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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묘의 서재입니다.

특수부 여검사 오늘부터 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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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묘
그림/삽화
박묘
작품등록일 :
2023.05.10 18:04
최근연재일 :
2023.05.29 18:3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45
추천수 :
129
글자수 :
75,854

작성
23.05.22 18:30
조회
39
추천
4
글자
11쪽

11

DUMMY

예상 외의 만찬에 모두가 들떠있는 가운데, 신입만이 방 한구석에 앉아 넋이 나간 얼굴로 앉아있다. 미숙은 그녀가 신경쓰인다.


“봐라, 신입아.”


하지만 신입은 고개도 들지 않는다.


“자기, 억수로 운 좋다는 소리 자주 듣쟤? 그카지 않고는 이런 방에 몬 온다! 딴 방에선 이런 음식은 보도듣도 모해! 여가 어디여!”

“...”

“아가 아직 어리다 안 캤나! 그라믄, 묵어야지!”


이미 다른 사람들은 신이 나서 먹기 시작했지만, 입에 물도 대지 않는 신입을 걱정하는 미숙을 보며, 선비화가 식판에 이것저것 담아왔다.


“참치 많이 넣고 볶음밥 했어, 제법 맛나. 내가 밥장사만 30년이거든.”


미숙은 꼼짝하지 않고 신입 옆예 붙어 뭐라도 먹이려고 애를 쓴다.


“이 봐라, 입이 아무리 써도, 얘 생각해서 묵어야 혀.”


그러나 신입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



다음 날.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을 관리하느 눈에 불을 켜고 예민하게 군다.


수용자들이 운동장에 나와 햇볕을 쬐며 잠시 자유를 맛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용자들이 바깥 공기와 햇살에 만족하며, 잠시 주어진 자유와 행복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비좁고 답답한 폐쇄 공간에서의 탈출을 맛보기 위해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비좁은 운동장이 터져나갈 듯 수용자들로 빽빽하다.


빽빽한 인파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과 시선은 개의치 않고 양팔을 벌려 비행기 흉내를 내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고


누가 봐도 불량스러운 다른 방 수용자들과 뭔가 수상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귀한 시간임에도 운동장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신입과 바로 그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아 과자봉지에 넣어온 김자반 주먹밥을 먹어 보라며 집요하게 권하는 미숙도 있다.


신입은 여전히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다음 날의 운동장에서도 신입은 구석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여전하다. 미숙도 여전하다. 오늘도 음식을 권한다. 벌써 신입이 곡기를 끊은 지 며칠이다.

미동도 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만, 점점 기력이 없어 보인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오늘 날이나, 맑은 날이나, 이 곳은 변함이 없다. 비가 와서 모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바깥공기를 마시는 와중에도, 넓은 운동장을 혼자 쓰며 비행기 포즈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전직 노숙자 출신의 이미영 수용자라던가, 여전히 힘없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신입이나, 그 옆에서 음식을 권하는 미숙이나.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수용자들에게 밀려 비를 맞으며 앉아있다는 정도랄까.


또 또 다음 날,


신입도 이제는 힘이 없는가 보다. 이제는 쪼그리고 앉아있을 힘도 없어, 벽 쪽에 기대고 앉아 넋을 놓고 있다. 미숙은 오늘도 신입 옆에 앉았다.


“진짜 맛이 괜찮다니께. 맛이 없으믄 나가 권하지도 않아부러!”


며칠에 걸쳐 지속되는 미숙의 정성이 통했나 보다. 드디어 신입의 입이 열렸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데요. 안 먹겠다구요!”


하도 입을 열지 않아 목에서 쇳소리가 난다. 지친 상태라 그런지 짜증을 내기 위해 억지로 힘을 끌어내는 모양이다.

그런 신입이, 미숙은 안쓰럽다. 걱정된다.


“들어와, 오늘로 오 일째 암것도 입에 안 대고있당께! 니 그카다 죽는데이! 사람은 묵어야 살쟤!”

