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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6.27 05: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4,943
추천수 :
148
글자수 :
226,161

작성
24.05.25 05:31
조회
118
추천
2
글자
12쪽

극단의 조치

DUMMY

"하압!"


기합과 동시에 크리스토퍼는 눈앞에 놓인 바위를 양손검으로 베어버린다.


"오오!"


그걸 본 아르크 주민들과 황도에서 온 사람들의 눈이 커진다.


"봤나? 저렇게 큰 바위를 검으로 베다니."


"역시 전하는 대단하시다니까."


"괜히 슈레인의 새로운 영주가 되신 게 아니었어."


···저런 말은 자신이 없는 데서 해주면 안 되나?

듣고 있으면 창피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고.

아니, 아니.

지금은 주위의 말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헨릭."


"예."


다가온 헨릭이 검의 칼날을 살핀다.


"날이 상당히 상했군요."


"어, 얼른 날을 세우겠습니다!"


좀 떨어진 곳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안드레가 다급하게 달려온다.

그는 황자의 손에 있던 양손검을 빼앗듯이 받아 들고는 공방으로 달려간다.


"흥! 한심하기는."


도망치듯 달려가는 안드레의 뒷모습을 보면서 콜린이 코웃음친다.

그리고는 황자를 향해 기쁜 듯이 말한다.


"이걸로 승부는 제가 이긴 거 맞습죠?"


"뭐, 자네가 만든 무기가 괜찮긴 했지."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콜린이 만든 검도 시험해 보았다.

그 결과, 안드레가 만든 양손검보다는 훨씬 튼튼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삭스트라의 소재가 쓰인 걸 잘 드러내는 디자인 역시 가산점을 줄 만하다.


"···어째 대답이 시원찮습니다만."


확실하게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황자를 콜린이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제 무기에 뭔가 부족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딱히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고개를 돌린 크리스토퍼의 시선이 한 기사, 정확하게는 그가 들고 있는 삭스트라 소재의 검에 향한다.


"단지 검의 손잡이가 좀 불편하던데."


"손잡이···요?"


"혹시 손잡이를 감싼 가죽끈이 삭스트라의 가죽으로 만든 거 아닌가? 꽤 딱딱하던데."


"그, 그랬습니까?"


단점을 들은 콜린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한 얘기가 아니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한 얘기인데."


"뭐라고 하던가요?"


"꽤 무겁다더군. 안드레의 양손검과 무게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라고 하던가."


콜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진다.

분명 한손검으로 만들었을 텐데 양손검에 가까운 무게라니.

그래서는 사용자를 찾기 어려울 터.

수요가 적다면 마그이와나 소재의 장비처럼 타지방에 팔기도 어렵겠지.


"죄송합니다. 저도 많이 부족했군요."


"너무 자책하지 마. 그런 의도로 말한 거 아니니까."


"일단 전하께서 지적해주신 부분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에게 검을 받아든 콜린이 대장간으로 향한다.

어깨가 축 처진 데다가 발걸음도 무척 무거워 보인다.


"결국 무승부군요."


옆에 있던 헨릭의 말에 크리스토퍼도 고개를 끄덕인다.

콜린과 안드레, 두 사람이 각자 만든 검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한 탓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가 영 어렵다.


"이거 참 곤란하군요."


주민들 사이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밀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이래선 세틀런 씨와 황도에서 온 무기 장인들 중 어느 쪽 의견을 우선시해야 할 지 모르겠다니까요."


우선시라.

그 말을 듣고 크리스토퍼는 생각에 잠긴다.

꼭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들어줄 필요가 있나?

아까 결론을 내서 한쪽의 의견을 전적으로 들어준다고 해도 다른 쪽이 순순히 받아들일까?


"거기 너희들."


크리스토퍼의 검지가 근처의 병사들에게 향한다.


"예, 옛!"


"지금 당장 콜린과 안드레를 불러 와."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자마자, 두 명의 병사가 각각 검 공방과 대장간으로 달려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린과 안드레가 다시 광장에 나타난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음, 두 사람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무엇인지요?"


콜린과 안드레가 무척 긴장한 상태로 황자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두 사람이 만든 검은 무척 훌륭했다."


우선 칭찬으로 운을 땐다.


"콜린이 만든 건 내구도와 디자인이 좋았고, 안드레 건 편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


"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두 사람 다 기뻐하는 눈치다.


"하지만 각각의 단점도 확실했지."


"그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점 얘기가 나오자마자 두 사람의 어깨가 축 처진다.

참 알기 쉬운 사람들이네.


"이래선 어느 쪽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군."


누가 만든 검이 우월한지 판단할 수 없단 말에 둘 다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문다.


"그래서 슈레인의 영주로서 다른 결론을 내리기로 하겠네."


