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른 도전기 1부 숨은영웅 제37화 스케빈저, 강아지를 키우다.
- 제37화 스케빈저, 강아지를 키우다. -
어느날 스케빈저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잡화점에 앉아 창문밖 길가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놀고 있는 마을 꼬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스케빈저의 눈빛에선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광선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종을 막론하고 새끼란 모두 귀여운 것일까? 그건 좀 아닌것 같군, 예전에 봤던 고블린 새끼 쭈글쭈글한게 정말...생각하기도 싫군. 하아, 나도 저런 딸이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둘이면 더 좋고. 딸만 둘이니 딸딸이 아빠? 크큭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 에효, 이런 상상만 하면 뭐하나, 님을 봐야 뽕을 따지. 어디 괜찬은 아가씨 없나? 뭣하면 아리아한테라도... 됐다 됐어. 몇 개월동안 그냥 오빠 동생 하며 지내서 동생 이상으론 보이지도 않는데 마음도 없이 찝적 거려봤자 뭐가 남겠어. 그러지 말고 강아지나 한 마리 길러 볼까?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은데.”
아닌게 아니라 스케빈저는 카르갈 마을을 떠나 레돔 마을까지 오는 도중 들렀던 주토사 마을에서도 개를 길러볼 생각을 했었다. 물론 여행길에 귀찬다는 이유로 실행에 옮기진 않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 달리 결심을 한듯 밖으로 나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강아지를 안고 있던 아이의 집에 찾아가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 받아온 스케빈저는 눈을 뜬지 얼마 안된 손바닥 만한 강아지의 따뜻한 몸이 마음에 들었는지 잡화점 안으로 들어올때가지 품에서 놓지를 않았다.
“고놈참 귀엽네. 얍! 얍!”
스케빈저는 하품을 하는 강아지의 입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며 장난을 쳤다. 그때였다. 스케빈저는 갑자기 따뜻한 느낌이 들자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 보았다. 그리고 충격적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런 개새X가, 오자마자 이름 값을 하는구나. 킁킁 아 이런, 개오줌 냄새. 퓌휴 진짝 독하다 독해.”
스케빈저는 벌떡 일어나 바닥으로 소변이 떨어지지 않도록 옷을 움켜지고 집안으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소변이 묻은 옷을 빨고 샤워까지 한 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마당에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는 그늘에 앉아 앞에 강아지를 내려놓고 한참동안 설교를 했다.
“에효 그래, 네가 무슨 용쓰는 재주가 있어서 사람말을 알아 듣겠니. 앞으로 내가 철저히 훈련을 시켜 똥오줌을 가릴수 있도록 만들어주마.”
스케빈저가 레돔 할아버지에게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방법? 다른건 없어. 될 때까지 패는거야, 장소를 지정해 주고 다른곳에 싸면 패. 그리고 자네가 정한 자리에 가져다 놔. 그리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거야. 그러면 아무리 개라도 ‘아, 저기 말고 다른데다 싸면 맞는구나.’ 하고 알게되겠지. 그래도 안되면 어떻게 하냐고? 별수있나 마당에 묶어 놔야지. 잘 해보게나.”
스케빈저는 레돔 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나무상자를 얕게 잘라 그 속을 흙으로 채운뒤 잡화점 구석에 두었다. 그리고는 강아지를 잡화점 바닥에 내려 놓았다. 강아지는 나무 바닥에서 꼼지락 거렸고, 스케빈저는 카운터 앞에 앉아 강아지를 관찰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강아지의 뒤로 나무바닥에 얼룩이 번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스케빈저는 강아지의 뒷덜미를 잡아 들고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 찰싹
“요놈! 요놈! 앞으로 볼일을 볼때는 여기다 보는거다. 알았지?”
그러면서 구석에 있던 흙상자 위에 강아지를 올려놓았다. 잠시후 다시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걸레를 가져와 얼룩진 곳을 닦았다. 하지만 그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떤 강아지가 눈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자를 기어올라 똥오줌을 가리겠는가. 하지만 스케빈저는 그런 사실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번, 다음날이 되도 강아지가 전혀 자리를 가리지 못하자 스케빈저는 하루만에 강아지 교육시키기를 포기했다.