“그러니까요! 죽겠다는데, 왜 이러시냐구요!”


살리고 싶은 미숙과 죽고 싶은 신입.


“엄마야! 자식 있는 애미가 뭔 이런 흉한 소리를 하까!”


험한 소리를 하는 아이를 나무라듯, 미숙은 가볍게 신입의 등짝을 쳤다.


“니 어린 아가 있다 안캤나!”


미숙의 아가 이야기에 신입이 입을 꾸욱 물고 치솟는 감정을 접는다. 하지만 이미 울컥했다. 아이가 보고 싶다. 이 곳에서 아이를 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


“나가 하나 묻자. 니, 니 혼자 잘 묵고 잘 살자꼬 지럴허다, 여까지 흘러 들어왔나?”


신입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힘없이, 물끄러미 미숙을 바라볼 뿐이다.


“아이쟤? 아들 아부지가 멀쩡한 놈인데, 니가 이 모양 이 꼴로, 여 있겠나? 아이쟤?”

“...”


미숙은 다시 차분하게 신입을 어르고 달랬다.


“후회되고, 괴롭고, 죄스럽고, 니 그런 마음 없는 거 아이지?”


한번 막았던 감정인데, 묵묵히 썩히던 속 인데, 미숙이 그걸 건드렸나보다. 신입의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사내하고, 자식 새끼들이 웬수다, 맞나?”


미숙은 찌르고 또 찔렀다.


“그라도, 어쩌겠나, 내 새끼들 위해 버티는기다.”


미숙의 말이 계속될수록, 미숙의 비수가 신입의 검게 탄 심장을 찌를 때마다, 신입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일그러지고 일그러지다, 결국 참지 못하고 감정을 토해냈다.


“나 같은 게, 나 같은 게, 무슨 부모라고...”

“부몬깨롱, 여까지 들어오며 새끼 입에 뭐라도 물려주려했것지! 남우 자식한테 그랬간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신입의 입에 주먹밥을 가져다 댄다.


“함, 무 봐라.”


그제야 신입은 미숙이 권하는 주먹밥을 한 입 넣는다.

흐뭇하게 웃는 미숙의 표정이 푸근해졌다.


“맛있네요, 정말.”

“그쟈? 죽이지?”


신입은 울음을 참으려는 듯 얼굴이 벌겋다. 한 입이라도 먹었더니 의지가 생기나 보다.


“이런 엄마라도...괜찮다고...아이들이 받아줄까요...”

“말이라꼬! 엄만디! 얼른 나가가, 같이 울 새끼들 보러 가자잉!”


신입에게 하는 말일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까. 그런 미숙의 말에 신입은 멈추지 않는 눈물을 어떻게든 참아보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날 밤.


수용소.

수용소의 담은 높고 견고하다.

수용소의 담이 보여주는 의지는, 이 안의 수용자들을 분명하게 세상과 갈라놓겠다는 의지. 세상과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짓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는 높고 견고한 담벼락과 그것으로 모자란다는 듯 그 위로 뾰족한 쇠창살이 하늘을 향하고, 그리고도 그 정도로도 부족해 쇠 철조망을 촘촘하게 담장 위로 쌓아 올렸다.


감시용 카메라들이 계속해 돌아가며 사방을 물 샐 틈 없이 관찰하며 보안에 긴장을 풀지 않는다.


순간, 갑작스러운 돌풍이 불더니 담벼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쳐놓은 철창이 흔들리며 철컹! 소리를 낸다. 그러자, 갑자기!


“접근 금지! 접근 금지! 다가오면 발포한다! 접근 금지!”


쩌렁쩌렁한, 위협적인 느낌의 녹음된 남자 목소리가 확성기에서 터져 나온다.


그리고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구치소를 흔든다. 급박한 비상 상황이 터진 것 같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돌풍이 구치소를 때리며 이 밤을 공포로 물들여간다.


