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박묘의 서재입니다.

특수부 여검사 오늘부터 감빵!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박묘
그림/삽화
박묘
작품등록일 :
2023.05.10 18:04
최근연재일 :
2023.05.29 18:3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41
추천수 :
129
글자수 :
75,854

작성
23.05.11 21:30
조회
100
추천
12
글자
11쪽

4.

DUMMY

법원 앞, 그 뙈약볕 밑에서 농성자들이 북을 두드리고 있다.

그 선두에서 이들을 이끄는 건 선우. 변호사다.


“부당해고 부당판결! 법원이 공범이다!”


선우가 리드미컬하게 선창하면 뒤이어,


“공범이다! 공범이다!”


농성자들이 후창한다. 아주 합이 딱딱 맞는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일행의 농성을 이끌면서도 그 와중에 선우는 주변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걸 위해서다. 목표물 발견!


“어! 어! 형사 12부 재판부다!”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법원 언덕길을 오르는 판사들.

선우와 그 일행들은 판사들 뒤로 붙어, 더욱 최선을 다해 북을 두드린다.


“노동자는 실형 선고! 사업주엔 벌금형! 법원이 더 문제다!”


요란한 북소리가 판사들의 뒤로 따라 붙는다.

하지만 판사들도 이런 농성을 겪은 게 하루이틀이 아닌듯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점심 먹었으니 오후에도 일해야지. 그저 갈 길을 걸을 뿐이다.


판사들이 법원 안으로 들어가고, 선우의 손목시계 알람이 울린다. 시간을 확인한다. 서둘러 북을 내려놓고 텐트 안에서 백팩을 꺼내 둘러메고는 법원으로 올라간다.


그런 선우의 발걸음은 마치 적진을 향해 돌진하듯 힘차다.



***



법정에 들어선 선우.


변호인 석에 앉자마자 백팩에서 서류를 한 짐 꺼내 탁자에 올려놓고는 노골적으로 몸을 쑥 앞으로 빼 검찰 쪽을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선우의 노골적인 도발에 검찰 측은 태연한 척한다. 하지만 선우의 시선을 피하는 검찰도 선우가 그리 달갑지는 않은 심정이 역력해 보인다.


한눈에도 추레한 피고인이 구속자 대기실에서 교도관과 나와 선우의 옆에 와 힘없이 앉는다.


꾸벅.


‘걱정하지 마세요.’


일부러 격하게 고개까지 꾸벅이며, 강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힘을 준 눈으로 피고인을 바라본다. 피고인에게 이런 마음을, 각오를 전하고야 말겠다는 듯이.


그러나 선우와 마주한 피고인은 두 눈빛은 텅 비어있다. 허공처럼. 그 텅 빈 눈동자로 선우를 바라볼 뿐이다. 선우의 마음이 닿기에는 이미 너무 지쳤던 걸까.


선우는 그런 피고인의 모습에 이를 악문다.


잠시 후.


검찰 측 공소 요지 진술이 끝나고, 피고인 측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진술 시간.


“공소기각 판결을 구합니다!”


선우는 무언가 작정한 듯 벌떡 일어나더니, 다짜고짜 외쳤다.

공소기각 판결. 재판 자체를 부정하는 선우의 돌발 발언에 법정이 술렁인다. 그러나 술렁이는 한편, ‘저거 또 시작한다.’ 싶은, 어딘가 익숙하다 싶은 판사들의 표정.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가 형벌권 행사에 있어서 그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이 사측으로부터 회유와 압박에 시달려 어찌할 수 없이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은 명백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합니다!”

“아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당황한 공판검사가 외쳐봤지만, 선우는 멈추지 않는다.


“사측 사외이사와 고문 변호사가 모두 검찰 출신으로, 중재를 핑계 삼아 피고인을 접촉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선우의 목소리가 커진다.


“기소검사가 대놓고 통화했잖아!”


그리고 폭탄을 터뜨린다. 소형 녹음기를 꺼내 틀어버리는 선우.


흘러나오는 건 기소검사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


웅성웅성


법정에 있는 이들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인다.


“당신들 이거 뭐 하는 거야!”


선우는 상대편을 향해 호통을 쳤다.

선우가 터뜨린 폭탄에 공판 검사는 할 말을 잃었고, 법정이 재차 술렁인다.


하지만, 판사는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한가 보다.


“경위. 감치 재판할 테니 감치 대기 시키십시오.”


