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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2.06.07 02:59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137,515
추천수 :
2,096
글자수 :
345,153

작성
17.06.06 00:04
조회
769
추천
15
글자
7쪽

2-23

DUMMY

“...한밤중에 무슨 소란이냐?”


낮게 깔린 길의 목소리에 순간 기가 죽었지만 기운을 짜내서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저 쪽에 귀신이 있었어!”


어둠이 짙게 깔린 창 너머를 손가락질하며 허둥지둥 외치자 길의 미간에 더욱 짙은 주름이 졌다.


“꿈이라도 꾼 거냐?”


나도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설명해야 의심 받지 않고 무난히...

마물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낮게 울리는 땅의 진동, 건물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이 텅 빈 도시를 가로 지른다.

이미 감각은 원래대로 돌아온 뒤건만 들릴 리 없는 소리가 환청처럼 온몸을 뒤흔들었다.

차갑게 피가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여유 따윈 없는데...

누구도 알지 못하는 위험을 나만이 알고 있고 그걸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머리가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더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


“잠이 덜 깼으면 다시 자라. 내일도...”


“우아아아아!”


“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걸 그만둘 수밖에.

길의 말대로 그대로 잠자리로 돌아가 버릴 것 같은 몸을 북돋으려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다.

나가는 김에 마침 잡기 좋은 팔이 보이길래 붙잡았다. 어머나 가볍고 보들보들해요.


“혀, 형...?”


팔을 붙잡혀 끌려오던 라뮤가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지만 멈추지 않고 달렸다. 더 이상 말로 전하려 해봤자 제대로 된 말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런 데 쓸데없이 시간을 쓸 여유가 없었기에 직접 상황을 보여주는 편이 빠르리라 생각했다.

다른 용사들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끌고 오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기에 라뮤를 끌고 올 수밖에 없었지만 문제는 없으리라.

이렇게 작고 사랑스럽더라도 라뮤도 일단 용사니까 쉽게 당하진 않을테고 악마 본인이 나온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라뮤를 공주님처럼 안고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이 비루한 몸뚱어리로는 여관을 나서지도 못할 테니 아쉬울 따름이다.

언젠가 힘이 좀 붙으면 꼭 공주님 안기로 웨딩마치를 걷고 싶다. 이 세상 어디까지라도.

여관을 나와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던 방향으로 얼마나 달렸을까. 내가 이끄는 대로 달리기만 하던 라뮤의 몸이 굳어지는 것이 마주잡은 손 너머로 전해져 왔다.

아마 라뮤도 플루아에 떠도는 불온한 기운을 느꼈으리라.

테스카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나였지만 이변이 이미 일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별들조차 구름에 가려 잠든 고요한 하늘에 적막을 깨는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실려 왔다.

이번에는 단순한 환청이나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드렉 형은 여기서 가만히 계세요.”


비명 소리 때문에 발이 멈춰버린 내 손을 뿌리치듯 놓으며 굳은 표정의 라뮤가 달려 나갔다.

그 뒤를 잇듯 한 줄기 바람이 내 곁을 스치며 질주했다.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길이었겠지.

두 사람이 사라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라씨와 나에가 나타났다.

꽤나 서두른 건지 잠옷 위에 겉옷만 걸친 채였다.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 두 사람이 곧장 내게로 다가왔다.


“변태가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서 라뮤를 납치했다고 듣고 쫓아왔는데.”


누구냐 천인공노할 짓을 한 그 파렴치한 변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놈이로다.

어째서인지 나에가 나를 불쾌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위험하니까 여관에 돌아가 있어요.”


세라씨가 무기를 꺼내며 내 등을 떠밀었다. 힘없이 떠밀리며 돌아본 뒤쪽에는 이미 달려가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밖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이 정도다. 굉장히 억지스런 방법이었지만 용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위험을 알릴 수 있었다.

남은 건 용사들이 무사히 악마가 보낸 마물들을 물리치고 돌아오길 비는 것 뿐.

저 네 사람에게 맡겨 두면 틀림없이 괜찮을 거다.


-네놈은 싸우지 않는가?-


여관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테스카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반쯤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듯 테스카에게 말했다. 변명처럼 들렸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저 놈들이 노리는 건 네놈이라고? 너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가만히 있을 건가?-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테스카의 말이 가슴을 후벼 판다. 내딛는 걸음에 무게가 더해가듯 무거워졌다.

테스카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뒤늦게 문제가 생긴 걸 깨달은 주민들이 창문 너머로 바깥을 훔쳐보고 있었다. 외곽쪽에 살던 사람들은 길들이 마물의 상대를 하는 동안 도망쳐서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마물의 습격에 놀라 우는 사람들도 있었고 부서져 가는 집을 멍하니 쳐다보며 가족들에게 끌려서 피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흩어진 가족을 찾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도망치는 중에 입은 상처를 부여잡고 울부짖는 사람, 마물들에게 노호성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섞이지 못한 채 걸었다.


-그래. 너는 싸우지 않는 거군.-


테스카의 말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싸우지 못하는 거라고’라며 소심하게 중얼거려

보았지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다행인 건 용사들의 활약으로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는 않을 거라는 점뿐이었다.

지금 이렇게 피난을 가는 사람들도 날이 밝을 즈음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악마가 불길하게 속삭였다.


-악마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지 않나 네놈은?-


‘무슨 소리야?’


되묻는 내 말에 테스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게 불안만을 남긴 채 또 다시 침묵해 버린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말이었지만 단숨에 불안함이 가중됐다.

테스카의 말은 언제나 말로서 끝난 적이 없었으니까.

입을 다문 테스카를 속으로 다그치며 여관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이대로 일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테스카가 남긴 말로 생겼다.

그리고 그 확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빨리, 최악의 형태로 나타났다.

처음 악마의 기운을 느꼈던 곳과는 정 반대 방향의 마을 외곽. 그 곳에서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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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2-46 +6 17.07.09 653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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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42 17.06.23 521 11 7쪽
82 2-41 17.06.22 579 12 7쪽
81 2-40 +2 17.06.21 563 9 7쪽
80 2-39 +1 17.06.20 578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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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4 +2 17.05.24 898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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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3 17.01.01 1,738 2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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