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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6.29 07:3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207
추천수 :
153
글자수 :
231,435

작성
24.06.24 17:42
조회
25
추천
1
글자
12쪽

계획에도 없던 예정

DUMMY

"오늘 헌터들의 활동 내용입니다."


줄리안에게서 서류를 받아 그 내용을 살핀다.


"음?"


쭉 내용을 훑던 중 한 문장에 시선이 고정된다.


"헌터들이 삭스트라 토벌에 성공했다고?"


"그것도 다섯 마리나 잡았더군요."


"아무리 인원이 많다고는 하지만 고작 열흘 만에···."


믿기지가 않는다.

파견된 헌터들이 아르크에 도착한 게 열흘 전.

그 짧은 기간 동안 마그이와나, 카포러스에 이어 삭스트라까지 토벌했다니.


"텔루어드 관리 감독관님께서 말씀하시길."


말을 잇지 못하는 황자를 대신하듯 줄리안이 말을 꺼낸다.


"삭스트라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라서 그나마 상대하기 수월했다 하셨습니다."


"요컨대 그쪽이 전문이다?"


"헌터 중에 방어가 전문인 사람이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방어라.

그런 건 크리스토퍼는 물론이고, 기사나 병사들도 중요시하지 않는다.

소규모 인원으로 토벌할 때는 그냥 회피하는 쪽이 더 나으니까.


"이 기세라면 디프로이 토벌도 가능하겠는데?"


"안 그래도 그쪽도 부탁하려던 참입니다."


"그래···."


"표정이 어두우십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라고 할 것까진 아닌데 너무 순조롭다 싶어서."


현재 토벌이 가능한 몬스터는 총 다섯 마리.

그중 셋은 파견 헌터들이 토벌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었고, 디프로이도 잡을 수 있을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페로스는 지금 어디에 있지?"


"아마 술집에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토벌을 마친 이후에는 꼭 그곳에서 헌터들과 맥주를 마신다고 들었거든요."


"그런가."


대답을 하면서 크리스토퍼가 몸을 일으킨다.


"직접 술집에 가시려는 겁니까?"


"음."


"그런 거라면 관리 감독관님께 이곳으로 오시라 전하겠습니다."


"됐어. 토벌 마치고 온 사람에게 오라 가라 하기도 좀 그렇잖아."


줄리안에게 적당히 정리하라는 말을 남긴 채 집무실을 나선다.


***


"여기 맥주 한 잔 추가!"


술집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사방으로부터 소란스러움이 확 몰려든다.


"아앗! 그거 내가 아껴 먹던 건데!"


"헤헹~♬ 이런 건 빠른 게 임자지."


"주인장! 내가 주문한 소시지 세트, 아직 멀었소?"


"좀 기다리쇼! 주문한 지 고작 5분도 안 지났구만!"


···어릴 때 가본 시장도 이 정도로 난장판은 아니었는데.

이런 감상을 느끼면서도 페로스를 찾으러 두리번 거린다.


"어이쿠!"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그대로 부딪친다.

그 충격에 청년이 들고 있던 맥주잔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씨!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마시던 맥주를 놓친 게 분한지, 상대가 버럭 화를 낸다.


"미안하군. 맥주라면 변상을···."


"됐어! 밖으로 나와!"


청년이 갑자기 크리스토퍼의 멱살을 잡아 끈다.

대체 뭐지?

한 번도 당하지 않았던 일에 어리둥절해하던 그때,


"아앗! 그 손 놓지 못해?!"


이 장면을 목격한 술집 주인이 황급하게 달려온다.


"자네, 지금 누구 멱살을 잡은 겐가!"


"알 게 뭐요, 이 자가 감히 내 맥주를···."


"이 멍청한 놈!"


어떻게든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는 청년의 뒤통수를 누군가가 세게 후려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감히 황자 전하의 멱살을 잡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청년 뒤에 나타난 페로스의 노호에 아까까지 시끄러웠던 술집이 고요해진다.


"지금 관리 감독관님께서 하신 얘기 들었어?"


"분명 황자 전하라고···."


"그렇다면 슈레인 영주이신 크리스토퍼 황자 전하?!"


"으아아~!"


사람들 사이에 잠시 속닥거림이 오가더니, 이내 하나 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하."


페로스가 면목 없다면서 크리스토퍼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인다.


"취했다고는 하나, 황자 전하를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이게 다 제 관리 부족입니다."


"너무 자책하지 말도록.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는가."


크리스토퍼가 괜찮다면서 손을 내젓는다.

파견 헌터단이 아르크에 온 지 열흘이 넘긴 했지만, 그들 중 황자와 직접 대면한 건 페로스 뿐.

