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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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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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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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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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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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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요양원 전투 (1)

DUMMY

신들이 내리는 결정은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각자의 의견 차이 때문에 갈등도 자주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신들이 살아가는 한 가지 방식일 뿐이기에, 나는 최대한 간섭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그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한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랬다.


-야쿱의 회상록 중에서 –



*****



용기는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엘리엇을 찾아 두리번 거리며 유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유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무들 사이로 엘리엇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야! 빨리 타!”


이동진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나무들에 둘려 쌓여 있고 바로 뒤에 해변가는 우둘투둘한 커다란 바위들로 시작되고 있었는데, 엘리엇은 그 바위들 넘어 바다에 일리리아가 만든 물의 뗏목을 타고 있었다.


“유나야. 이동진 재가동 시간은?”


“아직 십오 초 정도 남았어.”


용기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 보며, 독수리족들이 등장했는지 살폈다.


원래는 유나와 나머지들을 비상 집결지로 향하는 이동진으로 보내고 그들이 안전하게 사라질 때까지 자신이 요괴들을 막다가, 그 이동진을 파괴하고 나중에 혼자 바다로 도망갈 계획을 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물론 그동안 자신이 요괴들을 막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마리앤까지 자기 방어를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니 좀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유나. 모모. 일리리아의 뗏목에 올라타서 먼저 출발해! 독수리족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 바다로 빠져 나가면 안전할 거야. 내가 바로 따라갈게.”


유나를 태운 모모가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껑충껑충 뛰며 엘리엇 쪽으로 향하자 용기는 뒤돌아서서 왼손으로 등에 업은 마리앤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유피테르를 땅에 크게 찍어 내리며 황룡뇌공파를 시전했다.


그러자 다섯 개의 커다란 뇌전 기둥이 일직선으로 일어나며 마침 달려드는 거미족 요괴들과, 마지막 남은 비상 집결지로 향하는 이동진을 삼켜 버렸다.


유피테르를 타고 엘리엇이 몰고 있는 물의 뗏목을 따라 잡은 용기는 남쪽으로 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는 조그마한 무인도에 비상 집결지로 가는 다른 이동진이 한 개 숨겨져 있으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했다.


“용기씨. 이제 저도 내려 주세요.”


마리앤이 용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안 돼. 엘리엇의 현재 내력으로는 너까지 타면 속도가 느려질 거야. 내가 업고 갈 수 있으니까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봐. 그리고 꽉 좀 잡아. 흔들리잖아.”


마리앤이 용기의 등에 몸을 밀착 시키며 그의 목을 두 팔로 꽉 감싸자 용기는 속도를 올렸다.


물 위로 낮게 날고 있던 유피테르 뒤로 커다란 물보라가 일었고, 그 물보라를 전부 뒤집어 쓰기 싫은 엘리엇도 역시 뗏목의 속도를 올려 유피테르 옆으로 바짝 붙었다.



*****



광목천왕과 연화는 각각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요괴들이 다가오는 방향을 몰래 바라 보았다. 광목천왕의 말대로 요괴들은 확실히 정렬해서 진형을 갖추고 요양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서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정찰 나온 부대들처럼 사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기색은 없는 것을 보면 자기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은 이동진으로 도착할 후속 부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인가?


‘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알았지?’


연화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폭풍이 몰아쳐 구천환기오행진이 파괴되는 그 순간에 근처에 마침 정찰을 돌고 있던 요괴가 있었다?


물론 진이 파괴되고 수리를 하러 나오는 순간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직도 거센 비가 내리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물을 싫어하는 요괴들이 그런 비를 맞아가며 정찰을 도는 모습을 떠올리기엔 무리가 있는 부분이었다.


어찌됐든 일은 벌어졌다. 서둘러 빠져 나가는 수 밖에.


[가온 오빠. 서둘러야 돼.]


[알고 있어.]


