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6.27 05: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4,942
추천수 :
148
글자수 :
226,161

작성
24.06.18 07:41
조회
35
추천
2
글자
11쪽

작은 불협화음

DUMMY

"여기로 하지."


크리스토퍼가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아르크에서도 빈집이 밀집한 구역.

그곳의 중앙에 빈 공간을 지정하자, 동행한 헨릭과 조나단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에 헌터 길드 본부를 세우시겠다는 거군요."


"자리는 괜찮지만, 새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건 좀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어쩔 수 없잖아. 이 주위에 큰 건물이 없으니."


많은 헌터들이 드나들 걸 생각하면 최소 마을 회관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변의 빈집들은 하나 같이 가정용.

그래서 이참에 헌터 길드 본부를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그럼 인부들을 모아 논의부터···."


"전하~!"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던 그때, 누군가가 다급하게 다가온다.


"카밀? 여긴 어쩐 일이지?"


"잠시 저와 얘기하시죠."


이렇다 할 이유도 말하지 않은 카밀에게 붙들린 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려간다.


"전하, 헌터 길드를 새로 설립하겠다고 말씀하신 게 맞습니까?"


빈집의 뒤로 들어서자마자 카밀이 대뜸 본론을 꺼낸다.


"그게 왜? 뭐 문제 있어?"


"아뇨. 문제는 그쪽이 아니라···."


카밀이 도통 말을 잇지 못한다.

헌터 길드를 설립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봐선 다른 걸 지적하려는 모양새다.


"줄리안 때문인가?"


다른 문제점이 뭔지 눈치챈 크리스토퍼가 먼저 운을 뗀다.

어제 줄리안을 직접 만나 슈레인 전용 헌터 길드를 설립한다는 소식과 함께 운영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별 말 없기에 수락하려나 싶었는데, 속내는 그게 아니었다 보다.


"그를 헌터 길드의 운영자로 삼겠다고 해서?"


"그겁니다!"


기다렸다는 듯 카밀이 다급하게 외친다.


"왜 줄리안입니까? 헌터 길드의 운영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맡길 사람이 달리 있는 줄 알아?"


사정도 모르는 부하를 향해 눈을 흘긴다.


"헌터 길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면서 어느 정도 머리도 좋은 인물이 줄리안 말고 또 있어?"


"그야···."


"아니면 네가 할래?"


"봐주십시오···."


카밀의 어깨가 움츠러드는 모습에 작게 혀를 찬다.

본인도 못 하는 걸 따지러 오다니.


"네가 이렇게까지 반응한다는 건 줄리안 역시 불만을 가졌다고 봐야 하나?"


"불만까지는 아니고, 부담스러워 하는 정도죠."


"부담스럽다고? 뭐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녀석은 일개 헌터일 뿐인걸요."


헌터 길드에 소속됐다고는 하나, 내부적인 운영에 관한 건 깜깜할 터.

그런 사람에게 덜컥 슈레인 전속 헌터 길드의 운영을 맡긴다니.


"그런 거라면 누구라도 부담스러워 한다고요."


"그렇겠지."


"···저 지금 남 얘기 하는 게 아닙니다만."


부하의 투덜거림에도 크리스토퍼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맞겠지.

예상은 했었다.

새로운 헌터 길드의 운영을 맡기면 줄리안이 분명 부담 가질 거라고.

그래도···.


"우리는 줄리안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현재 슈레인은 개발이 진행 중.

그걸 위해 영주인 크리스토퍼는 물론이고, 아르크의 전 주민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발 벗고 나선다.

다들 자발적으로 나서 주긴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영주가 그들에게 협력을 요구하는 걸로 되었다.


"줄리안도 아르크에 정착한 이상, 할 일은 해야 하잖아."


"하고 있잖습니까. 헌터로서 몬스터를 토벌하는데."


"마그이와나 잡는 게 고작인데 무슨."


게다가 혼자서 마그이와나를 잡을 수 있다고는 하나, 경험 부족으로 인해 다치는 일이 잦다.

그 탓에 병사가 보호자로 동행해야 한다.


"만약 내 부탁을 거절한다고 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각오해야겠지."


"저, 전하···!"


황자의 발언에 카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다.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미쳤어? 널 협박해서 뭐가 좋다고."


"저 말고 줄리안 말입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카밀이 버럭 소리친다.


"어떻게 영주란 분이 주민을 협박하실 생각을 다 하시는 거죠?"


"거 듣기 거북하네. 협박은 무슨 협박이야? 이쪽에서 정착하도록 도움을 준 게 얼만데."


줄리안에게 정착 허가를 내준 직후부터 많은 편의를 봐줬다.

살 집을 내어주기도 하고.