"다른 결론이라뇨?"


"콜린과 안드레, 그대들 둘이서 협력해서 하나의 검을 만들도록."


"뭐라굽쇼?!"


"그, 그게 무슨···!"


황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이 경악한다.

협력이라니.

이런 결론이 나올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을 테니까.


"카밀."


"예, 전하."


"넌 이 둘의 관리 감독을 맡도록. 특히 싸움 날 거 같으면 반드시 중재하고."


"알겠습니다."


"잘 부탁하지."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토퍼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한다.


"잠시만요, 전하!"


“기다려주십시오!”


그 앞을 콜린과 안드레가 다급하게 막아선다.


"아까 내리신 명령을 재고해주십시오!"


"저도 부탁드립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황자가 인상을 찌푸리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난 그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삭스트라를 토벌했지.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그대들은 어땠지? 누구 하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검을 만들었나?"


말투는 냉정하지만, 사실 크리스토퍼로선 두 사람이 협력하길 바랐다.

각자가 만든 검을 시험해본 결과, 놀랍게도 두 검의 장점과 단점이 뒤바뀌었다.

만약 콜린과 안드레가 협력한다면 최상의 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번복은 없으니 그리 알도록."


그렇게 말한 크리스토퍼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곧 멈추고 만다.


"참, 이 말 하는 걸 잊었군."


뒤를 돌아 콜린과 안드레를 보면서 말을 이어간다.


"협력하는 동안 절대로 분란을 만들지 말게. 그랬다가는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테니까."


영업 정지.

즉, 대장간이나 공방 운영을 제한한다는 말에 콜린과 안드레가 할 말을 잃고 만다.

이 정도로 초강수까지 뒀으면 협력하는 척이라도 하겠지?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내심 그렇게 바라면서 이번에야말로 자리를 뜬다.


***


"오늘 보고 건입니다."


집무실 의자에 앉은 황자를 향해 카밀이 보고하기 시작한다.


"먼저 창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공방이 내일 완공될 예정입니다."


"창이라."


"어제 전해드린 제작 리스트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보긴 봤는데, 아주 급하게 만들어야 할 건 없던데."


"그럼···."


"창 제작이 가능해지면 지금 마그이와나 소재의 창을 만들어 보고 강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 다음은 활 공방에서 제작 중인 카포러스 소재의 활에 관한 겁니다."


카밀이 능숙하게 보고를 이어간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제국 최고라고 불리는 작은형이 부하로 삼을 만하다.


"이전에 콜린이 만든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이건가?"


"활 장인인 넬브도 그러더군요. 자존심은 상하지만, 세틀런 씨의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그렇군. 그럼 삭스트라의 소재는? 그걸로 활을 만들어 봤나?"


"너무 무겁고 딱딱한 탓에 활 제작 소재로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총기류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단 말이지."


"활과 총기류 장인들에게 당분간 카포러스 소재의 활을 제작하라고 하는 건 어떻습니까?"


같이 보고를 듣고 있던 헨릭이 의견을 제시한다.


"크리시아 지방에서 가장 잘 팔린 것 중 하나가 원거리 무기류였으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지, 카밀?"


"저도 파셀 보좌관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고급 인력을 그냥 두는 것도 자원 낭비니까요."


"좋아, 활 공방에 그렇게 얘기해두고 혹시라도 소재가 부족해지면 바로 알리도록."


"예."


이렇게 두 번째 보고도 끝난다.


"마지막으로 세들러 씨와 검 장인인 칼뤼스 건입니다만."


요즘 가장 신경 쓰였던 주제가 나오자, 크리스토퍼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 둘은 어떤가? 잘 하고 있나?"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아까까지 요점만 간단히 보고하던 카밀이 처음으로 미묘하게 말한다.

그것만 봐도 대충 결론이 나온다.


"여전히 삐걱거리나 보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들으니 크리스토퍼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느 정도인데?"


"회의를 빙자한 말다툼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어가고 있죠."


"하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리고 말았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바로 헨릭의 타박이 날아온다.

깐깐하기로는 작은형에 비한다는 이 보좌관이 한심한 꼴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자고로 윗사람이란···."


"언제 어디서나 흐트러지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유지할 것."


그 말을 하면서 크리스토퍼는 상체를 일으킨다.


"지금은 괜찮지 않나? 너랑 카밀, 둘 다 내가 이런 사람인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뭐, 전 별로 상관 없습니다만."


문제 없다는 카밀을 헨릭이 힐끔거린다.

이 인간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고도 댁이 발리엔 황자의 부하라고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고 싶은 눈치다.


"아무튼!"


크리스토퍼가 양손으로 책상을 내리친다.


"좀 더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할 거 같군."


"극단적인 방법이라면···."