가온과 수밋 그리고 그레이스 할머니는 요양원의 생존자들을 건물 뒷 쪽에 있는 이동진을 통해 비상 집결지로 대피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순간 요양원의 모든 사람들이 동작을 멈추고 바라봐야만 되는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한 노인이 두 팔과 다리를 축 늘어 뜨린 채 자신의 방에 있는 창문을 깨고 하늘 높이 날아 오르면서 머리에서 밝은 초록색 빛을 환하기 밝히기 시작하더니 그 빛의 강도가 점점 강해져서는 주위 전체를 환하게 비추었다.


"저건!"


광목천왕은 그 노인이 누구인지 생각해 내고는 아랫 입술을 지근히 깨물었다.


그는 요괴들이 파 놓았던 함정에서 구출해낸 할아버지로 마리앤의 치료로도 계속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할아버지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제 확실해졌다. 저 할아버지도 함정의 일부였던 것이었다.



*****



“플리카. 네 작전이 맞아 떨어졌군. 수고했다.”


먼발치에서 요양원으로 향하고 있는 요괴 군대를 바라보고 있던 데르젤이 무표정으로 나지막히 말하자 바로 뒤에서 전방을 살펴보고 있던 혈랑대의 부관 플리카는 빙긋 웃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후후. 지금 나서시겠습니까?”


“아니. 잠시 녀석들의 실력을 지켜본다.”


“알겠습니다.”


플리카는 뒤에 정렬해 있는 혈랑대들에게 자신의 신호를 기다리라고 명했다.



*****



하늘 높게 뜬 노인에게서 발하는 밝은 초록색 빛이 절정에 이르르자 드디어 요괴들의 군대는 괴성을 지르며 돌격해 오기 시작했다.


광목천왕, 연화, 라울도 더이상 숨지 않고 나와 요양원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섰다.


“보스는 괜찮겠지?”


중앙에 선 라울이 말했다.


“네놈 걱정이나 하거라. 용기 그놈은 어디가서 처맞을지언정 절대 죽을 놈은 아니니.”


광목천왕의 말에 연화는 피식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 처한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요양원은 오크 아일랜드처럼 들어오는 입구가 좁아 방어하기 쉬운 장소가 아니었다. 폭풍우로 인해 근처에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길목 몇 군데가 봉쇄되긴 했지만 그 정도의 높이는 요괴들에게 아무런 장해가 되지 못할 것이었다.


즉,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과 아이들을 전부 안전하게 대피 시킬만큼의 시간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연화의 마음을 아는 듯, 광목천왕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화야 얼굴 피거라. 그 어떤 영웅도 세상을 혼자 구하지는 못하느리라. 그 일은 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들이 한 곳으로 뭉쳐치고, 각자 맡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해낼수 있는 것이니 동료들을 믿거라.”


그 소리에 연화는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광목천왕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문천왕도, 증장천왕도, 지국천왕도, 그리고 아저씨도 금방 올거야. 어떻게든 버텨 보자.’


곧이어 밀려온 요괴들과 연화, 광목천왕, 라울이 맞붙어 싸우기 시작하자 수밋은 사람들을 대피 시키는 속도가 너무 느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정문 앞에 세워놓은 KIR-28호 올라탔다. 자신도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볼 작정이었다.


쿵쾅쿵쾅.


그는 북소리처럼 들려오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다스려 볼려고 노력했다.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온이 지금 뭐하는 짓이냐며 빨리 돌아오라고 통신 단검을 통해서 외쳐 대고 있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KIR-28호가 아직 위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미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용기에게 그리고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저기 앞에서 연화, 광목천왕, 라울이 지키고 있는 방어선을 우회해서 요양원으로 달려오는 요괴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다 여기! 덤벼라!”


투투투투퉁.


KIR-28호의 양 어깨에 달린 우지 기관단총이 불을 뿜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 갈려는 요괴들 향하자, 몇 몇 요괴들은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며 수밋을 무시한 채 그냥 건물의 이층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고, 몇 몇은 수밋에게 달려 들었다.


요괴들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수밋은 등 뒤로 가리고 있던 것을 앞으로 꺼내며 소리쳤다.


“이거나 먹어라!”