토벌한 마그이와나를 아르크까지 옮겨주고 해체업자까지 지원해주었다.

그걸 전부 누리고 이쪽 부탁은 무시한다?


"그런 건 얌체나 할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야 그렇죠···."


카밀이 맞장구치는 걸 보고 내심 안도한다.

혹시라도 반박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줄리안은 어딨지?"


"아까 술집으로 가는 걸 봤습니다. 병사들에게 볼 일이 있던 거 같던데요."


"그렇군."


간결하게 대답하고는 카밀에게 등을 보인다.


"어디 가시려고요?"


"네가 아까 말했잖아. 줄리안이 술집에 갔다고."


"그 말씀은···."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해보던 카밀이 화들짝 놀란다.


'줄리안을 만나러 가신다고요? 그것도 지금?"


"당연하지. 너랑 암만 입 아프게 얘기해봤자 당사자와 직접 대면하는 것만 못하니까."


"자, 잠시만요, 전하!"


카밀이 애타게 부르는 것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긴다.

혹시라도 앞길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자꾸 발걸음이 빨라져만 간다.


***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부탁은 제가 드려야죠."


아르크의 유일한 술집.

청년들의 아지트로도 이용되는 그곳에 가까워질 때쯤, 문이 열리면서 줄리안과 빈스가 밖으로 나온다.


"어이~! 줄리안!"


"음?"


이름이 불린 줄리안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저, 전하?!"


그리고 부른 사람이 황자라는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란다.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오셨습니까?"


그에 반해 빈스는 차분하게 예를 갖춘다.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줄리안하고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그대는 뭐 하려고 했나?"


"마그이와나 토벌에 함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가, 흐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크리스토퍼가 곧 입을 연다.


"좋아, 오늘은 내가 동행하기로 하지."


"예엣~?! 저, 전하께서요?!"


"그리 놀랄 거 없어. 원래 토벌은 내 주요 업무니까."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전하~!"


줄리안이 머뭇거리는 사이, 카밀이 숨을 헐떡이면서 달려온다.


"제가, 헉···. 그리 불렀으면, 헉···. 좀 기다려주시지."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황자를 향한 불평을 멈추지 않는다.

···이 녀석, 요즘 들어 대담해졌달까.

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던 투덜거림을 자연스럽게 입에 담고 있단 말이지.

불평하는 것까지는 문제 없지만, 나중에는 헨릭처럼 악담을 퍼붓는 건 아닐까.

조금은 걱정된다.


"디르케 백작님도 오셨군요."


뒤이어 나타난 카밀을 줄리안이 조용히 부른다.


"어, 어어. 줄리안."


그런 그를 향해 카밀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친구보다는 채무자를 대하는 듯한 태도다.


"오늘도 마그이와나를 토벌하러 가는 거야?"


"그 외에 헌터인 제가 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크리스토퍼는 작게 혀를 찬다.

헌터라서 몬스터 토벌 외에 할 일이 없어?

거기에 맞장구쳐?

두 사람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참, 카밀 너도 마그이와나를 잡을 수 있다고 했지?"


"예? ···아, 예. 그렇죠."


"카밀···, 아니, 디르케 백작님께서도 무기를 다룰 줄 아셨습니까?"


줄리안이 놀란 눈으로 카밀을 바라본다.

그럴 만도 하다.

카밀이 무기, 그중에서 총을 다루기 시작한 건 이곳 아르크에 온 이후부터였으니까.

이전에는 무기는커녕, 운동도 거의 안 했겠지.


"잘 됐네. 그럼 너도 같이 가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자의 제안에 카밀이 의아해한다.

지금 막 도착한 탓에 아까 있었던 대화를 전혀 못 들은 눈치다.


"줄리안이 마그이와나 토벌하는데 너도 끼라고."


"저, 저도요?"


"이참에 네 친구에게 실력 좀 선 보이라고."


"굳이 그럴 필요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줄리안?!"


친우의 긍정적인 반응에 카밀이 적잖이 놀란다.


"저도 궁금하군요, 백작님의 무기 다루는 실력이 어떤지."


"···너랑 비교할 수준은 아냐.”


자신 없다는 듯 카밀의 어깨가 축 처진다.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

대형급 몬스터 토벌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헌터로서 몇 년이나 활동한 친우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걸.


"뭐, 어때?"


정작 제안한 당사자인 크리스토퍼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이참에 네 총 다루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자고."


"제발 부탁입니다. 전 빼주세요···."


"됐고 이따가 입구에서 보자고."


부하의 애원도 크리스토퍼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어딜 빠져나가려고 해?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제까지 꽁꽁 숨겨뒀던 그 사격 실력 좀 봐야겠다.


"각자 준비하고 한 시간 이내로 모여, 알겠나?"


