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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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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6.29 07:3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193
추천수 :
153
글자수 :
231,435

작성
24.06.27 05:24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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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어둠 속 몬스터와의 재회

DUMMY

"너무 멀리 온 거 같은데요."


걱정스럽게 물은 닐이 뒤를 돌아본다.

보이는 거라곤 어둠 뿐.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긴 하지만, 애써 귀를 기울여야 할 정도다.


"위험하니 작업 현장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선 정찰하러 온 의미가 없잖나."


대답을 마친 크리스토퍼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정 불안하면 그대 먼저 돌아가든지."


"그, 그런 거 아닙니다!"


황자의 도발 섞인 한마디에 닐이 울컥한다.


"전하와의 동행에 지원한 제가 뭐 불안한 게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궁금했는데 말이야."


걸음을 멈춘 크리스토퍼가 닐을 돌아본다.


"왜 정찰에 지원했나?"


"죄송합니다만,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는데요."


"날 불편하게 생각할 사람이 먼저 정찰 동행에 나설 줄은 몰랐는데."


"그, 그게···!"


질문의 뜻을 이해한 닐이 몹시 당황해한다.


"저~얼대 의도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어제의 무례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그게 의도가 아니면 뭐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 일을 신경 쓰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다니.


"아까도 말하려고 했는데, 그 일이라면 이제 됐어."


"아닙니다!"


갑자기 닐이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이고 만다.


"헌터가 술 때문에 시비가 붙었다는 것만으로도 창피해야 하지 않습니까?"


"정 그렇게 생각하면 술을 끊든가."


"커헉!"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닐이 적잖은 충격을 받고 만다.


"마, 많이 들은 말이긴 한데···."


"그런데도 술은 포기 못하시겠다?"


"그것이···."


어쩔 줄 몰라 할 만큼 당황함에도 불구하고 닐은 끝까지 금주하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한다.


“그래 가지고 정말로 미안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데.”


"하, 하겠습니다!"


진의를 의심하는 황자의 발언에 닐이 서둘러 답한다.


"술 따윈 제가 마음만 먹으면···!"


"그것 참 잘 됐군."


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크리스토퍼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최근 아르크 주민들 사이에서 술 취해서 난동 부리는 헌터들 때문에 이만저만 걱정한 게 아니었거든."


그리고는 미소와 함께 결정타를 날린다.


"그대가 앞장서서 금주한다면 다른 헌터들도 본을 받겠지."


"그, 그럴 겁니다. 아하하···."


닐의 메마른 웃음을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까지 해뒀으니 이제 죄책감을 보이지는 않을 터.

한 건 해냈다는 생각에 매우 뿌듯하다.


"그런데 저희는 어디까지 가야 합니까?"


닐이 다시 뒤를 돌아본다.

희미한 망치질 소리는 이제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몬스터가 발견될 때까지."


"예? 모, 몬스터를 찾는 중이었습니까?!"


"헌터들을 데려온 김에 아예 토벌해버리려고."


"그런 거라면 인원을 늘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아니, 적은 게 나아."


정체불명의 몬스터는 어둠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활동할 수 있다.

반대로 이쪽은 광원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불가능.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인원까지 많다는 건,


"몬스터에게 대놓고 식사 대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


그제야 이해가 됐다면서 닐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런데 그 몬스터를 저희가 잡을 수 있을까요? 전하께서도 전에 못 잡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서 어둠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동행으로 원했는데."


크리스토퍼의 시선이 닐에게 향한다.


"그대가 너무 자신 있게 지원해서 조건이 맞는지까지는 잘 모르겠군."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심스러웠던 닐의 태도가 갑자기 당당해진다.


"이래 봬도 전 밤사냥이 특기라서요."


"밤사냥이라. 정확하게 뭘 사냥하나?"


"당연히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죠."


순간 머리가 정해진다.

현상금이라고?


"즉, 그대는 현상금 전문 헌터라는 건가?"


"그렇죠."


"···그런 사람이 굳이 몬스터 토벌에 참가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으음, 사정이 좀 있어서요."


닐이 멋쩍다는 듯 뺨을 긁적인다.

더 이상 말을 안 하는 걸 봐선 꽤 복잡한 사정인 듯싶다.

궁금하긴 해도, 사적인 걸 대놓고 물어도 될 지 모르겠다.


"···음?"


그 사정을 물어볼지 말지를 한참 고민하던 그때,


"전하, 근처에 뭔가가 있습니다."


갑자기 긴장한 닐이 조용히 상황을 전한다.


"위치는?"


"1시에서 2시 방향 사이입니다."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둠 뿐인 그곳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바라보니 검은 실루엣이 홱 지나간다.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지난 번에 봤던 그 몬스터가 틀림없다.