차분하게 재판을 정돈한다.

법정 경위들이 재빠르게 선우의 옆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퇴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선우는 탄력받았다. 그의 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


“검찰이 심부름센터냐!”


농성할 때처럼, 선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법정을 울린다.


법정 경위들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다 아시죠?’하는 눈 빛. 경위들에 의해 선우는 질질질~~ 끌려 나간다.


“너무 힘 빼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나갈게요.”


선우도 익숙한 듯 경위들을 배려하는 여유를 보인다. 그리고 보란 듯이 검찰 쪽을 노려보고는 법정 밖으로 걸어 나간다. 걸음걸이가 당당하다.



***



그날 오후. 유리의 검찰청 사무실.


“말 길게 하지 맙시다. 얼른 정리하죠.”

“아, 네에...정말 사실대로 다 수사관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사실대로? 다? 이 범죄자가 어디서.


“정말 모른다고?”

“네. 정말 모른다고?”


정말 기가 찬다. 뻔한데도 이렇게 나오니 웃음이 절로 난다.


“성매매 재범에, 해외 원정 성매매 브로커까지.”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어딜 봐? 봐도 널 도와줄 곳은 없는데.


“여기에 마약이 붙는 건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데, 구매해서 투약한 적은 없다?”

“정말입니다. 검사님, 정말이에요.”

“일했던 룸싸롱 사장이 마약 유통 전과까지 있는데도요?”

“저는 그건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겁먹은 척, 울먹여도 소용없다.


“영장청구하세요.”

“네? 검사님! 검사님!”


고생 좀 하면 더 솔직해지겠지.


“네에.”


유리의 영장청구 요청에 수사관이 대답한다.


“주거부정, 증거인멸, 도주 위험, 모두 넣으세요.”


!!!


“검사님, 저 집 있어요. 제가 벌어서 제 이름으로 산 제 집이에요. 절대 어디 안 가요.”


허, 참. 영장은 무섭나 보지?


“성매매로 집까지~~”


윤수아는 거의 울먹이는 얼굴로


“버는 방법은 잘못됐지만, 저, 정말 라면 먹어가며 모은 돈이에요”


버는 방법이 잘못됐다 이거지?

“수사관님. 탈세 혐의 뒤져보세요.”


“검사님, 저, 저 암에 걸린 엄마가 계시다구요. 저 없으면 병원도 못 다니세요.”


윤수아가 간절하게 유리에게 매달려보지만, 유리는 신경질적으로 수아의 손을 쳐냈다.


“어딜 만져! 김계장님 뭐하세요!”


수사관이 달려와서 윤수아를 잡았다.


“검사님,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손에 범죄자가 닿았다. 기분 나빠.

유리는 윤수아가 잡은 손에 소독약을 뿌렸다.


“유치장 들어가서, 생각나면 연락해. 마약 유통에 사장이 관여했다는 한 마디만 하면 깔끔해. 엄마 간호해 드려야지. 오케이?”


유리가 원하는 걸 깨닫자 윤수아는 분함을 참지 못했다.


“야이, 쌍년아!”

“공무집행방해 추가해주세요.”


하찮은 분노는 유리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교도관과 함께 유리 사무실로 조미숙이 들어왔다. 조미숙이 들어온 문으로, 검찰청에서 파견 나온 마약 전담 경찰들이 들어와 저항하는 윤수아를 끌어냈다.


윤수아의 거친 저항으로 사무실은 난장판이 됐지만, 유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미숙을 보더니, 와서 앉으라는 듯 툭 손짓을 한다.


죄수복. 흰 고무신. 그런 추레한 모습의 미숙을 빤히 바라보는 유리.

미숙은 덤덤하게 유리의 책상 앞에 와 앉는다. 미숙이 와서 앉자 유리는 다짜고짜 물었다.


“왜 왔는지 알죠?”

“글치 않아도 궁금했습니다. 벌써 조사가 다 끝났는디.”


이 뻔뻔한 것 좀 봐라. 유리는 어이가 없다. 미숙도 쫄리는 데가 있는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전과가 꽤 복잡하세요?”

“뭐, 살다보이...그렇게 됐습니다요.”

“어떻게 살면 그렇게 될까요?”

“그거이...나름 열심히...산다고 살았는디...”


피식. 흔한 레파토리다.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거기서 더 열심히 살았다가는 사람도 죽이시겠어요.”