이런 밖의 상황과 다르게, 보안실의 교도관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CCTV 화면을 찬찬히 둘러볼 뿐이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듯하다. 사이렌이 울림에도 별 대수롭지 않은 듯하다.


“또 어디 길 고양이 녀석이 건드리고 지나갔나 보구만.”

“그렇지 뭐. 그나저나, 싸이렌이 울렸으니, 야간 보안팀들 돌아버리겠네. 또라이들이 한꺼번에 깼을 텐데.”

“으유~”


진저리가 쳐진다는 듯 찡그리며 고개까지 흔든다.


야간이라 보안등 정도가 어둡지는 않게, 그러나 밝지도 않게 구치소 안을 밝힌다. 철문과 철창이 반복되는, 삭막한 공간. 차갑고 고립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 이 곳은 기괴함을 넘어 공포스러울 정도의 소란함으로 난리가 났다.


쿵쿵쿵


철문을 차고, 부술 듯이 무언가로 두드리는 소리부터


“사람살려!”

“야이, 씨발년들아!”

“엄마, 집에 갈래!”

“으아아아악!”

“흑흑흑 어흑흑흑”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상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소음은 거칠고 둔탁하며 차갑다. 그리고 격렬하다.

이 소음에는 짐승같은 비명, 이유모를 괴성,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담고 차가운 벽을 타고 쩌렁쩌렁 울린다.


그러자, 곧바로 잠에서 깬 평범한 수용자들의 짜증이 터져 나온다.


“야이, 씨발! 잠 좀 자자!”

“야이, 썅! 미친년들아!”

“개 같은년들 다 뒤질래!”


평범한 수용자들이 평범하게 반응하는 게 이 정도다.


그리고, 이 소음 사이로 묵직한 군화 발소리가 다급하게 들리고, 여러 명의 무장된 건장한 남성 CRPT가 달려 들어온다. 그 뒤로 검은색 편한 단화로 통일된 여자 교도관들이 따른다. 짜증이 섞였지만, 다급한 얼굴로 발을 굴린다.


“정숙! 정숙한다! 정숙!”


군대 조교 FM 복식 호흡으로, 고압적으로 CRPT가 외치자


“조용! 조용히 해!”


여자교도관들이 수용자들에게 정숙을 강요하며 훑고 지나간다.


“시발! 니들이 더 시끄러워!”

“니미, 미친년들 조용히나 시켜!”


일부 수용자들이 한두 마디 반항해 본다.

결국 CRPT와 여자교도관들은 난동을 부리는 수용자들이 있는 독방 쪽으로 몰려가 고함을 지르며 제압하려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몇 차례 제압을 시도해 보지만,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들은 괜한 일에 힘빼기 싫은 듯 바로 다음 수순으로 넘어간다.


“동영상 촬영 시작합니다.”


CRPT 중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 손에 끼고 있던 구식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한다.

여교도관이 독방의 문을 카드키로 열고는 뒤로 확 물러난다. 그 순간, 마치 특공부대가 진압을 위해 투입되는 것처럼, 순식간에 좁은 방을 향해 들이닥치는 건장한 CRPT들.


곧, 짐승 소리에 가까운 여자의 비명이 들리고, CRPT들 손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속옷 차림의 여자가 거칠게 끌려 나왔다.

여교도관들은 난감함을 피하기 위해 방에서 담요를 꺼내와 끌려 나온 수용자를 가려줬다.

팀의 손발이 착착 맞는다.


말 그대로, 발광하는 여자와, 여자라서 신체접촉에 신경을 쓰면서도 힘으로 제압해, 손과 발에 보호장구를 채우는 CRPT들.


하지만 이런 일은 여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이 와중에도 다른 독방에서는 더욱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아무튼, 제압된 여수용자를 마치 사냥에 성공한 짐승을 운반하듯 담요로 말고, 담요의 네 귀퉁이를 잡고 이동하는 CRPT들.


여기는 감옥이다. 현실 세계의 지옥. 아수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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