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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7.03 06: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5,684
추천수 :
159
글자수 :
242,169

작성
24.07.01 08:08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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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협업 관계를 맺기 어려운 이유

DUMMY

"지하 동굴의 광원 확보 작업이 많이 진행됐군요."


줄리안이 제출한 보고서를 살피던 헨릭이 만족스러워 한다.


"어느 정도 공간 확보가 된다면 그곳에 캠프를 설치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캠프라. 그러려면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텐데."


"그거라면 캠프 주변에 안전 시설을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걸론 부족해."


캠프 설치에는 둘 다 찬성이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의견이 맞지 않는다.

헨릭은 안전 시설을 지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과연 삭스트라의 육중한 공격을 버틸 만한 걸 이쪽에서 만들 수 있을까?

그 공격의 위력을 잘 아는 크리스토퍼로선 도저히 그렇다고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아···. 일단 캠프 건은 보류하자고."


"그러지요."


결국 두 사람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보류라는 어중간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참, 곧 있으면 헌터들이 파견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더군요."


"벌써 그렇게 됐어?"


깜짝 놀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가까워지다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식으로 헌터 길드와 협업 계약을 맺어도 괜찮다고 봅니다만."


"나쁘진 않은데···."


"뭐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걸린다고 하면 역시 헌터 길드 자체지."


원래 첫 구상은 헌터들이 아무 제한 없이 이쪽 길드에 가입해서 몬스터 토벌을 해서 장비를 만들었으면 했다.

하지만 헌터 길드가 끼어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슈레인 지방이 워낙 외지인 탓에 이곳에서 길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외부에 알려지기가 어렵다.


"그걸 그쪽에서 이용할 가능성도 있잖아."


"뭐, 부정할 수는 없겠군요."


헨릭 역시 맞는 말이라면서 맞장구친다.

현재 슈레인에서 몬스터 소재의 장비를 만든다는 소식은 저 멀리 남부까지 알려졌다.

반대로 슈레인에서 몬스터 토벌을 맡을 헌터를 구한다는 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헌터 길드조차 그 사실을 몰라 토벌 실습 목적의 파견 제안을 했을 정도니까.


"최악의 경우, 헌터 길드 소속이 아니면 이곳에서 몬스터 토벌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르지요."


"그게 걱정이라고."


몬스터 토벌과 전리품인 소재를 이용한 장비는 슈레인 개발의 핵심.

그 일에 헌터 길드가 참견하게 뒀다가는 이곳의 운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견 온 멤버들을 보면 믿어도 되나 싶긴 한데···."


"일부의 인원만으로는 헌터 길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요."


보좌관의 그 한마디에 고민이 더욱 커진다.

헌터 길드 소속 헌터들을 협업이란 명목으로 고용하는 건 좋지만, 그걸 빌미로 헌터 길드가 관여하는 건 전혀 반갑지 않다.

이왕이면 그렇게 안 하겠다는 확약이라도 받고 싶은데.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한참 고민하던 그때, 집무실 문이 열리면서 문 앞을 지키던 기사가 들어온다.


"전하, 페로스 텔루어드 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만."


"···뭐? 누가 와?"


"페로스 씨께서 오셨다는군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질문했더니 헨릭이 대신 대답한다.

타이밍 한 번 끝내주네.

누가 짠 듯한 상황에 감탄하는 사이, 헨릭이 기사에게 들여보내라고 지시한다.


"늦은 시각에 방문하는 무례를 저지른 점, 정말 죄송합니다."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페로스가 고개 숙여 사과부터 한다.


"괜찮네. 그대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 같으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저희 헌터들이 온 지 곧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 한마디를 듣자마자 그가 찾아온 용건을 눈치챈다.


"협업 건에 대해 결정지으러 온 거군."


"···!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 아는 방법이 있지."


뭔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하자 이쪽을 향해 헨릭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방법은 무슨.

아까까지 그 얘기를 하던 중 타이밍 좋게 페로스가 찾아왔을 뿐인데.

···라고 말하고 싶은 눈치다.


"그 협업 말인데."


보좌관이 뭐라 말하고 싶든 말든 내버려둔 채로 페로스와의 대화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이제껏 헌터들의 활동만 보면 나쁘진 않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긴 합니다만."


감사하다 말하는 것치곤 황자를 바라보는 페로스의 시선이 날카롭다.


"정작 제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을 거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눈치 빠르긴.

