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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묘의 서재입니다.

특수부 여검사 오늘부터 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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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묘
그림/삽화
박묘
작품등록일 :
2023.05.10 18:04
최근연재일 :
2023.05.29 18:3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36
추천수 :
129
글자수 :
75,854

작성
23.05.19 18:30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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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10. 열흘전

DUMMY

사동 도우미(사소로 호칭, 죄수복 위에 입은 조끼 형태 옷으로 구분) 김은정은 배식을 위해, 팀을 이룬 다른 사소 수용자 3명과 배식을 준비 중이다. 밥차로 불리는 카트 위에는 밥, 국, 반찬이 담긴 커다란 둥근 통들을 힘겹게 올려놓고는 수용자들 배식을 위해 대기한다.


준비가 끝나자 사동 입구에 위치한 교도관 사무실에서 양희진이 나왔다.

밥차 앞에 정자세로 양희진이 서자


“공정배식!”


김은정이 우렁차게 외친다.


“공정배식!”

“공정배식!”


김은정의 외침에 호응하듯, 식사를 위해 대기중이던 수용자들이 힘차게 후창한다.


“오늘 점심도 공정배식, 하겠습니다!”


김은정이 밥차 앞에 선 양희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양희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작!”

“시작!”


외침과 함께 사소 수용자들이 밥차를 끌고 밀면, 김은정의 큰 국자를 들고 바로 따라붙는다. 교도관 양희진은 감시와 관리를 위해 은정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11번 방.

밥상 위에 식판을 올려놓고 다들 밥을 기다린다.


“아, 존나 배고파!”


대기 중에 굶주림을 참지 못한 홍리가 걸죽한 목소리로 배고픔을 토로한다.


“오늘 반찬에 소세지 볶음 있지? 너, 자꾸 이모들한테 달라고 하지 마라!”

“너도 부러우면 얻어 먹어!”

“저게 진짜!”


미애가 홍리에게 한마디 해보지만, 홍리는 지질 않는다.


“할미는, 소시지가 진짜 입에 안 맞어.”

“웅, 그럼 나, 먹는다?”


자상한 선비화 할머니의 양보에, 홍리는 손녀라도 된 것처럼 아양을 떨며 추가 소세지를 확보하고야 만다.


“고거이, 못 먹던거라, 영...내 것도 막둥이 먹으라요.”

“정말!”


막내 홍리는 그래도 사랑받는다. 여의주마저 홍리를 귀여워하며 귀한 소세지를 양보해줄 정도다. 벌써 2인분 획득, 자기 몫까지 치면 무려 3인분! 이게, 소세지가 몇 개야!

그 즐거움에, 홍리는 작정하고 미애에게 혀를 내밀며 약을 올린다.

당연히 미애의 얼굴은 약이 올라 바짝 열이 오르고.


“쪼매 기다려 봐라잉~ 나가, 아주 수북허게 받아줄랑께!”


미숙이 미애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 미숙의 근본없는 사투리 말투에 홍순은 웃음보가 터졌다.


“아니, 언니는 경상도에 전라도에 서울까정, 몇 개 국어를 하는 거야?”


홍순의 질문에 미숙은 어깨를 으쓱이며


“손님 국적에 다 맞춰부러!”


식사 전, 방 모두 웃음이 터진다.

모두가 웃는 와중, 최고 연장자인 선비화는 관물대에서 비닐 포장된 참치, 간장, 참기름, 그리고 반찬통에 모아둔 김자반과 나름 조미료 역할을 하는 일회용 분말 견과류차(율무차 등)와 일회용 딸기쨈 등을 꺼내 무언가 음식을 만들려고 한다.


“할머니, 우리 라볶이 해 먹자! 오늘 반찬에 어묵도 있으니까, 소세지도 같이 넣어서 라볶이로!”

“그래, 그럼 그거 완전 엽떡이네!”

“그지, 그지!”


와우. 배우신 분. 이 순간, 미애는 홍리의 지적인 모습에 감탄한다. 이럴 땐 또 손발이 착착 맞는다.


“그럴까?”


선비화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손녀같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한다.


“어머, 어머, 나 라볶이 최애 음식이잖어!”


라볶이 소리에 홍순도 끼어들고


“그게, 여기서 가능해요? 불도 없이?”


강희진은 조리도구 없이 라볶이가 가능한 지 궁금하다. 그런 희진에게, 조미숙은


“탈옥 말고, 빵에서 안 되는 게 어디있깐! 기름만 있으믄, 헬리콥터도 만들어 띄운당께!”


정말이다.


“아야, 이불 안에, 뜨거운 물 좀 꺼내 봐라.”


선비화가 미애에게 심부름을 시키자, 미애는 신나 하면서, 쌓아 둔 이불 깊숙이 보온을 위해 넣어놓은, 뜨거운 물이 든 이온 음료 페트병을 꺼낸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한두 번 손발을 맞춰본 게 아니다. 미애가 보온병을 꺼내고 있을 때, 홍리도 벌써 컵라면을 꺼냈다. 말이 필요 없이 호흡이 맞는다.


드르르륵


밥차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밥차가 가까이 오는 소리가 나자, 미숙은 창문으로 나 있는 배식구 쪽에 서서 긴장하기 시작한다.

미숙과 희진이 함께 밥과 반찬을 받을 그릇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마치


큰 임무를 앞둔, 또는 범죄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신입은 오늘도 방구석에 넋을 놓고 쪼그리고 앉아만 있다.


사소 은정이 왔다. 미숙은 교도관의 시선을 파악하며, 찰나의 순간에 은정과 눈빛을 주고 받는다.


소. 세. 지.


소리 없이, 입 모양만으로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세지 많이 달라는 소리다.


