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풍뢰의사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2.06.07 02:59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137,498
추천수 :
2,096
글자수 :
345,153

작성
16.12.20 18:22
조회
1,596
추천
22
글자
6쪽

26

DUMMY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럽게 툴툴거리는 이자벨의 말에서 희미한 위화감을 느꼈다. 콕 집어서 어디가 이상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뭔가 걸렸다.

이것도 테스카의 말 때문이려나. 뭐 별것 아니겠지.

하지만 위험하다는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군.

길 녀석은 음... 뭐 위험 할지도 모르지. 나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서상으로 위험할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라씨는 백익무해한 여신 같은 사람이니 전혀 위험하지는...

순간 잠들기 전 보았던 세라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라뮤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매우 위험하다. 어디가 위험하냐면 전부 다 위험하다.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어서 위험하다. 어쨌든 위험하다.

어라? 이렇게 보니까 위험인물 투성이잖아 용사들.

이 성에도 제대로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 나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궁금해지는데.

내 의문이 얼굴에 드러난 것인지 이자벨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드렉은 굉장히 위험인물이니 한시라도 빨리 처형해야 된다고 했다.”

“좋았어. 그 놈들을 두들겨 패주러 가야 되니까 누군지 알려주지 않을래?”

“웅... 뚱뚱이랑 홀쭉이가 그렇게 말했느니라.”

이자벨은 눈을 깜빡이며 한동안 생각하는 듯하더니 결국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애매하게 말했다.

뭐, 그래도 누군지는 알겠다마는. 머릿속에 첫날부터 마음에 들지 않던 염소수염과 식량창고를 털었던 뚱보가 떠올랐다.

대충 예상했던 대로라 충격도 뭐도 없었다. 어찌됐든 그 놈들을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 그래도 용사들이 위험하다고 한건 뚱뚱이랑 홀쭉이가 아니라 라인할트였느니라.”

“라인할트경이?”

굉장히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그 사람 좋아보이던 젊은 영주님이 그런 말을 했다니 믿기 힘들었다.

“정말로?”

“정말이다. 특히 길티니...? 어쩌구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했느니라.”

“길을...?”

라인할트는 어째서 그런 말을 한 걸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전에 식당에서 만났을 때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안 나왔다. 애초에 나는 두 사람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니까.

길은 그저 잘생기고 재수 없는 놈이었고 라인할트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신사적인 영주님이었다. 베티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있지마는.

어쨌든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안되겠다. 전혀 모르겠어.

애초에 지금 내가 생각해 봐도 아무 소용없는 일 아닌가. 그래 생각하기를 포기하자.

“드렉은 용사인 것이냐?”

“응? 난 아닌데?”

말없이 내 얼굴을 빤히 보고 있던 이자벨이 뜬금없이 물었다.

“그렇지만 그 나쁜 녀석한테 용사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 그건가. 하긴 그런 말도 했었지. 씨알도 안 먹히긴 했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믿고 있는 순수한 어린이가 눈앞에 있다니 더럽혀져 때가 탄 어른인 나는 눈이 부셔서 실명할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려고 거짓말 한 거야. 결과적으론 잘 안됐지만 말야.”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거짓말을 고백하자 어째선지 이자벨의 표정이 흐려졌다.

“나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했구나. 미안하다.”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이런 반응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거든...?

괜히 겸연쩍어져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이런 분위기는 버티기가 힘들다. 뭔가 다른 화제는 없나?

“아, 아니야. 게다가 나중엔 진짜 용사도 나타났으니까 다 잘된 거 아니겠냐 하하.”

“용사?”

“아아. 우리를 구해준 그 녀석 말이야. 길이라고 하는데 풀네임은 길티니어바우트라고......”

말을 하고 나서 떠올랐다. 라인할트가 이자벨에게 길에게는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뒤늦게 얼버무리려고 허둥대는 나를 아랑곳 않고 이자벨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구나! 길님이고 하는 구나!”

“어, 어엉...”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길님... 굉장히 멋진 분이셨느니라.”

상기된 뺨을 감싸며 눈을 빛내는 이자벨을 보고 있자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기 너 말야... 라인할트경이 한 말은 기억해?”