"전 어찌할까요?"


"빈스 자네는 아르크에서 대기하도록."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는 저택으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줄리안은 크로스보우, 카밀은 총.

둘 다 원거리 무기를 다루는 탓에 방어가 허술할 터다.


"카밀 녀석이 회피를 잘 할 거 같진 않은데."


총 다루는 게 아직 서툰 카밀이 어떻게 몬스터를 토벌할지 매우 흥미로운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


"으악!"


카밀이 비명을 지르면서 서둘러 몸을 피한다.

그 직후, 마그이와나의 커다란 몸이 자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저 몸을 굴리는 공격, 정말 마음에 안 들어!"


"···별 수 있냐. 저쪽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건데."


오히려 쉽게 잡혀주는 쪽이 수상한데.

아주 당연한 상식도 모르는 부하를 향해 눈을 흘긴다.


"카밀! 꼬리!"


"응? ···우왁!"


잠시 어리둥절하던 카밀이 마그이와나가 휘두른 꼬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완벽하게 토벌을 마치기 전까지는 절대로 마음을 놓아선 안 되는데.

역시 병사들과 함께 토벌 업무를 맡겨야지.

그러면 토벌 지식을 어느 정도 익히긴 하지 않을까란 기대를 조금이나 해본다.


"폭발탄을 써!"


그렇게 외친 줄리안이 마그이와나 주위를 빠르게 돌면서 화살을 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그이와나의 몸이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가득 꽂힌다.


"폭발탄, 폭발탄···."


그 사이 카밀이 가방 안을 다급하게 뒤진다.

한참 시간이 걸린 끝에 탄창 하나를 겨우 꺼내고는 들고 있던 총에 장착한다.


"받아랏!"


카밀의 외침, 그리고 큰 폭발음.

그리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마그이와나의 전신이 불길에 휩싸인다.

고통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던 마그이와나가 어떻게든 몸에 붙은 불을 끄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줄리안이 쏜 화살이 마그이와나의 가슴, 정확하게는 심장을 꿰뚫는다.

치명타를 받은 마그이와나의 몸이 잠시 멈칫하지만 이내 바닥으로 쓰러진다.


"해, 해냈다!"


마그이와나가 쓰러진 걸 보고는 카밀이 뛸 듯이 기뻐한다.

그 모습이 크리스토퍼에게는 조금 의외다.

마그이와나라면 꽤 많이 상대한 거 아니었나?

아무래도 자신이 착각한 듯싶다.

앞으로는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자고 반성하는 크리스토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어둠 속 몬스터와의 재회 24.06.27 12 1 11쪽
41 계획에도 없던 예정 24.06.24 20 1 12쪽
40 헌터 길드의 2인자, 페로스 텔루어드 24.06.23 26 2 12쪽
39 파견의 의도 24.06.22 26 2 13쪽
38 또 다른 헌터의 등장 24.06.20 32 2 12쪽
37 시험 운영 24.06.19 35 2 12쪽
» 작은 불협화음 24.06.18 36 2 11쪽
35 정체를 숨기려는 자와 협조하는 자 24.06.16 37 2 11쪽
34 그동안 카밀이 안 보였던 이유 24.06.15 48 2 13쪽
33 예상 외의 방문자 24.06.13 48 3 11쪽
32 부상 +1 24.06.12 49 2 12쪽
31 비룡의 둥지 24.06.08 49 3 11쪽
30 대안책 24.06.07 55 4 11쪽
29 지하 동굴에서의 노역 작업 24.06.05 54 3 11쪽
28 긴급 상황 뒤에 해야 할 일 24.06.04 53 2 12쪽
27 거인 나무의 숲, 더 깊은 곳으로 +1 24.06.03 64 2 13쪽
26 루이스의 결심 24.06.02 70 2 12쪽
25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 24.06.01 82 2 12쪽
24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 24.05.31 79 2 12쪽
23 어둠 속에 숨은 사냥꾼 24.05.30 78 2 12쪽
22 파비안의 동행 24.05.29 82 1 12쪽
21 소년 파비안과 약사 루이스 24.05.28 89 3 14쪽
20 원했던 결과, 하지만··· 24.05.27 108 2 11쪽
19 합작품의 성능 평가 24.05.26 110 2 12쪽
18 극단의 조치 24.05.25 118 2 12쪽
17 토벌 성공, 그리고··· 24.05.24 128 4 12쪽
16 추가분 요청 24.05.23 122 3 13쪽
15 어둠 속에서 나타난 바위의 용 24.05.22 122 4 11쪽
14 황자이면서 황자답지 않은 그 사람 24.05.21 135 3 13쪽
13 대장장이들의 자존심 싸움 24.05.20 140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