“거, 말씀이 쪼까 지나치시네요.”


유리의 경멸어린 말에 미숙은 기분이 상해 발끈했다.


“지나쳐요? 당신이 저지른 이 범죄들이 사람 죽이는 게 아닌 거 같아서?”

“...”

“이래서 범죄들을 우습게 생각하나 보네. 내가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구만.”


유리는 미숙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말에 미숙은 기분이 상했다.


“거시기, 예부터 목구멍이 와 포도청이라고들 하는지 모르시죠. 검사님은?”


상대를 잘 못 만났다. 목구멍이 포도청? 그걸 철저하게 겪었던 유리다. 미숙의 자기연민은 유리에게 닿지 못한다.


“그게, 이렇게 갖다 붙이라고 나온 말이 아닐 텐데요? 내가 너무 존경하는 박완서 작가님이 방금 그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언급하신 소설 장면을 읽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그걸, 진짜 포도청에 잡혀 들어와 쓰는 건 아니죠?”


아예 팔짱까지 끼고 조미숙을 냉시한다.


“처자식 내팽개치고 집 나가 소식도 끊긴 남편 놈 덕에, 아들 둘을 나가 혼자 억척으로 키우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애들이 엄마한테 고맙다 해요?”

“...”


말문이 막힌다. 유리의 말에 미숙은 할 말을 잃었다.


“마약 전달하고, 대포 통장 만들어 팔고, 보이스 피싱 수거책에, 하다하다 도박 하우스까지 개설해, 빵을 들락거리고, 이젠, 잡범 수준을 넘어 아예 범죄 조직에 가담하셨는데...”


유리가 차가운 눈으로 미숙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자식들이 울 엄마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냐구!”


듣는 사람의 심장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비수에, 오히려 미숙과 함께 와 뒤쪽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교도관이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숙을 슬쩍 볼 정도다.


하지만 미숙은 억지로 참는다. 상대는 검사니까.


“보이, 울 큰딸 또래 정도로 보이시구마, 검사님은 하도 잘나셔서, 부모님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셨나 보네. 우아래 없이 막 허는 거 보이.”


그 말에 유리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왜, 예절 훈계라도 하시게?”


유리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부모 역할이 뭔데! 목구멍에 밥 넣어주는 거? 자식들 옆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빵에 처박혀 이런 꼴 보여주면서! 지금 누구한테 훈계질하겠다고! 당신 그 꼬라지를 봐! 훈계하고 앉아있을 주젠가!”

“...”


유리의 비수는 미숙을 사정없이 헤집었다. 그런 미숙의 눈은 경련이 날 정도로 떨린다.


“당신, 방금 나간 애 누군지도 모르지? 그런데, 당신과 한패거리더라구. 교묘하게 범죄 흔적이 사라졌어! 당신이 한 범죄는 깔끔하게 누락되었으니, 이젠 시치미 떼겠다고? 여자 혼자 애 키우느라 여기까지 왔다고 하면, 동정이라도 받을 줄 알아? 지금 어디서 당신 인생 넋두리야!”


그저 싸늘하게


“그냥 내 눈에 당신은”


못을 박는다.


“범죄자야!”


그 못은 아주 날카롭고


“단지, 반성할 의무만 있다고.”


깊게 박힌다.

KakaoTalk_20230511_173518625.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특수부 여검사 오늘부터 감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 독자와의 소통3 23.05.29 31 3 9쪽
15 15. 독자와의 소통2 23.05.26 35 2 9쪽
14 14. 독자와의 소통1 23.05.25 35 4 10쪽
13 13. 2부 만천과해 瞞天過海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너다. 23.05.24 35 3 9쪽
12 12. 23.05.23 36 3 9쪽
11 11 23.05.22 39 4 11쪽
10 10. 열흘전 23.05.19 50 5 10쪽
9 9 23.05.18 54 6 11쪽
8 8 23.05.17 64 10 12쪽
7 7. 23.05.16 68 11 10쪽
6 6 23.05.15 70 11 13쪽
5 5 +2 23.05.12 91 13 10쪽
» 4. 23.05.11 101 12 11쪽
3 3. 1부 맹호복초(猛虎伏草) 영웅은 숨어 있어도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1 23.05.11 116 13 18쪽
2 2. +1 23.05.10 142 15 15쪽
1 1. 프롤로그 23.05.10 175 1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