다른 헌터들은 멀리서 황자의 얼굴만 본 게 전부다.

게다가 취하기까지 했으니 못 알아보는 것도 이상하진 않을 터.


"나도 잘했다곤 할 수 없지. 정신 없이 복잡한 곳에서 한눈 팔고 있었으니."


"전하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페로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자, 그걸 헌터들이 따라한다.

좀 오버인데.

이 상황이 크리스토퍼에게는 되레 부담으로 다가온다.


"저, 전하. 소인이 감히···."


아까 황자의 멱살을 잡았던 청년이 몸을 벌벌 떤다.

이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눈치챘나 보네.


"맥주는 미안하게 됐네."


괜찮다면서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술집 주인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 자에게 맥주 한 잔 내어주지 않겠나? 대금은 나중에 지불하도록 하지."


"아이고, 괜찮습니다."


술집 주인은 돈이라면 낼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물러서지 않는다.

일련의 사건에 아무 잘못도 없는 그가 손해를 보게 되는 거니까.


"그보다 페로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이대로 술집에 계속 있다가는 헌터들이 불편할 게 뻔하다.

그렇게 판단한 크리스토퍼는 페로스와 함께 술집을 나온다.


"미안하군. 괜히 시간을 뺏게 한 거 같은데."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제게 하실 말씀이 무엇인지요?"


"음, 오늘 삭스트라 토벌에 성공했다지."


"그렇습니다."


"다섯 마리나 잡은 걸 봐선 꽤 상대하기 적당했나 보군."


"아하하, 그렇지도 않습니다."


페로스가 말도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젓는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걸 막아세우느라 헌터들, 특히 방어가 전문인 이들이 고생 좀 했지요."


"단합이 무척 잘 되나 보군."


"가끔 다른 지부에서 대규모 토벌 건이 들어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지금 멤버들과 합을 맞추곤 했습니다."


즉, 같이 온 헌터들은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란 건가.

단순히 랭크 순으로 뽑아온 건 아니었군.


"그대들이 이렇게 성과를 내어주니 받아들인 보람이 있군 그래."


"그리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황자의 말이 무척 만족스러웠는지 페로스가 씩 웃는다.


"삭스트라를 토벌할 정도라면 디프로이도 상대할 수 있겠는걸."


"아, 늪 지대에 산다는 그 몬스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것도 힘으로 맞붙는 녀석이라 쉽게 토벌할 수 있지 않을까? 진흙 공격이 좀 성가시긴 하지만."


"그렇군요. 나중에 슈미트 연구원의 자료를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 니그로가 협력해주었나?"


"덕분에 몬스터 토벌이 수월했지요."


시원스럽게 웃는 페로스와는 달리 크리스토퍼의 기분이 오묘해진다.

니그로 이 녀석.

요즘 통 안 보인다 했더니 파견 헌터단을 돕고 있었나.


"그 외에 달리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페로스가 다른 화제가 있는지 묻는다.

밤이 늦어져서인지 슬슬 대화를 마무리해야겠다 판단한 눈치다.


"달리 할 말은···. 아."


다른 용건을 없다고 말하려다가 이내 생각이 바뀐다.


"혹시 헌터들 중에 어둠 속에서 활동이 가능한 자가 있나?"


"으음, 몇 명 있긴 합니다만···.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황야에 지하 동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예,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금속이 있다고 얼핏 듣긴 했습니다만."


알리콘에 관한 것도 들었나.

추가 채굴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현재 장비 제작에는 전혀 안 쓰이는 중인 광물.

가능하면 비밀로 해두고 싶었건만···.


"그곳을 개발하려고 해도 엄청 빠른 몬스터가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


"그렇게 빠릅니까?"


"속도도 속도인데, 내부가 너무 어두운 게 더 문제지."


내부를 밝히기 위해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어둠 속에서도 무리 없이 활동하는 몬스터가 있어서 문제.

그 몬스터를 잡으려니 시야 확보가 안 된다는 게 또 문제.

이 탓에 지하 동굴의 개발을 유보해야 했다.


"고랭크 헌터들이 온 이상, 그쪽으로도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데."


"물론 도와드리겠습니다만."


흔쾌히 대답한 것치곤 페로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너무 어둡다는 게 조금 걸리는군요."


"역시 어렵나?"


"최소한의 광원을 확보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그렇게 되나.

하긴 앞이 안 보이면 다 소용 없긴 하지.


"그럴 거면 몇 명을 추리는 것보다는 그냥 전원을 동원시키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전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여차하면 단순 노동에라도 투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헌터라서 힘 하나만큼은 남아도니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란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관리 감독관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도움을 안 받을 수가 없군."


