한 황건적 몇몇을 사로잡는 일 정도가 경험한 일의 전부였다.

훈련 역시 기초 중에 기초 훈련만을 마쳤을 뿐이었다.


나이는 겨우 17살.


뭐, 이 시대에는 17살에 결혼도 하는 시대였으니, 아주 어린 나이라고는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아들뻘 되는 소년이었다.


여신이라는 사내는 상당한 미소년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이곳 세상은 상당히 미남 미녀들이 많았다.


실제 삼국 시대 라면 현대인에 비해 훨씬 나이 들어 보이고 왜소해야 했다.

먹고 살기 급급한 이 시대에 관리라는 것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이곳 사람들은 결코 현대인의 신장 보다 작지 않았다.

사람들의 외모 역시 전체적으로 영화속 배우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빼어났다.


역시나 ‘삼국지 평행 세계’ 라는 말처럼 이곳 세상의 사람들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삼국 시대와는 크게 다른 것 같았다.


지금이 몇 년 몇월 며칠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한수의 난’이 끝났다는 기억과 영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대략 188년에서 189년 사이로 추정됐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가 삼국지 세계의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기는 했으나,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의용군 졸백을 선출하는 날이었다.

졸백은 일종의 조장.

쉽게 말해 십부장 이었다.


물론 정규군의 졸백이 아닌 의용군의 졸백 이었다.


졸백이 되기 위한 조건은 이번 시합에서의 우승.

우승까지는 3번의 승리가 필요했다.

즉, 3 번을 이기면 의용군 10명의 부하를 거느릴 수 있는 졸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방금전 첫 번째 대결에서 승리했으니, 앞으로 두 번을 더 이기면 졸백이 되는 상황이었다.


다른 이들의 대련을 바라보았다.


곳곳에서 대련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의용군 실력이니 다들 고만고만했다.


“항복! 항복!”

“멈춰!”

“야! 깨물지 마! 반칙이다!”

“큭큭큭큭! 머리 잡고 싸우는 것들은 뭐냐?”


체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위로 시합을 붙인 것처럼 보였는데, 전체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쪽이 우위를 보였다.


내가 대련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였다.


누군가 내 앞으로 물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야! 이거 마셔라! 시원한 물이다!”


마궁수 이첨 이었다.

의용군이 아닌 정식 정원군의 나이 많은 병사였는데, 주로 말들을 관리하며 의용군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자였다.


나는 물을 들이켰다.


시원함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가운데 곁에 앉은 이첨이 말했다.


“네 놈에게 돈을 건 덕분에 크게 벌었다. 다들 너 한테는 걸지 않아서 말이야. 미친척 하고 아주 조금 걸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더 크게 걸 걸 그랬어.”


곧이어 이첨이 물었다.


“아까 그 기술 뭐였냐?”

“기, 기술요?”

“왜, 아까 안으로 파고들어 상대의 힘을 이용한 기술 말이야. 내 생전 그런 기술은 처음 보네.”


이 시대에 아직 유술의 개념은 없었다.

업어치기를 신기하게 본 것 같았다.


나는 답했다.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당황해서 집어 던져 본 겁니다.”


이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가? 하여튼 재능이 보여. 힘들겠지만 잘 해보라고! 두 번만 더 이기면 졸백이 되니까. 나야 나이가 있으니 이대로 마궁수로 끝나겠지만 자네는 아직 어리니 충분히 성장 가능할거다.”


나는 아직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새도 없이 삼국지 세상의 인물로 빙의했으니 지금 이첨의 말이 제대로 들려올 리 없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내 모습에 이첨은 말을 이었다.


“고작 의용군의 졸백이라 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건가? 아닐세. 정원 자사 께서는 거친 면이 있으시지만 능력에 따라 대우해 주는 것은 확실하게 해 주시네. 여포 장군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고순 같은 장군도 발굴해 내지 않았는가? 자네도 실력만 있다면 충분히 대우 받을 수 있으니 열심히 하도록 하게나.”


‘여포, 고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상상으로나 떠올린 인물들이 나와 같은 곳에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이첨은 내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다음 대결도 네 녀석에게 걸었으니 또 이기라고. 하하하!”


웃어 보이던 이첨은 누군가를 보았다는 듯이 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크! 난 이만 가 봐야겠네.”


누군가를 보았다는 듯이 이첨은 서둘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이첨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체격 좋은 사내가 말을 살펴 보고 있었다.

당연히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여신의 기억을 통해 나는 사내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사내는 바로 고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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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앞 뒤로 적 +3 24.09.12 730 26 12쪽
14 무신 여포 +2 24.09.11 781 27 12쪽
13 장료와 친구가 되다. +1 24.09.10 772 28 12쪽
12 친구가 되어 주오 24.09.09 809 28 12쪽
11 인정받다 +1 24.09.08 826 28 12쪽
10 기회 잡을 준비를 하다. 24.09.07 854 27 11쪽
9 적장을 베다. 24.09.06 870 30 12쪽
8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3 24.09.05 884 27 11쪽
7 제갈량의 머리, 여포의 심장 +1 24.09.04 942 27 12쪽
6 출전 +1 24.09.03 980 29 13쪽
5 제갈량의 지력 24.09.02 1,067 38 12쪽
4 천하를 누비리! +2 24.09.01 1,153 34 11쪽
3 여포의 무력 +1 24.08.31 1,252 32 11쪽
» 삼국지 세상 속으로 24.08.30 1,357 38 12쪽
1 +12 24.08.30 1,411 4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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