“원래 개는 마당에서 키우는 거야. 집안에서 키우면 주인하고 맞먹으려고 한다고.”
그러면서 마당에 말뚝을 하나 박은후 목줄을 메어 말뚝에 묶었다. 그런후 스케빈저는 강아지를 만족스럽게 쳐다보다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스케빈저네 집에 입양온 강아지는 하루만에 마당신세를 지게 되었다. 집도 없이 목줄이 묶인 강아지는 맨바닥에 엎드려 구슬프게 울었다.
“끼잉, 끼잉.”
하지만 강아지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스케빈저네집 마당에는 레돔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닭 한쌍이 있었는데, 스케빈저가 꼬박꼬박 장작을 가져다 주자 레돔 할아버지도 계란을 가져가지 않아 몇주후 계란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스케빈저가 계란 후라이의 유혹에서 벗어난 날로부터 살아남은 몇 개의 계란이 성장하여 총 일곱 마리의 닭들이 마당을 활개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닭들은 자기들의 터전에 새로 들어온 강아지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꼬꼭, 꼬꼬꼭.”
주변을 둘러싼 이상한 생물체에 놀랐는지 강아지는 몸을 웅크리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반응이 없자 용기가 생긴 닭들이 점점 강아지에게로 다가갔다.
콕. 콕.
강아지가 반응이 없자 어느 닭 한 마리가 부리로 콕콕 찔러보았다. 강아지는 어떻게든 반응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미 주변은 붉고 큰 닭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끼잉, 끼잉.”
강아지가 소리를 내자 닭들이 놀라 주변으로 후다닥 흩어졌다. 놀란 것도 잠시, 다시금 강아지가 움직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거리까지는 빠른 속도로 다가갔다.
닭이 다시한번 부리로 쪼았다. 강아지가 몸을 반대로 돌렸으나, 이번엔 닭들도 도망가지 않았다. 도리어 부리로 강아지를 쪼던 닭이 슬금 슬금 다가가 슬쩍 발로 강아지를 밀어 보았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닭들도 가까이 다가와 발을 내밀었다.
푸더덕 푸덕.
“꼬꼭 꼬꼬꼬꼬, 꼬꼭 꼬꼬꼬꼬.”
제일 먼저 발을 대었던 닭이 날개짓을 하며 닭들을 쫒아냈다. 그리고는 대범하게도 다른 한쪽발마저도 강아지의 등에 대었다. 그러더니 엎드려 있는 강아지의 등 위에 올라탔다.
도망갔던 닭들의 시선이 강아지에 올라탄 닭에게로 모였다. 닭은 자랑스럽게 날개를 쭉 벌리고 고개를 들어 깃털도 없는 이상한 생명체를 제압했다는 감동에 크게 포효를 내질렀다.
“꼬기요! 꼬꼬꼬꼬. 꼬기요! 꼬꼬꼬꼬.”
강아지를 마당에 묶어 두고 잡화점으로 돌아와 명상에 잠겨 있던 스케빈저는 닭들의 울음소리에 깨어났다. 대낮에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레돔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수탉이 강아지 위에 올라가 있었고 나머지 닭들도 주변에 몰려들어 푸드덕 거리며 잘 날지도 못하는 날개짓을 하며 점프를 하고 있었다.
“역시 동물들 끼리는 통하는게 있나보네, 벌써 저렇게 친해지고. 강아지 문제도 해결 됐고, 손님도 없으니 잠깐 낮잠이나 자야겠다. 누가 오면 종이 울릴테지.”
강아지는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전 주인의 손에 의해 넘겨져 오게된 이곳이 너무나 힘겨웠다. 하지만 강아지가 지금 스케빈저의 생각을 알수 있었다면 지금도 이만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좀더 크면은 똥도 많이 싸질를테니 치우기도 편하게 마굿간에다 묶어 놔야겠다. 말들하고도 금방 친해지겠지? 하암, 좀만 자고 일어나야겠다.”
-------------
불쌍한 강아지... 하지만 날리는 개털과 개똥,오줌 냄새는 정말 독하죠.
Comment '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