순간 뜨끔하긴 했지만 최대한 차분한 척 넘어간다.


"사실 걸리는 게 있어서."


"걸리는 거라면···."


"헌터 길드 말이야. 협업 관계를 빌미로 이곳 사정에 머리를 들이미는 건 사양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고용에 가까운···."


"한 달 정도 지냈다면 그대도 눈치챘을 텐데. 슈레인 발전의 핵심이 몬스터 토벌이라고."


바꿔 말하자면 개발을 위해선 헌터가 꼭 필요하다.

문제는 그 헌터가 헌터 길드 소속이라면.

헌터 길드에서 딴 마음을 품고 헌터들을 보내줄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확인 삼아 던진 질문에 페로스가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한다.

그렇겠지.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헌터 길드 내에서도 권력 다툼이 있을 터.

그 와중에 슈레인의 개발 건을 이용하지 않으란 법은 없다는 걸 차기 길드장 후보 중 한 사람인 페로스가 모를 리 없다.


"협업 관계를 맺기 전 그것부터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군."


"전하의 의사는 잘 알겠습니다."


얘기를 다 듣고 페로스가 이해한다는 듯 대답한다.


"하지만 지금 건 제 선에서 대답하지 않는 게 나을 듯 싶습니다."


"그대가 아니면? 길드장이 대답해야 하나?"


"차라리 그쪽이 낫겠군요."


내내 입을 다물던 헨릭이 대화에 끼어든다.


"페로스 님이 관리 감독을 맡고 계신다고는 하나, 일개 헌터보다 좀 나을 뿐이죠. 하지만 길드장이라면···."


"헌터 길드의 대표는 되어야 한다, 이건가?"


"적어도 길드장의 확언이 있다면 나중에 그걸 뒤집는 것도 쉽진 않을 겁니다."


그런가.

길드장의 한마디만 있으면 된다, 이거지?

답이 나와서 다행이긴 한데···.


"길드장에게 묻고 답변이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군."


"그렇습니다만···."


대답을 하면서도 페로스가 자꾸 황자의 눈치를 살핀다.


"괜찮으시다면 답변이 올 때까지만 체류 기간을 늘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지."


상대가 어렵게 한 부탁을 크리스토퍼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고민할 필요가 있나.

몬스터 토벌에 지하 동굴 광원 확보 작업에 참여해준 그들이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돌아가는 건 이쪽도 바라는 바가 아니니까.


"지하 동굴 건이 끝나면 각자 원하는 몬스터의 소재를 얻으라고 해."


"그 말씀은···."


"보수와는 별개로 장비 하나씩은 맞춰줄까 해서."


"가, 감사합니다!"


"···그 말은 좀 이르지 않나 싶은데."


이쪽은 소재를 가져오라고 말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고맙다고 하면 되레 반응하기 어렵다.


"갑자기 쫓아내거나 하진 않을 테니 부담 갖지 말고 지내도록."


"예! 그래도 길드장님의 답변이 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구시렁거리듯 말하는 황자를 보고 페로스가 호탕하게 웃기 시작한다.

뭐가 그리 재밌는 건지.

조금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


"콜린, 요즘···."


"야, 이놈들아!"


대장간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콜린의 노성이 들려온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냐, 금속에 공기 너무 많이 넣지 말라고!"


"죄, 죄송합니다!"


"거기! 망치 두드리는 힘이 일정하지 않아!"


"옛!"


"누구야! 대장간 문을 열어둔 게?!"


"아···. 미안하군."


"저, 전하?!"


입구에 서 있는 황자를 발견하자마자 콜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언제 오셨습니까?"


"으음, 공기를 너무 많이 넣었다고 말할 때부터?"


"하아···. 못난 꼴을 보여드렸군요."


"딱히 문제될 건 없지 않나."


콜린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태도가 거칠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원래 대장간 일이 고온과 관련된 탓에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실수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핫. 이해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요."


"요즘 바쁜가 보군."


"최근 파견 온 헌터들의 주문이 확 늘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콜린이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한다.


"거기에 제자들까지 가르치려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어찌나 짧은지 원."


"고생이 많군. 대금은 나중에 이쪽에서 지불하지."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콜린이 멋쩍어하면서 뒤통수를 벅벅 긁는다.


"워낙 주문량이 많다 보니 무료로 해드리긴 어렵겠습니다요."