두 사람의 모습이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공범처럼, 평소와 달리 매서운 눈빛이다. 그놈의 소세지가 뭐라고, 배식하는 데 긴장감과 살벌함이 상당하다.


그러나, 배식은 은정의 뜻대로 할 수 없다. 밥차를 끌고 나오기 전 외친 멘트가 무엇인가.


공. 정. 배. 식.


공정하게 배식하겠다는 거다. 사소로서, 도우미로서의 명예를 걸고 수용자들에게 공정, 공평하게 배식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공정하게만 살았으면 여기 안 들어왔지.


미숙과 눈을 맞춘 은정은 조심스럽게 비리를 저지를 준비를 한다. 쉽지는 않다. 공정배식을 위해 교도관 양희진이 배식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은정은 교도관 양희진이 반찬통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순식간에 고갯짓을 하며 다른 사소들에게 무언가 신호를 준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신호들이 오간다. 이 순간, 우리는 모두가 타짜다. 신호가 오가고, 눈치가 오가고, 상호간에 상황 인지가 됐다. 의지가 공유됐다.


긴장하며, 주걱으로 밥을 떠서 미숙이 내민 통에 담아 건네주는 사소 수용자1. 미숙은 밥이 담긴 통을 받아 옆에 서 있는 희진에게 바로 건넨다. 그리고 반찬용으로 빈 통을 받아 사소에게 내민다. 그리고 김은정이 그 통을 받아 국자에 뜨거운 국을 떠 막 담으려고 하는데


툭.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누가 봐도 평범한 사소한 부딪힘이 발생했다. 사소 수용자2가 은정과 동시에 다른 반찬을 뜨면서 팔꿈치로 은정의 팔을 가볍게 쳤다.


그래, 일부러 쳤다. 실수인 척!

그리고 척하면 척!

은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자를 흔들며


“앗 뜨거!”


호들갑을 떨며 손을 빠르게 털어댄다. 작은 방울 하나도 안 튄거 같은데, 심각한 화상이라도 입은 것같은 호들갑이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다. 프로들이다. 사기에 익숙하지 않은 교도관 양희진의 눈을 잠시 돌리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다.


“괜찮아!”


역시나 교도관 양희진이 놀라며 은정에게 다가왔고


“아, 괜찮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아픈 척 얼굴을 찡그린다.


“조금, 국물이, 손에, 튀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픈데 괜찮은 척.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누가 봐도 실수도 없고 안 미안한데 최대한 죄송한 척.


“아, 조심하지!”


다행히 은정의 손에 큰 상처가 없는 걸 확인하자 다소 안도감이 들었나 보다.


“앞에 기다리니까, 일단 배식해요!”


그래도 교도관으로서 수용자의 안전은 지켜야지.


“잠깐만, 사무실에 연고 있어. 그거 바로 발라야지, 잘못하면 덧나!”


양희진이 사무실 쪽으로 가자마자


끄덕끄덕


은정, 다시 고갯짓하고, 사소 수용자3, 재빨리 소시지를 반찬통 가득 담아 손을 내민 미숙에게 전한다.

미숙, 소시지를 받아 순식간에 방안으로 넣고는 은정에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씨익.

주고받는 미소에서 범죄자다운 포스가 느껴진다.


!!!

방 안에서는 소리만 못 질렀지, 신이 나 어쩔 줄 몰라 난리다. 홍리와 미애는 미숙에게 엄지손가락을 흔들고, 양손으로 환호까지 한다. 소리 없는 가운데 파티가 열렸다.


갑자기 장르기 범죄 스릴러에서 MT온 여고생 무리로 바뀌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수용자 여러분! 즐거운 점심시간, 오늘의 희망이 찾아왔습니다! 첫 곡은, 청송교도소에서 이곳으로 오신 지 15년 된 수용자분이 신청하신 노래입니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과연 15년 전 유행했던 댄스곡. 하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이들에게는 최신곡도 흘러간 곡도 없다. 신나는 곡만 있을 뿐이다.


홍리와 미애는 마치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음악에 맞춰 백댄서 부럽지 않은 칼각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나, 여기, 어쩌니, 뭐가 이렇게 신나는 거야!”


완벽한 범죄, 장물획득, 거기에 축하공연까지!

모두가 신나할 때, 선비화는 이미 요리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에 익힌 컵라면을 건져 커다란 통에 담고 고추장을 몇 숟가락 툭 넣고는 라면 스프 하나와 일회용으로 포장된 견과류차와 딸기잼을 넉넉하게 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간장까지 살짝 넣고 라면이 일그러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능숙하게 비벼준다.


그리고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미숙이 잔뜩 받아낸 비엔나 소세지가 들어간다. 그리고 어묵 조림까지 곁들이자!


모두의 기대감이 점점 커진다.

점점 제법 라볶이 비주얼이 나온다.


“짜잔!”


미숙이 자신의 관물대에서 조심스레 가져온 것은!

개별 비닐 포장된 노란색 치즈 몇 장.


홍리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대에박! 그게 남았어요?”

“이게 마무리로 들어가 줘야 된다 아이가!”

“완벽!”


선비화는 웃으며 미숙에게 건네받은 치즈를 넣고 그럴듯하게 조리를 완성해간다.


“볶음밥도!”

“볶음밥이 된다고?”

“라볶이에 볶음밥은 국룰이지! 뭐니, 이거!”


신문물 발견에 희진과 홍순마저 신이 났다.

만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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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23.05.17 64 10 12쪽
7 7. 23.05.16 68 11 10쪽
6 6 23.05.15 70 11 13쪽
5 5 +2 23.05.12 90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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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1부 맹호복초(猛虎伏草) 영웅은 숨어 있어도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1 23.05.11 115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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