"그대, 사용하는 무기가 뭐지?"


"크로스보우입니다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닐이 등에 메고 있던 크로스보우를 양손으로 잡는다.


"혹시 앞발을 노릴 수 있겠나?"


"해보겠습니다만 너무 어두워서···."


잘할 자신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닐이 자세를 잡는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몬스터에 맞춰 계속 화살 끝을 이리저리 옮긴다.

그러던 중, 기회라고 여겼는지 크로스보우의 방아쇠를 당긴다.


"끼에엑~!"


몬스터의 비명이 명중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잘했어!"


짧은 치하의 말을 남긴 직후, 그대로 몬스터에게 달려든다.

높이 든 검을 그대로 내려찍었지만, 간발의 차로 몬스터가 몸을 피하는 바람에 꼬리 끝만 조금 잘리는 걸로 끝난다.


"쳇!"


한심한 나머지 혀를 찬다.

간신히 생긴 기회를 이런 식으로 날리다니.


"무슨 일인가?!"


저 멀리서 페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웅성거림이 가까워지는 걸 봐선 소란을 눈치챈 헌터들이 이쪽으로 오는 듯하다.

그걸 눈치챈 몬스터 역시 동굴 안쪽으로 도망쳐 버린다.


"앗! 몬스터가···!"


"됐어, 추적하지 마."


당장이라도 몬스터를 쫓아가려는 닐을 만류한다.


"하지만···!"


"그대가 얼마나 밤 사냥에 자신 있는지는 몰라도 현재로선 이쪽이 훨씬 불리하다고."


이곳 지하 동굴은 녀석의 영역.

그에 반해 이쪽이 아는 곳이라고는 입구 주변이 전부.

안쪽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이상, 무작정 뒤를 쫓을 수 없다.


"전하! 무사하십니까?!"


닐이 단념하던 그때, 헌터들을 이끄는 페로스가 다가온다.


"괜찮네. 딱히 다친 곳은 없으니."


"그렇습니까? 후우···."


페로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꽤 걱정했나 보네.

그 마음 씀씀이가 기쁘긴 한데, 불편하다는 기분이 더 크다는 게 본심이다.

딱히 친분이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데.


"그, 그보다."


멋쩍은 마음에 서둘러 화제를 돌리기로 한다.


"광원 확보 작업은 어떻게 됐지?"


"거의 끝나갑니다."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듯 페로스가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쯤이면 남은 인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겠군요."


"그런가."


"오늘처럼 조금씩 설치하다 보면 이곳도 밝아지겠지요."


너무 낙관적인 판단 같은데.

이곳 지하 동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는데.


"···뭐, 내일도 부탁하지."


"물론입니다."


"그럼 마무리하고 귀환하지."


"예!"


페로스와 헌터들이 힘차게 대답한다.

그들에게 아까 잘라낸 몬스터의 꼬리를 챙기라고 지시한 후 입구로 돌아가려 했지만,


"끄응···."


자리를 뜨는 다른 일행들과는 달리 닐이 복잡한 표정으로 동굴 안쪽을 바라본다.


"왜 그러나?"


"예? ···아, 아닙니다. 아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린 닐이 서둘러 일행의 뒤를 쫓는다.

수상한데.

뭔가 있다는 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정작 그게 뭔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


"오옷!"


천을 걷어내고 보인 꼬리 조각에 니그로늬 눈이 바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녹테안기스의 꼬리군요! 엄청 귀할 텐데···!"


녹테안기스.

그게 그 몬스터의 이름인가.

역시 안기스 계열의 몬스터가 맞았구나.


"귀한 건가?"


"증조부의 기록에 의하면 녹테안기스는 햇빛이 전혀 안 드는 곳이 주요 서식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어둠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어둠 속이 생활터인 녹테안기스와는 마주치는 일 자체가 드물 터.


"아예 햇빛을 안 보고 산다면 강한 빛을 보면 뭔가 이상이라도 생겨야 하는 거 아냐?"


처음으로 녹테안기스를 떠올린다.

어떻게든 빠른 속도를 막고자 섬광탄을 썼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녹테안기스의 눈은 거의 안 보일 정도로 퇴화했다더군요."


"퇴화라고?"


"빛이라곤 전혀 들지 않는 곳에서 살다 보면 굳이 시야란 게 필요 없겠죠."


아하, 그렇군.

섬광탄이 먹히지 않았던 건 빛을 볼 시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나.

의문이 풀린 건 좋지만 반대로 더 큰 문제로 비약한다.


"그럼 녹테안기스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데?"


어둠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 빠르기까지 하다.

게다가 섬광탄으로 빈틈을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다.


"이래선 토벌도 못한다고!"


