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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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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77,16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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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5,689

작성
22.03.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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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이 바닥을 청소합시다 (1)

DUMMY

64. 이 바닥을 청소합시다 (1)



박예찬의 말대로 K&W 회장실 노트북에 ㈜다공화학의 설계도면 파일이 들어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것이 여기에 들어와 있을 수 있지?”


회장은 납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장의 아들은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 파일을 열어보았으니 이제 검찰과 언론에 흘러 들어가겠군요···”


“이 바보야! 이 노트북은 인터넷망이 끊어져 있잖아··· 이 노트북을 당장 파기햇!”


회장은 머리가 빨리 돌아갔다. 다행히 네트웍이 끊겨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만약 인터넷망에 연결되어 있었다면 회장실 IP가 있는 파일이 또 외부로 흘러 들어갈 것이 뻔했다.


하지만 회장실의 노트북에 있는 파일들은 이미 모조리 빠져나간 후였다. 그걸 회장이나 아들 사장은 알지 못했다.


“다공화학 인물에게 당장 연결해! 내가 직접 통화를 하지···”


“아버지! 아버지는 나서지 마세요. 제 선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이 정도 함정과 전략을 생각할 정도면 넌 수준이 안돼, 내가 직접 나서야 해···”


“전화를 하라니까?”


회장의 아들은 받은 명함으로 전화를 걸었고 박예찬이 나오자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


“여보시오. 나 K&W 그룹 회장이오.”


K&W 그룹 회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예, ㈜다공화학 연구개발실장 박예찬이라고 합니다.]


“허허, 우리 좀 만납시다. 일이 아주 고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려”


박예찬은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오니 잠시 놀랐지만 진정하고 대답을 했다.


[지금 막 저희 회사에 도착하려던 참입니다. 차를 돌려서 찾아 뵐까요?]


“하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갑을이 확실해야지요. 우리가 ‘을’이니 내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지금 저희 회사는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는 눈도 많습니다. 제3의 장소는 어떻겠습니까?]


“제3의 장소요? 그 좋지요. 내가 잘 가는 옛날 술집이 있는데 거기서 볼까요?”


[예 좋습니다.]


“그럼 주소를 찍어 줄 테니 저녁 8시에 거기서 봅시다. 참! 저녁 드시지 말고 오세요. 거기 음식이 꽤 괜찮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거기서 뵙지요.]


K&W 그룹 회장은 통화를 하고나서 상대방을 마음껏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편, 박예찬은 옛날 술집이라는 말에, 오래된 노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던 속전속결로 일이 해결되니 기분은 좋았다.


K&W 그룹 회장은 일단 사무실을 벗어나 모처로 향했다.


거기 지하실에 숨긴 금고에서 USB를 하나 꺼내서 확인을 했다. USB에는 ‘DC 221215’라고 쓰여 있었다.


“음.. 그것이 작년 12월 15일이었지···”


회장은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소파에 잠시 몸을 기댔다. 그는 오늘 밤에 있을 대화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한동안 생각했다.


그룹은 그냥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판단의 순간이 있었고, 그 판단의 연속적인 성공이 있어야만이 재벌이 될 수 있었다. 물론 한두번의 판단 성공은 중소기업에서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성공의 자만에 빠져 잠시 자칫하는 순간에 대기업에 들어서지 못했다.


K&W 그룹 회장은 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마음을 비우고 한동안 생각을 했다. 즉, 전장을 지배해야만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있어야 전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다. 이 생각은 특별하지 않았다. 수많은 병법서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급한 나머지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는 실수를 흔히 저질렀다. K&W 그룹 회장은 운이 좋게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룹까지 만들 수 있었다.


“가자!”


회장은 아들에게 시간이 되었으니 출발을 지시했다.


**


박예찬은 찍어준 주소로 네비게이션을 조작했다.


“어? 여긴 그냥 옛날 술집이 아니라 전통 요정이잖아···”


“으흐··· 이 늙은이 말을 그대로 믿다니 내가 바보였구나···”


박예찬이 소나타를 끌고 정심각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웠고 대문 앞의 청사초롱이 요정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수많은 차량들이 대문 앞마당에서 분주히 오갔고, 말쑥한 차림의 웨이터들은 차량을 정리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렵다고 하던데 여긴 아닌 모양이군···”


박예찬이 웨이터 앞으로 차를 대니 웨이터는 빨리 차를 빼라는 손짓을 했다.


‘우이쉬! 이 차도 나름 좋은 차인데··· 풀옵션인데···’


박예찬은 웨이터가 보라는 듯이 차를 세우고 내려버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눈치 빠르기로 따지자면 대한민국에서 1%이내에 드는 웨이터들이 박예찬을 단 2초 스캔하고는 막아섰다.


박예찬은 젊었고 옷차림도 일반 회사원처럼 넥타이가 없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평범한 복장에서도 명품 한 두개를 걸쳤지만 그에게는 명품 같은 것은 없었다. 웨이터들은 그를 운전기사정도로 판단을 했던 것이었다.


“기사님! 오늘 처음이신 것 같은데 차를 쩌~기~에 주차해 주세요.”


웨이터는 운전기사라고 반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속에 무시감이 들어있었다. 웨이터의 뇌를 스캔한 박예찬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대문으로 들어섰다.