"도움이 된다면야 뭐든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헌터 전원 대기시켜 놓도록. 자세한 건 줄리안을 통해 전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칱 크리스토퍼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이런 식으로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얘기가 나오니 내일 일정까지 잡고 말았다.


"뭐부터 해야하나···."


아무래도 오늘 일찍 자긴 글렀는걸.

그런 예감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


"꽤 넓은데."


지하 동굴에 도착한 헌터들이 내부를 보면서 감탄한다.


"자,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할 일부터 하지."


"옛!"


페로스의 한마디에 헌터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벽으로 다가간 빈스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헌터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다들 출발 전에 이걸 받으셨죠?"


빈스가 가방에서 벽에 설치할 수 있는 램프를 꺼낸다.


"우선 평평한 벽을 찾아서 못으로 단단하게···."


헌터들이 설명에 집중하는 동안, 크리스토퍼는 동굴 내부를 훑어본다.

지금으로선 몬스터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이긴 하지만 이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전하."


주변을 살피던 황자에게 페로스가 헌터 몇 명을 데리고 다가온다.


"정찰을 맡을 인원을 추려왔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헌터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핀다.


"음? 그대는···."


그러던 중 익숙한 얼굴에 시선이 고정된다.


"어제 내 멱살을 잡았던 그 자군."


"그, 그때는 정말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청년이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음."


무척 미안해하는 청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미 지난 일이고 사과까지 받았는데.

그 정도는 살다 보면 있을 만한 일 아닌가.

이쪽에선 별 일 아니라고 하는데도 상대가 내내 신경 쓰고 있으니 영 불편하다.


"닐 자네는 특히 열심히 하라고."


"예, 옛!"


상사의 한마디에 닐이라 불린 청년이 힘차게 대답한다.

뭐, 할 일만 제대로 해준다면야 문제 없지.


"전하, 지휘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엥? 내가?"


"그야 이곳을 가장 잘 아시는 건 전하시니까요."


"···지휘 같은 건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퉁명스러운 황자의 말투에 아랑곳 않고 페로스가 부드럽게 말을 이어간다.


"우선 여기서 주의할 점부터 알려주시죠."


결국 페로스의 말에 따라야 하나.

끌려가는 기분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빠른 시간 내에 이곳 지하 동굴의 광원 확보 작업을 마쳐야만 하니까.

반쯤 포기한 기분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헌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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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오늘의 동행 상대 24.06.29 13 1 12쪽
42 어둠 속 몬스터와의 재회 24.06.27 18 1 11쪽
» 계획에도 없던 예정 24.06.24 26 1 12쪽
40 헌터 길드의 2인자, 페로스 텔루어드 24.06.23 31 2 12쪽
39 파견의 의도 24.06.22 29 2 13쪽
38 또 다른 헌터의 등장 24.06.20 35 2 12쪽
37 시험 운영 24.06.19 40 2 12쪽
36 작은 불협화음 24.06.18 40 2 11쪽
35 정체를 숨기려는 자와 협조하는 자 24.06.16 42 2 11쪽
34 그동안 카밀이 안 보였던 이유 24.06.15 52 2 13쪽
33 예상 외의 방문자 24.06.13 52 3 11쪽
32 부상 +1 24.06.12 53 2 12쪽
31 비룡의 둥지 24.06.08 51 3 11쪽
30 대안책 24.06.07 58 4 11쪽
29 지하 동굴에서의 노역 작업 24.06.05 56 3 11쪽
28 긴급 상황 뒤에 해야 할 일 24.06.04 55 2 12쪽
27 거인 나무의 숲, 더 깊은 곳으로 +1 24.06.03 66 2 13쪽
26 루이스의 결심 24.06.02 74 2 12쪽
25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 24.06.01 85 2 12쪽
24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 24.05.31 82 2 12쪽
23 어둠 속에 숨은 사냥꾼 24.05.30 81 2 12쪽
22 파비안의 동행 24.05.29 86 1 12쪽
21 소년 파비안과 약사 루이스 24.05.28 93 3 14쪽
20 원했던 결과, 하지만··· 24.05.27 114 2 11쪽
19 합작품의 성능 평가 24.05.26 118 2 12쪽
18 극단의 조치 24.05.25 126 2 12쪽
17 토벌 성공, 그리고··· 24.05.24 134 4 12쪽
16 추가분 요청 24.05.23 128 3 13쪽
15 어둠 속에서 나타난 바위의 용 24.05.22 130 4 11쪽
14 황자이면서 황자답지 않은 그 사람 24.05.21 14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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