"잠깐 나갔다 오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크리스토퍼는 집무실, 이어 저택을 나선다.

그가 향한 곳은 대장간.


"글쎄, 이래선 내구도가 떨어진다니까!"


"그렇다고 무겁게 만들면 안 되죠!"


대장간에 가까워질수록 고성이 들려온다.

여전하군.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대장간 안으로 들어선다.


"실례하지."


"엇?! 저, 전하!"


"어쩐 일이십니까?"


황자의 등장에 콜린과 안드레는 말다툼도 멈추고 서둘러 허리를 숙인다.


"내가 왜 왔을 거 같나?"


그 질문에 둘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시선을 피하려 고개만 돌릴 뿐.

둘 다 한심하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카밀에게 듣기로는 매일 말다툼만 하고 검 제작에는 손도 안 댄다며?"


"그건 이 인간이 자꾸 태클을 걸어서···!"


"그쪽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거부하는 건 당연하잖습니까!"


"조용!"


다시 말다툼이 시작되려는 걸 크리스토퍼의 고함이 잠재워 버린다.


"아무튼 두 사람에게 새로운 과제를 내어주도록 하지."


"과제···요?"


"스프가 되든 리소토가 되든 일주일 이내에 검 하나를 완성하도록."


"이, 일주일이라굽쇼?!"


"그건 너무 촉박···."


"지금까지 열흘이 넘는 시간을 날린 건 말이 되는 줄 알아?!"


또 다시 터진 황자의 호통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문다.


"어찌 됐든 반드시 일주일 안에 검을 완성하도록."


"그걸 어떻게 평가하실 겁니까?"


안드레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진다.


"전하라면 아무리 무거운 검도 잘 다루시잖습니까?"


그래선 콜린이 유리한 게 아니냐는 의도가 살짝 내비쳐진다.


"아, 이번에 검을 시험 사용하는 건 내가 아니야."


"예?"


"그럼 누가 사용한다는 건지···."


"아이고, 전하. 걸음이 너무 빠르십니다."


콜린과 안드레가 의아해하던 그때, 황자를 뒤쫓아온 카밀이 들어온다.


"전 사무직 체질이라, 전하처럼 속도를 내는 게 힘에 부친단 말입니다···."


기진맥진한 채 카운터 위로 쓰러지는 카밀.

그런 그를 크리스토퍼가 턱 끝으로 가리킨다.


"이 녀석이 하는 걸로 하지."


"디, 디르케 백작님께서요?!"


"응? 뭐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카밀이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지만, 그 누구 하나 그의 질문에 답하는 이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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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어둠 속 몬스터와의 재회 24.06.27 12 1 11쪽
41 계획에도 없던 예정 24.06.24 20 1 12쪽
40 헌터 길드의 2인자, 페로스 텔루어드 24.06.23 26 2 12쪽
39 파견의 의도 24.06.22 26 2 13쪽
38 또 다른 헌터의 등장 24.06.20 32 2 12쪽
37 시험 운영 24.06.19 35 2 12쪽
36 작은 불협화음 24.06.18 36 2 11쪽
35 정체를 숨기려는 자와 협조하는 자 24.06.16 37 2 11쪽
34 그동안 카밀이 안 보였던 이유 24.06.15 48 2 13쪽
33 예상 외의 방문자 24.06.13 48 3 11쪽
32 부상 +1 24.06.12 49 2 12쪽
31 비룡의 둥지 24.06.08 49 3 11쪽
30 대안책 24.06.07 55 4 11쪽
29 지하 동굴에서의 노역 작업 24.06.05 54 3 11쪽
28 긴급 상황 뒤에 해야 할 일 24.06.04 53 2 12쪽
27 거인 나무의 숲, 더 깊은 곳으로 +1 24.06.03 64 2 13쪽
26 루이스의 결심 24.06.02 70 2 12쪽
25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 24.06.01 82 2 12쪽
24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 24.05.31 79 2 12쪽
23 어둠 속에 숨은 사냥꾼 24.05.30 78 2 12쪽
22 파비안의 동행 24.05.29 82 1 12쪽
21 소년 파비안과 약사 루이스 24.05.28 89 3 14쪽
20 원했던 결과, 하지만··· 24.05.27 108 2 11쪽
19 합작품의 성능 평가 24.05.26 110 2 12쪽
» 극단의 조치 24.05.25 119 2 12쪽
17 토벌 성공, 그리고··· 24.05.24 128 4 12쪽
16 추가분 요청 24.05.23 122 3 13쪽
15 어둠 속에서 나타난 바위의 용 24.05.22 122 4 11쪽
14 황자이면서 황자답지 않은 그 사람 24.05.21 135 3 13쪽
13 대장장이들의 자존심 싸움 24.05.20 14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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