"나중에 낸다니까. 1골드도 깎지 않을 테니 걱정 말도록."


"아하하! 이왕이면 고생한 것도 포함해서 넉넉하게 주십쇼!"


"고려하지."


보너스라.

그건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전하! 여기 계셨군요!"


빈스가 다급하게 대장간으로 들어선다.

호흡이 거친 걸 봐선 꽤 오랫동안 황자를 찾아다닌 듯하다.


"무슨 일이지?"


"페로스 님께서 전하를 찾으십니다."


"페로스가?"


"제가 듣기로는 헌터 길드에서 편지가 도착했다던데요."


"···! 지금 페로스는 어디에 있나?"


"전하의 저택에 계실 겁니다."


"알려줘서 고맙네!"


그 말을 남기고는 바로 대장간을 뛰쳐나와 저택으로 달려간다.


"앗, 전하! 오셨습니까?"


저택 문 앞에 있던 기사들이 황자를 반겨준다.


"페로스가 왔다고?"


"예, 지금 응접실에서 헨릭 보좌관님과 함께 계십니다."


기사들에게 짧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서둘러 응접실로 향한다.


"어서 오시지요."


안으로 들어선 황자를 보고 헨릭과 페로스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됐네."


그대로 앉으라고 하고는 서둘러 1인용 소파에 자리 잡는다.

페로스는 엉거주춤 다시 앉지만, 헨릭은 그대로 주군의 뒤에 선다.


"그래. 헌터 길드에서 편지가 왔다고?"


"그렇습니다."


페로스가 옷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 테이블 위로 올린다.


"읽어보시겠습니까?"


"어···. 그래도 되나?"


"괜찮습니다. 딱히 기밀 내용 같은 건 적히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남의 편지를 읽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조금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수신인이 봐도 된다고 허락했으니 괜찮겠지.

조심스럽게 편지를 들어 내용을 살핀다.


"···으음?"


한참 편지를 읽어나가던 크리스토퍼가 의아함을 드러낸다.


"이거 진심인가···?"


"뭐라 적혔습니까?"


내용을 묻는 보좌관을 크리스토퍼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 본다.


"길드장인 파벨론 카스가 나와 직접 대면하고 싶다는데."


"예?"


늘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는 헨릭으로선 드물게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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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황궁으로 귀환하다 24.07.03 18 1 13쪽
» 협업 관계를 맺기 어려운 이유 24.07.01 24 2 11쪽
43 오늘의 동행 상대 24.06.29 31 2 12쪽
42 어둠 속 몬스터와의 재회 24.06.27 31 2 11쪽
41 계획에도 없던 예정 24.06.24 34 2 12쪽
40 헌터 길드의 2인자, 페로스 텔루어드 24.06.23 36 2 12쪽
39 파견의 의도 24.06.22 35 2 13쪽
38 또 다른 헌터의 등장 24.06.20 41 2 12쪽
37 시험 운영 24.06.19 47 2 12쪽
36 작은 불협화음 24.06.18 47 2 11쪽
35 정체를 숨기려는 자와 협조하는 자 24.06.16 50 2 11쪽
34 그동안 카밀이 안 보였던 이유 24.06.15 60 2 13쪽
33 예상 외의 방문자 24.06.13 59 3 11쪽
32 부상 +1 24.06.12 62 2 12쪽
31 비룡의 둥지 24.06.08 60 3 11쪽
30 대안책 24.06.07 69 4 11쪽
29 지하 동굴에서의 노역 작업 24.06.05 64 3 11쪽
28 긴급 상황 뒤에 해야 할 일 24.06.04 66 2 12쪽
27 거인 나무의 숲, 더 깊은 곳으로 +1 24.06.03 75 2 13쪽
26 루이스의 결심 24.06.02 84 2 12쪽
25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 24.06.01 95 2 12쪽
24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 24.05.31 90 2 12쪽
23 어둠 속에 숨은 사냥꾼 24.05.30 88 2 12쪽
22 파비안의 동행 24.05.29 95 1 12쪽
21 소년 파비안과 약사 루이스 24.05.28 102 3 14쪽
20 원했던 결과, 하지만··· 24.05.27 121 2 11쪽
19 합작품의 성능 평가 24.05.26 124 2 12쪽
18 극단의 조치 24.05.25 132 2 12쪽
17 토벌 성공, 그리고··· 24.05.24 140 4 12쪽
16 추가분 요청 24.05.23 13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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