“이봐요! 차를 저짝에 대시라니까요!”


웨이터가 외치자 경호원이 웨이터 앞을 막았다.


“초대받은 손님입니다.”


경호원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웨이터는 급히 태도를 바꾸었다.


“즐거운 시간되십시오. 사장님!”


웨이터는 박예찬이 사라진 쪽으로 허리를 90도 굽혀 인사를 했다. 그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소나타는 움직여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이고, 젊은 분이시네요! 허허허!”


KW회장은 박예찬을 보자 너털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다공화학 연구개발실장 박예찬이라고 합니다.”


“이리 앉으세요.”


노련한 회장은 박예찬을 상석으로 안내했다.


“아닙니다. 연배가 있는데 저는 이쪽에 앉겠습니다.”


“그래요. 본인이 편한자리가 가장 편하죠···”


“이봐! 중요한 대화를 해야 하니까, 잠시 자리를 비워주게···”


회장은 배석한 마담에게 부탁을 했고 마담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얼른 인사하고 나갔다.


박예찬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예쁘지요? 아니지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곱지요?”


“예 적절한 표현입니다.”


박예찬은 굳이 회장의 말에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중성적인 표현을 했다.


“자··· 우선 한잔합시다. 사내끼리는 한잔을 한 다음에 이야기를 해야 대화가 되지요···”


박예찬은 한 상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늘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 음식들은 불필요한 것 들이었다.


K&W 회장은 박예찬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는 얼른 태도를 바꾸었다.


“이집 국화주는 참으로 괜찮습니다. 저는 이집의 국화주가 좋아서 오는 사람입니다. 비싼 집에 모셨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허허허.”


회장은 노련했다.


“이봐··· 난 된장국에 김치를 좀 가져와···”


회장은 마담을 불러 따로 부탁을 했다.


“산해진미도 된장국과 김치만 못하지요···”


“매일 저녁, 접대한다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도 보통 곤혹이 아닙니다. 이런 산해진미도 어쩌다 먹어야 맛이지···”


회장은 박예찬이 고급진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이자 재빠르게 태도 변환을 할 만큼 상황판단 능력이 대단했다.


『맥실러스』로 머리만 좋은 박예찬은 그의 변화무쌍한 상황대처 능력과 처세술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회장의 이런한 능력은 그간 수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로 쌓인 것이었다.


“손님을 모시고 된장국집으로 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하하하 젊은 사장은 아직 접대라는 것을 못해 봤구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접대 받는 수준이 자신의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분을 허름한 집에서 접대해보세요. 자신을 무시했다고 다음날부터 우리는 절벽을 맞이해야 합니다. 허허허!”


사실 박예찬은 접대를 할 비즈니스를 하지 않았기에 그러한 정황을 대략 감으로만 알고 있었다. 접대하는 사람의 고충도 있음을 처음 알았다. 더욱이 ‘K&W 그룹’은 군과 관련된 공무원을 상대해야 했기에 더욱 접대가 많았다.


“향이 과연 좋군요···”


박예찬은 국화주 한 모금을 하고는 회장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이는 회장에게 그리 큰 적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자··· 할 이야기가 많으니 일단 배를 좀 채우고 시작합시다.”


“오늘 처음 뵙는데 산해진미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우선 이야기부터 먼저 하시죠···”


K&W그룹의 목줄을 쥐고 있는 박예찬 말에는 여유가 있었다.


K&W 그룹회장은 국화주를 한잔 마시고 입안에서 머금으면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거··· 젊은 사장님이 원하던 자료입니다.”


회장은 조그마한 USB를 건넸다. 건네는 그의 손이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칠종칠금(七縱七擒)을 당한 우리 입장에서는 젊은 사장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이 자료는 우리 그룹과 국방부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합니다.”


박예찬은 그가 준 USB를 가져온 노트북으로 얼른 열어 동영상을 한동안 보았다.


거기에는 승용차로 사과박스를 옮겨 싣는 장면과 차량번호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하지만 박예찬은 그것보다는 카메라가 찍힌 각도, 조명상태를 살폈다. 얼핏 보아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음··· 용의주도한 사람이군···’


그렇게 잠시 동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에 회장은 연신 국화주만 들이켜고 있었다.


동영상을 다 본 박예찬은 노트북을 덮고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의 XDD 프로젝트를 ‘K&W 디펜스’로 가져 가십시오.”


“쨍그랑!”


박예찬의 말을 들은 K&W 그룹회장은 마시던 국화주 잔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했습니까?”


“그토록 탐내시던 것을 가져 가시라구요.”


“크흠··· 아무리 우리 그룹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농이 지나칩니다.”


“아닙니다. 저의 목표는 부패한 관료를 이 바닥에서 내 쫓는 것입니다.”


“저희 그룹에서 판단하기로는 XDD는 국내에 약 3조, 해외시장에는 약 10조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물을 우리에게 넘기신다구요? 허허허!”


K&W 그룹회장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음··· 좀 전에 동영상을 보니 이런 자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자료들을 우리 회사와 공유하는 조건으로 XDD를 가져가시라는 것입니다.”


“그걸 오픈하는 즉시 우리 그룹은 망합니다. 그리고 나는 살아서는 감옥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박예찬의 파격적인 제안에 노련한 K&W 그룹회장이라도 얼굴이 노래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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