"일단 진정하시지요."


슬슬 머리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황자를 니그로가 다독거린다.


"기본적으로 안기스 계열 몬스터는 열에 민감합니다."


"열이라."


앵무새처럼 그 말을 따라하는데 조금 분노가 사그라든다.


"열을 감지하는 기관이 따로 있어서 그걸로 먹잇감을 찾아낸다는 기록이 남았습니다."


"그 먹잇감에는 인간도 포함되었겠지."


"예, 뭐···."


고개를 끄덕이는 니그로의 표정에서 불편한 기색이 엿보인다.

아무리 사실이라고는 하나, 자신이 몬스터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게 불쾌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연구원의 기분 따윈 어찌 되든 상관 없다는 듯 크리스토퍼는 새로운 의문점을 제시한다.


"그대의 증조부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지? 직접 몬스터를 잡아 해부하기라도 했나?"


전부터 희미한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번 새로운 몬스터의 단서를 제시할 때마다 니그로는 제때 답을 내놓았으니까.


"으음, 증조부께서 해부를 하신 건 맞습니다만."


니그로가 팔짱 낀 채로 시선을 허공으로 보낸다.


"토벌은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누군데? 많은 몬스터를 토벌할 정도면 평범한 인간은 아닐 테고."


"그게···. 증조부의 기록에 남은 건 그의 이름 뿐이라서요."


니그로가 무척 곤란하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보통 연구를 도와준 이가 있다면 그의 업적을 따로 기록해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모르지, 토벌을 도맡았다는 그 사람이 본인에 관한 기록을 남기기 싫어했을 수도 있잖아."


"오호, 그럴 수도 있겠군요."


조금은 어두웠던 니그로의 안색이 밝아진다.

아까까지 본인의 증조부가 매정하다는 감상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그 토벌 전담자 이름이 뭔데?"


"파벨론 카스입니다."


"파벨론 카스···. 파벨론 카스."


연구원이 알려준 이름을 몇 번이나 읊조린다.

이상하다.

왜 그 이름이 낯설지가 않지?

게다가 최근 들은 기억이···.


"아앗! 생각났다!"


"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자가 버럭 소리 지르는 바람에 놀란 니그로지만, 그래도 질문하는 걸 잊지 않는다.


"분명 헌터 길드의 길드장 이름이 파벨론 카스였어."


"···예? 예엣~?!"


엄청난 사실에 니그로가 경악한다.

사실 말을 꺼낸 크리스토퍼도 마찬가지다.

설마 헌터 길드의 흔적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머리가 따라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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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오늘의 동행 상대 24.06.29 13 1 12쪽
» 어둠 속 몬스터와의 재회 24.06.27 18 1 11쪽
41 계획에도 없던 예정 24.06.24 25 1 12쪽
40 헌터 길드의 2인자, 페로스 텔루어드 24.06.23 31 2 12쪽
39 파견의 의도 24.06.22 29 2 13쪽
38 또 다른 헌터의 등장 24.06.20 35 2 12쪽
37 시험 운영 24.06.19 39 2 12쪽
36 작은 불협화음 24.06.18 39 2 11쪽
35 정체를 숨기려는 자와 협조하는 자 24.06.16 41 2 11쪽
34 그동안 카밀이 안 보였던 이유 24.06.15 52 2 13쪽
33 예상 외의 방문자 24.06.13 52 3 11쪽
32 부상 +1 24.06.12 53 2 12쪽
31 비룡의 둥지 24.06.08 51 3 11쪽
30 대안책 24.06.07 58 4 11쪽
29 지하 동굴에서의 노역 작업 24.06.05 56 3 11쪽
28 긴급 상황 뒤에 해야 할 일 24.06.04 55 2 12쪽
27 거인 나무의 숲, 더 깊은 곳으로 +1 24.06.03 66 2 13쪽
26 루이스의 결심 24.06.02 74 2 12쪽
25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 24.06.01 85 2 12쪽
24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 24.05.31 82 2 12쪽
23 어둠 속에 숨은 사냥꾼 24.05.30 81 2 12쪽
22 파비안의 동행 24.05.29 86 1 12쪽
21 소년 파비안과 약사 루이스 24.05.28 93 3 14쪽
20 원했던 결과, 하지만··· 24.05.27 114 2 11쪽
19 합작품의 성능 평가 24.05.26 117 2 12쪽
18 극단의 조치 24.05.25 126 2 12쪽
17 토벌 성공, 그리고··· 24.05.24 134 4 12쪽
16 추가분 요청 24.05.23 128 3 13쪽
15 어둠 속에서 나타난 바위의 용 24.05.22 129 4 11쪽
14 황자이면서 황자답지 않은 그 사람 24.05.21 14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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