“물론이다.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게냐?”

아니, 네 태도를 보면 전혀 기억 못하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자벨 잘 들어. 길은 말이야...”

“알고 있느니라. 라인할트가 위험하다고 말한 용사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런 건 관계없느니라. 길님은 나를 구해준 영웅인 것이니라.”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에 반박하던 이자벨은 마지막에 가선 발그레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런 일에 둔한 나라도 이자벨의 저 표정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아챘다. 이른바 사랑에 빠진 소녀라는 건가.

뭔가 복잡한 심정이었다. 나를 잘 따르던 여동생이 어느 날 유치원에서 돌아오며 다른 남자아이와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봤던 때의 씁쓸함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새끼일 적부터 애지중지 키워왔던 고양이가 나보다 옆집 사람을 더 잘 따르는 걸 봤을 때의 상실감 같은 걸지도 모른다.

복잡하구나. 사람의 마음이란 건.

“저기 그래서 말인데 드렉...”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에 빠지려던 나에게 이자벨이 몸을 베베 꼬며 말했다.

“나는 길님이랑 만나고 싶은 것이니라!”

기분 탓인지 아물었을 터인 등이 아파왔다. 나는 왜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무모한 짓을 했던 것일까.

“안되느냐...?”

눈을 치뜨며 매달리듯 응석을 부리는 이자벨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래 무사했으니 아무렴 어떠냐.

“선처 하마.”

“와아! 고맙구나 드렉!”

