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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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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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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02: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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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153

작성
18.01.1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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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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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47

DUMMY

몇 번이나 시도한 내 공격은 디 그리스에게 티끌만한 상처조차 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디 그리스에게선 그다지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쪽도 피해를 입히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이 양상이 결코 유쾌하진 않기 때문일 테지.

그래서인지 디 그리스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반대로 네놈은 전혀 피하질 못하는군. 아니면 맞는 게 좋아서 일부러 피하지 않는 건가?”


“도발치고는 형편없군요. 하지만 좋습니다. 걸려들어 드리지요.”


조롱 섞인 내 말에 디 그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는 말과는 달리 훌륭하게 도발에 걸려든 모습이었다.

나도 이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은 없다. 머지않아 결판이 날 것이다.

짧은 대치를 끝내고 먼저 움직인 건 디 그리스 쪽이었다. 움켜쥔 주먹을 휘두르듯 내게 향하자 그 손에서 검게 번들거리는 광탄이 쏟아져 날아왔다.

빠르지만 너무나 정직하게 날아오는 광탄을 가볍게 피하자 발밑이 기묘하게 부풀어 올랐다. 역시나 광탄은 미끼였나.

곧 이어 터지듯 바닥을 뚫으며 나온 창처럼 날카로운 촉수를 발판 삼아 몸을 날렸다. 허를 찌를 생각이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느렸다.

멀어져 가는 바닥에서 눈을 뗀 순간 머리 위부터 덮쳐오는 거대한 그림자가 빛을 가렸다.

마치 내가 뛰어 오를 곳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디 그리스는 있었다.


“끝입니다.”


닥쳐오는 거대한 손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내가 피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한 듯 그 목소리에선 숨길 수 없는 환희가 느껴졌다. 이대로 나를 짓뭉개버릴 생각이겠지.

하지만 디 그리스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디 그리스의 거체가 그 무게만큼이나 육중한 소음을 일으키며 바닥에 떨어졌다. 저택이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흔들리며 자욱하게 먼지를 피어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위력적인 일격이었는지 짐작케 했다.

나는 그런 디 그리스의 뒷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네놈의 예상보단 내가 조금 더 빨랐던 모양이군.”


디 그리스의 공격이 닿는 것보다 먼저 움직여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와중에 몇 방 먹여준 건 덤이다.

그러나 역시 다친 기색은 비치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단단한 몸뚱이다.

굳이 말하자면 상처 입은 건 프라이드 쪽이겠지.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디 그리스가 아직 제대로 힘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느꼈던 정도의 힘이라면 나를 훨씬 귀찮게 만들 정도는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디 그리스의 공격은 단조롭고 읽기 쉬운 공격들뿐이었다. 아마 디 그리스는 원래는 전투에 그리 능하지 않은 종류의 악마였겠지.

힘이 생겼어도 쓰는 법을 모른다면 그리 위협적이지 못하다. 다만 시간을 끌수록 점점 더 힘의 사용이 능숙해져 갈 것이다.

그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물론 눈꼽만큼도 없다.

사그라드는 먼지 사이로 디 그리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후우우... 좋습니다. 이대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것 같군요.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디 그리스는 말했다.


“여기서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 그만하자는 말입니다. 저는 당신을 건드릴 수 있을 만큼 빠르지 못하고 당신은 저를 상처 입힐 만큼 강하지 못하니 이대로 계속해 봤자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낼 뿐이지 않겠습니까?”


“흐음... 그래서?”


나는 계속해 보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제 제안에 따르실 생각이라면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무사히 보내드리지요. 전 딱히 당신들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어떻습니까?”


디 그리스는 선심 쓰듯이 말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너머에 있는 에스메랄다를 잠시 쳐다봤다.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지만 전투의 여파에도 용케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턱짓으로 에스메랄다를 가리키며 묻자 디 그리스는 잊고 있었다는 듯이 놀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가씨가 있었군요. 당신과의 싸움에 몰두해서 그만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당신이 원하신다면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목적은 이미 이루었으니까요. 어쩌시겠습니까?”


“그렇군. 분명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나는 오른쪽으로 크게 뛰어 자리를 벗어났다. 간발의 차로 내가 있던 공간을 디 그리스의

이빨이 꿰뚫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간 내가 저 이빨에 씹혀서 녀석의 양분이 되어 있었겠지.

방금 전까지 나와 대화하고 있던 디 그리스가 홀로그램처럼 흔들리더니 사라졌다. 그 대신 색이 벗겨진 것처럼 배경이 변하며 내가 있던 자리에 디 그리스가 나타났다.

카멜레온처럼 주위에 의태한 채 내 뒤를 노렸던 것이었다.


“이런... 용케도 알아챘군요.”


디 그리스는 아쉽다는 듯이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네놈의 거짓말은 알기 쉽거든.”


광적으로 에스메랄다에게 집착하던 녀석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으니까. 우리를 놓아준다는 말도 애초부터 거짓말이었을 터다.

만약 정말이었다 해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당신은 속일 수 없겠군요. 하아... 정말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디 그리스는 한숨을 내쉬는 듯 하더니 예고도 없이 입에서 검은 빛을 뿜어냈다.

거대한 기둥만큼이나 굵은 검은 빛이 빠른 속도로 쭉 뻗어 나왔다. 단지 그 빛은 내게로 향하고 있지 않았다.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구석에 쓰러져 있던 에스메랄다는 다가오는 검은 빛에도 반응하지 못한 채 눈을 크게 뜨고만 있었다.

무방비한 상태로 그녀는 다가오는 검은 죽음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에스메랄다가 자력으로 피하는 걸 기대할 수는 없겠지.

어쩔 수 없이 디 그리스와 에스메랄다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다가오는 검은 빛을 팔을 교차시켜 막아냈다.

검은 빛에는 꽤나 강한 힘이 모여 있었지만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다. 뒤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강하게 땅을 딛으며 버텼다.

설마 그토록 집착하던 에스메랄다를 공격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도 에스메랄다가 다치지 않도록 디 그리스 스스로 공격 범위를 조정하고 있었기에 안심하고 말았던 걸까.

날아드는 검은 빛을 막아내고 있을 때 검은 빛을 뚫고 거대한 팔이 나타났다.


“큭...!”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대로 디 그리스의 팔에 맞아 날아갔다. 맞는 순간에 몸을 날려서 충격을 줄였지만 그래도 완전하진 않았다.

벽에 격돌하기 직전 무너진 자세를 바로잡으려 할 때 또 다른 충격이 엄습했다. 내 몸을 옥죄는 무언가가 강하게 나를 압박했다.


“드디어 잡았군요. 후후후.”


흔들린 시야를 바로잡았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흉측하게 일그러진 디 그리스의 얼굴이었다. 먹이를 잡은 굶주린 맹수처럼 디 그리스는 거친 손으로 나를 움켜쥐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아서 손을 놓고 있었더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네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네요.


해가 지나기전에 끝내려던 것이 결국 새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나머지도 조만간 써서 끝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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