그가 감추고 있던 것은 요양원의 정원에 물을 줄 때 사용하는 물 호스였는데, 그가 분사기의 사출 장치를 누르자 최고 수압으로 호스에 머물고 있던 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물을 워낙 싫어하는 요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물세례를 맞고는 잠깐 당황한 모습을 보였는데, 수밋이 놓치지 않고 우지 기관단총과 KIR-28호의 오른손에서 기공포를 쏟아 부으며 그 요괴들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저놈을 죽여라!"


그런 수밋을 보고 요양원 건물로 들어 갈려던 다른 요괴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들었다.


이번에는 여우족 요괴 네 명이었는데,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수밋의 물 호스는 단지 한 요괴만 물을 맞출 수 있었다.


퍽!


한 요괴의 검이 수밋의 왼쪽 사각에서 바람을 가르고 날아와 KIR-28호의 왼쪽 어깨에 있는 우지 기관단총을 부수며 지나가 수밋의 목덜미에 상처를 내었다.


간신히 고개를 숙여 그 검을 피했던 수밋은 목덜미에서 흐르는 피는 아랑곳없이 왼쪽 팔꿈치를 들어 그 요괴의 검을 든 팔을 찍어 내렸다. 그러자 KIR-28호의 장갑 무게에 그 요괴가 휘청 거렸다.


수밋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 요괴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쪽으로 잡아 당기고는 KIR-28호의 오른손을 그의 입에 쑤셔 박으며 기공파를 쏘았다.


투캉!

퍼~억!


뇌수를 사방으로 퍼트리며 즉사하는 요괴.


하지만 다른 요괴들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두 명의 요괴가 수밋의 오른쪽 다리와 옆구리를 노리고 검을 찔러오자 수밋을 피할 길이 없어 오히려 그들이 들어오는 쪽으로 넘어지듯이 KIR-28호의 장갑을 들이밀었는데, 다행히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던 검은 검기가 실려 있지 않아 KIR-28호의 장갑을 뚫지 못해 튕겨서 옆으로 비껴 나갔다. 하지만 그의 오른쪽 허벅지를 노리던 검은 그대로 적중하여 수밋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수밋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면서도 등 뒤에서 엑스칼리버를 꺼내 들고 바로 앞에 있는 요괴를 노리며 땅을 스치듯이 엑스칼리버를 휘둘러 그 요괴의 발목을 베어 버렸다.


"으윽!"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관통하는 요괴의 검에 단말마의 비명을 다시 질렀다.


"이야야야!"


수밋은 왼손으로 자신으로 어깨를 관통한 검을 빼지 못하도록 막고는, 입에서 피가 튀는 기합을 지르며 엑스칼리버를 있는 힘껏 휘둘러, 자신의 어깨에서 검을 빼지 못하고 있는 그 요괴의 목을 노리며 베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 검은 허공에서 아까 처음에 물을 맞았던 여우족 요괴의 검에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 요괴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찌르자 수밋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엑스칼리버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 끝인가?’


수밋은 눈을 질끈 감았다. 요괴들에게 짓밟힌 인류의 자존심을 과학으로 복수하리라 다짐했건만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이대로 죽는 게 너무 원통하고 분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뭔가 '슈슉' 하는 소리가 나더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요괴들이 자신의 숨통을 끊지 않는 게 이상하여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 앞에 있던 요괴들의 배의 한 가운데를 마치 기다란 쇠파이프가 뚫고 지나간 모습과 컥컥 거리며 마지막 숨을 내뱉고 있는 요괴들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으냐?”


지국천왕이었다.


지국천왕의 엄청나게 길게 늘어난 동천성(東天星) 창에는 벌써 열댓 명의 요괴들이 숨진 채 꿰어져 있었다.


“여기는 이제부터 내가 맡으마.”


그 말과 함께 지국천왕은 허공으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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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각자의 위치에서 (1) 21.12.17 275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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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5) 21.12.02 311 13 14쪽
91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4) 21.12.01 297 13 14쪽
90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3) 21.11.30 307 15 13쪽
89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2) 21.11.29 311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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