딸에게 꼼짝 못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약간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2 3-21 22.06.07 40 1 8쪽
111 3-20 +1 21.06.06 79 2 9쪽
110 3-19 +1 20.11.02 99 4 7쪽
109 3-18 +2 20.10.25 79 6 7쪽
108 3-17 +2 20.01.05 154 8 7쪽
107 3-16 +3 19.12.06 133 6 7쪽
106 3-15 +3 19.11.24 122 6 10쪽
105 3-14 +1 19.11.18 123 6 7쪽
104 3-13 +3 19.09.30 154 7 7쪽
103 3-12 +3 19.09.19 193 9 7쪽
102 3-11 +3 19.03.11 275 6 7쪽
101 3-10 +3 19.03.04 218 8 8쪽
100 3-9 +1 19.03.01 246 9 8쪽
99 3-8 +2 19.02.27 220 8 8쪽
98 3-7 +2 19.02.15 220 9 7쪽
97 3-6 +2 18.12.31 292 6 7쪽
96 3-5 +1 18.12.28 227 9 7쪽
95 3-4 +3 18.12.04 265 10 8쪽
94 3-3 +3 18.11.29 269 13 8쪽
93 3-2 +4 18.09.05 320 11 7쪽
92 3-1 +1 18.06.21 436 12 7쪽
91 3권 프롤로그 +7 18.05.02 463 9 8쪽
90 2권 에필로그 +8 18.04.03 524 10 13쪽
89 2-48 +2 18.03.27 489 7 11쪽
88 2-47 +7 18.01.14 517 10 7쪽
87 2-46 +6 17.07.09 653 12 7쪽
86 2-45 +2 17.07.04 550 9 7쪽
85 2-44 17.06.28 566 13 7쪽
84 2-43 +1 17.06.25 605 10 7쪽
83 2-42 17.06.23 520 11 7쪽
82 2-41 17.06.22 579 12 7쪽
81 2-40 +2 17.06.21 563 9 7쪽
80 2-39 +1 17.06.20 578 10 7쪽
79 2-38 17.06.19 569 12 8쪽
78 2-37 +1 17.06.18 595 9 7쪽
77 2-36 +1 17.06.16 684 12 7쪽
76 2-35 +2 17.06.14 655 15 7쪽
75 2-34 17.06.14 603 12 7쪽
74 2-33 17.06.13 673 12 7쪽
73 2-32 17.06.11 685 10 8쪽
72 2-31 +3 17.06.11 933 12 7쪽
71 2-30 +2 17.06.10 682 11 8쪽
70 2-29 +1 17.06.10 741 13 7쪽
69 2-28 +3 17.06.09 728 12 7쪽
68 2-27 +1 17.06.08 687 12 7쪽
67 2-26 +3 17.06.07 750 15 7쪽
66 2-25 +1 17.06.06 1,505 14 8쪽
65 2-24 +3 17.06.06 712 15 7쪽
64 2-23 +3 17.06.06 769 15 7쪽
63 2-22 +3 17.06.04 810 16 7쪽
62 2-21 +2 17.06.04 917 18 7쪽
61 2-20 +1 17.06.03 932 19 6쪽
60 2-19 17.06.03 717 17 7쪽
59 2-18 +1 17.06.02 981 17 7쪽
58 2-17 +1 17.06.01 929 16 8쪽
57 2-16 17.05.31 753 15 7쪽
56 2-15 +3 17.05.31 1,159 14 7쪽
55 2-14 +1 17.05.30 1,070 18 7쪽
54 2-13 +7 17.05.29 820 14 7쪽
53 2-12 +3 17.05.28 810 16 7쪽
52 2-11 +2 17.05.27 872 16 7쪽
51 2-10 17.05.27 784 14 7쪽
50 2-9 +3 17.05.26 861 15 8쪽
49 2-8 +1 17.05.26 849 16 7쪽
48 2-7 +1 17.05.25 882 11 7쪽
47 2-6 +2 17.05.25 866 12 6쪽
46 2-5 +2 17.05.24 876 14 7쪽
45 2-4 +2 17.05.24 898 17 7쪽
44 2-3 +2 17.05.23 923 13 6쪽
43 2-2 +1 17.05.23 1,736 13 6쪽
42 2-1 +2 17.05.22 1,433 14 6쪽
41 2권 프롤로그 +4 17.05.22 1,075 19 6쪽
40 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3 17.01.01 1,738 21 7쪽
39 38 +1 16.12.31 1,179 17 8쪽
38 37 +1 16.12.30 1,558 16 7쪽
37 36 16.12.29 1,092 16 7쪽
36 35 +2 16.12.28 1,120 20 7쪽
35 34 +1 16.12.27 1,346 21 6쪽
34 33 16.12.26 1,182 19 7쪽
33 32 +1 16.12.25 1,160 18 7쪽
32 31 16.12.25 1,163 17 6쪽
31 30 16.12.24 1,189 18 7쪽
30 29 16.12.23 1,217 20 6쪽
29 28 +1 16.12.22 1,384 24 7쪽
28 27 16.12.21 1,464 17 7쪽
» 26 +2 16.12.20 1,597 22 6쪽
26 25 +1 16.12.19 1,485 20 6쪽
25 24 +1 16.12.18 1,483 26 7쪽
24 23 +4 16.12.17 1,744 26 7쪽
23 22 16.12.17 1,538 34 6쪽
22 21 16.12.14 1,844 23 7쪽
21 20 16.12.13 1,619 28 6쪽
20 19 +3 16.12.12 1,624 28 6쪽
19 18 16.12.12 1,626 30 6쪽
18 17 +1 16.12.11 1,840 27 7쪽
17 16 +2 16.12.10 1,667 27 8쪽
16 15 16.12.10 1,989 37 6쪽
15 14 +1 16.12.08 1,797 34 6쪽
14 13 +1 16.12.07 1,883 32 6쪽
13 12 +3 16.12.06 2,029 37 5쪽
12 11 +1 16.12.06 2,128 38 7쪽
11 10 +3 16.12.05 2,432 36 8쪽
10 9 +1 16.12.04 2,737 39 7쪽
9 8 +3 16.12.04 2,978 39 7쪽
8 7 +7 16.12.02 3,256 38 7쪽
7 6 +3 16.12.02 3,708 42 7쪽
6 5 +5 16.11.29 4,158 48 6쪽
5 4 +4 16.11.28 4,475 49 7쪽
4 3 +6 16.11.27 5,335 58 7쪽
3 2 +5 16.11.26 5,379 69 9쪽
2 1 +6 16.11.25 6,239 60 6쪽
1 프롤로그 +9 16.11.24 7,422 7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